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13화 (213/350)

213. 조금 미룰까요?

[···특별히···.]

여기까지 말을 한 시스템이 말이 없었다.

고민을 하는 것도 같고 회의를 하는 것도 같았다.

<왜 이리 시간을 끌어? 미리 이야기가 되지도 않았으면서 우리에게 조제법이 입고됐다는 말을 했던 거야? 답답하네.>

나호가 긴장이 되는지 앞발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쇼이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시스템이 잠시 말이 없는 사이 쇼이가 말했다.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는 것이 조금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좋아. 뭐든 말해도 돼."

[그럼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잘 아시는 것 같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싸지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마나통이 대표적인 것이죠.]

"그렇지. 세상이 바뀌었으니 날로 비싸질 거야."

[그런 물건들은 가능하시면 최대한 빨리 구매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정도는 우리도 알지. 이자와 여러 조건이 적당해야 사는 거지. 하지만 빚은 최대한 지지 않는 것이 좋아. 특히 시스템의 이자는 무시무시하잖아.>

[독도 조제법의 경우에는 마나통보다 훨씬 빠르게 가격이 상승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상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찾아볼 수도 있는 상품이죠. 특히 한국에서 다른 구매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게임에 능한 민족이니 경계하라는 말이기도 했다.

사실 전생에 미우라가 그렇게 방해를 해도 우리 민족은 꿋꿋이 성장하고 쉽게 포기하지도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미우라의 성장에 보탬이 됐지만 말이다.

<한국인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좋은 사람도 있겠지만 강대한 님과 생각이 다른 사람도 차고 넘칩니다. 미리 대비를 하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도를 쥐고 계시면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겁니다.]

이런 일에 경쟁자를 두지 말라는 말이었다.

똑같은 제품을 가지고 있다면 친구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우리 국민의 마나통 수호에 노력했던 만큼 경계도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쇼이 말이 맞기는 하지. 적은 의외로 내부에 있을 수 있으니까. 전생에 비해 재앙이 적었던 것이 좋은 점이 되기도 하지만 집사에게는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지.>

"이미 예상했던 거야."

거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시스템의 음성이 들렸다.

[띠링!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먼저 부수적인 것부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자잘한 것부터 팔아치우겠다는 거지?>

나호가 살짝 비아냥거렸다.

[독도제조법만 구매하시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독도 제조법은 반드시 '마나 부여'스킬이 필요합니다.]

"그건 당연히 히든 스킬이겠지?"

[그렇습니다. 히든 스킬입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까 맹점이 있는 것 같아. 마나 부여도 F급부터 시작할 거잖아?"

[그렇습니다.]

"통증을 80% 줄일 수 있는 조제법을 구매한다고 해도 마나 부여스킬이 F급이라면 당장은 80%짜리 치료약은 만들 수 없잖아?"

<맞네. 그것을 놓치고 있었네. 가슴 통증은 마나부여에 따라 달라지니까. 중요한 것을 놓칠 뻔했네. 엄청나게 비싼 것을 사고도 몇 년간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처럼 속상한 일이 어디에 있겠어?>

[그래서 저희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나 부여 스킬을 바로 업그레이드 시켜드리겠습니다. 단 D급까지이고, D급까지 성장하면 30% 경감시키는 약은 바로 만드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손해인데?"

<아무리 좋은 것도 미리 사두고 쓰지 못하면 손해야.>

[그래서 저희가 이자를 대폭 줄여주기로 했습니다.]

<그래봤자 날마다 1마나씩 상승하는 거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이자를 1마나부터 시작하게 해드리겠습니다.]

1마나부터 시작한다면 어떻게 보면 부담이 많지는 않았다.

"이건 무이자가 없는 거지?"

[생애 첫 대출에 따른 혜택은 이미 받으셨습니다.]

시스템이 나에게 특별히 친절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시스템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시스템은 결코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지난번 2만 마나를 대출해주면서 생애 첫 대출로 만기일까지는 무이자로 해주었다.

그때 분명히 말했었다.

이런 혜택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그 이후 시스템과 훨씬 돈독한 사이가 됐지만 거래에 있어서는 무서울 정도로 철저하게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상환기일이 지나면 이자가 대폭 늘어나겠지?"

[당연합니다. 상환기일까지는 1마나부터 시작하는 이자를 내시면 되지만 연체가 되시면 그때부터는 이자가 대폭 상승합니다.]

"연체가 되면 첫 날 이자가 얼만데?"

[첫날 이자는 그 전날의 약 50배가 될 것입니다.]

<어억! 오십 배? 오십 배라고 했어?>

[그렇습니다. 대신 상환기일이 도달하기 전까지는 첫날 1마나를 시작으로 날마다 1마나씩 상승하는 이자를 지급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엄청 저렴한 겁니다.]

천만 마나이상을 대출하는데 시스템에게 첫 날 이자가 1마나라면 저렴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상환기일이 지나고 난 후에는 50배가 상승한다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상환기일은 언제인데?"

[강대한 님의 성장 속도를 고려해서 충분히 갚을 수 있는 기간을 산정한 것입니다. 올해 12월 31일까지 갚으시면 됩니다.]

"천만 마나가 넘는데 올해 말까지 갚으라고?"

[충분히 가능합니다. 오늘 대출하셔서 이자로 오늘 1마나를 지불하시면 12월 31일에는 363마나를 지불하시게 될 것입니다. 2031년 1월 1일은 연체가 되어 364곱하기 50에 해당하는 18,200마나를 지불하시게 됩니다.]

<1월 2일에는 18,201마나를 지불해야 하고?>

[아닙니다. 365곱하기 50에 해당하는 18,250마나를 지급하셔야 합니다.]

억 소리가 나는 이자였다.

뮤! 뮤! 뮤!

^시스템과 마나 대출 거래를 하면 패가망신 순간이다. 한 번 빚의 굴레에 빠지면 빠져나올 수 없다. 신중해라! 집사!^

언제 왔는지 도뮤가 대기실의 입구에 서서 걱정을 드러냈다.

시스템과 대출 거래 경험이 있는 도뮤는 시스템의 이자 방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살인적인 이자네."

[상환기일동안은 그 어떤 곳보다 저렴한 이자입니다. 80%인 약을 바로 만들 수 있었다면 첫 이자로 1만 마나를 제시했을 겁니다. 세계로 팔려나갔을 테니 1만 마나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은 외국과의 소통이 쉽지도 않아."

[강대한 님이라면 가능하시죠.]

<저런 것까지 감안한 거야? 정말 무섭다. 빨리 외국과 소통하고 살라는 말이네? 하긴 그래야 워프 게이트 이용료도 받을 수 있을 거고. 여러모로 시스템에게는 이득이 많겠네.>

"독도 조제법으로 너희가 얻을 수 있는 것도 상당하구만. 좀 싸게 파는 것은 어때?"

[강대한 님께서 얻으실 수 있는 이득에 비하면 저희는 새 발의 피입니다.]

"그래서? 마나부여는 얼만데?"

[D급 스킬로 1만 마나에 모시겠습니다.]

1만 마나면 엄청 뻥튀기 된 가격이었다.

아무리 히든 상품이라고 해도 D급까지 성장할 때까지 이렇게 많은 마나는 들지 않았다.

나호가 따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D급까지 성장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을 절약하니 1만 마나면 싼 것입니다.]

할 말 없게 만드는 시스템이었다.

"좋아. 대출부터 듣고 생각할게. 얼마를 대출해줄 거야?"

[강대한 님의 성장과 보유하신 던전의 개수를 고려해서 이천만 마나까지는 대출이 가능합니다.]

도뮤가 대기실 입구에서 넘어졌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마나였던 것이다.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던전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는 대출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건은 얼마나 팔 건데?"

[당장은 30%까지만 만들어내실 수 있으니 특별히 조금 더 할인을 했습니다. 1천4백5십만 마나에 팔겠습니다.]

<겨우 5십만 마나 싸게 해주면서 생색은 엄청 내네.>

오십만 마나면 지금까지 가져보지도 못한 마나였다.

지금까지 내가 가져본 최고 마나는 현재 가지고 있는 마나인데 이것도 아직 십만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천만, 이천만 마나를 들어서인지 오십만 마나는 무척이나 적게 느껴졌다.

"조금 더 싸게 팔 수는 없어?"

[대출받은 금액을 바로 모두 사용하신다고 하면 조금 싸게 팔수도 있습니다.]

<와아아! 무섭다! 무서워. 오늘부터 바로 대출이자도 받을 거면서.>

"그 말은 이천만 마나를 대출해주겠다는 말이네?"

[그렇습니다. 강대한 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던전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빌려드릴 수 있죠.]

"던전을 담보로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저희는 신용거래를 원칙으로 합니다.]

뮤! 뮤! 뮤!

^그럼 나에게는 왜 담보를 받은 건데? 너희 웃기다! 빨리 못 갚는다고 집까지 줄였으면서!^

도뮤가 억울한 듯 항의를 했다.

하지만 시스템은 도뮤의 말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뮤! 뮤! 뮤!

^사람이나 도깨비나 이래서 가진 것이 많아야해. 가진 것 없는 우리에게는 대출해줄 때 따지는 것도 많더니만···. 흐흑! 억울해! 억울한 내 청춘!^

도뮤가 절규에 가까운 몸짓을 했다.

그 모습이 정말 애절해 보였다.

"나쁠 것 없지. 마나통을 사면 되니까."

[그럼 계약을 추진할까요?]

시스템의 목소리가 이렇게 경쾌했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하고 쇼이와도 꼼꼼하게 따져보았다.

너무 엄청난 금액의 거래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했던 것이다.

충분히 이야기를 하고 거래를 추진했다.

먼저 2천만 마나를 빌려서 독도 조제법 전체를 구매했다.

5십만 마나를 더 줄여서 1천4백만 마나에 구입한 것이었다.

그 결과 80%까지 가슴 통증을 줄일 수 있는 약을 확보하게 되었다.

남은 6백만 마나로는 모조리 마나통을 구매했다.

그리고 1만 마나를 들여서 '마나부여(D)'를 구매했다.

<이제 마나통 몇 개야?>

"15,342,424개!"

<엄청난 건데 왜 이리 적게 느껴지지? 갈수록 비싸져서 그러나? 이 정도 가지고 있으면 얼마나 마나가 들어오려나?>

"어제 오늘은 1만마나 이상 들어오는 것 같더라. 방금 산 것도 있으니 내일부터는 더 들어오겠지."

<마나통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매일 1만 마나면 괜찮기는 하다.>

방금 산 마나통은 전부 일본 놈 것으로 했으니 이제 내가 보유하고 있는 마나통 중 70%정도는 일본 놈들 것이었다.

이것을 굴리면 더 많은 마나가 들어오겠지만 우선은 그대로 두었다.

지금은 대변혁만으로도 일본은 힘겨울 것이기 때문이었다.

가장 많은 국민이 마나통을 떼어냈고, 비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집사! 이제 일본 놈들 봐주지 말고 쥐어짜야겠다. 그놈들도 당해 봐야지. 특히 미우라 놈!>

"처음으로 통증을 느끼는 순간은 내 눈앞이어야 해. 조만간에 다녀올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기다려야지. 전생에 우리 국민들의 마나통을 참 열심히 쥐어짰지. 그러고 참을성이 없는 민족이라고 비난했지.>

오션 28로 인한 가슴 통증은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느낀다고 생각했다.

마나통을 누군가가 쥐어짠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유독 통증에 대한 호소가 많은 우리 국민들을 향해 쏟아진 비난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제 그것을 일본이 당할 차례였다.

<흐흐흐! 집사! 나 너무 즐겁다. 어서 일본에 가면 좋겠다.>

"아무리 가고 싶어도 여기 정리는 하고 가야지."

<그렇지. 일의 선후는 중요하니까. 그래도 나 너무 좋아. 상상만 해도 즐거워. 십년 먹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아. 아니지? 십년이 아니라 이십 년? 아니 백 년 이상인가?>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맞아. 친일하던 놈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네. 썩을 놈들! 이제 슬슬 움직여야지?>

"그래야지. 그런데 도뮤는 왜 저러고 있어?"

뮤! 뮤! 뮤!

^계산하고 있다. 얼마나 잘 벌어야 이천만 마나를 갚을 수 있을지. 집사가 시스템의 노예가 되는 것은 싫으니까 열심히 황금 캐야겠다. 그럼 나는 던전에 가보겠다.^

도뮤가 축 쳐진 어깨로 대기실의 황금 던전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천만 마나를 짊어진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충분히 갚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빌릴 때는 다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삐끗하면 큰일 나는 거야. 우리도 조심하기는 해야 해.>

나호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고 있어. 그럼 슬슬 정리를 하러 가볼까?"

상태창에 2만 마나 대출이 기록될 때만 해도 숨이 턱 막혔는데 2천만 마나가 기록 되었는데도 덤덤했다.

너무 큰 마나여서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빚지는 것에 익숙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열 시가 되어서 이제 거를 사람들은 내보내야 할 때였다.

"항의가 좀 많을 것 같기는 하다."

아버지께서 회관 입구에서 서서 기다리시다가 나를 보자마자 하시는 말씀이었다.

"어쩔 수 없죠."

"원한이 쌓이게 해서 좋을 것은 없어.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내보내도록 하자꾸나."

"그런 방법이 있을까요?"

전생을 살아본 나는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은 결코 좋게 끝날 수 없었다.

"음식이나 모포라도 줘서 내보내면 어쩔까 싶은데?"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어떤 건지 잘 알고 있는데요. 그런다고 이곳을 나가려고 할까요? 우리가 어떤 준비를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인데···."

"그래도 너무 매정하게 굴면 민심을 잃을 수 있어. 그것도 생각해야지."

"이 사람들에게 음식과 모포를 줘서 보내면 밖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요? 그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그들도 요구를 할 거예요. 아버지! 그리고 아직은 자기들 힘으로 살 수 있어요. 저희가 저들을 도울 때는 정말 어려울 때에요."

아버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버지께서 의기소침해지는 것도 싫었다.

"저들은 모르고 있지만 충분히 도왔어요. 열심히 움직이지 않았다면···."

"알았다. 미안하다."

<에궁! 아버지께서 자꾸 왜 저러시는지 모르겠네. 중심을 잘 잡으셔야 하는데···.>

꼬물!

^가슴에 구멍이 뚫려서 그래요. 허전하고 허망하고···. 그런 감정들이 느껴져요.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

꼬물이는 생각보다 사람을 잘 봤다.

막상 대변혁이 시작되고 세상이 급변하니 미리 알고도 각성하지 못한 자신이 못나 보이고 그러면서도 그런 말을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 각성 예외자라도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해낼 수 있어요. 열심히 준비하셨잖아요."

"잘 해야지. 짐이 되지 않으려면."

"짐이 된다는 생각은 아예 버리세요. 아버지는 존재만으로도 제게 힘이 되니까요."

아버지께서 자꾸 눈을 피했다.

아무래도 내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버지의 마음 한 편이 닫혀버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뭐든 서둘러야 하는데···.

"선별하는 거 조금 미룰까요?"

합격! 불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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