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46화 (246/350)

246. 구색

일부 사람들이 정말 하지 않아야 하는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뭔가를 던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들이 던진다고 해서 장벽을 넘길 수는 없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분풀이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물론이고 아버지까지 눈살을 찌푸리셨다.

"사람들이 선을 넘는구나."

큰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이셨다.

"한 번은 매운맛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할 것 같구나. 어찌 저러는지···."

던지는 것 중에는 타다 만 장작도 있고 아직 불이 붙은 쓰레기도 있었다.

뒤에서 던지는 물건에 앞의 사람이 다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모든 원망은 월평을 향해 쏟아 부었다.

"월평이 사람 죽이네! 월평이 사람 죽여!"

"월평이 우리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월평이 잘나서 이만큼 큰 줄 알아? 국민이! 국가가! 키웠어! 우리가 키웠다고!"

"우리 것이기도 합니다. 월평은 월평 소유주의 것만이 아닙니다. 쟁취합시다!"

"와아아!"

"와아아아!"

<저놈들 정치판에서 구른 놈들 아니야? 정치 깡패가 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교묘해졌지. 사라진 것이 아니고."

<하기는···. 요즘에는 언론을 이용한다고 하더라.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기사를 내는 거지. 인기가 좋을 때는 조심스럽게, 인기가 떨어지면 노골적으로···.>

나호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인간사와 담을 쌓고 살았다고 보기 어려운 말들이었다.

"나름 잘 아네."

<보기 않으려고 하는데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 인간사에 관심이 없는 내 눈과 귀에 들어올 정도면 심각한 거지.>

나호가 한숨을 쉬었다.

생각만 해도 답답한 모양이었다.

"이제는 달라질 거야. 그런 놈들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할 거야."

<눈앞에 보이는 저 사람들부터 치워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지. 도저히 참을 수 없게 하네. 잘해줄 때 잘해야 하는데···."

음머어어!

대기실의 반반이가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살기를 얼마나 드러낼지 묻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이 사람들을 쫓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남은 사람들 중 쓸 만한 사람은 없다고 하니까."

말을 하면서 반반이를 장벽 너머로 불러냈다.

"으아아아악! 으악!"

"아아악! 월평이 괴물을···."

"이 일의 원흉은 월평이다."

"월평을 타도하자···."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슨 투사라도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반반이를 보고도 제법 용기 있게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소리를 지르면서 뒤로 빠지고 있었다.

<하여튼···. 사람들 저러는 거 정말 싫어. 소환수들 보기 부끄러워서 정말!>

뮤! 뮤! 뮤!

^어디나 똑같다. 저런 것들 꼭 있다. 신경 쓰지 마라.^

쫑!

^도뮤 말이 맞아! 다 똑같아. 그래서 지도자가 되기도 어렵고 지도자의 역량이 중요한 거야.^

다들 이끄는 무리가 있어서 이런 것에 대한 이해는 무척 빨랐다.

음머어어어어어어!

그때 반반이가 소리를 질렀다.

밖에 있는 사람들 중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이제 몰아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혹여 우리 마을 주변에 살더라도 이전처럼 장벽 아래로는 접근할 수 없게 할 생각이다.

각종 냄새와 오물 등의 문제를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으아악!"

이전의 살기와 다른 느낌이었다.

공포감만 주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쫓아내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쪼롱아! 저 사람들 물건들 집어다 줘."

짐을 가지러 왔다는 핑계로 장벽 밑으로 모여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장벽 너머는 우리 땅이 아니어서 두고 보려고 했는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쫑!

쪼롱이가 경쾌하게 대답을 하더니 사냥조에게 명령했다.

"사, 살려줘어어!"

"무서워어어!"

"월평이···. 월평이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분명해에에!"

끝까지 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 사람도 있었다.

사냥조 330마리가 일시에 장벽을 넘어갔기 때문이기도 했다.

"장관이구나. 사냥조들은 똑같이 생긴 애들이 한 마리도 없는 것 같아."

큰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보시면 같은 종의 새도 많아요. 크기가 다양해서 달라 보이는 것 같아요.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요."

"그래? 성조가 되면 모양이 달라지기는 하던데 쟤들은 나이에 따라서도 모양이 다르니?"

"비세계에서는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사냥조에 대한 것은 아직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전령조는 하는 일이 명확하지만 사냥조는 그것도 아니었다.

현재는 사냥을 주로 하지만 똑똑한 아이들이어서 뭘 시켜도 잘 할 아이들이었다.

<그새 많이 늘었네. 사냥조는 열 마리만 있어도 무서운데 330마리야.>

"전령조와 던전도깨비는 각각 180마리가 되었어. 보비도 경비 거위를 천 마리 거느리고 있고."

<몬야크가 열세 마리면 엄청난 건데 그게 적게 느껴지네.>

"좋은 일이지."

"식구가 엄청나구나. 볼 때는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대기실이 있어서 그렇죠. 전령조와 던전 도깨비는 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볼 수도 없고요. 아! 던전에 들어가실 때 경비 거위 새끼들 몇 마리씩 데리고 들어가셔도 좋을 거예요."

"거위 새끼들을? 아직 어리던데···. 무서울 정도로 성장하기는 하지만···."

"보비는 제 소환수여서 혼자서는 던전에 들어갈 수 없지만 새끼들은 아니에요."

"그건 쪼롱이와 꾸루도 같은 거 아니야? 대표계약을 했다면서?"

"대표계약이어서 제 마나가 들어가지는 않지만 계약은 맺은 거잖아요. 사냥조와 전령조를 제가 직접 관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소환수죠."

"그런 거니? 잘 모르겠지만 데리고 다니마."

"데리고 다니면 의외로 도움이 될 거예요. 제가 보비에게 다시 말해둘게요."

"그래."

대변혁 전에 대표계약을 맺은 소환수들은 대변혁 이후 그 휘하에 무리가 늘어나도 내 소환수였다.

미개방 던전 때 맺은 계약이 유지되기 때문이었다.

대표계약은 대변혁 이전에만 가능했다.

이제 어떤 소환수를 갖게 되더라도 대표계약은 불가능했다.

이게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보비 같은 소환수를 얻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사냥조들이 장벽 아래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놓고 간 물건을 멀찍이 던지고는 불을 끄고 오물은 땅 속에 묻었다.

"이제 사람 사는 곳 같구나. 개념 없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량을 베풀어줄 때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깨끗하게 살고 우리가 하지 말라고 하는 행동들만 하지 않았어도 장벽아래에 그대로 살게 두었을 것이다.

우리 땅도 아니니 쫓아낼 명분도 없었다.

그런데 저들은 선을 넘었다.

어차피 정리를 할 것이라면 내가 있을 때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몰아낸 것이었다.

"쪼롱아! 1킬로미터 이내로는 저런 사람들 자리 잡지 못하게 해."

쫑!

사냥조의 경비범위가 마을로부터 1킬로미터로 지정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하는 것을 봐서 더 밀어낼 수도 있었다.

"뜻하지 않게 마을에서 1킬로미터까지는 안전지대가 형성되겠구나."

"그렇죠."

"아마 더 들어오고 싶어 할 거야."

아버지께서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럴 거예요. 하지만 사냥조가 있으면 문제없죠. 몬야크들도 종종 순찰을 할 거고요."

"그럼 보비는?"

"경비거위들은 영역에 민감해요. 점점 넓어지는 것은 좋은데 좁아지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장벽 너머가 우리 땅은 아니니까 장벽 안만 야무지게 지키라고 해야죠."

"그럼 혹시라도 데리고 나가면 안 되겠네?"

"간혹 순찰할 겸 산책하는 것은 문제없어요. 보비가 말을 잘 알아들으니까 보비에게 잘 설명하시면 될 거예요."

"사는 곳은 확실히 하라는 거지?"

"예. 새끼들은 다 클 때까지는 밖에 데리고 나가지 마시고요."

세 분과 이야기를 하는 사이 장벽 너머의 사람들은 1킬로 밖으로 멀어졌다.

이제 1킬로미터 안으로는 자리를 잡지 못할 것이었다.

물론 그 안에 집이 있는 사람들이야 오가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장벽에서 내려오자 새로 합류한 사람들이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받아들여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뭐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도···."

꼬르륵! 꼬르륵!

식당에서 나는 음식 냄새에 사람들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여기서 손만 씻고 식사부터 하십시다."

"저희 다시 쫓겨나지는 않지요?"

중년의 남자가 물었다.

지난번 일부 사람들이 쫓겨난 것을 본 모양이었다.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여기서 쭉 사셔도 좋습니다. 물론 나가시는 것은 언제든 자유입니다."

"나가다니요? 머리에 총 맞지 않고서야."

"밖은 정말 위험합니다. 무서워서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엉망이었다.

하지만 마을로 들어와서 그런지 희망이 엿보였다.

꼬르륵!

"엄마 나 배고파."

"그래···."

아이 엄마가 눈치를 보았다.

"이제 우리 마을 주민이시니 눈치 보실 것 없습니다. 들어가시죠. 혹시 오래 굶으신 분은 물이나 죽부터 드시고 과식하지 마십시오. 음식은 언제든 먹을 수 있으니까요."

"고맙습니다."

아이 엄마가 아들을 안으며 눈물을 보였다.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었다.

새로 들어온 사람들부터 식사를 하고 기존의 주민들도 식사를 했다.

아침 식사가 끝나고도 쉴 시간은 없었다.

새로 입주한 사람들의 집을 배정하고 팀에도 편성을 시켰다.

사냥은 모든 사람이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상태창이 없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략팀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기존에 팀원들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나누었다.

물론 마을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실시되었다.

이 교육에는 아주 어린 아이도 포함되었다.

이제 세상이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교육이었다.

전체 교육이 이루어지고 난 후 각성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당장은 상점을 구매하지 않겠지만 누구든 마나를 허비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확실히 구분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전생에는 이것이 정확하게 알려지는데도 몇 년이 걸렸는데···. 지금 이 사람들은 얼마나 귀한 정보를 듣게 되는지 알까?>

"밖에서 살다 온 사람들은 어느 정도 파악할 거야. 밖에서는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었을 테니까."

그때 큰아버지께서 말씀을 시작하셨다.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각성일 것입니다. 먼저 발현율이 0%라고 표시된 분들은 일어서주십시오."

마을 주민 650여 명 중 상태창을 가진 사람은 480여 명이었다.

이중에서 300명가량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감춘다고 감춰지는 것이 아닙니다. 솔직히 일어서시기 바랍니다."

기존에 우리 마을에 있던 사람들은 발현율이 0%면 각성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숨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일부 보였다.

큰아버지께서 감출 수 없다고 하자 30명가량이 더 일어섰다.

<더 있을 텐데. 각성 예외자가 아무리 적어도 90%는 될 텐데?>

전생에 세계적으로 각성자는 전체 인구의 1%미만이었다.

백 명 중 한 명 각성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2%가 조금 넘는 각성자가 있었다.

이는 매우 높은 수치였다.

그리고 3% 정도가 각성이 유보된 사람들이었다.

언제든 각성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물론 쉽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머지 95% 이상은 각성예외자였다.

아무리 이번 생에 각성 예외자가 줄었다고 생각해도 90%이상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330명 정도만 발현율이 0%라고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말 놀랍다못해 획기적인 일이었다.

"더 이상 없습니까?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리고 비각성자라고 해도 차별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큰아버지께서 말씀을 하시자 열댓 명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부터 일어날 것이지···. 거짓말하면 도뮤나 꼬물이에게 다 걸리는데.>

'불안한 것이겠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발현율이 0%인 사람에게는 각성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말했다.

능력치나 직업, 스킬 등의 구매를 하지 말라는 말도 확실히 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개별 면담을 했다.

민감한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에 면접관은 세 분과 나로 한정했다.

이 결과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마을에는 의외로 각성자가 많다는 것이었다.

발현율이 50%이상이면 무조건 각성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사람의 수가 백 명 이상이나 되었다.

전체 주민을 생각해도 엄청난 수치였다.

발현률이 50%미만에서 1%이상인 사람의 수가 30여 명이었다.

이 사람들은 능력치를 개방해봐야 각성유무를 정확하게 알 수 있어서 따로 분류를 해두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팀을 조금 조정했다.

조금씩 마을이 구색을 갖추어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이런 일로 쫓기다 시스템과의 약속된 시간이 되었다.

이제 약속을 지키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소환 식물의 수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