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12화 (212/350)

212. 특별히···.

밥을 먹으면서 보니 다른 사람들은 다 표정이 좋은데 은실 엄마만 표정이 어두웠다.

성연이를 바짝 당겨 앉힌 것도 심상치 않아 보였다.

성연이를 어미 닭이 병아리를 지키듯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심리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 보이기도 했다.

'저 여자 때문인 것 같은데···?'

유심히 보니 은실 엄마의 눈이 한 번씩 향하는 곳이 있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였는데 성공한 여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뭐야? 저 여자는 모르는 것 같은데 은실 엄마는 아는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은실 엄마의 눈총을 받는 여자는 은실 엄마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매우 사교적인 사람 같았다.

[띠링! 강대한 님! 조제법에 관한 상품들이 입고 됐습니다.]

언제든 상품이 입고되면 말해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소식을 전해온 것이었다.

'독도도 있는 거지?'

[저희가 부르는 명칭과는 다르지만 있습니다.]

'그 조제법은 스킬인 거야?'

[일종의 스킬입니다.]

'일종의 스킬이라니?'

[스킬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정확하게는 스킬은 아닙니다.]

'크게 상관은 없지. 몇 개나 있는 거야?'

[독도 조제법은 열 개가 있습니다.]

'열 개? 열 개면 살만하네. 좋아. 사도록 할게. 얼마야?'

만만치 않은 마나를 달라고 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비싸도 사야하는 것이었다.

[강대한 님께서 구매하시려고 하는 조제법은 매우 특별한 것입니다. 그래서 금액도 무척 특별합니다.]

<또 무슨 장난을 하려고?>

나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장난이 아니고 정당한 가격입니다. 수요와 공급을 생각한 합리적인 금액이고, 경제학에서 이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입니다.]

시스템이 나름 열심히 설명했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비싸다는 것이었다.

<염병! 경제학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세상이 이렇게 변했는데 경제학이라는 말이 나와?>

나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니까 얼만데?'

[첫 번째 조제법은 천 마나입니다.]

<천 마나면 괜찮네? 히든 스킬 중에는 천 마나 이상 하는 것도 많잖아?>

조금 전 화를 냈으면서 천 마나라는 소리에 금세 얼굴이 풀리는 나호였다.

'문제는 첫 번째가 천 마나라는 거야. 두 번째도 천 마나라고는 하지 않았어.'

<아! 수요와 공급을 들먹였으니 단계가 올라갈수록 비싸진다는 말이야?>

'그렇지.'

<염병! 이럴 줄 알았어.>

나호가 씩씩거렸다.

"대한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니?"

"죄송해요. 경비를 서고 있던데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거예요?"

"미리 이야기 했던 대로 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더 많아야 할 것 같아. 초소도 더 만들고."

"그래야죠."

처음부터 장벽 위쪽을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게 만들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까지 만들지는 못했다.

지금부터 안쪽을 쌓아올려 장벽 위를 걸으면서 보초를 설 수 있게 만들고 장벽의 높이도 더 높일 생각이다.

각종 팀도 만들어야 하지만 그 전에 사람을 거르는 것이 먼저였다.

"여기 있는 사람을 다 데리고 갈 수는 없어요."

세 분만 들을 수 있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이미 들인 사람 중 일부를 내쫓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으신 것이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었다.

사람을 들이는 일은 늘 신중해야 했다.

"생각보다 반발이 클 텐데?"

"나가라면 나가야죠. 여긴 개인 소유에요."

"그렇기는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미리 이야기가 됐는데도 아버지께서는 머뭇거리셨다.

각성자가 되지 못한 자신과 동일시하는 것인지···.

"아버지···."

"알고 있다. 해야지. 병균을 안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언제 할 생각이냐? 내보내더라도 밤은 이곳에서 보내게 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에궁! 우리 아버지! 저런 마음이니 각성 예외자가 되신 거야. 원리원칙은 엄청 따지시면서 이상하게 저러시더라.>

강한 듯 하지만 여린 분이 아버지셨다.

자신이 세운 원칙을 차라리 끝까지 고수하면 좋은데 꼭 정(情)에 허물어졌다.

"제 생각은 달라요. 차라리 밤에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잠들면요."

아이들이라는 말에 세 분이 바로 수긍을 하셨다.

마을에서 나가야 한다고 하면 곱게 나갈 사람은 없었다.

그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하룻밤이라도 더 머물면 더 나가지 않으려고 할 것이 뻔했다.

"돌봄 집을 가장 안쪽에 배치한 것이 참으로 잘한 일이구나."

우리 마을에는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돌봄 집에서 생활하게 할 생각이다.

그곳에는 부모를 잃은 아이와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이 함께 입주하게 될 것이다.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일손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지금 당장은 모르지만 마나로 세상이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어지간한 사람은 단 1마나라도 스스로 벌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을이 유지되기 어렵다.

전생에 공동체가 성장하기 어려웠던 이유도 마나 때문이었다.

함께 생활하되 서로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했다.

"파악은 다 되었죠?"

"그렇지. 이미 다 됐다."

마을을 비우기 전 큰아버지께 부탁한 일이었다.

지금 마을에 있는 사람들의 전직과 잘하는 것, 하고 싶은 일 등을 파악한 것이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팀을 꾸릴 생각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한희준 씨가 우리가 앉은 식탁으로 다가왔다.

"죄송한데···. 혹시 집에 좀 다녀올 수 있을까요?"

"예?"

너무도 당혹스러운 질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안에만 있어서 밖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나? 집사가 너무 던전을 열지 않아서 이 사람들이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아.>

"하룻밤만 자고 간다고 생각해서 반려견을 데리고 오지 않았습니다. 이것저것 가지고 와야 할 것도 많고. 아버지 병원에서 의료용품도 챙겨왔으면 좋겠고···."

"지금 밖은 너무 위험합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죠?"

"당장은 안 됩니다."

"벌써 3일째여서 우리 '뽀뽀'가 잘 있을지···."

한희준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이었다.

"살아서 집이나 병원까지 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곳은 안전하지만 밖은 장난이 아닙니다. 여기로 몬스터가가 몰리지 않는 이유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의약품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병원에 연말에 구입하면 저렴하다고 해서 구입해둔 의약품도 많습니다. 어떤 것은 1년치를 미리 구입하기도 해서···."

강아지도 강아지지만 의약품이라는 말에 마음이 달라졌다.

"제가 밤늦게 찾아가겠습니다. 그때 이야기하시죠."

"아! 감사합니다."

한희준은 눈치가 빨랐다.

더 목소리를 낮추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한희준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지 한희준의 부모님 얼굴도 활짝 피는 것이 보였다.

<집사 이따 나갔다 오려고?>

'어! 순천에는 한 번 다녀와도 좋을 것 같아. 가고 싶은 던전도 있고.'

<열렸다는 보장이 없잖아?>

'아니면 다음에 다시 가도 되지. 반반이 타고 가면 금방이야. 의약품이면 나갔다 올만도 해. 가장 부족한 것이 의약품이니까.'

반반이를 타고가면 화순에서 순천은 금방 다녀올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몬야크를 탈 것으로 이용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주 유용한 쓰임이었다.

[띠링! 강대한 님! 구매하시겠습니까?]

잠시 다른 일에 신경이 팔려있자 주의를 환기시키는 시스템이었다.

시스템은 구매를 서두르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차근히 따져보고 구매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쇼핑 가이드, 쇼이의 도움을 받아보고 구매할게.'

[이 제품은 제게 구입하든 쇼이를 통해 구입하든 차이가 없습니다.]

<차이는 없더라도 얻을 수 있는 정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잖아. 너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아. 아무래도 수상해.>

정확한 표현이었다.

조제법을 파는 시스템은 뭔가 수상했다.

전체 금액도 알려주지 않고 말이다.

"다 먹었으니 저부터 일어나볼게요. 아이들 재우고 어른들은 열 시에 회관으로 모이게 해주세요."

"알겠다."

<집사! 부모와 자식을 떼어놓지는 않을 거지?>

별 걱정을 다 하는 나호였다.

대답할 필요도 없는 질문인 것 같아서 굳이 대답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고. 이제야 좀 살겠다. 이제 이곳이 정말 고향 같네."

<집사! 의정부에 있는 집은 어떻게 할 거야?>

"지금은 모르지만 서울에 자주 왔다 갔다 하게 될 거야. 그때 머물 곳이 필요하잖아. 그때 거길 이용하면 되지."

<그럴 용도라면 집이 두 채나 필요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집을 잃은 사람도 많으니까···.>

"그냥 주자고?"

<미쳤어? 호구되는 것은 나도 싫어. 집사가 호구되려고 하면 내가 막지. 월세 내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마나도 벌고. 헤헤.>

"나중에는 모르는데 지금은 싫어. 출입구 관리도 머리 아프고."

의정부에 있는 집은 옆집을 사면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문을 하나 더 달아두었다.

20년 후에까지 없어지지 않을 집이니 투자라고 생각하고 방비를 제대로 해둔 것이었다.

"독도 조제법부터 완성하자. 쇼이!"

[반갑습니다. 강대한 님의 쇼핑 도우미, 쇼이입니다.]

"반가워. 독도 조제법이 열 개 있다고 하는데 금액 좀 알려줘."

['독도 조제법'이라는 명칭의 상품은 없습니다.]

"가슴 통증과 입 냄새를 제거할 수 있는 약 말이야. 마나홀과 마나통이 생성되면서 생긴 병!"

[아!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잠시 후 쇼이가 돌아왔다.

그리고 쇼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호와 나는 뒤로 넘어갈 뻔했다.

"뭐라고? 열 개를 모두 사야 완벽한 조제법이 된다고?"

[그렇습니다. 지금 강대한 님께서 만드시는 것은 입 냄새만 완벽히 제거됩니다. 가슴 통증까지 없애려면 조제법이 필요하죠.]

<그건 알고 있었어. 그런데 조제법의 단계가 올라갈수록 가슴 통증을 점점 줄인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왜 전생에 미우라가 이 조제법을 모두 구매한 후 정보를 공개했는지 알 것 같았다.

"차근차근 사야겠지?"

단계가 있는 상품은 아래 단계의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상위 단계의 상품을 구매할 수 없었다.

[그렇습니다.]

"첫 번째 상품을 구매하면 얼마나 통증을 줄일 수 있지?"

[10%입니다.]

"마지막까지 모두 구매한다고 해서 100%가 되는 것은 아니지?"

[그렇습니다. 모두 구매하시면 80% 줄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낮네? 나는 9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생에 외국으로 팔려나가는 것은 거의 완벽하게 통증을 줄인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 정도만 줄어도 살만했겠지. 안 그래?"

<그럼 미우라 놈이 우리나라에는 10%물건만 풀었나?>

"그랬을 가능성이 높지. 가격은 더 비싸게 받으면서 말이야. 이거 모두 산다면 가격이 어떻게 되지?"

[이게 좀 복잡합니다. 구매방법에 따라 금액 차이가 큽니다.]

하나씩 단계별로 구매할 때와 일괄 구매하는 금액도 다르고, 사는 시기에 따라서도 금액 차이가 있다고 했다.

"지금 다 산다면 얼마야?"

[지금 모두 구매하실 수는 없으실 겁니다. 천만 마나가 넘어가니까요.]

"뭐? 얼마라고? 천만 마나?"

<천만 마나? 그렇게 비싼 물건이 있다고?>

[더 비싼 것도 있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마나가 십만에 육박했다.

엄청난 마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새 발에 피였다.

"정확하게 얼마야? 알기라도 해야지."

[지금 이 순간 구매를 하신다면 총 천오백만 마나에 구매하실 수 있으십니다.]

천오백만 마나!

생각도 해보지 않은 마나였다.

[현재 강대한 님께서 가지고 계신 마나로는 두 번째 조제법까지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만천 마나에 20%까지 조절이 가능합니다.]

"두 단계까지 사면 20%안에서는 조절이 가능하다는 거야? 고정이 된 것이 아니고?"

[그렇습니다. 만드는 약에 마나를 불어넣기 때문에 조절이 가능합니다.]

조제법도 어마어마한 가격을 주고 사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약을 만들 때도 다시 마나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우라 놈이 우리나라에 파는 물건에 마나를 불어넣기 싫었을 법 했다.

"내가 두 단계를 샀어. 다른 누군가가 세 번째 단계를 사면 어떻게 돼?"

<맞아. 단계가 있는 제품이니까 무용지물이 되는 건가?>

[아닙니다. 세 번째 단계는 기존보다 10% 상승합니다. 그러니 세 번째를 사는 사람은 10%인 제품만 만들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생각 같아서는 조제법을 모조리 구매하고 싶지만 지금 가진 마나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띠링하는 소리와 함께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띠링! 독도 조제법을 모두 구매하실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뭔데?"

이런 사실을 만해주지 않은 시스템이라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대출을 통해 구매하시는 방법과 제품 당 일정 마나를 지불하시는 방법입니다.]

"일종의 로열티를 받겠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비싸게 책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너희 말은 믿을 수가 없어. 하나씩 사도 문제될 것도 없을 것 같고. 그치?>

"그렇지. 다른 사람이 똑같은 제품을 만든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지."

솔직히 속은 쓰릴 것 같지만 그렇다고 장기적으로 손해가 나는 계약을 맺을 수도 없었다.

[지금은 천오백만 마나이지만 나중에는 더 비싸집니다. 로열티 지급이 싫으시면 대출은 어떠십니까?]

"천오백만 마나를 대출하라고? 미쳤어? 엄청난 이자를 받아갈 거잖아? 지난번 빌린 2만 마나도 엄청난데. 당장 그런 약을 팔아도 살 사람도 많지 않아."

[띠링! 선점(先占)의 위력이라는 것이 있는 법입니다. 이 제품은 내일만 되도 더 비싸집니다. 이건 확실한 것입니다.]

"그럼 전생에 미우라는 도대체 얼마에 샀다는 거야?"

[모두 구입하는데 5억 마나 이상을 지불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집념의 미우라구나. 그런 마나를 모았다는 것도 그렇고 끝까지 구매했다는 것도 그렇고.>

미우라 놈이 은근히 무서운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집요한 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최소 1억 마나 이상은 들겠네?"

[그렇습니다. 올해 안에 모두 구입하시면 1억 마나 정도 투자하셔야 합니다.]

"만약 대출을 하면 상환기일은 언제로 해줄 건데? 그리고 이자는?"

어마어마한 이자를 요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대출이 달갑지는 않지만 알아보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강대한 님께서는 특별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시고, 지금까지 최고의 매출을 올려주신 분이니 특별히······.]

조금 미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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