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15화 (215/350)

215. 살인마 도둑년!

<은실 엄마와 이 여자 무슨 관계지? 은실 엄마 표정이 너무 좋지 않은데?>

50대 후반의 은실 엄마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은실 엄마는 계속 해서 이 여자를 의식하고 있었다.

그러다 여자가 심사를 받기 위해 단상에 오르자 표정이 확 굳어지며 긴장을 하는 것이었다.

성연이를 꼭 끌어안기까지 하는 것이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그러게. 알다가도 모르겠네. 저러다 쓰러질까 걱정되네.'

얼굴까지 허예지는 것이 쓰러질 것만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은실 엄마는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마치 이 심사를 잘 지켜보겠다고 다짐하는 사람 같았다.

뮤! 뮤! 뮤!

^이 여자 합격시키면 야무지게 일은 잘 할 거다. 그건 분명하다!^

도뮤가 먼저 여자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그런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

뭔가 찝찝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여자 문제 있어?'

그 사이 큰아버지께서 여자에게 질문했다.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까?"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후배가 이곳에 초대를 받았다고 해서 함께 왔습니다. 너무 좋은 곳이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자는 아주 야무지게 대답했다.

심사에 대한 긴장감은 전혀 보이지 않는 여자였다.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봉사자들 사이에서 평판도 좋습니다."

함께 심사를 보고 있는 황 관장님 말씀이었다.

전생에 길드장이었고, 현재는 우리 회사의 주방장이자 검도교관을 맡고 계시는 분이었다.

작은 목소리로 황 관장님께서 말씀하셨지만 그 소리를 들었는지 여자가 득의에 찬 미소를 지어보였다.

실패라는 것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묘하게 신경을 긁는 부분이 있었다.

은실 엄마 때문에 예민하게 생각해서 그런지···.

"후배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저기! '장경석'이라고···. 경석아!"

여자는 장경석이라는 청년을 참 다정하게 불렀다.

<친근하게 부르는 것은 확실한데 이건 뭐지? 가장된 친근 같아.>

장경석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여자를 다시 보았다.

'경석 형이랑 함께 온 거야?'

그 사이 경석 형이 쭈뼛거리며 단상으로 올라왔다.

<아이고! 저 형은 전생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네. 어찌 저리 소심한지···.>

장경석은 전생에 길드에서 함께 활동한 형이다.

전생의 힘든 시절을 동고동락하다시피 한 사람이기도 했다.

'저 형은 잊을 수가 없어.'

<회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어?'

<거짓말처럼 회귀했으니까 기억하지.>

힘든 시절 경석 형은 종종 회귀를 거론하곤 했었다.

다른 어떤 것으로도 인생을 바꿀 수 없는 세상이었으니 막연히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저 지나가듯 이야기를 한 반면에 경석 형은 종종 진지하게 회귀를 이야기했었다.

그만큼 경석 형의 현실이 힘겹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어? 분명 경석 형의 어머니와 함께 참석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두 장을 보냈는데 저 여자를 데리고 온 거야? 그럼 어머니는?'

<정말! 경석 형 홀어머니 모시고 살았는데?>

'미리 알아봤어야 했는데···.'

사실 경석 형은 파티에 참석하지 않은 줄 알았다.

31일 오후에 확인을 했을 때도 아직 화순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참석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잖아. 그리고 30일, 31일은 너무 바빴어. 하나하나 챙길 시간이 많지 않았지.>

'그래도 경석 형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여기에 참석한 것 자체를 후회하고 있을 것 같아. 형 성격에 당장 어머니께 간다고 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네.'

다른 누구보다도 경석 형을 확실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나와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경석형은 마나통을 잃은 홀어머니를 모시느라 고생이 많았다

그래도 나는 대변혁 초기에 큰아버지께서 계셔서 그나마 덜 힘이 들었지만 경석 형은 혼자서 다 감당을 해야 했다.

더구나 경석 형의 어머니가 다리가 불편해서 거동이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더 걱정이 많았는데···.

<경석 형 성격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게. 이해가 되지 않네.'

우리 회사 파티가 알려지자 누구나 참석하고 싶어 했다.

미리 안면을 터둔 사람도 있었지만 경석 형처럼 그러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안면을 터둔 것이 아닌데도 초대장을 받은 사람은 랜덤으로 초대장이 발송됐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은 대단한 행운을 잡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한참 베일에 싸여있는 월평에 들어와볼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철저하게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발송된 초대장이었는데 말이다.

큰아버지께서 초대장 발송 대장을 보시고 고개를 갸웃하셨다.

참석한다면 어머니와 함께 온다고 표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경석 씨! 어머니와 참석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예! 그랬어야 했는데···."

조금은 소심한 경석 형의 목소리가 더 기어들어갔다.

그동안 걱정으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함께 오신 분은요?"

"직장 상사입니다. 여긴 제가 아끼는 후배죠."

경석 형에게 한 질문인데도 여자가 냉큼 대답했다.

"저희 파티는 초대장을 받은 사람과 미리 알려온 동행자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참석이 불가능했습니다만."

큰아버지께서 에둘러서 말씀하셨지만 불청객이라는 말이었다.

여자의 얼굴에 불쾌감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여자는 재빨리 표정관리를 하고는 자신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저를 여기에 두시면 후회하시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는 아시죠? 그곳에서도 인정받고 있어요. 아이디어와 업무 추진력은 저를 따라올 사람이 없죠."

<저 여자는 뭐가 저렇게 당당한 거야? 경석 형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경석 형은 저 여자 때문에 어머니와 생이별을 한 거나 다름없는데?>

"장경석 씨가 먼저 동행을 청했습니까?"

"그것이 중요합니까? 여기에 누가 있고, 그 사람이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지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조직을 잘 이끌기 위해서는 인력의 배치가······."

여자는 큰아버지를 비롯한 심사관 전부를 가르치려고 들었다.

대기업에 다닌다는 여자의 눈에는 우리 월평이 만만해 보이고 주먹구구식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짜증나네. 꼬물아! 저 여자 어때? 나는 마음에 들지 않은데?'

뮤! 뮤! 뮤!

^저 여자 슬슬 본색이 나오기 시작했다. 악취가 난다. 잘 꾸미고 있었지만 악취가 나! 저런 여자는 절대로 안 된다.^

꼬물이에게 물었는데 도뮤가 먼저 대답하더니 뒤로 물러나기까지 했다.

여자의 기운이 자신에게 닿기라고 할까봐 질색을 하는 것 같은 몸짓이었다.

"장경석 씨!"

"아! 죄송합니다."

"장경석 씨도 같은 생각입니까?"

"아, 저는···. 엄마와···."

경석 형이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만 해도 울컥하는 것 같았다.

<전생에 경석 형 집도 무사하기는 했는데. 집에만 계시면 무사하시기는 할 것 같은데.>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외출이 불가능했어. 집안에서는 휠체어를 이용하시지만 밖으로 나가시려면 계단을 올라가셔야 하니까 나가시지는 않았을 거야.'

물론 이것은 우리 생각이었다.

경석 형이 얼마나 걱정을 하고 있는지는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여자는 태연하기만 했다.

그 순간 은실 엄마의 입이 오물거렸다.

분명 뭔가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어? 은실이라고 한 것 같은데?'

남보다 좋은 시력을 갖은 것은 물론이고 입모양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던전 같은 곳에서 말을 할 수 없을 때 입모양만으로 의사전달을 했던 경험 때문이었다.

<집사! 은실이를 죽인 년! 이라고 한 것 같지 않아?>

'그렇지? 잘못 봤나 했어. 이거 바로 세 분께 말씀드려야겠다.'

마을로 돌아오고 바로 세 분을 팀으로 묶어 두었기 때문에 심상으로 말씀을 드릴 수 있었다.

'평택에서 함께 온······. 저 여자와 관계된 것 같아요.'

심상으로 빠르게 세 분께 말씀을 전했다.

'정말? 멀쩡하게 생겼는데 세상 무섭구나.'

어머니께서 깜짝 놀라셨다.

여자의 정체를 안 이상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직 꼬물이가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뻔한 일이었다.

바로 탈락을 말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큰아버지께서 여자에게 질문을 했다.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본 적이 있습니까?"

"예?"

여자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고, 은실 엄마는 깜짝 놀라 번쩍 고개를 들었다.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죽을 만큼 힘들게 해본 적이 있냐고요?"

"그런 적 없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누군가를 힘들게 하면서도 그걸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꾸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어디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늘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어요."

여자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꼬물!

^최선을 다하기는 했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저 여자는 자기 자신밖에 몰라! 죄의식도 한참 기준 미달이야. 탈락시켜야겠다.^

<이번에는 왜 이리 시간이 걸렸어?>

꼬물!

^여기서 내쫓기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니까. 그런데 저 여자는 그런 고려를 해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자신이 너무 커서 남을 받아들일 공간이 없어.^

당당하고 멋있어 보이던 여자에게서 악취가 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도뮤가 말하는 영혼의 냄새라는 것이 정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합격이죠? 저 쪽으로 가면 되죠?"

여자는 당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큰아버지의 손짓은 반대편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서 서시기 바랍니다. 장경석 씨는 이쪽으로 서시고요."

경석 형은 합격, 여자는 탈락이었다.

"탈락이라는 말입니까? 여기서 나가라는 소리에요?"

"그렇습니다. 이곳은 악한 심성을 가진 사람은 두지 않습니다."

"뭐라고요? 당신이 나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선하니 악하니 따지는 거야? 나갈 수 없어! 나갈 수 없다고!"

조금 전까지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여자가 발악을 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은실 엄마 좀 봐.>

은실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교통법규 한 번 어긴 적 없는 내게! 이게 말이 돼? 말이 되냐고!"

"조용히 저쪽으로 가시죠."

"못가! 아니 안가! 납득이 되는 심사를 해야 할 거 아니야! 저기 시골 무지렁이들보다 내가 백배 천배 필요한 사람이라고!"

여자가 이미 합격한 사람들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계속 이러면 끌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애당초 초대받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남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란 말입니다. 장경석 씨 어머니에게 배당된 자리를 차고 앉아 있다고!"

큰아버지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참석여부를 확인했을 때 분명 참석한다면 어머니와 함께 오겠다고 답변했던 것이다.

경석 형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네가 말해봐! 말해보라고? 내가 강요했어? 강요했냐고? 말해보라고!"

여자가 경석 형을 다그쳤다.

아주 본색을 제대로 드러내는 여자였다.

"은실 씨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은실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여자가 우뚝 멈추어 섰다.

그리고 은실 엄마의 눈도 한 없이 커지고 있었다.

평택에서 함께 왔던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여기서 왜 그 덜 떨어진 년 이름이 나오는 거야? 왜?"

여자는 막나가기로 생각했는지 나오는 대로 뱉어내고 있었다.

꼬물!

^저년 도둑년이야! 도둑질을 아주 잘해. 아이디어 도둑질!^

꼬물이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 같았다.

"도둑년은 필요 없어! 넌 여기에서 나가게 될 거야."

참을 수 없어서 여자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어린놈이! 너 그 년이랑 아는 사이야? 애인 사이라도 됐던 거야? 융통성이 없는 년이라 애인 같은 것은 사귀지도 못했을 텐데?"

"도둑질 하니 좋던? 너 그렇게 승진했지? 도둑질로! 동료의 아이디어, 부하직원의 아이디어 빼앗고 괴롭혀서 쫓아내고···."

"어린놈이 뭘 안다고!"

여자의 손이 올라왔다.

하지만 여자의 손은 허공에서 멈춰야 했다.

살기를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벌벌 떨면서도 주저앉지 않고 살기를 버텨내고 있었다.

"죽이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알아! 너와 똑같은 사람 되기 싫어서 살려 보내는 거라고! 넌 살인자야! 알아?"

"아, 아니야! 아니라고! 다 그렇게 시작해! 나도 그랬다고!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자살하는 것들은 나약한 패배자일 뿐이야!"

이런 여자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 지금 징징거리는 것은 누굴까?"

"난, 난 아니야! 난 정당한 항의를 하는 것뿐이라고!"

"그만 징징거리고 꺼져! 살인마 도둑년아!"

가만두지 않을 거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