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41화 (241/350)

241. 일본의 대지진

얻을 것 얻었으니 이제 클리어 메시지만 들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스템이 뜸을 들이고 있었다.

"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야?"

<또 부탁할 것이 있나? 왜 저래?>

[띠링! 축하합니다. 던전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이 던전은 1회성 던전으로 30분 후에 소멸합니다. 클리어 보상은 마나로 지급되었습니다.]

뭔가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클리어를 알리고는 잠잠해지는 시스템이었다.

<클리어 보상으로 마나는 얼마나 준 거야?>

"잠시만···."

<이런 씨이이···. 아오오···. 시스템 정말 왜 이러냐? 집사! 이건 따져야해.>

상태창을 함께 확인한 나호의 눈이 매섭게 바뀌었다.

클리어 보상으로 들어온 마나는 겨우 1마나였다.

D등급 클리어 보상으로 지급되는 마나라고는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것 때문이었나?"

<집사는 화도 안 나? 이게 말이 돼? 이건 완전히 우리를 무시하는 거야.>

"그래도 장난감 소고 얻었잖아."

<그거는 별개지. 이런 식이면 앞으로 협조하지 않겠다고 해! 이것들이 말이야!>

꼬물!

^나쁜 시스템! 욕심쟁이!^

쫑!

^1마나라니! 1마나라니!^

1마나가 충격이 컸는지 쪼롱이까지 날개를 퍼덕이며 불만을 표출했다.

"몇 년은 있을 것이라고 공들여 준비했는데 우리가 없애버려서 속이 상했을 수도 있지. 그리고 우리가 이곳에서 얻을 것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아."

<더 얻을 것이 있다고? 숨겨진 것이 또 있는 거야?>

"아니. 도축해야지."

<도축? 도축할 것이 뭐가 있어? 다 했는데···. 어? 설마 저 나무를 도축하겠다는 거야?>

"도축이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잖아."

몬스터 중에서는 식물형 몬스터도 있었다.

식물을 닮은 몬스터도 몬스터이니 당연히 도축이 되었다.

그런데 방금 전 처리한 나무처럼 완전히 나무와 흡사하게 생긴 것은 도축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더구나 불에 완전히 탄 상태이니 도축이 된다고 해도 나올 것이 전혀 없을 것처럼 보였다.

"이런 던전에서 클리어 보상이 1마나라는 것부터가 이상하잖아. 해보면 정확하게 알겠지. 도축!"

도축을 했다.

수없이 했던 도축이지만 시커멓게 탄 나무를 보고 도축을 하니 기분이 묘하기는 했다.

<헉! 되네. 그런데 저게 뭐야?>

도축이 되어 우리 앞으로 옮겨온 것은 시커먼 재였다.

나무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재의 양도 상당했다.

"감정!"

[시각을 교란시키는 물질입니다. 뿌리거나 바르면 정체를 숨기는데 용이합니다.]

<신기한 것이 나왔네.>

"우리가 처음 이 나무가 있는 것을 몰랐잖아.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집사 뿌려봐. 어떻게 보이는지 보게.>

"우리끼리 해봐서는 의미가 없어."

<그렇지. 그럼 저 바위에 해보자. 그런데 몇 분이나 남았지?>

"20분. 시간은 충분해."

가루를 바위에 발랐다.

그랬더니 가루가 묻은 곳이 지워진 것처럼 보였다.

<오오오! 이거 신기하다. 이거 마법사들이 했던 것과 비슷하다. 그치?>

"그러게. 이게 얼마나 유지되려나?"

오래 유지만 된다면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쫑!

쪼롱이가 궁금했는지 까만 재가 뭍은 바위에 앉았다.

그리고 그 바위 위를 걸었다.

<어? 쪼롱이 발 모양대로 바위가 보이네. 묻어있는 동안은 유지가 되나?>

"그런 것도 같은데···. 비나 바람만 아니면 상당히 유지가 될 수도 있겠네. 페인트에 섞어서 바르면 어떻게 되려나?"

<오! 그거 놀라운 생각이다. 꼭 페인트가 아니라도 오래 붙어 있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거야. 저거 옷에 발라서 입고 다녀도 좋겠다.>

"양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장벽 바깥쪽을 바르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장벽 너머에 사는 사람만 없다면 사람도 덜 불러들이고 여러모로 좋을 것도 같았다.

<집사 저기 좀 봐. 쪼롱이 발바닥이 없는 것처럼 보여.>

정말 그렇게 보이기는 했지만 소환수이기 때문에 발이 있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발바닥이 없는 새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장화에 저걸 바르고 걸어 다니면 귀신이라고 하겠다."

<발 없는 귀신이 나왔다고 난리가 나겠지. 장벽 너머에서 그런 신을 신고 며칠 왔다 갔다 하면 다들 도망가려나?>

"몇몇은 달아날 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그러고 싶지도 않고."

혹시 몰라서 가지고 다니던 통을 꺼내서 재를 모두 담았다.

커다란 김치통으로 다섯 통이었다.

<이건 '은신재'라고 해야 하나?>

꼬물!

^'감추재'? 아니 '감재'가 좋겠다. 모든 것을 감추는 재! 좋잖아.^

쪼롱!

^감재? 감재보다는 '숨재'는 어때?^

음머어어!

^작명이라면 나도 한몫 거들지. '말재'는 어때?^

<감재, 숨재는 그렇다고 하고. 말재는 뭐야?>

음머어어!

^몬말이 있던 곳에서 나온 것이니 말재! 시선을 잠시 말아버린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하나?^

반반이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말은 하지 말재.>

나호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투표로 정하지 뭐. 감재가 좋은 소환수는 꼬물이 뒤로, 숨재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소환수는······."

<하하하! 하하! 투표 방법이 잘못 됐어. 이건 꼬물이와 반반이가 억울할 수 있겠다.>

꼬물!

^괜찮아. 숨재도 괜찮은 이름이니까. 숨기는 재니 숨재도 좋지.^

음머어어!

^나도 마찬가지다. 숨재도 재미있는 이름이다. 여기! 여기에 발라주면 좋겠다. 이 상처를 숨기고 싶다.^

반반이가 자신의 엉덩이를 턱으로 가리켰다.

하얀 엉덩이에 붉은색 꽃이 피어있었다.

"하하하! 반반아 거기에 저거 발라도 우리는 다 보여.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보면 깜짝 놀랄 거야."

반반이의 몸에 바르면 몸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일 것이 분명했다.

생각만 해도 징그러울 것 같았다.

음머어어!

^그럼 포기하겠다.^

그렇게 말한 반반이가 서늘한 곳으로 옮겨갔다.

몬야크들은 대기실 안에서도 서늘한 곳을 좋아했다.

밖에 나와 있을 때가 아니면 거의 모든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

쫑!

쪼롱이가 자신 뒤로 즐비하게 선 사냥조들을 해산시켰다.

그리고는 조금은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쪼롱이 네가 말한 대로 이것의 이름은 '숨재'로 할게."

쫑!

쪼롱이가 기쁨의 날갯짓을 했다.

숨재 다섯 통은 인벤토리에 보관되었다.

"이제 여기서 더 얻을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집사! 숨재를 얻고 나니까 혹시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 또 뭔가 귀한 것이 있을 수도 있잖아. 10분 남았지?>

나호가 주변을 돌아보았다.

나에게 10미터 이상 벗어날 수 없으니 저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럼 남은 시간동안 찾아볼까?"

<좋아! 찾아보자. 쪼롱아! 뭔가 신기한 거 있으면 애들에게 다 물어오라고 그래.>

쫑!

쪼롱이와 사냥조가 사방으로 퍼졌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

십 분정도 지났다고 생각했을 때 던전이 사라졌다.

던전에 함께 입장했던 소환수들은 대기실로 돌아와 있었다.

그런데 대기실로 돌아온 소환수들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모두 하나씩 입에 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집사는 좋겠다. 저렇게 충직한 소환수들을 둬서 말이야. 그래 뭐라도 물고 오면 보탬이 되지. 하하하!>

꼬물!

^꼬마가 쓸 만한 것이 있대요.^

꼬마의 뿌리와 줄기가 움직이더니 소환수들이 물고 있는 것 중 일부를 가지고 갔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냥 풀이고 돌인데 꼬마가 보기에는 아닌 모양이었다.

꼬물!

^꼬마가 이 돌은 제법 좋은 거래요.^

꼬마가 들어 올린 돌은 평범해 보이는 것이었다.

감정을 했더니 독을 해독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평범해 보이지만 달라. 던전 공략 때 못 보던 돌이야."

<그래? 집사가 눈썰미가 좋으니까 집사 말이 맞겠지. 그나저나 일본 놈들 우리 덕에 몬말의 공격은 덜 받겠네.>

"다른 던전을 열 거니까 그런 말은 의미 없어."

<일본에 소유하고 있는 던전 다 열 거야?>

"응! 다 열어야지. 어차피 언젠가는 다 열 던전들이었어."

<한국에 있는 것은?>

"한국에 있는 것은 돌아가서 차츰 열어야지. 우리나라에 재앙의 문을 열어두고 자리를 비우면 안 되지."

<헤헤. 가자.>

나호가 허공답보로 앞장을 섰다.

이곳에 소유하고 있는 던전들을 모두 연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던전을 여는 것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고통을 당할 것이었다.

일본인들에게 나는 악마보다 더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물!

꼬물이의 하얀 뿌리가 내 볼에 닿았다.

마치 위로를 하는 것 같았다.

쪼롱이도 왼쪽 어깨에 내려앉고, 언제 왔는지 도뮤도 오른쪽 어깨에 앉았다.

뮤! 뮤! 뮤!

^결심했으면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마라. 그거 아무 의미 없다.^

쫑! 쪼로롱!

^결단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대장의 숙명이에요.^

쪼롱이와 도뮤가 한 마디씩 했다.

무리를 이끄는 아이들이라 노하우가 녹아있는 말이기도 했다.

음머어어!

반반이도 힘을 돋았다.

그 사이 우리는 전령조의 쉼터에 도착했다.

"그럼 이제 열어볼까?"

꿀꺽!

나호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기대를 한다고 했으면서 은근히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던전창을 열었다.

던전창에는 열림과 닫힘 버튼이 있었다.

이 버튼을 통해서 언제든 던전을 열고 닫을 수 있었다.

던전창에서 일본으로 분류를 해둔 창을 열고는 일괄 개방 버튼을 눌렀다.

<한 방에 열어버리네.>

"이왕 여는 거 간편한 것이 좋지."

<이럴 때는 시스템이 박정해. 정말 개방하겠냐고 묻지도 않잖아.>

"시스템 입장에서는 던전이 열리는 것이 좋겠지. 안 그래?"

<다 열렸겠지?>

"당연히 다 열렸지. 여기서 보이지 않는 것뿐이야."

사실 미우라의 장례식장에서 던전을 일괄 개방하려고 했다.

몬말이 장례식장으로 들어오지만 않았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몬말이 들어오기에 바로 개방하지 않았다.

미우라 놈이 몬말의 괴롭힘?을 당했으면 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들어가···. 어? 여기 연못도 기포가 올라오네?"

장례식장의 연못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법 큰 기포가 올라오고 있었다.

<집사! 이거 정말 지진이 날 모양인데? 도쿄에 지진이 나면 어떻게 되는 거야?>

"글쎄. 얼마나 큰 지진이 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설마 우리 소유의 던전이 어딘가로 사라져버리지는 않겠지?>

"그런 일은 없어. 전생에 네팔에서 있었던 일 기억나지 않아?"

<네팔? 아! 그 대지진! 맞아 다 무너지고 사라져서 난리가 났지만 던전은 무사했어. 던전이 이정표가 된다는 말까지 있었잖아.>

"한 번 자리를 잡은 던전은 이동하지 않으니까."

<고생시키려고 던전을 많이 심었는데 이정표가 되면 보탬을 주는 거 아니야? 그 꼴은 보기 싫은데···.>

"던전이 이정표가 될 정도면 엄청난 피해를 봤다는 거잖아. 그리고 던전은 가만있겠어? 지진과 상관없이 클리어 되지 않으면 몬스터는 계속 나와."

<흐흐흐! 피해가 양산되겠구나. 에헤라 뒤야!>

나호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일에 기뻐하고 춤을 주는 것을 미쳤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우리 국민이 전생에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징징거린다고 하던 이들은 얼마나 의연하게 대처하는지 보자고."

<한국은 의지가 박약한 민족이라고 했어. 유난히 한국인들만 고통스러워한다면서. 그 말이 어찌나 듣기 싫던지.>

"일본 놈들보다 더 미운 것은 그것에 동조한 언론들이야."

<때려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 다 일본으로 보내버려야 하는데···.>

"다 기억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하나씩 뽑아서 분리수거할 테니까."

<아주 좋아! 여기서 다른 던전이 보이지 않은 것이 아쉽다. 던전에서 몬스터들이 튀어 나오는 것들 보고 싶었는데.>

막 나호가 그 말을 했을 때 바닥이 흔들렸다.

그리고 연못에서 더 큰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포가 터지면서 나는 소리가 제법 클 정도로 큰 기포였다.

<집사! 봤어? 저 건물 흔들렸어.>

나호가 전령조의 쉼터에서 바로 보이는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진이야."

그 말이 신호가 된 것처럼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연못의 물이 출렁이고 건물이 춤을 추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더 지체하고 있으면 안 되겠다. 들어가자."

꼬물!

^빨리! 빨리!^

다시 한 번 땅이 크게 움직이는 순간 우리를 재빨리 던전으로 입장했다.

일본 던전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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