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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45화 (245/350)

245. 아이라도···.

날이 밝았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외부인 중 일부를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지금 하려고?"

"이왕이면 아침을 같이 먹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 가자꾸나."

부모님, 큰아버지와 함께 정문 옆 장벽으로 올랐다.

장벽위로 오르자 찬바람과 함께 냄새가 확 밀려왔다.

<윽! 온갖 냄새가 다 섞여있네.>

장벽 밑에 터를 잡은 사람들 때문에 장벽 주위가 무척이나 지저분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마구잡이로 태워서 매연도 심각했다.

그 연기가 마을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문제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태우는 것은 신경을 써야 하는데···."

"어제도 말을 했는데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장벽 밑에 모여 있는 사람이 많다보니 불을 피우는 곳도 많았다.

자기들은 '나 하나쯤'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수십 개였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람이 많네요."

"추워서 쉽게 잠이 들지 못해서 그래. 낮에 햇살이 좋은 곳에 모여서 꾸벅거리는 사람도 많고···."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안쓰러움을 비롯한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우리가 장벽 위로 나타나자 몇몇 사람이 관심을 갖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이곳에서 보초를 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보초를 서기 위해 올라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럼 시작할게요."

"그래."

'꼬물아! 도뮤야!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시작하자.'

꼬물!

^알았어요. 정문 옆에서부터 할까요?^

꼬물이가 정문 옆이라고 하자 마음이 살짝 달라졌다.

정문과 가까운 곳은 먼저 온 사람이 자리를 차지한 경우도 있지만 힘이 센 사람이 빼앗은 경우가 더 많았다.

정문과 가까워서 우리 눈에 자주 띄면 마을에 받아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먼저 온 사람들을 밀어내고 들어앉은 것이었다.

"가까운 쪽부터 할 필요가 없겠다. 너희 둘이 봐서 가장 좋은 사람부터 선발해."

꼬물!

^우리 둘의 마음만 맞으면 되는 거예요?^

뮤! 뮤!

^우리에게 맡겨주는 것은 고맙지만 집사의 마음도 중요하다. 우리의 기준과 집사의 기준은 조금 다를 수 있다!^

"너희 둘의 판단을 믿어."

꼬물!

^도뮤와 이야기해서 고르고 최종 결재 올릴게요.^

꼬물이가 신입사원처럼 힘이 잔뜩 들어간 글씨로 이야기했다.

"알았어. 골라봐."

꼬물!

^가족 중 일부는 되고 일부는 안 되는 경우는 어떻게 해요?^

"우선은 모두 괜찮은 가족부터 하자."

가족을 떼어놓는 것은 좋지 못했다.

그렇다고 일부만 받아들이면 화근이 될 수 있었다.

여기까지 들은 꼬물이와 도뮤가 뭔가 열심히 이야기했다.

꼬물이 옆으로 도뮤가 바짝 붙어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앙증맞아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왜 그러니? 사람들 받아들인다고 해서 좋은 거니?"

"그런 면도 있는데 소환수들이 기특해서요. 대기실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은데···."

대기실은 남에게 보일 수 없었다.

마나통 저장고도 마찬가지였다.

꼬물!

^이 사람을 가장 먼저 선발했어요.^

꼬물이와 도뮤가 가장 먼저 선발한 사람은 혈혈단신인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나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함부로 행동을 하려고 할 때마다 자제를 시켰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혼자 생활하다 주위로 점점 사람이 모여드는 것이 성품이 괜찮은 사람 같았다.

"나도 좋아. 저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도 살펴봐."

꼬물!

^저 사람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사람은 두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받아들여도 될 것 같아요.^

"좋아. 들여도 돼."

결정을 했다고 해서 바로 마을로 들이지는 않았다.

받아들일 사람을 모두 선발한 다음 한꺼번에 들어 올릴 생각이다

그렇게 선발은 계속 되었다.

세 분은 조금은 무료한 시간이었지만 나와 꼬물이, 도뮤는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선발을 했다.

그리고 최종 결정된 사람은 113명이었다.

"113명 결정됐어요. 거부하는 사람은 없겠죠?"

"싫다고 하는 사람은 언제든 내보낼 수 있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구나."

"그럼 들일게요. 꼬물아! 시작해."

꼬물!

^소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꺼번에 할게요.^

"그래!"

소환 식물들의 뿌리와 줄기가 대기실에서 나왔다.

한꺼번에 백 개 이상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 장관이었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징그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아이구! 이건 적응이 잘 되지 않는구나."

아버지께서 뒤로 한 발짝 물러서셨다.

사람을 들어 올릴 정도로 굵은 뿌리와 줄기들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니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어, 저, 저건!"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일부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 바람에 모든 사람들이 소환 식물의 뿌리와 줄기를 보았다.

일부는 소리를 지르고, 일부는 멀찍이 물러섰다.

하지만 일부는 가까이 다가오며 자신을 마을로 들여 달라고 사정을 했다.

지난번 왕소여 일행을 받아들일 때 뿌리로 들어서 마을로 들이는 것을 본 사람들이었다.

"저, 저를 뽑아주세요. 저를!"

손까지 흔들며 뿌리 앞으로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뿌리 앞에 자신을 들이밀어도 선발되지 않은 사람을 받아들일 리 없었다.

자신을 지나쳐 뿌리가 뒤쪽으로 향하자 공격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들이 들고 있는 무기로 소환식물들을 내리친 것이었다.

터엉! 퍽!

내리치는 무기에 따라 소리는 달랐지만 타격은 제법 받았을 것이었다.

안전하게 들어올리기 위해 뿌리와 줄기들이 거의 바닥까지 내려갔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었다.

"꼬물아!"

꼬물!

^이 정도는 괜찮아요. 그리고 지금 공격을 하는 사람들은 다 파악하고 있어요.^

<이구역의 최강자를 건들고 있네.>

나호가 이야기를 하는 순간 어떤 정신 나간 남자가 불이 붙은 나무장작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꼬물이의 뿌리에 가져다 대려고 했다.

"나를 받아줘! 그렇지 않으면 부, 불을 지를 거야!"

"대한아!"

불붙은 장작을 보고 어머니께서 놀라서 소리를 지르셨다.

내가 소환식물들을 얼마나 애지중지 하는지 아시기 때문이었다.

대기실을 볼 수는 없었지만 대기실 밖으로 나온 꼬물이의 재롱을 보셨기 때문에 소환수 이상으로 아끼시기도 했다.

스릉!

스릉! 스르릉!

소환식물을 건드리자 대기실에 남아있던 뿌리와 줄기들이 일제히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 대기실 밖으로 나간 뿌리와 줄기엔 몬늘보의 발톱으로 만든 검이 한 자루씩 들려있었다.

"아이구!"

뿌리나 줄기가 대기실에서 나가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인데 검이 들려있으니 아버지께서 놀라 소리를 지르셨다.

"저, 저것은···."

"검술을 배우고 있어요."

"검술을?"

"예. 창술과 궁술도 차례로 배운다고 하네요."

"헉!"

말로만 들어도 숨이 턱 막히시는 모양이었다.

아마 이 많은 식물들이 무기를 든 모습을 상상하셨을 것이다.

"아아악! 으아악!"

불이 붙은 장작을 들이대려던 남자가 뒤로 넘어지며 소리를 질렀다.

장작을 떨어뜨려서 사방으로 불꽃이 튀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은 무척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많은 사람이 소환식물을 공격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런 사람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식물이 자신들을 위협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비규환까지는 아니지만 잠시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상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잠을 자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소환식물에 의해 사람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113명이었다.

소환식물에 의해 들리는 사람들은 기대와 두려움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 사람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일부는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높이 들리는 것이 무서운지 뿌리를 잡고는 벌벌 떠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나도 데리고 가!"

"저도, 저도···."

일부 사람들은 소환식물에 매달려보려고 애를 썼다

매달렸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텐데 말이다.

사람들을 들어 올린 소환식물이 그대로 장벽 쪽으로 다가왔고 장벽을 넘었다.

그제야 소환식물에 의해 들린 사람들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흐흑!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마을로 들어오게 된 사람들이 감사의 인사를 했다.

"왜 우리는 받아들여주지 않는 거요? 우리가 가장 먼저 왔는데! 도대체 기준이 뭐요!"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가 신호가 된 것처럼 여기저기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소환식물이 모두 물러나자 자신들은 더 이상 받아들여주지 않을 것을 눈치 챈 것 같았다.

큰아버지께서 손을 들어올렸다.

조용히 하라는 신호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사람들이 입을 다물고는 큰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우리 마을에서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다들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없다니? 얼마나 많은 식량과 음식이 월평으로 들어갔는데···."

"수만 명이 1년은 먹을 음식과 물자가 들어갔다고 했는데 무슨···. 우리도 받아주시오!"

"여력이 없으니 돌아가십시오. 여러분이 여기 있는 바람에 우리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큰아버지의 눈이 아직도 불이 타고 있는 쓰레기에 닿았다.

"그럼 얼어 죽으라는 거요? 괴물이 판을 치는 세상에 여기보다 안전한 곳이 어디 있다고! 우리는 갈 수 없소!"

"못가! 죽어도 못가!"

"차라리 죽여! 죽이라고!"

"죽여라! 나쁜 놈들아. 이 괴물만도 못한 놈들아! 인두겁을 쓰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어떻게든 함께 살아야지!"

말만 들으면 지극히 맞는 말이지만 꼬물이과 도뮤가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번에 선택되지 못한 사람 중에는 유난히 착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 실체는 다를 수 있었다.

"대한아! 저기 말이다. 저 아이들···."

어머니께서 작은 목소리로 아이들끼리 뭉쳐있는 무리를 가리키셨다.

크고 작은 아이 다섯 명과 청년 세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였다.

"저 애들은 왜 받아들이지 않은 거니? 아이들만 있어서 마음에 걸리던데."

이번에 받아들인 113명에는 노약자의 수가 월등히 높았다.

물론 청장년도 있었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많이 포함된 그룹은 그룹 전체가 마을로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여덟 명의 아이 중 단 한 명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어머니께서 말씀을 하신 것이었다.

"아! 저 애들은 안 돼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렇게 어린 아이들도 있는데?"

가장 어려보이는 아이가 여덟 살 정도 되어보였다.

"예. 저 아이들은 손버릇이 좋지 않대요. 하나같이요."

"세상이 이렇게 변해서 배가 고프면 그럴 수도 있지. 아이들이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랬겠니?"

"대변혁 이전부터여서 문제죠. 그리고 흉악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특징에 도둑질이 있어요."

"나도 그것은 들은 적이 있어. 도둑질과 동물 학대는 대부분 있다고 하더구나."

"저 아이들 중 일부는 소년원에 다녀오기도 한 것 같아요. 가지 않았다고 해도 죄의식 없이 남의 것을 훔친대요. 여러 가지 이유로 자기를 합리화하면서요."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어리니 교화를 할 수 있지 않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교화는 대변혁 이전에도 쉽지 않았다.

대변혁 이후에는 저런 성품이 꽃을 피우기 쉽지 사라지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저런 아이들을 들였다가는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알겠다고 하시면서도 마음이 편해 보이지 않았다.

가장 어린 아이가 마음에 걸리시는 것 같았다.

대변혁 이후에 남의 것을 손을 댔다면 모르지만 이전부터 그런 아이여서 아무리 어려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공동체의 문제는 성인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일으킨 문제가 더 처리하기 힘들고 머리가 아플 때가 많았다.

특히 일부 사람들이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아이 말을 믿어주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전생에 그런 경우를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아이들까지 심사를 한 것이었다.

"어른들만 심사를 한 것이 아니었니?"

지난번 심사를 해서 일부 내보낼 때 성인만 심사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물으신 것이었다.

"이미 확인했어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이들은 심사를 통과하죠."

어머니의 표정에 안도감이 감돌았다.

혹여 마을에 들인 아이들 중 심사를 거쳐 쫓겨날 아이들이 있을까봐 걱정을 하셨던 것 같았다.

"월평이 이러고도 살아남을 것 같아! 우리가 이대로 있을 것 같냐고!"

더 이상 받아들일 것 같지 않자 말의 수위가 점차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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