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09화 (209/350)

209. 아비규환

반반이가 훌쩍 장벽을 넘어섰다.

너무 가볍게 넘어가니 사람들의 입이 쩍 벌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사람들의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 저 괴물에 달라붙으면 장벽을 넘어서 월평에 들어갈 수 있다!"

"와아아! 괴물이 월평으로 들어간다!"

"월평이 무너지는 거 아니야?"

"부수려면 장벽을 부수었겠지. 저렇게 놔두겠어? 저 괴물은 월평과 관계있는 것이 분명해."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했고, 다양한 의견만큼이나 보여주는 행동도 다양했다.

달아나는 사람, 몬야크에게 매달려 월평으로 들어오겠다고 매달리는 사람, 월평에 온갖 저주를 퍼붓는 사람, 관망하는 사람.

다양한 모습만큼 정신없이 시끄러웠다.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이곳은 도떼기시장 같았다.

음머어어어어! 음머어어어!

"으아악!"

"엄마아아!"

"아아악!"

"괴, 괴물이 날 죽이네."

반반이가 긴 소리를 냈다.

몬야크들에게 달라붙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몬야크들에게 달라붙던 사람들은 반반이의 소리에 기겁을 하며 떨어졌다.

많은 사람이 오줌을 지리는 것 같았다.

오줌까지는 지리지 않더라도 뒤로 발라당 넘어지며 벌벌 떨었다.

그 과정에서 어딘가에 부딪치고는 죽겠다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들의 행동은 생각도 하지 않고 몬야크와 월평으로만 불만의 화살을 돌렸다.

<아우! 지긋지긋해. 어쩔 때는 정말···.>

나호가 뒷말을 삼켰다.

하지만 나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꼬물!

^저러면 못써요! 그쵸?^

꼬물이가 애교를 부렸다.

속상한 내 마음을 풀어주려는 듯 뿌리로 하트를 만들어 열심히 흔들기도 하고 하트 사이로 화살을 쏴서 나를 맞히려는 시늉도 했다.

꼬물!

^노래 불러 줄까요?^

꼬물이가 푸른 씨앗을 살짝 들어보였다.

푸른 씨앗을 시스템에게 팔지 않고 꼬물이에게 주었을 때 꼬물이가 날마다 특급 애교를 부려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인 것 같았다.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대기실 입구에 이것저것 준비를 하는 꼬물이었다.

예전에는 그냥 뿌리로 온갖 모양을 만들며 애교를 부리더니 애교가 업그레이드 된 모양이었다.

꼬물이 앞으로 옮겨진 것은 각종 악기들이었다.

타악기와 현악기들이었다.

<설마 연주를 하려는 걸까?>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하려고만 하면 현악기나 타악기는 누구보다도 잘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꼬물이의 악기 연주를 들을 수 없었다.

누군가가 몬야크들에게 돌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정정당당하게 얼굴을 보이고 던진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 사이에 숨어서 작은 돌을 던진 것이었다.

이것은 분명 간을 보려는 것 같았다.

참을 수가 없었다.

벌떡 일어나서 돌을 던진 사람에게 다가가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이었다.

꼬물!

^아이들 생각해야지. 요람 세 개에 타고 있는 아이들이 적지 않아. 아이들이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하는 것도 좋지 않아.^

꼬물이는 생각보다 현명했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움직일 뻔 했지만 요람이 있는 한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적어도 아이들은 월평 안에 잘 들여보낸 후 이들을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군중 속에 숨어서 돌을 던지는 비겁함도 싫었다.

돌을 던진 사람은 자신을 완전히 숨겼다고 생각했겠지만 아니었다.

이미 쪼롱이가 그 사람 위에서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털 다 뽑아버려!"

쫑!

생각 같아서는 손을 못 쓰게 만들고 싶었지만 못된 생각을 한 머리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쪽! 쪼로록!

쪼롱이가 유난히 날카롭게 울며 돌을 던진 사람의 머리를 위를 빙빙 돌았다.

돌을 던진 사람이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든 순간!

찍!

쪼롱이의 배설물이 그대로 얼굴에 떨어졌다.

"으악! 이게 뭐야! 아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닦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의 머리에 내려앉더니 두 발 가득 머리를 쥐는 쪼롱이었다.

<이제 저 여자는 죽었다. 하필 머리가 길어서.>

머리가 짧은 남자라도 쪼롱이에게 걸린 순간 죽었다고 봐야했다.

그런데 머리까지 긴 여자였다.

그냥 머리를 잡고 당겨도 아플 텐데 쪼롱이는 머리가 발에서 절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 번 감기까지 했다.

그렇게 잡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채 1초도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긴 머리카락을 야무지게 잡은 쪼롱이가 그대로 날아올랐다.

"아아악! 아악! 이, 이게 뭐야! 아아악!"

얼굴에 새똥을 맞은 여자가 당황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상태에서 쪼롱이를 떼어내려고 손을 머리위로 올렸다.

하지만 그 행동은 화를 불러들이는 행동에 지나지 않았다.

쪼롱이의 두 발은 여자의 머리를 잡고 있었지만 부리는 놀고 있었다.

부리도 발톱 못지않게 날카로운 쪼롱이었다.

그런 쪼롱이의 부리가 뻗어오는 손을 그냥 둘 리 없었다.

쪽! 쪽!

높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여자의 손을 쪼는 순간 손등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내 손에 놓인 음식을 받아먹을 때는 부드럽게 느껴지는 쪼롱이의 부리이지만 공격할 때는 전혀 달랐다.

숨겨둔 발톱을 드러낸 것처럼 부리에 살기가 도는 것이었다.

그런 부리 공격을 받으면 멀쩡할 것이 드물었다.

몬스터의 단단한 가죽도 뚫는 발톱이고 부리였다.

여리디 여린 여자의 손등이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악! 악! 아아아!"

여자가 고통스러워하며 재빨리 손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여자의 양 손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아악! 악!"

한 번 공격을 받아서 손을 내렸으면 다시 들어 올리지 않아야 하는데 여자는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쪼롱이를 잡아 응징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였다.

"아악! 악! 누가, 누가 좀 도와줘요! 아악!"

여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누구도 여자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사냥조에게 공격을 받고 있는 사람은 여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여자가 몬야크에게 돌을 던지자 너도 나도 돌을 던진 것이었다.

처음이 어렵지 누군가가 시작하면 그 이후로는 어렵지 않은 법이었다.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사람들은 당당하게 돌을 던졌고, 누군가는 괴물이라며 소리까지 지르며 돌을 던졌다.

그리고 돌을 던진 사람에게는 어김없이 사냥조가 날아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생각 같아서는 입술도 쥐어 뜯어버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은 것이었다.

"아악! 악! 아악!"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높아지자 아이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대변혁의 순간이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아비규환의 난리판에서 부모와 형제를 잃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리도록 놔둘 수 없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몸을 날렸다.

앞서 가고 있는 몬야크 등으로 이동을 한 것이었다.

"어? 강 팀장!"

"먼저 가겠습니다."

두 번째 몬야크의 등에 타고 계시던 어르신이 아는 체를 하셨다.

자신 이 탄 몬야크로 내가 이동을 해 오자 반가우신 모양이었다.

주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행태 때문에 살짝 불안하셨던 것 같았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어르신의 대답을 듣지 않고 그대로 몬야크의 등을 밟고 이동해서 다시 몬야크의 어깨에서 앞의 몬야크로 옮겨갔다.

음머!

내가 자신의 등을 밟자 반반이가 반가운 인사를 했다.

반반이는 이제 막 월평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내가 자신의 등을 밟고 머리 쪽으로 이동해오자 고개를 숙여주어 내가 내려서기 쉽도록 도와주었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훌쩍 뛰어내렸겠지만 아이들이 있으니 반반이가 유도하는 대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대한아! 이것은 다 뭐니?"

어머니께서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이셨다.

처음 보는 요람이 신기해 보이셨던 것 같았다.

"아이들이에요. 애들 좀 봐주세요."

내 목소리에서 다급함을 느끼셨을 것이다.

"알았다."

어머니께서 대답을 하시는 것과 동시에 덩굴 식물들이 요람을 해체했다.

아이들이 상하지 않도록 요람이 바닥에 완전히 닿은 채였다.

하지만 그 동작은 무척이나 빠르고 정확했다.

소환 식물이 완전히 대기실로 돌아가자 바닥에 남은 것은 아이들과 가죽들뿐이었다.

"허억!"

놀라서 숨을 들이키는 사람도 있었지만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다녀올게요."

어머니의 대답을 듣지 않고 바로 장벽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훌쩍 두 번째로 장벽을 넘고 있는 몬야크의 등으로 올라섰다.

그 상태로 조금 전처럼 몬야크의 등을 밟고 뒤쪽으로 이동했다.

사람들의 패악이 가장 뒤쪽의 몬야크 주변에서 가장 심했기 때문이었다.

음머어어어!

가장 뒤에서 월평을 향해 걸음을 옮기던 반야가 반가운 내색을 했다.

"괜찮습니까?"

"예. 이 소가 우는 소리를 내면 사람들이 접근을 하지 못했습니다."

"저 사람들이 돌을 던졌습니다. 새들에게 응징을 당했지만요."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렇게 하지 못할 겁니다."

사람들을 안정시키고 이동 속도를 조금 빨리 하자고 반반이에게 말했다.

소환수이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지 않아도 말을 전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내 말을 들은 반반이가 몬야크들을 재촉했다.

확실히 몬야크들의 동작이 빨라지며 월평 안으로 몬야크들이 들어갔다.

"우리도 들여보내 주세요. 밖은 너무 위험합니다. 아이들이 특히 위험합니다."

여자 한 명이 아이를 들어 보이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 구하기 위해 여자가 선택한 방법인 것 같지만 좋은 방법은 절대 아니었다.

<아니! 미쳤나? 지금 새들이 사람을 공격하고 있고, 이렇게 덩치가 큰 몬야크가 주위에 있는데 아이를 들어 올려? 아이를 정말 구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아이를 빌미로 월평으로 들어오고 싶은 거야?>

"아앙! 어, 엄마! 무서워어어어! 어엉!"

엄마가 갑자기 자신을 들어 올려 앞으로 내밀자 아이가 자지러졌다.

자칫 아이를 떨어뜨릴 것도 같았다.

정말 생각이라는 것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냥조와 몬야크가 아이를 공격할 리 없다고는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주변이 정신이 없었다.

사냥조에게 머리가 뜯기고 있는 사람들!

어떻게든 몬야크에게 매달려서 장벽을 넘어보려는 사람들!

갑작스러운 상황에 소리를 지르고 울부짖는 사람들!

밟히고 밀쳐져서 다치는 사람들까지···.

무혈입성을 꿈꿨지만 아비규환이 펼쳐지고 있었다.

입 안 가득 쓴 맛이 감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있으면 사람들이 더 다칠 수도 있겠다."

<어떻게 하려고?>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자칫 상하는 사람이 생길 것 같아 끝까지 참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반반아! 내가 신호하면 살기를 담아서 한 번만 울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음머!

"모두 귀를 막으십시오."

목소리를 마나를 실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일행이 된 사람들은 함께한 지 3일째였지만 귀를 막으라는 내 말에 재깍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이 목소리는 장벽 안의 분들도 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꾸루를 통해 확인하니 장벽 인근에 서 있는 사람들이 귀를 막고 있었다.

"반반아!"

음머어어어어어어어어!

몬야크의 수장인 반반이가 살기를 실어서 긴 소리로 울었다.

각성자인 내 피부도 따끔거릴 정도의 살기가 느껴졌다.

각성 예외자나 미각성자들은 견디기 힘든 살기였을 것이다.

반반이의 울음이 시작되는 순간 세상이 일순 침묵에 잠기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벌벌 떨기만 했다.

거품을 무는 사람도 있고, 똥오줌을 지리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이 죽을 정도로 살기를 내뿜은 것은 아니니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꾸!

꾸루가 정찰 정보를 하나 전해주었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이쪽으로 향하던 몬스터들이 반반이의 소리를 듣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달아났다는 것이었다.

"잘 됐네. 몬스터의 종류는 어떻게 돼?"

꾸!

^주로 몬들개와 몬고양이, 던전쥐! 사냥조만으로도 처리 가능할 것 같대요.^

꼬물이가 꾸루의 말을 통역해서 바닥에 써주었다.

한꺼번에 여러 뿌리를 이용해서 글을 쓰기 때문에 꼬물이를 통한 대화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고생했어."

꼬물이와 꾸루 모두에게 이야기를 하고 주위를 살폈다.

조용하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이제 정말 장벽만 넘어가면 무사귀환이었다.

그런데 그 때였다.

"아니! 저 사람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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