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 일본 던전 개방
덩굴손의 심사가 있었다면 지체가 됐겠지만 검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꼬물이를 의식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여기에서 지켜볼 수 있으면 좋은데···.>
던전에 입장하면 던전 밖을 잠시 볼 수 있었다.
동료와 함께 입장하면 동료의 심사가 끝날 때까지 밖을 볼 수 있었고, 혼자 입장하면 그것보다 더 짧은 시간이 주어졌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채 1분이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꼬물!
^무서워! 땅이 막 움직여!^
<야! 너는 그 검이나 내려놓고 무섭다고 해!>
꼬물이가 몬늘보의 발톱으로 만든 검을 들고는 벌벌 떨고 있었다.
한두 개가 아니라 수십 개의 검을 들고 있어서 무서워서 떠는 것이 아니라 살의를 불태우는 것처럼 보였다.
꼬물!
^무서워서 그래. 땅이 흔들리는 경험은 처음이니까. 식물에게 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그래. 그래. 더 이상 보이지 않네. 아쉽다. 더 보고 싶었는데. 지금 다시 나가볼까?>
나호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던전 밖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땅이 흔들리고 건물이 요동쳤으니 상당한 피해를 볼 것이 분명했다.
"한국에서 할 일이 많아. 역시 지진은 던전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네. 가자."
캬캬캬꺄아아아!
<으이구! 이놈들도 시끄러워. 일본에는 왜 이리 시끄러운 놈들이 많은 거야? 짜증나는데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볼까?>
나호가 실체를 가지려고 했다.
"나호야. 잠시만. 이왕 참은 거 조금만 더 참아."
<왜? 아! 시스템과의 일 때문에?>
"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서. 네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집사의 감은 잘 맞으니까 집사 말을 들어야지. 그런데 쪼롱이의 발바닥은 여전히 없는 것처럼 보여. 숨재 신기하다.>
"정확한 시간을 알아보라고 일부 주고 가야겠어."
마을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이 중에는 연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 사람들에게 맡기면 좋아할 것이었다.
"서두르자."
1회용 던전의 시간비율이 일 대 십이었지만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어느새 세 시간이나 되었다.
이제 어서 돌아가야 했다.
서두르자고 했더니 꼬물이가 검을 들어올렸다.
수십 개의 검이 들리자 제법 기세가 흉흉했다.
쪼롱이도 이에 질세라 높이 날아오르더니 사냥조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전령조의 쉼터를 클리어 할 생각이 없었다.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까지만 가면 그만이었다.
스걱! 스걱!
눈앞에 거치적거리는 몬숭이들만 정리를 하고는 속도를 높였다.
전령조의 쉼터는 크기가 커서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까지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이 던전도 시간 비율이 1대2였다.
그것에 감사하며 속도를 높였다.
몬숭이들이 오랜만에 본 낯선 생명체에게 호기심을 보일 새도 없이 죽어나갔다.
간간이 도축을 해서 전리품을 대기실로 보관했다.
그렇게 달리자 어느새 워프게이트가 보였다.
"꾸루야! 가자!"
나만 이동해도 자동으로 대기실로 돌아오게 되어 있지만 그러기 싫었다.
꾸루를 부르자 수많은 전령조들이 워프 게이트 주위로 몰려들었다.
<장관이네. 이 녀석들 온 몸이 흰색이어서 정말 멋있어.>
꾸! 꾸룰룰루! 꾸루!
"재미있었어?"
꾸!
"먹고 싶었던 것도 많이 먹었고?"
꾸!
이 던전의 절반 이상은 습지였다.
그리고 그 습지에는 전령조들이 좋아하는 물고기가 살았다.
전령조들은 언제든 대기실과 전령조의 쉼터를 오갈 수 있기 때문에 먹이 걱정이 없었다.
"그럼 이제 돌아가자."
꾸!
꾸루가 전령조들을 이끌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전령조의 수가 늘어난 것 같은데?"
<정말! 열 마리 정도 늘었나?>
"그런 것 같아."
말을 하며 꾸루의 정보창을 확인하자 꾸루가 이끄는 전령조의 수는 180마리로 늘어나 있었다.
대변혁이 일어나고 난 후로는 소환수의 수도 더 빨리 늘어나는 것 같았다.
지구에 마나 함량이 높아져서 그럴 것이었다.
대기실로 들어가지 못한 전령조들이 워프 게이트 주위를 돌았다.
저 녀석들도 언젠가 대기실로 들어와서 전령조가 될 아이들이었다.
전령조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난 후 워프게이트로 입장했다.
그리고 이동시켜달라고 했다.
[띠링! 이동 비용은 삼백 마나입니다.]
"올 때는 이백 마나였는데 갑자기 삼백 마나라니? 이백 마나도 비쌌는데···."
[어차피 정확한 금액이 책정되면 돌려드릴 겁니다.]
<이자를 쳐주지도 않을 거면서···. 원래 미리 받은 돈은 단 한 푼에도 이자가 붙는 거야!>
나호의 말에 시스템은 대답이 없었다.
[강대한 님께서 거느린 식구가 많으니 삼백 마나도 비싼 것은 아닙니다.]
<말이야? 방구야?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대기실에 있는 소환수들에게까지 마나를 받을 기세네.>
[띠링! 소환수가 많으면 워프 게이트 작동에 신경이 더 쓰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강대한 님께서는 마나통 저장고까지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일반적으로는 인벤토리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마나통 저장고와 대기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혼에 묶인 거잖아. 나만 보내면 되는데 무슨 상관이야?"
[묶인 것이 많아서 마나가 더 많이 소모되고 신경도 더 써야합니다.]
<결론은 마나였네. 원가는 십분의 일도 되지 않을 거 같은데.>
"뭐 어쨌든 상관없어. 너도 바쁘고 우리도 바쁘잖아. 삼백 마나 가져가고 옮겨줘."
[띠링! 워프게이트를······.]
삼백 마나를 가지고 간 것이 기분이 좋은지 유난히 밝은 목소리로 이동을 말하는 시스템이었다.
시스템이 워프 게이트를 작동하는 순간 우리는 한국의 화순 던전으로 이동이 되었다.
허망할 정도로 쉽게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난리가 나겠지?"
<난리만 나겠어? 그런데 집사! 독도 특허 낼 거야? 세상이 조용해지면 말이야.>
한국에 도착하자 나호가 갑자기 특허 이야기를 했다.
일본을 다녀오니 국제교류가 성큼 다가온 것 같은 모양이었다.
"전생에 미우라는 특허를 냈지만 난 내지 않을 거야. 어차피 비슷하게도 만들지 못해. 더구나 80% 경감시킬 수 있는 약이 나오겠어?"
<상표는? 상표등록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기는 한데 똥파리가 꼬일 수 있으니까 그건 생각해보자."
독도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음료에는 차마 독도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하더라도 각종 제품에 독도를 붙이려고 들 것이었다.
좋은 제품에 독도를 붙이면 다행이지만 이상한 제품에 사용하면 화가 날 것 같았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워프 게이트를 나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 세 분이 주무시지 않고 기다리고 계셨다.
"아직 주무시지 않으신 거예요?"
"네가 일본에 갔다는데 잠이 오지 않지."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어머니의 볼이 발그레했다.
예전보다 훨씬 건강해지신 것이었다.
어머니께도 바로 1천 마나를 보냈다.
"이제 주지 않아도 돼.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고."
"능력치 올리시라고 드리는 거예요."
치유 버섯도 두 개 어머니 앞으로 내려놓았다.
"이것도 아직 남은 거 있는데. 아! 그리고 우리끼리 있을 때 사냥한 것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니?"
"아까처럼 되도록 던전에서 요리를 해 오시는 것이 좋아요. 나무도 아껴야죠."
"그렇지 않아도 장벽 너머의 사람들이 닥치는 대로 나무를 베던데. 경우가 없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
"그러게 말입니다. 말을 한다고 해서 들을 사람들도 아니고···."
큰아버지께서 한숨을 쉬셨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닥치는 대로 태우고 있는데 그 연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플라스틱 같은 것까지 태우는지 냄새도 심했다.
한두 번 주의를 주었는데 그때뿐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절대로 받아들여주면 안 된다. 경우 없는 사람들은 질색이야."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원리원칙을 중시하시는 아버지께서는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싫어하셨다.
호불호가 명확해서 주위에 사람이 많지 않은지도 모른다.
"훈제를 하거나 말리는 것도 좋아요. 황이 던전은 잠가둘 거예요. 황일 던전은 두 팀 이상이 함께 가시고 절대로 무리하시지 마세요."
"그건 걱정하지 마라."
"주민들이 사냥을 경험하고 나면 통솔에서 벗어나려고 할 거예요. 던전에서 특히 조심하셔야 해요."
던전 밖에는 소환수들이 있지만 던전 안에는 데리고 들어갈 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당할 수도 있었다.
"길면 두 달이라고 했잖아. 걱정하지 마라. 잘 하고 있을 테니. 지금 있는 사람들 정도는 통제할 수 있어."
"군(軍)이나 정부에서 나올 수도 있어요. 그래도 안에 들이지 마세요. 그리고 이거요."
세 분 앞에 총을 꺼냈다.
권총 여섯 자루와 K2 여섯 자루, 수류탄 스무 개였다.
여기에 전기 충격기와 가스총도 각각 여섯 자루씩 꺼냈다.
"이, 이게 다 뭐니? 군대에서 챙겨왔다는 거야?"
대변혁의 날 군대에서 챙겨온 것이었다.
아버지와 큰아버지께서는 M16이 더 익숙할 것 같지만 그냥 K2를 꺼냈다.
K2총알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챙겨온 거예요. 이거 인벤토리에 보관하세요."
탄창도 여러 개 꺼내놓았다.
"······."
"미리 탄창에 총알을 넣고 다니시라고요. 위기상황에서는 끼울 시간도 없거든요. 이건 최대한 보이지 마시고요."
총은 미리 사격장에서 세 분 모두 연습을 한 상태였다.
대변혁을 준비하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군이 쳐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군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탈영병이나 미친놈들은 어디든 있을 수 있었다.
"사격장에서도 낯설었는데···."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어머니께서 가장 먼저 권총을 잡으셨다.
소음기도 꺼내놓았다.
총알은 아주 넉넉하게 꺼내놓았으니 전쟁이 나지 않으면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었다.
"얼마나 더 있는 거냐?"
"미군과 한국 부대 두 곳에서 가지고 왔어요. 모두 전생에 민간인에게 총구를 겨눴던 곳이죠."
"미친 것들. 그놈들이 나중에 이상한 소리를 할까 걱정이구나."
"미군 부대에서는 들키지 않았고, 한국 부대도 은신 상태에서 움직였어요. 저를 봤다고 해도 함부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못할 거예요. 몬스터는 정리해주고 왔으니까요."
"잘했다. 그런데 제수씨는 수류탄은 처음인데···."
"지금 연습하실래요? 황이 던전에서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좋지. 가자꾸나."
우리는 바로 황이 던전으로 이동했다.
집 바로 뒤가 산이고 거기에 던전들이 주르르 있으니 금세 던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총을 빼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빼앗지는 않는구나."
"가장 자주 빼앗는 것이 술, 담배, 화투, 카드에요. 종종 라이터도 빼앗고요."
"파이어 스틱도 있고, 그게 없다고 해도 불 피우는 것은 자신 있다."
그간 연습으로 세 분 모두 불 피우는 것은 도사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던전안으로 제법 들어가서 수류탄 던지는 연습을 했다.
"예전 우리 군대 다닐 때보다 살상력이 강해진 것 같은데?"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당연히 강해지겠지. 기술이 발전하는데."
아버지와 큰아버지께서 수류탄의 성능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하셨다.
어머니까지 익숙하게 연습을 하고 나서는 수류탄을 세 분께 다시 넉넉하게 나누어드렸다.
"이걸 쓸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없어야죠. 하지만 위급하다 싶으면 언제든 사용하세요. 아끼지 마시고요."
"이런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그래. 위화감을 주고 싶지 않거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이해가 됐다가도 되지 않아. 단호해지신 것 같은데 또 저런 모습을 보인단 말이야.>
'착하셔서 그래. 생명을 중시하시기도 하고. 각성 유무를 떠나 하나가 되어 살고 싶은 마음도 강하실 거고.'
나호에게 심상으로 대답을 했다.
아버지의 표정은 복잡했다.
총을 받으니 든든하면서도 묘한 생각이 드시는 것 같았다.
"이런 총과 총알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있을까?"
"생각보다 많을 거예요. 이미 총알을 모두 소진한 사람도 많을 거고요."
대변혁 초기 군대가 있어서 피해가 적은 지역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피해를 당한 곳도 있었다.
총은 잘 사용하면 최고의 무기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재앙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럴 일은 없지만 혹시 월평을 공격을 하는 집단이 있으면 과감하게 하셔야 합니다."
"알고 있다. 늘 초기 대응이 중요하지."
큰아버지께서 대답하셨다.
"아이들이나 비무장한 시민들을 방패막이 삼아 돌진하는 놈들도 있어요."
이미 몇 번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전생에 실제로 그런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해두는 것이었다.
"······."
"혹시 그런 일이 있으면 전령조나 사냥조에게 수류탄을 맡겨도 돼요. 똑똑한 아이들이니까 후미의 적들에게 떨어뜨릴 거예요."
"알겠다."
이상한 기미를 보이는 놈들이 있으면 사냥조가 나서서 눈만 파버려도 문제가 없기는 하지만 혹시 몰라서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두는 것이었다.
"이제 가요."
밥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