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 특성
도축을 해서 몬늘보의 앞발톱을 보여주었다.
몬늘보의 앞발톱은 30센티미터 이상을 자랑하는데 이 발톱의 강도는 어지간한 무기를 능가했다.
그래서 발톱과 무기를 맞대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었다.
"엄청 강합니다. 죽창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아이고 이 사람아! 죽창과 비교하는 거야? 이거는 어지간한 칼보다 낫겠네."
앞발톱을 만져본 팀원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을 토해냈다.
"황 관장이 왔으면 좋아했을 것 같은데?"
전생의 길드장이었던 황 관장님은 지금 우리 마을의 주방장이자 검술교관으로 계시는데 큰아버지께서도 황 관장님께 검술을 배우고 계셨다.
"직접 상대해보시겠어요?"
큰아버지께서는 전생에 쾌속쾌검으로 이름이 났었다.
왼팔을 잃고도 검의 달인이 되셨던 분이니 몬늘보를 상대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비세계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보이시기도 하셨고···.
"그것보다 이 전리품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
팀원들이 전리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물으시는 것이었다.
전리품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무척이나 예민한 문제였다.
분배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그것 때문에 팀이 해체되는 경우도 많았다.
"조장님들 먼저 하나씩 하시고 나머지는 공략 공헌도가 높은 사람부터 지급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던전에 들어오면 상시적으로 공략 공헌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공략 공헌도는 각성 유무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합리적인 잣대였다.
<전생에 짐꾼들은 분배에서 제외시키는 경우가 많았어.>
'그랬지. 하지만 난 그러지 않을 거야.'
짐꾼으로 던전에 함께 들어온 일반인이라도 공략 공헌도가 높으면 전리품 분배에 포함시켜줘야 하지만 '보호비'라는 명목으로 일반인의 공략 공헌도를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댔지만 그것은 일종의 횡포였다.
"그건 어떻게 확인을 하는 겁니까?"
모든 것이 처음인 팀원들이었다.
팀원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하나하나 지도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여기서 십 분만 쉬었다 가겠습니다."
다섯 마리의 몬늘보를 잡고 나니 몬스터도 보이지 않았다.
이참에 상태창 보는 것을 상세하게 알려줘도 좋을 것 같았다.
"상태창을 띄우는 것은 다들 아시죠?"
"예. 배웠습니다."
"아무도 볼 수 없으니 자꾸 익숙해질 때까지 껐다 켰다 해보시기 바랍니다. 안경처럼 익숙하게 만드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보가 부족할 때는 상태창이 두통을 비롯한 질병을 유발한다고 생각해서 잘 켜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이런 세세한 것까지도 말하는 것이었다.
팀원들이 상태창을 조작하는지 눈과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마음으로도 조작이 됩니다. 손가락을 움직일 필요도 없습니다."
"잘 안 됩니다."
"저도 손을 함께 움직여야 반응을 잘 합니다."
"손을 함께 움직이면 의지가 더 실려서 반응이 빠른 것뿐입니다. 그러니 심상으로 불러서 보는 연습을 하십시오. 그것이 좋습니다."
1분 정도 연습할 시간을 주고난 후에는 상태창에서 팀을 확인하는 것과 공헌도를 확인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정말 신기합니다. 상태창이 나타나기는 해도 아무것도 없어서 필요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네요."
"우리 팀 이름은 월평이네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저도 팀명이 마음에 듭니다."
"나는 독도라고 했어도 좋을 것 같아."
"독도도 좋지. 그런데 자네 공헌도는 몇이야?"
"그건 왜 물어? 그러는 자네는?"
"이거 본인 것만 나타나는 건가?"
"모두가 동의하시면 본인 것뿐만 아니라 팀원 전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것만 나타날 때는 자신의 공헌도와 팀 내에서 몇 번째로 높은 공헌도인지 알 수 있었다.
시스템이 평가하는 것이니 틀릴 염려도 없었다.
"이건 누가 평가하는 겁니까? 혹시 팀장님께서?"
"제 눈은 두 개 뿐입니다."
"그럼?"
"시스템이 하는 것이니 정확합니다. 시스템이 특별하게 대하는 인간은 없으니까요."
꼬물!
^있는데.^
뮤! 뮤! 뮤!
^내 생각에도 시스템이 집사는 조금 특별하게 대한다.^
'그건 특별협약 때문이야.'
시스템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약간의 배려를 받고 있는 것뿐이었다.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들이었다.
"저는 모두에게 공개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자신의 수치만 정확하게 알면 되지. 남의 등수까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공헌도를 공개하는 것을 두고도 각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팀을 이끌고 길드를 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러 사람과 여행만 떠나도 머리가 아프다는데 생사를 함께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는 말들을 그냥 듣고만 있었다.
<집사는 어떻게 생각해?>
'공헌도 공개?'
<어. 공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좋기는 하지. 명쾌하고 뒷말이 나올 염려가 없으니까. 하지만 단점도 그만큼 많아.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하고.'
<그럼 지금은 어떻게 할 건데?>
'이렇게.'
"공헌도를 보고 우리가 직접 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전리품 분배도 시스템에게 맡겨버리면 되니까요."
분배 방식만 정한 후 시스템에게 맡기면 시스템이 알아서 분배를 해주었다.
굳이 직접 분배를 하면서 문제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팀 운영비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마을 운영비도 필요할 것 같고···. 계속 신세만 지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다행이네.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전리품은 주시는 것만 받겠습니다. 마나를 버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다른 팀원들도 동의를 했다.
"보름 정도면 마을이 안정을 찾을 겁니다. 그때까지는 마나만 번다고 생각하십시오. 그 이후로는 전리품의 절반은 팀과 마을을 위해 사용하고 절반은 공헌도에 따라 분배하겠습니다."
충분히 설명했지만 아직 사람들은 마나홀과 마나통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보름이 되기 전에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실감하게 될 것이었다.
누구든 일정이상의 마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절반의 전리품은 마을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었다.
"물론 그때까지도 특별한 것이 나올 때는 분배할 것입니다."
"좋습니다."
마을에서 모든 것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방식이 싫다고 하면 마을을 떠나면 그만이었다.
"이건 바로 사용하면 되니?"
"아니요. 생각보다 날카로워서 손잡이를 만들어야 해요."
"던전을 나간 후에 만들어야겠네?"
"만드는 거 좋아하는 친구가 해결해줄 거예요."
큰아버지께서 의아해하시는 동안 앞발톱을 모두 대기실로 보냈다.
아수라와 아수리에게 손잡이 작업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몇 번을 봐도 신기합니다."
"저도요. 저도 그거 신기합니다."
팀원 대부분은 인벤토리로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대기실을 누구에게도 보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수라와 아수리가 앞발톱을 받아들더니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 던전을 나가기 전 그럴듯한 무기 한 점씩은 받아들 수 있을 것이었다.
"다시 전진하겠습니다."
휴식을 끝내고 던전의 안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몬늘보가 나타났다.
세 마리를 빠르게 처리하고 한 마리만을 남겨둔 후 큰아버지를 돌아보았다.
큰아버지께서 바로 앞으로 나오셨다.
챙! 챙! 챙!
캬캬카! 캬캬!
몬늘보는 몬스터인데도 은근히 호승심이 강한 녀석들이었다.
큰아버지께서 상대해주는 것이 즐거운지 독특한 웃음을 흘리며 대결을 즐기고 있었다.
"서두르지 마시고 해보고 싶으신 거 다 해보세요."
큰아버지께서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당장은 몬늘보에게 집중하는 것으로도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와! 멋지다. 나도 검을 배워야겠어."
"멋지긴 한데 나는 검은 무서워. 창이라면 모를까. 조금이라도 거리를 벌릴 수 있는 무기가 좋아."
큰아버지와 몬늘보의 대결을 보면서 어떤 무기를 들면 좋을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움직임을 유심히 살피는 사람도 있었다.
그 중에는 몬스터를 유독 유심히 관찰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이 많은 만큼 관심 분야도 다양한 것이었다.
다양한 관심을 잘 유도하면 개인은 물론이고 마을의 발전과 안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었다.
챙! 챙! 챙!
캬아! 캬캬캬!
<저 몬늘보 체력이 상당히 좋네.>
약속 대련을 하는 것 같지만 잠시도 방심을 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꼬물!
^챙챙이다! 챙챙이!^
꼬물이가 몬늘보를 보고 하는 소리였다.
몬늘보는 자신의 발톱과 무기가 맞닿는 것을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때 나는 소리를 즐겼는데 꼬물이가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었다.
꼬물! 꼬물!
<으하하! 꼬물이 저 녀석 왜 저러는 거야? 저 녀석 검을 들려주면 검술도 하겠는데?>
꼬물이가 긴 뿌리를 가지고 마치 검사가 검술을 시연하듯이 움직였다.
검만 들려주면 몬늘보와 대련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검술이나 검술을 익혀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집사 정말이야?>
"정말이지. 뭐든 잘 할 수 있으면 배우면 좋지."
꼬물!
^우리 잘 할 수 있다. 우리는 일당백이다.^
<너흰 일당백이 아니라 일당천도 될 수 있을 거야.>
사실 지금 전투에 관여하지 않고 있어서 그렇지 소환 식물들이 나서면 어떤 전투든 금세 승리할 수 있었다.
수십 개의 뿌리와 줄기가 나와서 적을 제압하거나 쳐내버리니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소환식물들이 무기까지 든다면···.
상상만으로도 힘이 나는 것 같았다.
꼬물!
^우리에게도 무기 주세요!^
무기를 달라면서 애교를 부리는 꼬물이었다.
<정말 미치겠다. 집사! 우리 꼬물이 너무 귀여운 것 같아! 누가 쓰레기 버섯 덩굴이라고 생각하겠어? 으악! 미안! 미안하다고!>
쓰레기 버섯 덩굴이라는 말을 꺼내자 꼬물이의 뿌리가 그대로 나호를 후려쳤다.
어찌나 세게 후려치는지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났다.
영체이기 때문에 저렇게 사정없이 후려치겠지만 정말 무시무시한 공격이었다.
<귀여운 꼬물이었는데 갈수록 무서워지고 있어! 아니야! 여전히 귀엽기도 해!>
꼬물이의 하얀 뿌리는 지금 다양한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어떤 뿌리는 검을, 어떤 뿌리는 창, 활, 단검··· 그리고 마지막 뿌리로는 하트를 만들어서는 흔들었다.
무기를 달라면서 이렇게 귀여운 시위를 하는 존재는 꼬물이 밖에 없을 것이었다.
"좋아. 너희에게도 줄게. 하지만 바로 무기를 든 채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은 안 돼. 특히 팀원들이 있을 때는!"
꼬물!
^알겠어요! 도서관에서 무기술에 관한 책 찾아봐야겠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난 후 꼬물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는 마을에 큰 도서관이 있는 것이었다.
도서관도 대변혁을 대비하면서 만든 것이었다.
회사 규모에 비해 워낙 큰 도서관을 만들자 다들 의아해하기도 하고 회사의 복지 수준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꼬물이는 도서관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하기도 하지만 독서를 통해 해답을 찾는 것이었다.
<무기는 늘 조심해야 해.>
꼬물!
^ㅇㅇ!^
<너 지금 돼지 같다! 아니 글씨가 돼지 같다는 소리야. 네 모습이 돼지 같다는 것이 아니고.>
꼬물!
^ㄴㅎㅂㅂ!^
꼬물이와 나호가 말장난을 시작했다.
모든 상황이 무난하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오랜 대련 끝에 큰아버지께서 몬늘보를 처리하셨다.
"와아아!"
"와아!"
팀원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아이고!"
하지만 큰아버지께서는 그대로 바닥에 큰대자로 누우셨다.
체력을 모두 소진한 것이었다.
"조장님! 괜찮으세요?"
"괜찮아."
내가 챙기기 전에 조원들이 큰아버지를 챙겼다.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큰아버지 검술이 사흘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은데?>
'더 좋아지셔야지.'
대변혁 직후 화순 던전을 함께 갔을 때보다 검술이 한결 간결해지신 것 같았다.
"어? 마나가?"
"왜 그러세요?"
"마나가 너무 많이 들어온 것 같아서."
"직접 처리하셔서 그럴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 많은 것 같은데?"
"같은 몬스터를 처리했다고 해서 동일한 마나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에요."
같은 사람이 같은 몬스터를 처리해도 동일한 마나가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마나가 지급되기 때문이었다.
"내게 검이 잘 맞는 건가?"
"특성을 이용해서 처리하면 더 들어오기도 해요."
<특성만 알아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