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07화 (207/350)

207. 전혀 다른 삶

지금 화순에는 있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월평 주식회사의 직원으로 취직되어 마을에 사는 사람과 이번에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

먼저 회사에 취직된 사람들은 기존에 월평리 사람들이거나 전생의 인연으로 취직을 시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파티에 초대된 사람은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꼭 구해야하거나 구하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초대되지 않은 사람도 끼어 있었다.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은 그동안 검증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만약고 어르신의 아들과 손자처럼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도 몇 포함되어 있었지만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이번에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과 불청객이었다.

전생의 인연이나 정보를 바탕으로 불러들였지만 이번 생도 지난 생과 같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서 검증은 분명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검증해야지. 우리 마을에 사는 사람은 검증을 통과하지 않은 사람은 머물지 못하게 할 생각이야."

물론 만약고 어르신의 자녀처럼 예외적인 경우는 몇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얼마나 걸러지려나? 순순히 나가려고 할지 걱정이네.>

"내보내는데 나가야지."

<오올! 우리 집사 많이 강해졌네.>

"강해져야지. 전생과 같은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말이야."

음머어어어어!

반반이가 멀리 퍼지도록 긴 소리로 울었다.

아이들이 덩굴로 만든 요람에 타고 이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주기적으로 하는 행동이었다.

지금은 몬스터가 나타나면 빠르게 대처하기 힘들었다.

많지 않은 몬스터가 나타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많은 수가 나타나면 낭패스러울 수 있었다.

덩굴 식물에 아이들이 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반반이가 저렇게 주기적으로 울어서 몬스터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고 있었다.

<이제는 보이지도 않네.>

우리 뒤를 따라오던 사람들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이동하면서 말이라도 곱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였다.

우리는 그날 밤새 이동했다.

그리고 동이 터올 때 멈추었다.

<왜? 이렇게 계속 가도 좋을 것 같은데?>

"몬야크 등에 타고 있는 사람들도 쉬어야 하고 요람 안의 온도도 내려갔을 거야. 돌이라도 데워서 다시 넣어줘야지."

<헤헤! 우리 집사는 참 섬세해.>

"섬세한 것이 아니고 전생을 살아봐서 그래."

<하긴 대변혁 이후 유난히 춥기도 했지. 첫 해 겨울은 정말···.>

나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변혁 이후 첫 겨울은 정말 춥고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갑자기 난방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그때는 집이 지하인 것이 참으로 다행으로 여겨졌었다.

"올 추위를 견디는 것이 다들 보통일이 아닐 텐데."

<그래도 다 살아냈어. 예전에 비하면 양반이지. 예전에는 모시 삼베로 겨울을 났어야 했다니까.>

"그때는 아궁이로 난방을 했잖아."

<그래도 추웠지. 먹는 것이 부실하니 더 추웠고.>

"조심해서 내려오십시오."

"생각보다 높네요."

몬야크들이 내리기 쉽게 해주는데도 사람들은 잘 내려오지 못했다.

그래서 꼬물이와 아수라가 뿌리나 줄기를 이용해서 내려주었다.

<소환 식물들이 의외로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아. 정말 의외의 발견이야.>

"그렇기는 하지."

"아이고오! 편하기는 했는데 걸으니 좋네요."

"저도 몸 좀 풀어야겠습니다."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몸을 먼저 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의 안부를 먼저 묻는 사람도 있었다.

"아이들은 아직 자고 있습니다. 식사를 준비하고 깨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돌도 데워야 하고요."

우리는 지난번처럼 도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준비했다.

이미 준비된 음식이 충분하기는 했지만 난방용으로 사용할 돌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불은 피워야 했다.

이런 과정들이 앞으로 생활하는데 도움도 되고 말이다.

아침 준비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이들도 요람에서 내려와서 밥 먹을 준비를 했다.

"우와아! 내 침대가 사라지고 있어."

"침대 아니야. 둥지야!"

"둥지가 뭐야?"

"새집이 둥지라고 했는데···?"

아이들이 요람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재잘거렸다.

"으응? 사라져버렸어요,"

"토끼집 없어졌어."

요람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는 울먹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부르는 명칭도 제각각인 것이 재미있었다.

"금방 다시 만들 수 있어. 마차도 쉬러 간 거야. 애들아 밥 먹자."

정수백 씨가 의외로 아이들을 잘 다루었다.

"무슨 밥이 있을까? 토끼밥? 강아지밥? 아니면···."

"아기 밥!"

"그렇지! 아이들 밥이니까 어서 먹자."

아이들을 다루는 것이 아주 익숙했다.

"조금 속도를 높이면 밤이면 화순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화순에 도착한다고 하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긴장을 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출발을 해야 하니 걱정이 되는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잘 생활하실 겁니다."

"폐만 끼칠까 걱정입니다."

"그런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럼 출발 전에 주변 정리 좀 하고 오겠습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저도···."

정수백 씨와 김사랑 씨가 따라가겠다고 했다.

사냥에 동참하고 싶어 하는 몇 명 더 있었지만 의사 표현을 하지 않았다.

조금 소심한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조심스러워하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런 것까지 챙겨줄 때는 아니었다.

"쪼롱아. 여기 잘 지켜."

쫑!

아이들은 몬야크의 품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한두 시간은 자리를 비워도 될 것 같았다.

<빨리 달리면 화순에도 다녀올 수 있겠다.>

"저녁에는 도착할 텐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몬야크가 잠시 우는 소리를 내지 않자 사람 냄새를 맡은 몬스터들이 슬슬 존재감을 드러냈다.

어제부터 우리를 멀찍이서 따라오는 몬스터들도 있었다.

백삼십여 명의 사람이 이동을 하고 있으니 몬야크의 소리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저런 놈들은 인육을 맛봤을 겁니다."

"몬스터라고 무조건 인간만을 먹이로 삼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가리는 것이 없죠. 식욕이 특히 강한 놈들이니까요. 하지만 땅돼지처럼 동종을 먹는 놈들은 정말 드뭅니다."

정수백 씨에게는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에 드는 사람이었다.

<아이 이름은 뭘까? 아직 말을 하지 않았나?>

나호가 아이 이름을 궁금해 했다.

"아이는 아직 입을 열지 않았습니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말을 잃으면 시간이 필요하긴 하더군요."

"실어증 걸린 사람은 본 적이 있습니까?"

"있죠."

'그것도 많이.'라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전생에 실어증에 걸린 사람을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본인도 힘들어하더라고요. 말을 하고 싶은데 나오지 않으니 그것으로 더 스트레스를 받아서 더 낫지 않는 경우도 봤습니다."

"아! 그럼 이대로 두는 것이 좋습니까? 저는 몇 가지 묻기고 했는데···."

"저도 정확하게는 모르겠네요. 마을에 의사 선생님이 몇 분 있으니 진찰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의사도 있습니까?"

"마을 안에서만 생활해도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컨테이너들!"

옆에서 듣고 있던 김사랑 씨가 제법 큰 목소리로 말했다.

"맞습니다. 그 컨테이너에 어지간한 것은 다 보관이 되어 있었죠."

"저희가 운이 좋았습니다. 대한 씨를 만나고. 그것도 재앙 첫 날에."

"제가 운이 좋았죠. 이런 좋은 분들을 동료로 삼았으니까요."

정말 내가 운이 좋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각성 확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격하게 높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체 인구에서 5% 정도였다.

그러니 지금 일행에서는 아무리 많아도 각성자는 열 명이 넘지 않아야 했다.

그런데 우리 일행 중 각성을 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스무 명이 훌쩍 넘었다.

나머지 사람 중에도 아직 마나통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스무 명 가량 되었다.

각성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마나통을 본인이 보유하고 있으면 생활하는 것이 한결 나았다.

아이들은 아직 평가를 받지 않았으니 아이들도 언젠가는 각성자가 될 수 있었다.

"저어···. 그런데 각성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는 어떻게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까?"

김사랑 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발현율이라는 것이 있지요?"

"예! 저는 50%라고 나와 있습니다."

김사랑의 말이었다.

"저···. 저는 55%입니다."

<괜찮네. 50%가 대부분인데 55%면 양호해. 1% 차이가 얼마나 큰데.>

"그럼 두 분은 각성을 한 겁니다."

"정말 입니까? 발현율이라는 것이 열쇠입니까?"

"발현율이 50% 이상이면 무조건 각성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30%라도 각성자인 경우도 있습니다."

30%면 자신이 열심히 모은 마나를 30%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70%는 그냥 사라지는 것이었다.

마나통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가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사라지는 것은 여전했다.

마나통을 내가 보유하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의 차이는 마나에 대한 갈급함이었다.

남에게 마나통을 빼앗기면 마나통이 마나를 더 자주 갈구했다.

누군가가 자꾸 뺏어가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갈구가 마나통이 성장하려고 할 때도 나타나기 때문에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랬기 때문에 전생에 나도 죽기 직전에야 알았던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 미우라 놈이 생각났다.

놈은 얼마나 비세계를 기억하는지 궁금했다.

전생에는 자신의 정보에 관한 것은 입을 잘 열지 않던 놈이었다.

특히 남보다 좋지 않은 것은 절대로 말하지 않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캐릭터 키우듯이 제 자신을 키워야 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잘 파악하고 계시네요."

"게임을 좋아해서···."

김사랑 씨가 조금은 쑥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처음 사냥을 할 때는 겁을 먹었지만 그 이후로 움직임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사냥 감각이 좋았다.

특히 전장을 보는 눈이 좋았다.

위치 선정도 잘하는 편이고···.

"뭘 하시든 마나를 헛되이 쓰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시스템의 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믿지 말고요."

[띠링! 강대한 님! 그런 말씀은 심하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희는 거짓은 말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시스템이 말을 걸어왔다.

'내가 하는 말도 거짓은 아니잖아. 조심하라는 거니까. 낚시질만 잘 피해도 한결 강해질 수 있어.'

전생에 부모님을 봉양해야 해서 마나를 쓰는데 몸을 사렸는데도 낭비하는 마나가 적지 않았다.

시스템은 기뻐할 일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속이 쓰렸다.

"가장 먼저 뭘 하는 것이 좋습니까? 도축 그거 좋아 보이던데 도축을 사야 합니까?"

정수백 씨가 말했다.

"제 생각에는 대한 씨가 도축이 있으니 당장을 사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요. 제 생각은 능력치를 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던데."

"능력치가 보이지 않던데?"

"어딘가 있을 것이 분명해요. 보이지 않는 것뿐이지. 그렇죠? 있죠?"

꼬물!

^담배만 피운 것은 아니었네. 제법 머리가 좋아. 설마 날마다 게임만 했나? 저기 손가락 움직이는 거 보면 게임 중독이었던 것도 같고.^

꼬물이가 김사랑 씨의 손가락을 가리켰다.

김사랑 씨의 손가락은 잠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어떨 때는 자판을 두드리는 것처럼 움직이고, 어떨 때는 글을 쓰는 것 같은 동작을 했다.

뭘 했든 간에 손가락을 많이 쓰던 직업을 가졌었던 것이 분명했다.

"능력치가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감각 능력치를 개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대한 씨는 개방했겠죠?"

"했습니다. 능력치부터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시오. 개인 정보보다도 더 중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러겠습니다."

차근하게 설명해주었지만 두 사람이 바로 능력치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상점을 개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최소 백 마나 이상은 모아야 뭘 해도 하겠네요?"

"그렇습니다."

"어휴우! 세상이 변해도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겠네요. 여전히 없는 사람은 없이 살아야 하고···."

"초기에 잘 하시면 전혀 다른 삶을 사실 수도 있을 겁니다."

"전혀 다른 삶! 그거 기대되는 말이네요. 저 쥐새끼는 제가 잡아볼게요. 저게 가장 잡기 쉽더라고요."

김사랑 씨가 죽창으로 던전쥐를 공략했다.

단 두 번의 창질로 던전쥐를 잡더니 해맑게 웃어 보이는 김사랑 씨였다.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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