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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21화 (221/350)

221. 영역

막 부화한 경비 거위의 크기는 병아리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 사이로 뽀뽀가 달려 나가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뽀뽀야! 아니 쟤가 갑자기 왜···?"

희준 형이 당황하며 일어서더니 뽀뽀를 잡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쉽게 발을 내딛지 못했다.

천 개의 경비 거위 알이 파삭거리며 부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튀어나오듯이 나오는 경비 거위 새끼들이 바닥에 가득하니 발을 내딛기 조심스러운 것이었다.

"어어어···."

너무도 가볍게 경비 거위 사이를 오가는 뽀뽀와 달리 희준 형은 얼음이 되어 버렸다.

괙! 괙! 괙!

보비가 계속해서 소리를 내면서 막 부화한 경비 거위들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렸다.

멍! 멍! 멍!

그런데 뽀뽀가 보비의 흉내를 내며 새끼들 사이를 오가고 있는 것이었다.

보비의 심사가 편할 리 없었다.

하지만 당장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목청만 높일 뿐이었다.

괙! 괙! 꽤에엑!

누가 들어도 뽀뽀의 행동이 싫다는 표현이었지만 뽀뽀는 이 모든 것을 놀이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살랑살랑 꼬리까지 흔들며 거위들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점점 뽀뽀 뒤를 따르는 새끼의 수가 늘어나자 그것이 즐거운지 멍멍하는 소리에 힘이 차오르고 있었다.

<프하하하! 프하하! 그렇지! 뭐든 원하는 대로만 되면 무슨 재미야. 이런 변수가 있어야 재미지. 으하하!>

나호가 발라당 넘어지며 시원하게 웃어댔다.

꼬물!

^거위치기 개 탄생이요!^

<하하하! 양치기도 아니고 거위치기래! 하하하!>

나호가 배꼽을 잡고 있었지만 희준 형은 곧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뽀뽀가 저지른 일이 적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안 것이었다.

괙! 쾌애액! 쾌에에에엑!

멍! 멍! 머엉!

서로 많은 새끼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거위와 개였다.

"이거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 거냐?"

"그러게요. 재미있네요."

"저대로 둬도 되는 거야?"

"괜찮아요. 꼼짝 없이 희준 형은 여기서 눌러 사셔야겠네요. 뽀뽀가 거위치기를 해야 할 것 같으니까요."

"미안해서···."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보비가 다 돌보려면 힘들었을 거예요. 뽀뽀 물 싫어하지 않죠?"

"물이라면 환장하는 개야. 기력이 딸리는 요즘도 물놀이 하자고 조르거든.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모르는 거지. 그런데 지금은···."

늙은 개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뽀뽀였다.

경비 거위와 있으니 힘을 얻는 것 같았다.

"힘이 넘치는구나. 아이들도 좋아하겠어."

뽀뽀가 늙은 개라는 것을 어머니와 큰아버지께서는 눈치 채지 못했다.

꼬마가 지어준 약이 제대로 역할을 한 것 같았다.

꼬물!

^꼬마 최고!^

제 짝을 칭찬하는 꼬물이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거위 알의 부화는 참으로 놀라웠다.

마치 연쇄 반응을 하는 것처럼 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바삭! 바삭! 바사삭!

그만큼 보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었다.

쾌애애액! 쾌애애애액! 꽤애애액!

<목이 다 쉬겠네.>

어느 순간부터 뽀뽀는 더 이상 보비처럼 시끄럽지 짖지 않았다.

대신 작은 덩치를 이용해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부화한 거위에게 자신을 인지시키는 것이었다.

자신과 눈이 마주친 새끼 거위가 자기를 졸졸 따라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영리하네."

"영리하지. 천재견 정도는 아니지만 정말 똘똘한 녀석이거든."

희준 형은 뽀뽀를 칭찬하면서도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똑똑하면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개와 거위가 새끼들을 함께 돌보는 것도 좋잖아요. 상호 보완도 될 거고."

보비에 비하면 새끼들은 너무 작았다.

새끼들 입장에서는 뽀뽀에게 더 친근함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지막 부화다! 마지막 새끼도 뽀뽀 차지가 됐네. 어? 저기 봐. 뽀뽀가 보비에게 가고 있어.>

보비가 멈추어 있자 옆으로 가서는 털썩 주저앉는 뽀뽀였다.

열심히 달렸으니 지칠 만도 했다.

괘에엑!

멍!

보비도 그대로 바닥에 앉았다.

보비가 바닥에 앉자 뽀뽀가 보비의 품으로 파고들더니 얼굴만 쏙 내밀었다.

"사랑스럽네."

둘 주위로 새끼들이 가득했다.

뽀뽀가 자신의 품으로 파고들자 그제야 안심을 하는 보비였다.

"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외로웠을 거야. 부모님도 바쁘고 나도 객지에 있는 시간이 많았거든, 더 돌볼 여력이 없어서 친구도 만들어 주지 못했고···. 녀석 행복해 보이네."

희준 형이 보비 품에 안긴 뽀뽀를 보며 하는 말이었다.

보비 품에 안긴 뽀뽀는 희준 형에게 안겼을 때만큼이나 편안해 보였다.

"어? 천 마리가 모두 부화한 것 같아"

경비 거위의 알은 던전 밖으로 나오면 부화율이 50%정도였다.

그런데 우리가 가지고 온 알은 100% 부화한 것 같았다.

<집사! 정말 모두 부화한 것 같은데?>

나호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알을 유심히 살폈다.

내 주위로 10미터 안에 있는 알을 모두 살피고 오더니 확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문제 있니?"

"좋은 일이에요. 원래 절반 정도만 부화에 성공하는데 모두 부화에 성공했네요."

뮤! 뮤! 뮤!

^우리가 도와줘서 그렇다! 도깨비의 힘이다!^

도뮤가 어깨를 들썩이며 자신들의 힘임을 강조했다.

꼬물!

꼬물이는 푸른 씨앗을 들어보였다.

"어떤 힘이 작용했든 좋은 일이죠. 식구가 늘어나면 좋으니까요."

"그런데 쟤들은 뭘 먹여야하는 거니? 몬스터는 아니지?"

"던전 밖에서 부화한 경비 거위는 안심해도 되요. 하지만 몬스터와 구분하는 법을 교육시켜야 할 것 같아요."

전생에 경비 거위를 인가(人家)에서 키우면서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

사람들이 던전에서 나온 경비 거위도 친근하게 생각하고 경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던전 밖에서 부화된 경비 거위는 인간을 공격하지 않았지만 던전 안에서 부화한 경비 거위는 그렇지 않았다.

공격력이 아주 강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몬스터였던 것이다.

그러니 던전에서 나온 경비 거위를 구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어떻게 구분하니? 부화하는 장소가 다르다고 해서 모양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은데?"

"살기(殺氣)를 드러내는 것으로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예외자는 그걸 느끼지 못할 수도 있어요. 가장 확실한 구분법은 눈이에요."

"눈?"

"예! 밖에서 부화한 거위는 회청색 바탕에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어요. 지금은 새끼여서 까만 눈동자만 보이지만요."

"아! 던전에서 봤던 거위는 붉은 바탕이었습니다. 눈동자도 언 듯 붉은 것 같았고. 저는 흥분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부화한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희준 형이 물었다.

"흥분하면 그렇습니다. 던전에 사는 경비 거위 눈도 평상시에는 붉지 않은데 공격하려고 하면 붉어지죠."

"어쩐지. 보비 눈은 붉지 않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태생으로 달라진다면 보비 눈도 붉어야 하잖아."

희준 형이 뽀뽀를 품고 있는 보비를 보며 말했다.

뽀뽀는 보비 품이 따뜻한지 잠이 들었다.

아마 이곳까지 오느라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주위 깊게 볼지 모르겠구나."

"꾸준히 교육해야죠. 변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니까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배워야하고요."

이제 교육 내용이 상당히 변해야 했다.

"설마 변한 세상이 한동안 이어지는 거야?"

평생이라는 말을 할까 하다가 굳이 하지 않았다.

벌써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마 여기서 조금만 살면 금방 깨달을 것이 분명했다.

"형은 어떨 것 같으세요?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형은 오늘 밖에 나갔다 오셨으니 더 많은 것을 보셨잖아요."

"······."

월평에서 순천까지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였다.

하지만 세상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거리였다.

비록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지만 말이다.

희준 형의 얼굴에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가는 것 같았다.

갑자기 변한 세상을 완전히 받아들이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인정하고 싶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느꼈을 것이 분명했다.

<빠를수록 좋은데. 부정한다고 해서 세상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원상회복되는 것은 아니니까.>

'모두는 아니지만 간혹 한두 가지 일은 원하는 대로 됐으면 좋겠더라.'

<지금도 그런 일이 있어? 이런 대비를 해놨는데도?>

'괜히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고 하는 줄 알아? 아무리 잘 해도 아쉬움은 남는 거야.'

<집사는 충분히 잘 했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으니까 아쉬움 같은 거 갖지 마.>

'그래야지.'

"식당에서 애들 밥 좀 준비해야겠어요."

"밥? 거위들 말하는 거지? 그런데 밥을 먹는다는 거니?"

"새끼 거위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 첫 끼니는 흰쌀 죽을 쑤어서 주면 최고죠."

"그래? 그럼 내가 해줘야겠다. 넌 좀 쉬고 있어. 피곤할 텐데."

"어머니도 밤새 한숨도 주무시지 못하셨잖아요?"

"너 나가고 좀 쉬었어. 그러니 여기서 쉬어. 황 관장이 벌써 아침 준비하고 있을 거야. 아! 주방 봉사 순번은 짰다."

"잘하셨네요."

오백 명에 가까운 사람이 함께 살게 되었으니 한 끼 한 끼 먹이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숙소에 작은 주방이 있지만 세 끼는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직원 식사만 준비해도 될 때는 몇 명의 직원이 황 관장님과 함께 준비했지만 지금은 무리였다.

그래서 순번을 정하신 것 같았다.

"그럼 다녀오마. 쉬고 있어. 좀 누워도 좋고."

어머니께서 웃어보이시고는 회관 밖으로 나가셨다.

<장벽 밖의 사람들은 언제 쯤 흩어지려나? 그런데 저 사람들은 언제 심사할 거야?>

'최소한 황금이 나오는 던전은 모두 개방을 하고 받아들일 생각이야.'

지금 우리 마을에는 황금이 나오는 던전이 세 개나 있었다.

이식을 하고 미개방일 때 클리어까지 해둔 것들이어서 다시 개방하고 클리어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황금이 나오는 던전이 세 개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난리가 나겠다.>

'지금은 그렇지도 않아. 아직 가치를 모르니까.'

<제대로 된 가치는 모르더라도 황금만 봐도 다들 놀랄 거야.>

'그렇겠지.'

"대한아! 거위들은 어디에 집을 지어주어야 하니?"

큰아버지께서 물으셨다.

"보비가 알아서 할 거예요. 저 거위들은 특별히 돌보지 않아도 잘 자라요. 경비도 잘 서고요."

경비 거위의 뛰어난 점은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을 정확하게 안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영역에 예민한 것이었다.

그래서 영역이 좁아지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영역이 넓어지는 것은 좋아하는 애들이었다.

"춥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정 걱정이 되면 여기서 이틀 정도 머물게 해도 되고요. 하지만 거위들이 먼저 나가려고 할 거예요."

벌써부터 몇 마리의 거위들은 회관을 돌고 있었다.

자신들의 영역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몬스터라 강한 거니?"

"예. 추위도 잘 느끼지 않고, 춥다고 느끼면 땅을 살짝 파고 들어가서 추위를 피할 거예요."

한국의 겨울이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경비거위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눈이 펄펄 내려도 묵묵히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녀석들이기도 했다.

한 마리만 있어도 안심할 수 있는데 1001마리였다.

여러 마리가 있으면 서로 돌아가면서 경계를 서는 아이들이니 이제 우리 마을은 경계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다고 봐도 좋을 것 같았다.

"놀랍구나. 그래도 새끼들이니 사흘은 편하게 해주자꾸나."

"아마 거위들이 견디지 못하고 나갈 거예요."

"정말?"

"정말이에요."

큰아버지께서 쉽게 믿지 못하는 표정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장담할 수 있는 것이었다.

'치유 버섯과 황금 팔면서 아이템 받기로 한 거 받아야겠어.'

<아버지 드리려고?>

'세 분 중 누구든 드리면 좋지.'

다른 보유권은 귀속품이라 남에게 줄 수 없지만 두 가지는 아니었다.

시스템이 최고의 물건을 만들 거라고 장담했으니 살짝 기대가 되기도 했다.

"아! 껍질 모아야겠네요."

"껍질은 뭐하려고? 갈아서 거름으로 쓰려고?"

달걀껍질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아니에요. 이거 곱게 갈면 약재가 되거든요."

"약재가 된다고?"

"예. 체력회복에 좋은 약재가 돼서 상당한 가격으로 팔 수도 있어요."

"그럼 모아야지."

희준 형까지 껍질을 모으는 것을 도와주었다.

모은 껍질은 우선 모두 대기실로 넣었다.

대기실에 있는 연자 맷돌에 넣고 갈아서 꼬마에게 줄 생각이다.

꼬물!

^꼬마 신났어요. 새로운 약재 생겨서요.^

꼬물이가 꼬마의 하얀 뿌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꼬마의 하얀 뿌리가 기쁨을 표현하고 있었다.

꼬마의 다른 뿌리는 만약고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어서 만약고에 마나가 깃들면 좋겠다.'

<맞아. 그럼 독도도 80%가 아니라 90%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럼 정말 좋지.'

목숨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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