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 분신술
절대 몰래 먹을 수 없는 음식 중의 하나가 '던전 돼지'고기가 재료로 들어간 음식이었다.
어떻게 요리를 하든 맛있는 냄새가 사방으로 퍼졌다.
사람을 불러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몬스터까지 불러들이는 냄새여서 던전에서 요리를 해서 가지고 나가는 편이었다.
아마 이것은 이번 생에도 마찬가지 일 것이었다.
"한 번 드시고 나면 절대 이 맛을 잊지 못하실 겁니다."
"그 정도니?"
"정말 맛있죠. 제가 구워드릴게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던전 내의 경계 안쪽이었다.
눈에 경계가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몬스터들이 경계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경계 안쪽의 몬스터는 모조리 잡았으니 안전구역이 설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몬스터의 등급이 높은 만큼 배려를 해준 것 같았다.
"불을 피워야겠네요? 저희가 땔감을 모아오겠습니다."
팀원들이 당장이라도 땔감을 모아올 기세였다.
"아무 나무나 만지면 절대로 안 됩니다. 이 던전에서는 생가지는 절대로 베지도 꺾지도 마십시오."
"독이 있는 겁니까?"
"예. 그것도 치명적입니다."
"나무를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는 주워 와도 됩니다."
"나무에 독이 있으면 떨어진 나뭇가지도 위험한 거 아니니?"
"아니에요. 저 나무는 특이하게 마르면 독이 사라져요. 독이 날아가는 것 같아요."
"독이 있는 나무는 나무의 진액에 독이 가장 많을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신기하지만 말이다."
팀원들과 나무를 모으고 난 후 간이 아궁이를 만들었다.
전생에 너무 자주 해본 일이어서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만든 아궁이 위로 커다란 돌판을 올렸다.
이 돌판도 던전에서 구한 것이었다.
"어렵지 않죠? 한 사람당 똑같이 하나씩만 만들어 주십시오."
"하나씩? 아궁이를 40개나 더 만들 필요가 있니?"
"오늘 사냥한 고기는 최대한 구워서 나갈려고요."
"그래? 그렇다면 만들어야지. 한두 개로 요리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까. 다들 들으셨죠? 서두릅시다."
어머니께서 팀원들을 독려하셨다.
간이 아궁이는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누구든 만드는 것을 보면 따라 만들 수 있었다.
분명 그런데 정말 의외의 사람도 있었다.
<똥 손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야? 정말 답답하네. 내가 해도 저것보다는 낫겠다.>
서너 사람이 만든 아궁이를 보고 나호가 한 말이었다.
정말 웃음이 나올 정도로 엉망인 아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궁이를 만들고 난 후 몰골은 가장 엉망이었다.
겉모습만 보면 이곳에 있는 모든 아궁이를 저들이 만든 것처럼 보였다.
팀원들도 키득키득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내 것만 왜 이러지? 왼쪽을 높이면 오른쪽이 낮은 것 같고, 오른쪽을 높이면 왼쪽이 무너지네."
"푸하하! 이리 나오게. 내가 해줄 테니. 자네는 여전하구만. 하하하!"
서로 아는 사이인지 옆 사람이 아궁이를 손봐주었다.
몇 번 만져주기만 했는데 아궁이가 제 모습을 갖추었다.
<저래서 사람이 각기 다른 일을 하고 사는 거야. 그렇지?>
'그래.'
대답을 하고는 바로 아궁이에 불을 붙였다.
한꺼번에 사십 한 개의 아궁이에 불이 붙자 던전의 공기가 후끈해지는 것 같았다.
돌판이 달궈지기를 기다렸다가 널찍한 돌판 위에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평상시에도 던전에서 음식을 해도 되겠다."
"그래도 좋죠. 우리는 마을과 던전이 멀지 않으니까요."
화순 던전과 과수 던전은 관리협약까지 체결해둔 상태이니 안전구역에서는 충분히 가능했다.
"앞으로 땔감을 걱정했는데 한시름 덜겠구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많은 준비를 했는데 대변혁이 시작되니 세 분은 상당히 당혹스러워하셨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오히려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그러시는 것 같았다.
이것은 일상생활에서 오는 불편함 때문이었다.
누구나 세상이 바뀌면 쉽게 적응을 할 것 같지만 아니었다.
여행만 떠나도 불편한 것이 천지인데 세상이 바뀌었으니 오죽하겠는가?
우리 마을의 주방에 미리 아궁이를 만들어두지 않았다면 먹는 것도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다.
요리만을 위한 아궁이와 가마솥 등을 미리 넉넉하게 준비해 둔 것이 신의 한수였다.
"난방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무슨 소리야?"
"장벽 너머의 사람들이 이야기하더라고.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이야."
"보초 서다가?"
"어."
"그 사람들 되지도 않는 소리도 많이 한다고 하던데? 믿을 수 있는 소리야?"
"난방이 안 된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아.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
"그래? 이상하네. 가스관이 폭발했나?"
"이상하게 가스관이 끊어지기는 해도 폭발은 없었대."
"그래? 갑자기 끊어지면 폭발이 일어날 텐데. 폭발은 없었다고?"
"그렇다니까."
고기를 구우면서 팀원들이 하는 말이었다.
이제 사람들이 각종 지하자원이 사라진 것을 깨닫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아직은 난방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아?>
'가스관이 끊어진 곳이 많아서 그럴 거야.'
금과 은은 사람의 몸에 지니고 있지 않던 것은 모두 사라졌지만 자원은 아니었다.
자원은 이미 캐둔 것은 멀쩡했던 것이다.
그래서 석유를 많이 비축해둔 곳은 상당기간 석유를 사용하기도 했다.
물론 그것 자체로 엄청난 위험 요소가 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화목 겸용 보일러로 해두길 잘했지.>
'그렇지. 고층에 사는 사람들 점점 힘들어지겠다.'
지글지글! 촤아아!
던전 돼지가 구워지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했다.
맛있는 냄새가 던전을 가득 채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못 참겠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냄새는 평생 처음입니다."
"던전에서 굽기를 잘 한 것 같습니다. 밖에서 구웠다면 장벽 너머의 사람들이 장벽을 넘는다고 설쳤을 것 같습니다."
"나라도 넘었을 거야. 이런 냄새를 맡으면 참을 수 없지."
처음 던전 돼지를 굽는 냄새를 맡은 팀원들이 군침을 삼켰다.
"편하게 드십시오."
"저희만 먹기가···."
"여기는 무기가 없으니 먹기라도 잘 해야죠. 보상이라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드십시오."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만 먹으면 다행이지.>
전생에 처음 던돼지를 맛본 사람들은 쉽게 젓가락을 놓지 못했다.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먹고는 움직이지 못한다고 해서 '둔고기'라고도 불렸다.
'배를 곯지는 않으니까 과식은 하지 않겠지.'
<과연 그럴까? 우리 마을에 살고 있다고 해도 이 사람들 조금은 불안할 거야. 그리고 불안은 허기를 낳지. 허기는 과식을 낳고, 과식은 배탈을 부르지.>
'두고 보면 알겠지.'
먹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지자 팀원들은 폭풍 흡입을 시작했다.
40명이 돼지 여섯, 일곱 마리는 먹은 것 같았다.
<내가 많이 먹을 거라고 했잖아.>
나호가 의기양양해 했다.
'탈이 난 사람도 없어서 다행이네.'
<그러게. 배가 부르다고 눕는 사람도 없고.>
'매끼 잘 먹어서 그럴 거야. 갑자기 과식하면 탈이 나지만 우리 마을 사람들은 끼니를 거른 적이 없잖아.'
<하긴! 뭐든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고 하더라.>
배를 채운 팀원들은 그 뒤로도 계속 고기를 구웠다.
월평 황이 던전에서 잡은 고기는 전부 구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구운 고기는 따뜻할 때 대기실로 들여보냈다.
구운 고기는 소환수들도 먹는 것이기 때문에 소환수의 먹이로 인식이 되면서 대기실에 보관되었다.
"아궁이는 이렇게 놔두고 갈 거니?"
"예. 멀쩡히 남아 있으면 다음에 이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뒷정리를 한 후 경계를 넘어섰다.
경계를 넘어서자마자 몬거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경계는 우선 혼자서 넘었다.
몬스터는 경계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지만 냄새는 경계를 넘었다.
던돼지 냄새에 몬거루들이 잔뜩 몰려와 있는 것이었다.
"몬거루는 앞발도 조심해야 하지만 특히 뒷발과 꼬리를 조심해야 합니다."
팀원들에게 몬거루를 설명하면서 몬거루를 상대했다.
몬거루는 지금 나에게는 너무 쉬운 상대이지만 우리 팀원들은 아직 상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세 마리까지는 최대한 시간을 끌며 정보를 주고 난 후 네 마리부터는 사냥 속도를 높였다.
세 마리면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던전의 보스도 몬거루였다.
D급인 보스 몬거루도 손쉽게 처리가 되었다.
보스 몬거루가 처리되는 것과 동시에 던전의 클리어를 알리는 기분 좋은 메시지가 들려왔다.
"신기합니다. 제가 이런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던전 클리어 메시지를 처음 듣는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이제 자주 듣게 될 겁니다."
던전을 클리어 한 후 던전을 퇴장하는 데까지는 특별히 위험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굳이 함께 퇴장할 필요가 없었다.
어머니께 지휘권을 넘겨드리고 던전을 먼저 나왔다.
밖으로 나와 시간 비율을 확인하니 이곳도 1대 2였다.
<시간 비율이 조금 큰 곳도 한 곳 정도 있으면 좋은데.>
"욕심이야."
<욕심이기는 하지. 황금이 나오는 던전이 특히 시간 비율이 높으면 좋은데. 아쉽다.>
밖에서 한 시간이 던전에서는 두 시간이었다.
시간비율이 높으면 단점도 있지만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어서 좋은 점이 더 많았다.
특히 얻을 것이 많은 던전에서는 말이다.
<바로 황삼 던전에 갈 거야?>
"일본을 좀 다녀올까 생각 중이야."
<정말? 좋지! 아주 좋아! 흐흐흐! 가자! 당장 가자!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했어? 마을의 던전은 모두 개방하고 간다고 하더니.>
"아직은 열어둔 던전도 관리하기 힘겨워 하실 것 같아서."
<그런 면도 없지 않지.>
현재 마을에 열린 던전은 네 곳!
이곳을 마을 주민들의 힘만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았다.
"아직 황금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세 분이 관리하는 것이 힘드시지는 않을 거야."
<황금은 언제 모습을 보이려나?>
던전이 개방되자마자 금맥이 보이는 던전도 있지만 매장량이 많은 던전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마치 귀한 것은 바로 보이지 않으려는 것처럼 시간을 끈 것이었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
<빨리 보고 싶은데 빨리 나오면 안 되니···.>
"여유를 가져."
대변혁 이후로 나호가 유독 조급해 했다.
이전에는 나에게 여유를 가지라고 했으면서 말이다.
<이상하게 그렇게 되네. 서두른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말이야.>
"실체와 관계 있는 거야?"
나호는 대변혁 이후 한 번도 실체를 가지지 않았다.
실체를 갖기를 그렇게 소원했는데 말이다.
자신이 꿈꾸던 것과 너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루 단 십 분 실체를 가지는 데 생각지도 못한 각종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꼬물이가 변비라고 말하는 문제도 그 중 하나였다.
여러 가지로 편하지 않으니 실체를 갖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 문제도 조금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모르겠어. 조금 복잡해. 문제가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호도 자신이 왜 조급증을 느끼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것 같았다.
꼬물!
^나호 짠해. 나호 호오오!^
꼬물이가 나호를 위로했다.
"내가 빨리 성장할게. 그럼 실체를 가질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날 거야."
<그런 거 정말 아니야. 그냥 전생을 아니까 마음이 조급했을 뿐이야. 어디선가 죽어가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그럼 일본이 아니라 주변부터 정리를 좀 해버릴까?"
<그것도 나쁘지 않지. 하지만 일본도 가보고 싶다.>
꼬물!
꼬물이가 작은 뿌리로 나호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
꼬물!
^한 가지만 해! 집사 몸은 하나야! 이것저것 다 할 수 없다고!^
<그러게. 욕심이지. 집사가 분신술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분신술 같은 스킬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스킬은 없지?"
[띠링! 상점의 검색 기능을 이용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이 즉각 반응했다.
이전에 검색 기능을 구매해두었기 때문에 검색을 부탁했다.
[띠링! 분신술 스킬이 있습니다.]
"뭐? 있다고?"
[강대한 님께서 말씀하시는 방법과는 조금 다른 방법이기는 합니다만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스킬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의외네. 그런 스킬이 존재한다니 말이야. 얼마나 하는데?"
[이 스킬은 히든 중의 히든이어서 지금은 어떤 방법으로도 얻으실 수 없습니다.]
"마나로도?"
[마나를 많이 보유하고 계신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뼈 때리는 말이네.>
"얼만데? 알려주기라도 해봐."
[기분만 상하실 겁니다.]
"왜? 천만 마나정도 하는 거야?"
꼬물!
^더 비쌀 것 같아요. 저라도 천만 마나에 분신할 수 있다고 하면 어떻게든 살 것 같거든요.^
<내 생각도 그래.>
"그럼 1억 마나?"
[강대한 님께서 마나통을 10억 개 정도 구매하시고 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10억 개? 지금 장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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