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39화 (239/350)

239. 무기를 써도 돼요?

'어?'

꼬물!

^헤에! 뱅그리! 뱅글뱅글 뱅그리!^

놀라서 소리를 낼 뻔했다.

D급 은신은 완벽하지 못했다.

소리를 내지 않고 그림자 속에 숨어있어서 미우라가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꼬물이의 행동에 입을 벌릴 뻔한 것이다.

<꼬물아! 너는 은신 되지 않잖아? 어서 돌아가! 어서!>

나호가 대기실 밖으로 뻗어 나온 꼬물이의 뿌리를 보고 말했다.

꼬물!

^뱅그리! 뱅글뱅글!^

꼬물이는 나호의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았다.

빙글빙글 돌고 있는 마나통을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는지 자꾸 뿌리로 마나통을 만지려고 했다.

미우라 놈이 지금은 바닥을 구르느라 보지 못하고 있지만 언제라도 허공에 나타난 뿌리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뿌리를 확인하는 순간 뿌리의 끝을 따라 시선을 향할 것이었다.

그럼 나를 발견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래서 재빨리 마나통 저장고를 대기실의 입구로 바짝 붙였다.

이렇게 하자 꼬물이의 뿌리가 마나통 저장고로 넘어가 있어도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꼬물이 영리한 녀석인데 왜 저래? 마나통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으으으으! 으아아악! 으아아악! 아아악!"

미우라 놈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입을 비명을 토해냈다.

"아아아악! 억! 아아아악! 허헉!"

고통이 너무 심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꼬물!

^뱅그리 잘 돌아가네. 뱅글뱅글!^

<헐! 꼬물이 때문이었어?>

고통을 잘 참아내던 미우라 놈이 왜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소리를 지르나 했더니 꼬물이가 놈의 마나통을 제 뿌리 끝에 올리고는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꼬물!

^뱅글뱅글! 돌아라! 돌아라! 돌아라! 도라도라도라!^

꼬물이는 가락을 넣어 글씨를 썼다.

글씨를 쓸 때 놀고 있는 뿌리들이 리듬에 맞춰 뿌리를 흔들기까지 했다.

"아아아아악! 아악! 으아아악!"

<새끼! 주변 사람 다 깨우겠다. 여기 숙소에 살던 사람들은 여전히 있어?>

미우라가 지르는 소리를 들을 사람이 있는지 묻는 것이었다.

'기척이 느껴지는 것으로 봐서 몇몇은 있는 것 같아.'

<하긴. 여기가 지금까지는 더 안전했는지 모르지. 저놈 아프기는 많이 아픈가보다. 눈까지 까뒤집네.>

나호가 고통에 몸부림을 하는 미우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가자! 더 지켜볼 필요 없잖아.'

<가야지. 저놈 날마다 굴릴 거지?>

'날마다? 매 시간마다 굴릴 거야.'

생각 같아서는 24시간 고통에 허덕이게 하고 싶었다.

우리 국민들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특히 잠을 자야하는 밤만 되면 고통에 밤을 하얗게 새워야 했었다.

그러고도 낮엔 쉴 수 없었다.

단 1마나라도 더 벌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놈이 밤에 주로 마나통을 굴렸던 이유도 낮에는 마나를 벌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자신이 긁어갈 것이 있으니까.

'평생 굴러도 전생에 우리 국민에게 준 고통의 백분의 일, 천분의 일도 되지 않아.'

꼬물!

^뱅글뱅글! 뱅그리! 마구 돌려요!^

꼬물이가 자축 파티를 하듯이 미우라 놈의 마나통을 굴리고 있었다.

<그렇지. 하지만 놈도 먹고 살 정도는 움직일 시간을 줘야해. 너무 쉽게 죽어버리면 안 되잖아.>

'각성자이니까 어떻게든 움직일 거야. 그리고 내가 마나통을 가지고 있으니까 내 허락이 없으면 쉽게 죽지도 못해.'

<아! 참 그랬지! 맞아. 그랬어.>

나호가 이제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마나통을 빼앗긴 것이 축복처럼 작용할 때가 유일하게 그거잖아. 쉽게 죽지 않는 거.>

물론 공격이나 병을 막아주는 것은 아니었다.

자살 심리를 억제하게 해주고 무모한 행동을 자제하게 해주었다.

시간이 점점 흘러서 놈의 마나통에서 내게 마나가 많이 넘어올수록 이 영향은 점점 더 강해진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자살은 불가능해진다.

축복 같지만 축복이 아닌 순간이 오는 것이었다.

생명권을 남이 가진 것이나 다를 바가 없게 되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무서운 일이었다.

<놈도 죽으려고 할까? 자살 말이야.>

'글쎄. 모르지. 그리고 관심도 없고. 그저 나는 꾸준히 돌릴 거야.'

꼬물!

^내가! 내가 할래요. 뱅글이 돌리는 거. 이렇게.^

꼬물이가 마나통을 뿌리 위에 올려두고 빙글 돌렸다.

마술사가 접시를 돌리는 것처럼 마나통이 잘도 돌아갔다.

"으아아악! 아악!"

미우라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다른 숙소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미우라의 고함소리에 무슨 일인가 하고 나와 보는 것 같았다.

쫑!

쪼롱이가 귀여운 소리를 냈다.

'왜?'

쫑!

^몬스터가 왔어요. 거대 몬스터!^

전령조의 쉼터에 꾸루와 전령조들은 두고 왔더니 쪼롱이가 몬스터의 접근을 알린 것이었다.

쪼롱이는 자신과 사냥조들이 본 것을 묘사했다.

<하필 말이네. 말과의 몬스터들은 은근히 상대하기 힘든데.>

'왜 상대해?'

<어? 집사! 상대하지 않을 거야?>

'내가 왜? 미우라 놈의 고함소리를 듣고 오는 것 같은데 내가 도와줄 이유가 있나?'

<맞아. 여기 일본이지? 일본의 몬스터를 죽여줄 필요가 없기는 하지. 하지만 지금 '몬말'을 상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럴 필요 없어. 가자.'

나호가 상대를 해보라고 권하는 이유는 잘 알고 있었다.

몬말은 잡으면 마나도 많이 얻을 수 있고 전리품도 훌륭했다.

그리고 그 전리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많았다.

'최초 사냥 보상 같은 것이 있으면 잡았겠지. 하지만 그런 보상은 없어. 그렇다면 굳이 여기서 수고할 필요 없어.'

시스템이 최초 보상을 많이 주는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정말 특별한 일에만 보상을 지급했다.

그래서 보상으로 무언가를 얻은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우리가 장례식장을 막 벗어났을 때 몬말이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쫑!

쪼롱이가 몬말의 거대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크지? 하지만 저것보다 더 큰 몬스터도 있어. 그리고 몬말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어. 그 약점만 잘 공략하면 잡기 쉽지.'

<에이. 말이 쉽지. 유인하기기가 결코 쉽지 않아. 위험을 무릅써야 하고 어디에 주로 나타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써먹을 수 있는 작전이야.>

나호도 몬말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런 약점조차 없었던 몬스터들에 비하면 양호하지.'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지요.>

나호가 꼬리를 내렸다.

장례식장을 벗어나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뒤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몬말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잠시 후 미우라의 고함소리도 들렸지만 무시했다.

우리는 그대로 전령조의 쉼터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묘한 끌림 같은 것을 느낀 것이었다.

"쪼롱아! 이 근처에 던전 있는지 살펴봐줘."

<집사 왜?>

"근처에 1회용 던전이 있는 것 같아."

<안 간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는데 이상하게 끌리네. 뭔가가 당기는 것 같아. 확인이나 해보려고."

<나쁘지 않지.>

쪼롱이가 사냥조들에게 명령을 내린 잠시 후 있는 곳에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던전이 있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바로 던전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던전에서는 더 이상 몬스터가 나오고 있지는 않았는데 문제는 크기였다.

"전생에는 이곳에 이렇게 큰 던전이 없었는데···?"

<1회용 던전 아닐까?>

"그런 것 같기는 한데 확신할 수가 없네."

던전이 묘하게 들어가고 싶은데 시간 비율이 어떨지 몰라서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은데.>

꼬물!

^나호 ㅂㅂ!^

"꼬물아! 시간 비율을 미리 알 수 있는 거야?"

꼬물!

^물어보면 돼요.^

"던전 덩굴에게 물어보면 된다는 거지?"

꼬물!

<우와아아! 집사!>

나호가 깜짝 놀라 입을 쩍 벌렸다.

사실 생각해보면 던전 식물은 던전에 대한 것을 모두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물어볼 수 있어?"

꼬물!

꼬물이가 던전 덩굴에 접근을 하려고 할 때였다.

던전에서 몬말 한 마리가 뛰어 나왔다.

<던전 문이 유난히 높더니 저기서 나온 거였구나.>

"몬말이 나오는 던전이면 공략을 해보는 것도 좋은데···."

아직은 누구든 몬말이 나오는 던전은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당연히 공략만 하면 보상이 제법 쏠쏠할 것이었다.

던전에서 나온 몬말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저 직진본능! 저게 무서울 때도 있지만 고맙기도 하잖아.>

"소리에 유난히 민감하기도 하지."

<겁이 많아서 그래.>

"지금 사람들이 그 말을 들으면 미쳤다고 할 거야."

몬말은 덩치가 크고 빠르고 강했다.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가졌는데 다행스럽게도 겁이 무척 많았다.

물론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겁을 내지 않았고 갑작스런 독특한 소리에 반응을 보였다.

직진본능과 이것을 잘 이용하면 의외로 쉽게 사냥을 할 수 있었다.

그 사이 꼬물이가 던전 덩굴을 위협하고 있었다.

대기실에서 나온 굵은 뿌리가 1회성 덩굴을 후려치고 있었다.

아마 쉽게 대답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던전 입구가 커서 그러나? 깡이 세네.>

다른 덩굴들은 한두 번 위협에 술술 불었는데 이 덩굴은 버티고 있었다.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꼬물이의 뿌리 하나가 더 나갔다.

"어째 꼬물이가 갈수록 깡패가 되어가는 것 같아."

<그래서 싫어?>

"싫기는. 기특해서 하는 말이지. 어떻게든 정보를 가지고 오려는 거잖아."

다른 뿌리 하나가 더 나가니 1회성 던전 덩굴이 바르르 떠는 것이 보였다.

뿌리 하나도 무서웠는데 다른 뿌리까지 보이니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꼬물!

^알아왔어요!^

꼬물이가 유난히 귀여운 꼬물체로 글씨를 썼다.

"시간 비율이 어떻게 된대?"

^십분의 일이래요.^

꼬물이가 꼬물체로 대답했다.

"던전에서 열 시간을 보내면 밖에서는 한 시간이라는 말이지?"

^맞아요. 던전이 많이 넓다는 말도 했어요.^

"그래? 하루 이상 걸리려나?"

꼬물!

^저 던전 덩굴은 이곳에서 몇 년은 살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한 대 더 때려줬어요.^

<던전 덩굴들도 오래 머무르고 싶어 하는 거야?>

꼬물!

^나호 ㅂㅂ! 당연하지. 어떤 생명체가 일찍 죽고 싶겠어?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1회성 던전에 배정된 것이 불쌍할 뿐이지.^

<가만 들으면 던전 덩굴들도 나름의 세상이 있는 것 같아.>

꼬물!

^나호 ㅂㅂ! 아무튼 입장하면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뭘 감추고 있는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것까지 말하면 던전 덩굴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

"뭔가 특별한 보상이 있다는 거네?"

꼬물!

^그런 것 같은데 말하는 뉘앙스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았어요.^

"그 정도면 충분해. 히든 탐색으로 알아보면 되니까."

<히히! 우리 집사에게 히든 탐색도 있었어. 요즘에는 반응이 거의 없었지만 말이야.>

"입장하자."

<입장하자마자 히든 탐색이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

"그럼 좋지."

던전에 입장하기 위해 다가가자 늘 그렇듯이 던전 덩굴이 다가오려고 했다.

하지만 대기실에서 꼬물이 뿌리가 나오자 기겁을 하며 달아나는 덩굴들이었다.

<하하하! 하하! 정말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 집사도 그렇지?>

"당연하지."

덩굴손의 심사를 이런 식으로 건너뛰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덩굴손이 다가올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의외였다.

전생에 세계최강이라는 미우라도 꼬박꼬박 덩굴손의 심사를 받아야했고 이것저것 물건을 빼앗겨야 했다.

물론 대부분은 던전에서 나오면 돌려받았지만 말이다.

던전에 입장하자 몬말이 사는 던전 답게 초원이 펼쳐져있었다.

그리고 간간이 풀을 뜯고 있는 몬말이 보였다.

쫑!

^풀을 먹네요?^

쪼롱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몬말이 포악하다는 식으로 말을 했는데 풀을 먹고 있는 것을 보니 의아한 모양이었다.

<저거에 속았다가는 큰일 나. 쟤들 풀도 먹지만 고기는 더 잘 먹어. 잡식이지. 많은 몬스터가 그렇듯이. 쟤들이 신선한 풀을 좋아하기는 하더라. 영역에도 민감하고.>

"서두르자."

꼬물이가 던전이 넓다고 해서 어느 정도 예상을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것 같았다.

쫑!

"그래 오늘은 마음껏 사냥해봐."

쫑!

쪼롱이에게 말을 하며 반반이 가족과 몬야크 다섯 마리도 나오게 했다.

최대한 던전을 빨리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꼬물!

^우리도 해도 돼요?^

"그래. 너희도 원하는 대로 해봐."

꼬물!

^무기를 써도 돼요?^

꼬물이가 몬늘보 발톱으로 만든 검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일인군단(一人軍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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