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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38화 (238/350)

238. 미우라의 마나통 비틀기

나호가 기분 나빠할 정도로 미우라 놈은 집요하게 나를 만지고 있었다.

물론 화면 속의 나였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거부감이 들었다.

<우에에엑! 이럴 때는 영체 상태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집사 저놈 때려죽일까?>

'잠깐만.'

궁금했다.

놈이 전생에 왜 그리 강했는지···.

이번 생은 나의 방해로 마음껏 성장하지 못했지만 놈의 분위기는 마지막에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놈은 비세계에서와 비슷한 느낌을 풍겼다.

비대했던 몸도 제법 살이 빠진 상태였다.

놈의 상태로 보아 제대로 밥을 먹은 지 꽤 된 것 같았다.

'자세히 봐. 저놈 뭔가 궁금한 것 같아.'

<궁금해? 뭐가?>

'모르지.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지. 월평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내가 일본에 있다는 소문이 났었고···. 아! 어쩌면 원미 때문일 수도 있겠네.'

<원미? 박원일의 동생 말이야?>

'그래. 그 여자.'

<그 여자도 죽었을까?>

'모르지. 대변혁까지는 풀려나지 못했다고 알고 있어.'

<일본의 구치소는 가혹하다고 하던데···.>

'그렇다고 하더라. 우리나라 구치소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들은 이야기라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구치소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힘들다고 한다.

처음 들어갈 때부터 심한 굴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구치소 안에서의 생활도 무척이나 힘들다고 들었다.

죄를 지은 사람들이니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직접 당해야 하는 죄수 입장에서는 죽을 맛일 것이었다.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박원일과 원미의 아버지인 박명식이 직접 찾아와서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원미 그 여자는 악연인 것 같아. 전생에 인연이 닿은 것도 아닌데···. 정말 짜증나는 여자야. 죽었겠지?>

'죽었을 가망성이 높지만 혹시 모르지. 원래 그런 사람들이 생명줄이 길더라.'

"흐흐흐!"

미우라 놈이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더니 무언가를 메모했다.

<이놈들 뭐든 직접 적는 버릇이 이럴 때는 도움이 되네. 뭘 적어둔 거야?>

'여기는 황금과 오션 28 찌꺼기가 기록되어 있어.'

자신이 가지고 왔던 것은 정확하게 기록이 되어 있었고, 야마구치가 가지고 온 것은 추정치가 기록되어 있었다.

놈이 보는 영상에는 내가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 야마구치가 국제 우편을 통해서 오션 28 찌꺼기를 보내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상당히 철저하게 나에 대해 조사를 했다는 말이었다.

'아직 마나통에 대해서는 감을 잡지 못한 것 같아. 저기 봐. 황금에 더 공을 들였잖아.'

<그러네.>

놈이 영상을 멈추고 노트 기록을 살피기 시작했다.

<정보력이 제법이네.>

놈의 노트에는 내가 제출했던 이력서는 물론이고 여러 자료가 붙어 있었다.

놈이 파악한 것에는 우리 집은 물론이고 월평에 대한 자료도 제법 많았다.

독도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 해둔 것도 상당했다.

그런데 놈이 가장 공들여 조사한 것은 대변혁 준비였다.

끝도 없이 들어가는 컨테이너를 찍은 사진부터 우리가 구매했다고 알려진 품목도 자세하게 기록이 되어 있었다.

'우리 회사 기록보다 더 잘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이놈들은 이게 특기이잖아. 그런데 나는 저런 거 싫더라.>

놈이 자신이 기록한 내용을 확인하더니 수첩 위에서 손가락을 톡톡 두드렸다.

"흐흐흐! 알았다는 건데···. 언제? 언제부터 알았을까?"

미우라가 말하며 수첩을 뒤로 넘겼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의 기록이었다.

"이때? 아니야. 황금으로 대금을 결제하자고 했을 때부터 알았을 수도 있어."

웃을 때는 미친놈처럼 보이더니 이럴 때는 멀쩡해 보였다.

알다가도 모를 놈이었다.

톡! 톡! 톡! 톡!

수첩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긴 놈을 더 이상 지켜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한가하니 이렇게 머리를 굴리는 거야. 마나통이 빼앗긴 고통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줘야지.'

<드디어···!>

마냥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호의 목소리가 젖어들었다.

'왜 그래? 좋은 일에?'

<전생이 생각나서···. 얼마나···. 얼마나···.>

전생에 우리 국민이 얼마나 고통에 시달렸는지 기억이 나는 것 같았다.

밤새 고통을 참느라 몸부림치시던 부모님이 떠올랐다.

너무 고통을 참다 이가 부러지기도 했었다.

그렇게 부러진 이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이른 나이에 이를 잃고 먹는 것도 힘겨워하셨던 모습이 생생했다.

으드득!

이가 갈렸다.

마나통 저장고를 띄웠다.

허공에 마나통 저장고가 나타났다.

저곳에는 아버지의 마나통도 보관되어 있었다.

EX급인 마나통 저장고는 입고되는 마나통의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있었다.

그 중에서는 '보호'기능도 있었다.

내가 가지고 올 수 있는 마나를 포기해서 원 소유자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마나를 포기하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호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얻을 마나를 포기해서 통증을 경감시켜드린다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보호에는 내가 가지고 올 수 있는 마나를 포기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 마나를 부여해줄 수도 있었다.

내가 일정한 마나를 줘서 일종의 보호막을 둘러주는 것이었다.

물론 엄청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고 위험을 조금 더 일찍 느끼고, 공격을 받을 때 공격 데미지를 미량 경감시켜줄 수 있었다.

위험을 조금 더 일찍 느낀다고 해서 각성자보다 빨리 느끼는 것도 아니었다.

마나통에 부여하는 것은 모든 기준이 각성예외자였기 때문에 그걸 감안해서 생각해야 했다.

아무튼 보호 기능은 대변혁 이후에 가능한 것이어서 대변혁 직후 아버지의 마나통에 보호를 걸어두었다.

아버지 마나통 크기의 세 배에 해당하는 마나를 부여해둔 것이었다.

아버지의 마나가 줄어들면 내 마나가 자동으로 부여된다.

원소유자를 보호할 수 있다면 반대로 괴롭힐 수도 있었다.

마나통에 모인 마나를 바로 가지고 가는 것은 물론이고 쥐어짜거나 굴릴 수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사실 억지로 마나통을 키우는 방법이기도 했다.

더 많은 마나를 가지고 가기 위해 성장을 재촉하는 것이었는데 이럴 때 원소유자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런 고통을 전생에 부모님을 비롯한 우리 국민들이 겪어야 했다.

'시작해볼까?'

<어! 시작해! 우리 국민에게 엄살쟁이라고 했던 미우라 놈은 얼마나 잘 참는지 보자고.>

나호의 눈이 빛났다.

전생의 기억이 생생했다.

처음으로 부모님께서 고통으로 실신하던 밤이 생각났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미우라 놈의 마나통이 마나저장고에서 둥실 떠올랐다.

이렇게 특정인의 마나통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뿐이었다.

물론 아직은 누구도 남의 마나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저기 있네. 제법 커. 각성자의 마나통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나호가 미우라의 마나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직은 완두 콩알보다 작은 마나통이었지만 각성자의 것이라고 제법 빛을 내고 있었다.

'이놈 정보부터 확인할게.'

[일본 4,590,444번 미우라 에이지(일본, 남, 28세)]

마나홀 : 3

마나통 : 2(발현율 72%)

마 나 : 54

특 성 : 마나, 습득

직 업 : 없음

현재 위치 : 일본 도쿄 '화 제일' 장례식장 내 숙소.

현재 상태 : 불안, 초조

가족 관계 : 부, 모

성 향 : 이익추구, 다혈질, 냉혈한. 치밀.

현재 재산 : 200억(한국 돈으로 계산한 것임.)

이전에 미우라의 정보를 확인했을 때와 달라진 것이 몇 개 있었다.

먼저 마나는 조금씩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니까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었다.

현재 위치와 상태도 마찬가지였고, 사업가였던 직업도 사라져있었다.

그런데 재산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 봤을 때는 우리 돈으로 삼백 억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백 억이라고 나온 것이었다.

저것은 대변혁이 일어나면서 유동자산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금융권에 넣어둔 돈은 다 사라졌다고 봐야 하고 가지고 있는 현금은 종이만도 못하게 되었으니 백억이 줄어들 수도 있었다.

물론 저 자산도 마나의 사용이 더 활발해지면 마나로 표기가 될 것이었다.

<아직은 부자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더니.>

'던전으로 집이 사라지지 않으면 복이긴 하지. 하지만 이곳은 지옥이 열릴 거잖아.'

그 말과 함께 마나를 흡수했다.

미우라의 마나통의 크기는 2!

그 중에서 28%를 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각성자이고 발현율을 가지고 있어서 72%는 미우라 본인이 사용하는 것이었다.

미우라의 마나를 가지고 와도 1마나도 되지 않지만 늘 시작은 미약한 법이었다.

"윽!"

갑자기 마나통의 마나가 일시에 빠져나가자 이상한 느낌이 드는 모양이었다.

<역시 미우라 놈! 감각이 남달라. 저거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데.>

각성예외자는 마나통에 담긴 마나 전체를 빼앗기기 때문에 일시에 빼내 가면 심한 탈력감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각성자들은 아니었다.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데 미우라는 바로 가슴을 부여잡더니 일어나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대변혁 전의 게으르고 둔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사실 각성자의 마나통은 쥐어짜고 굴려도 각성예외자만큼 고통은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놈이 각성자인 것을 바꿀 수 없으니 최고로 굴려볼 생각이다.

마나통 저장고 안에 든 미우라의 마나통을 꽉 쥔다고 생각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가슴 부위에 손을 가져다 대더니 숨을 몰아쉬었다.

<아픈 것 같은데? 얼마나 고통을 준 거야?>

'처음이어서 감이 잡히지 않아. 비교대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 더 비틀어볼게.'

마나통을 다시 비틀었다.

이번에는 조금 강하게 쥐어짠다고 생각했다.

"윽!"

미우라가 외마디 비명을 터뜨리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슴 부위가 아프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았다.

"상태창!"

그러더니 놈이 상태창을 확인했다.

확실히 놈은 감각이 좋은 놈이었다.

뭐가 변화를 느끼자마자 상태창을 확인하는 것은 아주 좋은 습관이었다.

'이놈은 누구에게 배운 것도 아닐 텐데 이런 것을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그러게. 상태창에 관한 것은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던데.>

상태창에 관한 것만 기억한다고 해도 고생을 훨씬 덜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태창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은 내가 알기로 없었다.

누구든 좌충우돌하면서 하나씩 새로 익혀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놈은 벌써 상태창을 한두 번 확인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놈의 마나통을 쥐어짜면서 굴렸다.

마나통 저장고에서 마나통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꼬물!

^예뻐! 뱅그리 같아!^

꼬물이가 말하는 뱅그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꼬물이가 뿌리 하나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말했다.

꼬물!

^뱅그리! 뱅그리! 재밌다! 나도 가지고 놀고 싶다!^

꼬물이가 호기심을 드러내더니 뿌리 하나를 슬금슬금 올리기 시작했다.

"어억! 으으으으! 으으!"

미우라가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저 마나통이 허공에서 도는 것뿐인데 당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아픈 것 같았다.

<그래도 잘 참네. 소리도 지르지 않고. 엄살을 엄청 부릴 줄 알았는데 말이야.>

꼬물! 꼬물!

^뱅그리! 뱅그리! 뱅글뱅글! 뱅그리! 뱅그리 예뻐요!^

허공에서 미우라의 마나통이 빙글빙글 도는 것이 꼬물이에게는 예뻐 보이는 것 같았다.

푸른색을 띠는 마나통이 돌아가고 있으니 신기할 것 같기는 했지만 저것은 장식품 같은 것이 아니었다.

<꼬물아! 저거 마나통이야. 장난감 아니야.>

꼬물!

^뱅그리야! 뱅글뱅글! 나호 ㅂㅂ!^

<집사! 꼬물이에게 말 좀 해봐.>

'조용히 좀 해봐. 저놈 좀 보게.'

"으으으으으! 으으으!"

미우라 놈이 바닥에서 몸부림을 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손목에 찬 핸드폰을 톡톡 두드리기까지 했다.

119를 부르고 싶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전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약통을 뒤지기 시작했다.

진통제로 보이는 약을 입에 넣고는 물도 마시지 않고 꿀꺽 삼켰다.

<저거 엄청 쓸 텐데.>

나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으으으으! 으으으!"

함께 근무했을 때는 엄살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살이 많았던 놈이 제대로 된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은 채 통증을 참아냈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피난다! 독종이네.>

으드득! 으드득!

놈이 고통을 참아내느라 이를 앙다물면서 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저렇게 고통을 참다 이가 부러지기도 했던 부모님이었다.

'저놈이 아무리 아파도 부모님보다는 아니야.'

<각성자니까. 그래도 72%의 마나는 자신이 쓰는 거잖아.>

28%의 고통만을 느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면에서 보면 유난히 고통스러워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꼬물이의 하얗고 여린 뿌리 하나가 마나통 저장고로 들어갔다!

무기를 써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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