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40화 (240/350)

240. 일인군단(一人軍團)

꼬물이만 무기를 들어도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뿌리가 검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섯 소환 식물이 꼬물이를 따라 검을 들어 올리자 수많은 민중이 죽창을 들어 올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검을 들지 않은 뿌리나 줄기들도 좌우로 흔들며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었다.

<살벌하네!>

꼬물!

^덩굴군(軍) 준비 완료!^

위압감이 갑자기 사라지며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글씨와 달리 검을 든 모습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가자!"

반반이의 등에 탄 채 앞을 가리켰다.

음머어어어!

반반이가 길게 소리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전투의 시작이었다.

퍼어억! 퍼어억!

반반이가 몬말을 들이받았다.

몬말이 소리도 제대로 질러보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몬말의 최소 등급은 E등급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몬말은 최소가 D등급으로 보였다.

히아아악! 히아아악!

<시끄러운 녀석 시작했네. 저 녀석들은 왜 저리 소리를 지르는지 모르겠어. 무리 공격을 잘 하지도 않은 녀석들이.>

몬말은 공격을 받으면 독특한 소리를 지르는데 개체마다 조금씩 다른 소리를 냈다.

꼬물!

^귀청 떨어지겠네.^

꼬물이가 그렇게 말을 하더니 공격을 시작했다.

꼬물이의 공격이 시작하는 순간 내가 할 일은 거의 없었다.

[띠링! 8마나를 획득하셨습니다.]

몬말을 한 마리 처리하자 8마나가 들어왔다.

"너무 적은데? D급 몬스터인데 8마나 밖에 되지 않는 거야?"

[띠링! 골격은 D등급이지만 공격력이나 방어력이 E등급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8마나는 너무 적게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스걱! 스걱! 스걱!

이 던전에서는 내가 할 일이 거의 없었다.

간간이 긴 창으로 몬말을 밀어내면 그만이었다.

사냥조와 몬야크, 소환식물들이 활약을 하니 전투는 너무 맥없이 끝나버렸다.

꼬물!

^이제 겨우 몸 좀 풀었는데.^

꼬물이가 뿌리들을 흔들면서 말했다.

모든 소환식물들이 함께 흔드는 것이어서 나름 장관이었다.

<이거 일인군단(一人軍團)이라고 해도 되겠다.>

"소환 능력을 가진 덕분이지."

소환 능력이 있다고 해도 대표 계약을 맺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이런 전투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전투를 할 수 있다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

"다들 수고했어."

쫑!

음머어어!

꼬물!

칭찬을 하자 다들 기쁨을 드러내는 소환수였다.

그런데 더 이상 몬스터가 보이지 않는데 클리어가 되지 않았다.

"왜 이러지? 더 이상 몬스터는 없는데?"

던전이 넓기는 했지만 반반이를 타고 달렸기 때문에 열 시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쪼롱아! 몬스터 있어?"

쭈루!

몬스터가 보이지 않는데 클리어가 되지 않는 것은 다른 조건이 있거나 어딘가에 몬스터가 더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던전을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이런 게 가장 짜증 나.>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고생했으니 클리어는 하고 나가야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던전의 끝에서 던전의 입구까지 돌아 나왔다.

던전 전체를 다시 훑었는데도 이상한 것이 전혀 없었다.

히든 탐색에도 아무것도 걸리지 않은 것이었다.

<집사! 이상하다! 이 정도 돌아봤으면 뭐라도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뮤! 뮤! 뮤!

^나왔다! 이상한 거!^

던전의 입구까지 왔을 때 도뮤가 반응을 보였다.

도뮤가 가리킨 곳은 던전의 입구가 아니라 방금 우리가 지나온 길이었다.

뒤를 돌자 히든 탐색이 반응을 보였다.

히든 탐색이 가리킨 곳은 커다란 나무였다.

<이거 뒷북 제대로 치고 있네. 히든 탐색 약발이 죽었나?>

나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던전의 입구까지 와야 반응을 보이게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지."

<그런가?>

"저긴 우리가 첫 몬말을 잡은 곳인데. 나무도 없었고."

조금 전까지도 없었던 아름드리나무가 나타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고 원래 있던 것을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 같기도 했다.

"신기한 일이야. 너희도 몰랐어?"

쫑!

^몰랐어요.^

꼬물!

뮤!

쪼롱이는 물론이고 꼬물이나 도뮤까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고 했다.

어쨌든 나무에 다가가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뭔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피해에에에!"

재빨리 반반이와 몬야크들을 대기실로 입장시켰다.

하지만 약간 늦었다.

파파팍!

나뭇가지들이 날아와서 반반이의 엉덩이 부근에 박혔다.

음머어어!

엉덩이에 나뭇가지가 박힌 채 반반이가 대기실로 입장했다.

다른 몬야크들은 이미 입장을 했기 때문에 상처를 입은 것은 반반이뿐이었다.

이것도 소환식물들이 날아오는 나뭇가지를 쳐냈기 때문에 이 정도 피해로 끝난 것이었다.

뒤로 조금 물러났다.

조금 전 긴 머리를 휘날리는 것처럼 나뭇가지를 뿌리던 나무가 지금은 얌전하게 서있었다.

저렇게 서있을 때는 전혀 공격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래서 던전 덩굴이 쉽게 클리어가 되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나 보다."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런지 나무는 전혀 공격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까이 접근하면 다시 나뭇가지를 뿌렸는데 나뭇가지의 끝은 화살촉처럼 뾰족했다.

꼬마가 반반이 엉덩이에 박힌 나뭇가지를 뽑았다.

그리고 버섯 치유수를 발라주었다.

총 다섯 개나 뽑아야 했는데 깊이 박혀서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아프겠다.>

음머어어!

^내가 맞아서 다행이다.^

반반이가 대장다운 모습을 보였다.

버섯 치유수에 뭘 섞었는지 약을 바른 곳 마다 붉어져 있었다.

하필 맞은 엉덩이가 하얀 쪽이어서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였지만 나름 영광의 상처였다.

모두가 대기실로 입장한 것을 확인하고 가장 늦게 입장했기 때문이었다.

<집사! 접근이 불가능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

소환식물들이 쳐내기는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나뭇가지가 날아오기 때문에 무작정 달려들 수 없었다.

나뭇가지를 날리고 나면 바로 다시 생기는 것도 문제였다.

방패를 만들어 접근한다고 해도 공격을 하려고 하면 뾰족한 나뭇가지가 사방에서 공격할 것이 분명했다.

"접근을 해야만 공격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

<그럼? 저 녀석을 어떻게 없애려고?>

"나무니까 불태워야지."

<기름! 기름이 있었지.>

휘발유나 석유는 던전에서 은근히 사용할 곳이 많아서 상당량을 사둔 상태였다.

그리고 인벤토리에도 늘 일정량을 가지고 다녔다.

이것을 이용하면 나무를 공격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미리 만들어둔 화살에 천을 감고 기름을 먹였다.

꼬물!

^아수라 아수리가 돕겠대요.^

"그래."

아수라, 아수리는 창의적인 일도 잘하지만 똑같이 흉내도 잘 냈다.

불화살을 신중하게 하나 만들더니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수십 개의 뿌리와 줄기가 불화살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분업화를 해서 작업속도까지 높였다.

이렇게 하자 순식간에 백여 개의 불화살이 만들어졌다.

불을 붙이고 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피이이잉! 피이이잉!

기름을 듬뿍 머금은 불화살은 시원하게 날아가서 나무에 박혔다.

퍼벅! 퍼벅! 퍼벅!

불화살이 나무에 닿자 바로 불이 옮겨 붙으면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영리하네.>

나무는 어떻게든 불을 꺼보려고 했지만 쉽게 꺼질 리가 없었다.

피이잉! 피이잉!

다시 불화살이 날아갔고 첫 번째 나무에 완전히 불이 붙었다.

나무가 완전히 탄 자리에는 시커먼 재만 가득했다.

"뿌리까지 타버린 것 같은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이런 나무가 한 그루가 아니었다.

한 그루였다면 불화살을 이렇게 많이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던전에 나무는 몬말의 숫자만큼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무를 불태워나갈 때였다.

히든 탐색이 반응을 보였다.

<시커먼 재밖에 없는데?>

"땅속 인 것 같아."

히든 탐색이 가리킨 것은 까맣게 탄 나무 뿌리였다.

나무뿌리를 파고 들어가자 작은 장난감 같은 것이 나왔다.

"이게 뭐지?"

손에 쥐고 흔들면 두들겨지는 소고(小鼓)였다.

두 개의 둥근 구슬이 실에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구슬이 언 듯 보기에 마정석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정석은 아니었다.

마정석을 장난감 구슬로 사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냥 장난감은 아니겠지?>

"감정을 해봐야겠어."

현재 감정 스킬은 E등급이었다.

바로 장난감으로 보이는 물건을 감정해보았다.

[장난감입니다. 8세 미만의 아이들이 가지고 놀면 각성확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감정은 놀라운 말을 했다.

이것을 가지고 노는 것만으로 각성확률을 높일 수 있단다.

감정이 거짓말을 할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믿기지 않아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똑같은 감정 결과가 나왔다.

"각성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데···."

대변혁을 맞이하기 전 일 년 동안 열두 번의 소환을 거쳐서 각성자를 선발했다.

이런 이벤트는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 번도 소환되지 않았던 아이들이 성장하면 주기적으로 이런 실험이 치러졌다.

그리고 그 시험을 잘 통과한 아이들은 각성을 하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각성예외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사실을 몰랐지만 나중에는 이런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자식들이라도 각성을 시키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썼다.

하지만 각성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가짜만 판을 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장난감이 각성확률을 높여준단다.

심장이 다 두근거렸다.

<고생한 보람은 있네.>

"그러게. 어떤 보상보다 달가운 것 같아."

장남감을 인벤토리에 잘 보관했다.

<집사! 이것 때문에 끌렸나?>

"글쎄 잘 모르겠어. 이것보다 느낌이 조금 더 강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다음 나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불화살을 날려 나무를 없애고 나자 또 다시 히든 탐색이 반응을 보였고 다시 이전보다 조금 더 큰 장난감이 나왔다.

[장난감입니다. 10세 미만의 아이들이 가지고 놀면 각성확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것도 두 개의 구슬이 달린 소고였다.

그리고 마지막 나무에서도 같은 장난감이 나왔다.

[장난감입니다. 13세 미만의 아이들이 가지고 놀면 각성확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세 개네. 이건 나가면 당장 아이들에게 줘야겠어."

<이런 장난감은 잊어버리게 되면 정말 속상하겠다.>

"시스템에 도난 방지 아이템 팔 거야."

<아! 시스템이 있었지?>

도난 방지 아이템이라고 하자 바로 시스템이 반응을 했다.

[띠링! '도난 방지' 아이템을 찾으십니까? 도난 방지를 위한 다양한 아이템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보시겠습니까?]

"그것보다 우리 클리어 하지 않았어? 이 나무까지 다 없앴는데?"

마지막으로 처리한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클리어 하셨습니다. 쇼핑을 끝내고 나면 말씀을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쇼핑을 하시는 것이 시간 절약에도 좋습니다.]

1회용 던전은 대부분 직접 퇴장을 하지 않고 던전이 사라짐과 동시에 자동으로 퇴장이 된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무슨! 아이템 팔 욕심에 그런 거잖아.>

[도난방지 아이템은 훌륭한 상품입니다. 구매하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한 번 구매하면 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해?"

[망가지지 않는다면 가능합니다.]

<망가지기도 한다는 거네. 잘 골라야겠다.>

시스템은 다양한 도난방지 물건을 권했다.

쇼핑 가이드, 쇼이까지 불러내서 확인을 한 후 고른 것은 자그마치 하나에 백 마나짜리였다.

마법처리를 하는 것이었는데 겉으로 보면 백 마나를 들인 태가 전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주인이 지정한 곳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절대로 누구도 가지고 갈 수 없는 거지?>

[띠링! 그렇습니다. 억지로 가지고 가게 되면 강대한 님의 인벤토리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미 강대한 님을 주인으로 인식을 걸어두었으니까요.]

"좋아. 삼백 마나 투자할게."

상태창에서 삼백 마나가 사라지면서 인벤토리로 소고 세 개가 들어왔다.

이제 이것이 있을 장소를 지정해주기만 하면 되었다.

<어디로 할 거야?>

"아이들 놀이방과 도서관에 둘 생각이야."

가장 작은 것은 놀이방에 그리고 다른 두 개는 도서관의 휴게실에 둘 생각이다.

<하나는 놀이터에 둬도 좋을 것 같은데?>

"지금은 추워서 밖에서 놀기 어려우니까. 날이 따뜻해지면 장소를 옮기면 되지."

<어디든 좋아. 희망적이잖아. 부모들이 정말 좋아하겠다. 이거 알려지면 지금보다 더 월평에 들어오려고 하겠는데···.>

나호의 입 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일본의 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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