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36화 (236/350)

236. 선택받은 민족

소유한 던전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던전 안의 몬스터의 종류나 수, 난이도, 환경 등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던전의 개방은 내 자유였다.

그래서 던전 중의 월평 황이 던전은 내가 월평을 떠나기 전 닫아놓을 생각이다.

혹시라도 호기심에 던전에 들어가서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워프 게이트였다.

물론 워프 게이트 자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위치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위치 정도를 가지고 무슨!'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워프 게이트의 위치는 엄청나게 중요했다.

있는 곳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던전의 가장 깊숙이에 워프 게이트가 있다면 한 번 이용할 때마다 공략을 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상시적으로 던전을 안전하게 유지해야 했다.

그런 워프 게이트는 이용비용이 비쌀뿐더러 위험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꺼리기 마련이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말이다.

워프 게이트의 앞에 서자 대기실의 꾸루가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지금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이 '전령조의 쉼터'이기 때문이었다.

[띠링! 시노바즈 연못에 있는 '전령조의 쉼터'로 이동을 하시겠습니까?]

"이동하겠어. 얼마야?"

[강대한 님께는 이백 마나만 받겠습니다.]

"원래는 얼만데?"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가격을 측정하는데 아직 정확한 금액이 책정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책정이 되지 않았다고? 지난번에 말한 금액은 뭐였어?"

[그것도 임시 가격이었습니다.]

"무슨 일을 이렇게 해?"

마나를 벌어들이는 일에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올 시스템이 아닌데 이상했다.

"이유가 있는 거야?"

[워프 게이트를 이용대금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런 것도 필요해?"

시스템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정말 대기업 같은 분위기가 짙게 풍겼다.

원칙과 절차를 지독하게 챙기는 기업들 말이다.

[그렇습니다. 뭐든 정해진 대로 해야 뒤탈이 없는 법입니다.]

"그렇다 치고. 조건이 뭔데?"

[첫 번째 조건은 워프 게이트를 보유한 던전이 최소 1%는 클리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든 워프 게이트를 사람들이 인지해야 합니다.]

"전부 인지해야 한다고?"

[전부는 아니고 그 중 10%만 인지해도 가격이 산정될 것입니다.]

"이래서 전생에 국제이동이 그렇게 오래 걸렸나? 가격이 산정되기 전에는 이용을 하지 못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이용은 할 수 있지만 그만한 마나를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던전을 클리어 하고도 워프 게이트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워프 게이트는 인지를 한 번 하고 나면 보이는데 그렇지 않으면 발견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비밀의 문'이라고도 불렀다.

"혹시 이번에 도와달라고 하는 일도 게이트와 관계있는 거야?"

[아닙니다. 물론 그곳에도 워프 게이트가 있지만 말입니다.]

"던전이라는 소리네?"

[던전에만 워프 게이트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입니다.]

"뭐? 방금 뭐라고 했어? 던전이 아닌 곳에도 워프 게이트가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야?"

방금 시스템은 우리의 상식을 뒤집어 놓은 말을 했다.

그것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본인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는 느낌을 진하게 풍겼다.

[어디든 존재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강대한 님의 대기실에 있는 던전에도 워프 게이트가 있는 것처럼 요.]

대기실에는 황금 던전, 꼬물이 던전, 아수라 던전이 있는데 이 중에 아수라 던전은 전생에 천안에 있던 던전으로 국내 최대 루트를 가진 워프 게이트가 있었다.

아수라 던전에는 대변혁과 동시에 워프 게이트가 나타났다.

아수라 던전을 통하면 국내에 워프 게이트가 있는 던전은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이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실 워프 게이트는 어디든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포기하듯 말하는 시스템이었다.

실수로 정보를 누설한 것 같기도 했다.

"이거 열심히 찾아봐야겠네. 혹시 옆에 두고도 보물을 몰라볼 수도 있으니까."

[인식 방해 마법 같은 것은 걸려있지 않으니 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어째 쉽게 찾을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그러게 말이야. 아! 혹시 나중에 워프 게이트 이용대금이 내리면 지금 낸 거 일부는 돌려줘야 해."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의 계산은 늘 정확합니다.]

뮤! 뮤! 뮤!

^맞아. 미치도록 정확하지.^

도뮤가 황금 던전에서 나와 있었다.

일본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나온 것 같았다.

꼬물이 옆에 앉아서 발을 까닥거리고 있었다.

저러고 있으니 정말 분홍 솜뭉치 같았다.

"좋아. 옮겨줘."

[200마나를 차감합니다.]

시스템의 말과 함께 워프게이트에 불이 들어왔다.

회귀하고 난 이후에는 처음 이용하는 것인데도 전혀 긴장이 되지 않았다

워프 게이트가 얼마나 안전한 시설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번쩍 하는 것과 동시에 시야가 한 번 점멸하더니 다시 밝아졌다.

옮겨진 것이었다.

워프 게이트를 나가려고 하자 시스템의 음성이 들렸다.

[게이트 밖에 몬스터가 있습니다.]

<이런 정보도 주는 거야? 특별 서비스 받을 만하네.>

뮤! 뮤! 뮤!

^집사 죽으면 빚 못 받는다. 그래서 그럴 거다.^

<어? 맞네. 정말 그런 이유인 거야?>

[저희는 모든 고객의 안전을 도모합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어지간해서는 욕을 하지 않으려고 자꾸 이러면 욕 나오지!>

시스템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자 나호가 씩씩거렸다.

나에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지만 원래 시스템은 사람의 안전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관심이 있었다면 대변혁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됐어. 나가자. 아! 여기도 관리 계약 되지?"

[아직 클리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클리어를 하시고 난 후 다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왠지 더 비싸게 받을 것 같은데? 뭔가 심상치 않아. 내 말에 기분 나빠서 가격을 상승시키지는 않겠지?>

"별 걸 다 걱정해. 나가자. 일본이 어떤 상황인지 봐야지."

<그렇지. 왜 이리 가슴이 두근거리지? 나 미쳤나봐.>

대변혁 이후의 일본을 본다고 생각하니 나도 기대가 되면서 동시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워프 게이트에서 나오니 정말 몬스터가 있었다.

스걱! 스걱! 스걱!

키아아악! 캬아악!

시스템이 왜 주의를 줬는지 알 것 같았다.

워프 게이트 주위에 있는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E급 후반이었다.

같은 몬멧돼지라도 F급과는 비교가 되지 않은 몸집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회귀 이후에는 처음 보는 몬스터도 있었다.

<'몬숭이'네. 유독 시끄러운 녀석들인데. 이상하게 일본에 몬숭이가 나오는 던전이 많아.>

몬숭이는 '몬원숭이'라고도 불렸다.

원숭이를 닮은 몬스터인데 원숭이보다 팔이 더 길고 포악했다.

매우 시끄럽기도 하지만 침을 뱉는 것 때문에 사람들이 특히 싫어하는 몬스터였다.

꼬물!

^어딜!^

키아아아악!

몬숭이가 접근을 하려다 꼬물이의 뿌리에 맞아서 멀리 튕겨나갔다.

<허리 부러졌겠다.>

퍼어억!

키아아악!

몬숭이가 위험한 것은 어디로든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나무 위에서 갑자기 덮치는 것도 위험하지만 위에서 침을 뱉는 것은 더 위험했다.

그 침이 눈에 맞으면 실명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꼬물이 뿐만 아니라 소환 식물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몬숭이는 아예 우리 옆으로 접근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든든하다! 든든해!>

나호가 우아하게 허공답보를 하며 말했다.

"클리어를 할 생각이 없는데 왜 이리 달려드는 거야?"

꼬물!

^맛난 냄새!^

"냄새?"

꼬물!

^던전 돼지 냄새를 맡는 것 같아요.^

<몬숭이들 먹성도 유명하기는 하지. 코도 좋고.>

몬숭이들은 사람을 공격하기도 하지만 헌터들의 음식을 약탈하기도 했다.

특히 맛이 있는 것은 기가 막히게 알아서 몰래 가져가기도 했다.

"씻고 올 걸 그랬네."

바빠서 씻을 시간이 없었는데 조금 후회가 되었다.

<그 바람에 소환 식물도 훈련 좀 하는 거지 뭐. 그치? 꼬물아!>

꼬물!

^훈련은 좋은 것이여!^

이럴 때는 둘이 죽이 잘 맞았다.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은 던전의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이쪽이야."

<지도가 있어서 좋네. 이렇게 넓은 던전에서는 지도 없으면 머리 아프지.>

던전지도는 비세계에서 보상으로 얻은 물품이다.

'던전지도(B, 모든 던전용, 상시)'로 성장형 아이템으로 상태창에 적용을 시켜둔 것이다.

상태창에 적용을 시켜두었기 때문에 언제든 상태창을 통해 지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달려야겠어. 여기서 시간을 너무 낭비할 수는 없으니까."

던전의 입구까지는 전력질주를 해서 두 시간이 걸렸다.

<어? 집사! 열려있는데? 집사가 이 던전으로 옮겨오는 순간 열리는 건가?>

"그렇다고 봐야지. 누군가가 입장을 했는데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되잖아."

<그건 그런데 여기 왜 이래?>

전령조의 쉼터는 도쿄 우에노 공원의 시노바즈 연못에 있었다.

평상시에는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많이 찾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데 지금 이곳은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엉망이었다.

"제대로 대변혁을 경험한 것 같은데? 나가보자."

던전에서 나오자 이곳도 당연히 한밤중이었다.

<뭐야? 엄청난 몬스터라도 나왔던 거야? 왜 나무들이 다 쓰러져 있어?>

공원의 아름드리나무들이 하나같이 쓰러져 있었다.

"나무를 쓰러뜨릴 정도의 몬스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을 텐데?"

꼬물!

^나왔다. 거대 몬스터! 저기 발자국!^

꼬물이가 연못가를 가리켰다.

연못가로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은 분명 몬스터의 발자국이었다.

그것도 거대 몬스터!

"이런 것이 왜 벌써 나왔지? 아직 마나가 부족해서라도 나오지 못했을 것 같은데?"

꼬물!

^마나 충분했대요.^

꼬물이가 누군가에 들은 이야기처럼 말했다.

전령조의 쉼터에 있는 덩굴들과 벌써 이야기를 한 것인지···.

"그래? 그럼 그 몬스터는 어디로 갔대?"

꼬물!

^잠시만 요.^

꼬물이의 거대한 뿌리 하나가 대기실을 나서더니 전령조의 쉼터의 덩굴에게도 다가갔다.

<정보를 교환하는 걸까?>

"교환할 거라고 생각해? 꼬물이가?"

<강탈하면 강탈했지 교환할 아이는 아니긴 하다.>

뭔가 이야기가 잘 되지 않는지 꼬물이의 뿌리가 던전 입구의 덩굴을 내리쳤다.

덩굴에 달린 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저게 저렇게 쉽게 떨어지는 것이 아닌데 말이야. 그 사이 꼬물이가 더 강해진 것 같은데?>

이 전에 던전 덩굴들을 공격할 때보다 위력이 훨씬 강해진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한 대 때리고는 꼬물이의 뿌리가 다시 접근했다.

던전 덩굴이 다시 거부하려고 하자 꼬물이의 뿌리가 다시 높이 들렸다.

그 순간 전령조의 쉼터를 지키는 던전 덩굴이 꼬리를 내리는 것 같았다.

<집사! 왜 조폭을 보는 것 같지? 아니야! 네게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잖아.>

나호가 조폭이라고 하자 꼬물이의 다른 뿌리가 움직였다.

그 모습이 상당히 위협적으로 보였다.

만약 꼬물이와 나호가 맞짱을 뜬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던전 덩굴이 조금 불쌍하기도 하다. 저기 봐. 벌벌 떨고 있잖아.>

꼬물!

^그러게 바로 정보를 주면 되잖아. 어디서 반항을 하고 있어!^

꼬물이가 대기실의 바닥에 쓴 글이었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우리 소환수들 중에 꼬물이가 가장 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던전 덩굴과 맞닿아 있던 꼬물이의 뿌리가 돌아왔다.

움찔움찔!

던전 덩굴이 꼬물이의 뿌리를 피했다.

꼬물!

^정보 얻어 왔어요!^

던전 덩굴을 위협하던 굵은 뿌리는 어느새 모습을 감추고 여린 뿌리가 살랑거리며 바닥에 글을 썼다.

저런 모습을 보면 던전 덩굴들을 위협했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뭐라고 해?"

꼬물!

^대변혁의 날 이곳은 무서웠대요. 던전 덩굴들이 느끼기에도.^

"무서웠다고? 던전 덩굴들이 느낄 정도로?"

개방은 하지 않아서 사람들 눈에는 띄지 않았지만 던전 덩굴들은 그때도 성장해 있었으니 대변혁의 날 모든 것을 지켜봤을 것이다.

꼬물!

^몬스터가 많이 나왔다고 했어요. 묘사하는 것을 보니 거대 몬스터도 다양하게 나왔고요.^

믿겨지지 않았다.

전생에 일본은 대변혁의 날 다른 나라에 비하면 피해가 적었다.

그래서 자신들을 선택받은 민족이라고 떠들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것 같았다.

"내가 소유한 던전이 많아서 피해가 더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꼬물!

^1회성 던전이 많이 생성된 것 같다고 했어요.^

"1회성 던전?"

꼬물!

^마나 농도가 높아서 더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우리가 던전을 많이 이식해둔 것이 영향을 미쳤나?"

<집사! 그 가능성이 가장 높겠다. 던전이 많으니 마나 농도가 당연히 높았을 거고. 1회성 던전의 생성을 촉발시켰을 것 같아.>

"그렇다면···. 월평도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월평에는 자그마치 아홉 개의 던전 덩굴을 옮겨 심어서 현재 열 개의 던전이 몰려 있었다.

현재는 네 개만 개방을 시켜두었지만 말이다.

<집사! 이거 시스템과의 약속을 깨야 하는 거 아니야?>

저놈 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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