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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08화 (208/350)

208. 넘어간다!

주변을 충분히 정리를 하고 난 후 돌아와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잘 달궈둔 돌은 아이들의 요람으로 다시 들어가서 난방에 이용되었다.

<손난로를 많이 사둘걸.>

"그거 1회용 밖에 되지 않아서 사지 않은 거잖아. 이동 중에 충전할 곳도 없고. 물주머니가 편리하기도 하고."

<저거 불안할 때가 있어. 터질 것만 같거든.>

대변혁 이후를 준비하면서 미리 챙겨둔 것 중 하나가 물주머니였다.

바닥 난방을 하는 우리나라에서 잘 사용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겨울의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것이었다.

요즘은 캠핑이 대중화되면서 캠핑 용품으로 각광받는 것이기도 했다.

끓는 물을 담아서 안고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사용은 편하지만 나호의 말대로 볼 때마다 열릴까 걱정이 되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는데 말이다.

물주머니와 돌은 손난로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도 좋았다.

"꺄르르! 꺄르르!"

"강아지다! 토끼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덩굴손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양을 만들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제 몸이 아팠던 성연이까지 오늘은 아이들과 어울려서 놀고 있었다.

은실이 엄마는 성연이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아픈 성연이를 돌보며 가슴으로 성연이를 품은 것 같았다.

성연이도 그것을 아는지 은실 엄마 품에 기대고 있었다.

참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속도를 더 높여도 될 것 같은데?>

"오늘 안으로 도착하려면 속도를 더 높여야지. 다들 적응도 끝난 것 같고."

이동 속도를 높인 것은 물론이고 점심도 내려서 먹지 않았다.

그렇게 이동을 하니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월평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리 듣기는 했지만 이거 심각한데?>

월평리에 도착하기 전부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기는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모여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저 사람들은 뭡니까? 저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면 몬스터도 더 많이 모인다고 했는데."

정수백 씨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보면 모르겠어요? 뻔하지. 대한 씨 회사에 컨테이너 들어간 것이 한두 개였어요? 나 같은 사람도 알 정도면 말 다했지. 저 사람들 장벽 너머에서 살게 해달라고 온 사람들일 거예요."

김주은 씨가 말했다.

김주은 씨는 상황파악을 잘하기도 하고,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성격 같았다.

<집사! 이대로 들어갈 거야? 저 사람들 벌떼처럼 달려들 것 같은데?>

"그래도 이대로 들어가야지. 날아갈 수도 없잖아."

<걱정이 되는데···.>

"뭐라고 떠는 겁니까?"

"데모를 하고 있습니다."

"예? 정말 경우 없는 사람들이네요."

거리가 있어서 사람들은 저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도 잘 들리는 소리였다.

<정말 어이가 없네. 뭐라고? 국민이 키운 월평이라고? 사람들이 은혜를 베풀면 고마운 줄 알아야 하는데···.>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저 소리였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건지···.

'국민이 키운 월평! 국민을 저버리지 마라!'

저들이 주로 외치는 소리였다.

단 한 사람의 마나통이라도 더 보호하기 위해 독도를 풀었다.

아직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전생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마나통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저들은 저렇게 떠들고 있었다.

마치 월평 마을과 월평 회사를 자기들이 일군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상장을 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야. 상장을 했으면 저것보다 더 심했을 거야."

월평이 안정적으로 성장하자 상장을 하라는 권유가 많았다.

권유를 넘어서 압박이나 협박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돈이 된다고 생각하자 파리가 꼬이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아는 우리가 그런 압박에 짓눌릴 리가 없었다.

살짝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애들이 깰 것 같은데 어떻게 합니까?"

정수백 씨가 물었다.

정수백 씨는 여전히 요람에 타고 있었다.

사냥을 나갈 때가 아니면 아이가 정수백 씨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자는 아이들을 깨울 필요는 없죠. 요람으로 한 분씩만 더 옮기시죠."

성인들이 한 명씩만 더 있어도 아이들을 달래는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마을과 점차 가까워지자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는 아이들이었다.

고함 소리에 겁을 먹기도 했지만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는 다행히 없었다.

소환 식물들이 아이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이 한몫 했다.

우리가 마을로 다가가자 마을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우리를 보았다.

아이들의 요람 높이를 높였다.

혹시라도 험한 사람들의 손에 요람이 닿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몬야크의 높이를 경험했던 아이들은 요람이 높아져도 놀라지 않았다.

커튼을 모두 내려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높이가 높아진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아이들이 더 많기도 했다.

"우아악! 괴물이다. 거대 괴물이야!"

멍하니 쳐다보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비명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으아아악! 괴물! 거대 괴물이다! 거대 괴물이야!"

"사, 살려줘어!"

"엄마야아아!"

"아악! 밟지 마요! 밟지 말라고!"

몬야크를 본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5미터 위에 사람들이 타고 있었지만 그것까지 볼 겨를이 없는 모양이었다.

<어랍쇼? 이거 무혈입성이 가능하겠네? 여기서 실랑이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세상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몬야크를 본 사람들은 서로 먼저 달아나기 위해 서두르다 상대를 밟기도 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있어 나서서 정리를 해주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밟힌 사람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악! 사, 사람 살려!"

"엄마야아! 저, 저거 뭐야!"

가장 앞에 선 반반이의 모습은 무섭게 보이기 충분했다.

절반은 하얗고 절반을 까맸다.

얼굴까지도 반반이기 때문에 무섭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반야와 반크까지 이런 모습이었고 나머지 몬야크는 검은색이었다.

충성심이 높은 녀석들이었지만 하얀 몬야크에 비하면 무섭게 보이는 것은 분명했다.

사람이 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기에 급급했다.

<단 한 사람도 이성적인 사람이 없네.>

나호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이제 세상은 변했다.

저렇게 행동했다가는 죽기 십상이었다.

"아무리 무서워도 상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알겠습니다. 새겨듣고 있어요."

김주은 씨가 빠릿빠릿하게 대답했다.

발 냄새의 기억을 지우고 싶은지 김주은 씨는 정말 적극적으로 무엇이든 배우려고 했다.

특히 내가 하는 말은 무엇이든 새겨듣는 편이었다.

배움에 있어서는 참으로 좋은 학생이었다.

꼬물!

^사랑이는 뭐든 다 먹어서 탈이고, 주은이는 가리는 것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

<김주은 씨는 덩치에 비해 강단이 있더라. 그래서 그래.>

꼬물!

^그걸 까탈이라고 하는 거야.^

꼬물이는 어디서 저런 것을 배웠는지 김주은을 '까탈 주은'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김사랑에게는 '뭐든 사랑'이라고 했다.

김사랑은 뭐든 잘 먹고, 김주은은 가리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었다.

"괴물! 저거 다 몇 마리야! 월평도 끝났다! 끝났어!"

"속이 다 시원하네. 저런 것이 왔으니 끝장난 거지. 우리를 들여보내줬으면 맞서서 싸웠겠지만 그럴 필요 있어?"

"자기들만 생각하는 나쁜 놈들 다 쓸어버려라! 저리 들어가! 저리!"

장벽에 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몬스터의 주의를 월평으로 이끌기 위해서하는 행동이었다.

정말 몬스터였다면 분명 문제가 됐을 행동이었지만 어차피 몬야크들은 월평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월평을 향해 간다! 우리를 공격할 생각이 없나봐!"

"월평을 노리는 것 같다!"

"와아아아! 정의의 응징이다!"

달아나던 사람 몇몇이 외치는 소리였다.

일부는 멀찍이 떨어져서 관망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몬야크 등에 타고 있는 사람을 발견한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어? 저건 뭐지?"

"뭐? 뭘 보고 그러는 거야!"

"저기 봐! 저기! 사람이 타고 있잖아!"

"사람이 타고 있다아! 저거 뭐야! 왜 사람이 타고 있는 거야?"

달아나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몬야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몬야크의 등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한 사람들이 놀라워하더니 웅성거리며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거 월평으로 들어가려는 거 아니야? 몬스터가 아니라 가축인가?"

"저렇게 큰 가축이 어디 있어?"

"가축이 아니면? 사람을 태우고 있잖아. 키도 크고 덩치도 있고. 저런 것이 있으면 몬스터가 다가오지 않을 것 같은데?"

"정말 크다. 저런 것이 밟으면 한 방에 죽겠지?"

"뼈도 찾기 어려울 거야."

웅성웅성 하면서도 몬야크의 덩치가 있어서 그런지 다가오지 못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요람을 본 모양이었다.

"어? 저것은 뭐죠? 바구니도 아니고···?"

"마차 같은데?"

"하늘을 나는 마차가 어디에 있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가장 앞에 가다가 요람을 보고 소리를 지를까 싶어 세 번째 몬야크의 등에 타고 있던 참이었다.

내 대기실에 따린 요람 세 개이지만 저들이 보기에는 허공에 떠서 움직이는 요람으로 보일 것이 분명했다.

사실 내가 보기에도 신기해 보이기는 했다.

그러니 저들 눈에는 신기하다 못해 놀랍고 두렵기까지 할 것이 분명했다.

"우리 아이! 우리 아이도 태워주세요. 월평에 들여보내 주세요!"

누군가가 외치기 시작했다.

월평의 정문을 향해서 움직이자 월평으로 들어간다고 확신을 한 것 같았다.

<눈치 좋은 사람들이 있기는 하네.>

"눈치라도 있어야지."

<확 쓸어버리고 올까?>

"네가 갑자기 나타나면 우리 일행도 놀라 자빠질 거야."

<그렇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이제 우리 일행은 내가 혼잣말을 하고 있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새나 몬야크를 부리듯이 무언가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꾸루야! 안에 가서 우리 왔다고 말씀 드려. 벌써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실 거야."

꾸!

꾸루가 마을을 향해 날아가고 잠시 후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얼굴에 잔뜩 검댕이가 묻어 있었다.

"뭐하시느라 얼굴이···?"

"아이들이 군고구마를 먹고 싶다고 해서 굽다가 이렇게 됐다."

마을 밖과 달리 마을 안은 평온하기 그지없는 것 같았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장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참으로 다른 모습이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문 열어주랴?"

"아니요. 문 열면 우르르 따라 들어오려고 할 거예요. 우리가 넘어갈게요."

"넘어온다고? 아! 몬야크 타고 온다고 했지?"

"예. 문 너머에 사람들만 다가오지 않도록 해주세요."

"알겠다."

어머니 주위에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어머니처럼 얼굴에 검댕이가 잔뜩 묻어 있었는데 표정들은 하나같이 밝았다.

어머니와의 통신을 끊었다.

이제 장벽만 넘어가면 월평이었다.

"저 장벽을 넘어갑니까? 너무 높은데···."

"대한 씨가 가능하다면 가능할 거예요. 믿어 봐요."

꼬물!

^까탈 주은 끼 부리지 마라! 경고다!^

남정열의 걱정에 김주은이 나를 믿는다는 듯한 말을 하자 꼬물이가 바로 반응을 보였다.

<김주은 꼬물이에게 정말 제대로 찍히겠네.>

꼬물!

^까탈을 안 된다.^

<그럼 뭐든 사랑은 되는 거야?>

나호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꼬물!

^'뭐든 사랑' 지금부터 '담배 사랑'이다.^

<으하하하! 으하하! 그래 누군들 되겠어? 어지간한 여자는 집사 옆에도 못 오겠네.>

나호가 발라당 넘어가는 사이 반반이가 장벽 앞에 도착했다.

"무, 무너뜨린다! 피해! 피하라고!"

"월평도 끝났다!"

장벽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 오두방정을 떨었다.

반반이가 장벽을 넘어뜨려 본인들이 다치기라도 할 것처럼 굴었다.

<아우 꼴 보기 싫어! 저런 거 아주 질색이야.>

"아악! 악!"

"엄마야아!"

<누가 남의 집 앞에 와 있으랬다고 와서는···. 정말 별꼴이야!>

반반이가 발을 들어 올리자 소리를 지르면서 달아나고 그러다 넘어져서 다치기까지 했다.

정말 짜증스러웠다.

"아악! 괴물이 사람 치네!"

"저거 월평에서 키우는 거 아니야? 이거 월평이 사람 잡네!"

"이거 이대로 놔둬야 하는 거야!"

"아악!"

넘어져서 다친 것을 죄 없는 몬야크와 월평에 돌리는 사람들이었다.

저들이 내 얼굴을 알았다면 더 난리를 쳤을 것이 분명했다.

"어어어? 넘어간다!"

아비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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