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47화 (247/350)

247. 소환 식물의 수난

"이거 목에 거세요."

포도 알 정도 되는 황금 구슬이 주르르 달린 목걸이였다.

"네가 준 거 있는데··· 또?"

"금은 많이 지닐수록 좋아요. 지금 당장은 못 느끼시겠지만 조만간 느끼시게 될 거예요."

"그래도 이건 너무 많이 달린 것 같은데···. 무슨 추장도 아니고···."

큰아버지께서 곤욕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다.

"이거 도뮤가 직접 제련해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금이에요. 이걸 지니시면 확 달라지는 것을 느끼실 거예요."

지금은 저런 표정을 지으시지만 한 번만 착용하면 풀어놓지 않으실 것이었다.

"네가 좋다고 하면 하긴 해야 하는데···."

<나중에는 다 하고 다니니까 자연스러운데 지금은 남자가 걸기는 조금 화려하기는 하다.>

꼬물!

^아수라와 아수리가 조만간 다른 모양의 장신구로 만들어본다고 하네요.^

"그것도 좋지."

큰아버지를 시작으로 세 분이 모두 목걸이를 거셨다.

어머니와 큰아버지께서는 너무 걸리적거린다고 이전에 걸었던 목걸이는 빼고 이번에 드린 것만 착용하셨고, 아버지께서는 이번에 드린 것과 시스템에게 얻은 목걸이를 착용하셨다.

이번에 드린 것이 효과가 가장 좋으니 우선은 이것만 착용하셔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럼 다녀올게요."

"그래 조심하고."

세 분의 배웅을 받으며 화순던전의 워프 게이트로 들어갔다.

워프 게이트 내부로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띠링! 약속 시간이 되었습니다.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잠깐! 위험한 던전에 던져놓은 것은 아니지?"

[강대한 님께서는 저희에게도 무척 중요한 분이십니다. 절대로 상하게 하지 않습니다.]

<어디로 이동한다는 말 정도는 해줘야 안심을 하지. 그냥 안심을 하라고 한다고 안심이 되겠어?>

나호의 말에 시스템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워프 게이트가 작동했다.

이동은 이번에도 순간이었다.

도착한 곳에서 워프 게이트를 나오자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뭐야? 던전에서 봤던 풍경들과는 뭔가 다른데? 이거 던전 맞아? 혹시 이세계는 아니겠지?>

시스템이 작정하고 이세계로 데리고 왔다고 해도 사실 뭐라고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던전이라고 우긴다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길이 없었고. 이세계는 데리고 가면 안 된다는 말을 한 적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여기서 뭘 하면 돼? 설마 이곳을 개간해달라는 말은 아니겠지?"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를 보며 말했다.

[띠링! 이곳에는 이런 몬스터가 살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상태창에 사진 한 장을 띄웠다.

상태창이 적극적으로 서식하는 몬스터를 보여주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네를 닮았네.>

뮤! 뮤!

^백 발이다. 발이 백 개! 백 발!^

엄청나게 많은 발을 지닌 몬스터였는데 지네를 닮은 몬스터였다.

[띠링! 저 몬스터는 백 개 이상의 발을 가지고 있고 발의 수가 늘어날수록 강한 개체입니다.]

"지금 보여준 몬스터의 발은 백 개야?"

[그렇습니다. 몬스터 중에서는 가장 약한 개체입니다.]

<집사! 지네와 닮은 몬스터를 많이 상대해봤지만 저렇게 생긴 것은 처음이야. 지네형 몬스터는 등껍질은 대부분 매끄러운데 저 녀석 봐! 잘못하면 등껍질에도 죽을 수 있을 것 같아.>

지네형 몬스터는 의외로 유용한 몬스터였다.

등껍질로 방패를 비롯한 각종 보호구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몬스터는 크기부터 전생에 우리가 봤던 몬스터와 달랐다.

"저게 이곳에 얼마나 살고 있는데?"

[저희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습니다.]

"너희가 모른다고? 그게 말이 돼?"

[저희라고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시스템은 상태창을 가진 모든 사람을 관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구의 모든 던전을 관리했다.

그런 시스템이 던전을 모른다?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해. 저 몬스터를 처리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도와주실 내용은 무척이나 단순합니다. 상태창에 나타난 몬스터를 처리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도축할 필요도 없고?"

[그건 강대한 님 자유입니다.]

"다른 몬스터가 사는 것은 아니겠지?"

[이곳도 생태계가 존재합니다. 지금은 잘 보이지 않지만 말입니다.]

<저 몬스터가 가장 강한 몬스터 같은데···. 저거 잡으려면 여기 있는 몬스터 다 잡아야 하는 거 아니야? 던전 넓이로 봐서는 두 달도 어림없을 것 같은데?>

한 종류의 몬스터만 서식하는 던전은 거의 없으니 이곳을 정리해달라는 말과 같았다.

"그럼 너희가 원하는 전리품은 이 몬스터의 것이겠네?"

[궁극적으로는 그렇지만 이 던전에서 얻는 것은 기본적으로 저희 것입니다.]

이제는 시스템과 이런 것으로 싸우는 것도 싫었다.

이미 계약을 하고 왔기 때문에 이빨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알겠어. 다른 정보는 없어?"

[저 몬스터는 땅 속에서 갑자기 나오기도 합니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이곳에서 얻은 물건으로 공격해야만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뭐라고?"

이런 특이한 제약조건을 가진 던전이 있기는 했지만 벌써 이런 곳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무기에만 해당하겠지?"

[그렇습니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 타격은 줄 수 있을 겁니다. 개미 눈곱만큼···.]

시스템이 말을 하다 말았다.

부탁하는 처지에 할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진짜 어이가 없어. 집사 도와주지 마. 경우가 없어요. 경우가.>

"이왕 왔는데 해야지. 이것도 협조 계약의 일환이니까 일이 끝나면 마나통은 받을 수 있지?"

[그렇습니다. 이곳을 정리해주시면 1만 개의 마나통을 지급하여드리겠습니다.]

"좋아. 딱 하나만 도와줘."

[말씀하십시오.]

"이곳은 황무지야. 그리고 너무 넓어. 거기다 몬스터는 땅속에서도 튀어나온다고 했잖아?"

[그렇습니다.]

"다른 것은 바라지 않아. 편안한 잠자리만 확보해줘. 죽기 살기로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잠은 편하게 자야지."

<맞아. 사람이 잠은 자고 살아야지.>

나호도 맞장구를 쳤다.

소환수들이 있어서 걱정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모를 일이었다.

[좋습니다. 이것은 이 던전에 있을 동안에만 사용 가능한 '안전 텐트'입니다. 그 어느 것으로도 뚫지 못하는 것으로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시스템이 너무 쉽게 안전 텐트를 제공했다.

이걸 구입하기는 너무 비싸서 몇 시간씩 빌려 써본 적이 있었다.

물론 전생에 말이다.

"하루에 몇 시간이든 사용해도 되는 거야?"

[그렇지 않습니다. 하루 24시간 중 네 시간만 사용이 가능하고 끊어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

안전 텐트를 방패처럼 사용하는 것은 안 된다는 말이었다.

"좋아. 지금부터 시작할게."

[지금부터 시간 측정이 시작됩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시간은 시간 계산에서 제외된다는 점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시스템이 이 말을 하는 것은 걸리는 시간에 따라 전리품을 나누어 갖는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꾸루야! 전령조들 정찰 보내. 최대한 많이."

꾸!

이번에 이곳에 오면서 소환수들을 절반 화순에 두고 왔다.

그중에는 쪼롱이와 반반이도 포함되어 있다.

대표 소환수들이 있는 것이 훨씬 안심이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꾸루는 화순에 두지 않고 데리고 왔다.

꾸루가 있어야 전령을 보내기 용이하고 정보를 받아보는 것도 편하기 때문이었다.

180마리의 전령조 중 90마리를 화순에 두고 왔기 때문에 현재 동행하고 있는 전령조는 90마리였다.

90마리의 전령조 중 열 마리를 제외한 모든 전령조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제 이 전령조들이 이곳을 정찰한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었다.

"우리도 움직이자."

워프 게이트 주변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여기는 생명체가 없는 것 같아. 안전지대 같은 건가?>

나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감각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점점 활동 범위를 넓혔다.

계속해서 전령조에게 정보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움직임에는 막힘이 없었다.

그렇게 이동을 하고 있을 때 꾸루가 신호를 보냈다.

앞에 몬스터가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눈앞에 나타난 몬스터는 익숙해 보이지만 다른 몬스터였다.

"이게 뭐지? 던전쥐 같은데 아니네."

<돌연변이 같기도 하다.>

던전쥐와 흡사하게 생긴 몬스터였는데 이마가 툭 불거져 있었다.

그리고 이 이마는 돌처럼 딱딱했다.

이 몬스터가 죽고 나서 도축을 하자 전리품으로 둥근 돌처럼 생긴 것이 나왔다.

아마 툭 불거진 이마 같았다.

처음 몬스터를 잡았을 때는 밟아 죽였고 전리품을 얻고 난 후에는 돌처럼 딱딱한 이마를 이용해서 몬스터를 때려잡았다.

<이건 뭐. 단계를 차츰 밟아가라는 것 같네.>

다음 나온 몬스터는 하이에나를 닮은 녀석이었는데 이빨이 포함된 강한 턱뼈와 대퇴골이 전리품에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가죽과 고기도 나왔다.

고기는 동행하고 있는 사냥조의 먹이로 주었다.

우리가 먹는 것은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고기는 거의 소비되고 있었다.

밤이 되도록 던전을 누비며 사냥을 했지만 시스템이 보여준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집사. 좀 자. 네 시간은 잘 수 있다고 하잖아.>

"피곤하지 않은데?"

<낯선 곳이니까 안전텐트에서 첫 밤은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나호의 생각도 나쁠 것 같지 않아서 안전텐트를 꺼냈다.

쉽게 접어지고 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인벤토리에서 꺼내자 바로 설치가 되었다.

딱 한 명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여서 답답할 것 같지만 막상 들어오면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곳에 오기 전에 쉬지 못했기 때문에 자리에 눕자 바로 잠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급하게 깨우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집사!>

"느꼈어."

뭔가 다가오고 있었다.

땅위로 뭔가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고 땅속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느낀 순간 재빨리 텐트에서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늦어버린 것 같았다.

<어? 집사! 우리 어디론가 끌려가는 것 같은데? 이거 어떻게 해?>

"그것보다!"

그것보다 더 이상한 것이 있었다.

땅속으로 뭔가가 다가오면 소환식물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소환식물들이 조용했다.

재빨리 대기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꼬물아!"

꼬물!

^달라요. 막아보려고 했는데···.^

"이런! 나호야. 빨리!"

<알았어.>

나는 대기실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데 나호는 실체를 가지면 대기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호가 실체를 가지고 대기실로 들어가더니 몸을 키웠다.

그리고 대기실의 치유물통의 호스를 가지고 와서 소환식물들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소환식물들의 뿌리와 줄기가 잘린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중 가장 심하게 다친 것은 방어에 특화된 아수라와 황이였다.

"왜 말하지 않았어? 바로 말을 했어야지."

꼬물!

^막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너무 아파요.^

꼬물이의 뿌리와 줄기도 잘린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속이 상하다 못해 분노가 솟구쳤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그것도 안전텐트 채로···.

<집사 이거 텐트가 투망이 됐어.>

텐트의 입구를 살짝 열어서 밖을 봤더니 시커먼 어둠만이 가득했다.

몬스터가 텐트를 뒤쪽에서 물고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집사! 이대로 있을 거야? 뭐라도 해야 하지 않아?>

"몬스터가 끌고 가는 것 같아. 어쩌면 제대로 복수할 수도 있겠어."

<둥지로 끌고 갈 수도 있다는 거지?>

"그렇지. 잠시 이대로 있어보자."

<실체화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만 더 길면 좋은데.>

10분으로 모든 소환식물을 치료해줄 수는 없었다.

밖에 나가 있었던 사냥조와 전령조 일부를 대기실로 불러들여서 치료를 돕게 했다.

"꼬물아 뿌리 이리 내밀어 봐. 치료해줄게."

꼬물이가 반쯤 잘린 뿌리를 내밀었다.

치료수를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이런 뿌리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이런 상태로 오래 있으면 완전히 치료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어? 꼬물이 뿌리가 아니라 꼬마 뿌리였어?"

꼬물!

^꼬마가 먼저야! 내 짝! 소중해요. 꼬마부터.^

"그래!"

나호가 치료를 해주고 있는 것도 전부 꼬마의 뿌리나 줄기였다.

정신없이 치료를 하고 있는데 나호가 바로 옆에 나타났다.

10분이 지나버린 것이었다.

<집사!>

나호의 목소리에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괜찮아. 밖의 상황 좀 살펴봐줘. 그건 네가 가장 잘 할 수 있잖아."

<그렇지. 그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지. 잠시만 기다려.>

나호가 영체 상태로 돌아오면 갈 수 없는 곳이 없었다.

누구도 뚫지 못한다는 텐트를 통과한 나호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텐트에서 멀리까지 보이면 좋은데 도통 보이는 것이 없었다.

나호가 나가고도 치료는 계속 되었다.

소환식물들이 멀쩡한 뿌리와 줄기, 덩굴손을 이용해서 치료를 도왔다.

치료가 끝나고 나자 정형외과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속이 상한 것은 완전히 잘려나간 뿌리도 적지 않다는 점이었다.

"잘린 것이 몇 개나 돼?"

꼬물!

^86개!^

꼬물이가 아주 작은 글씨로 쓰고는 얼른 지워버렸다.

보고 싶지도 않은 것 같았다.

"잘린 곳은 어떻게 돼?"

꼬물!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라가는 하는데···.^

뭔가 말을 하려다 말았다.

"아픈 거야?"

꼬물!

"버섯치유수로도 통증이 가시지 않아?"

꼬물!

바로 시스템을 불렀다.

"소환 식물용 진통제 있어? 빨리. 급해."

[띠링! 없습니다.]

"없다고? 너희 팔아먹기 위해 약은 다양하게 구비해두잖아?"

[소환 식물을 가진 각성자는 강대한 님이 유일합니다. 한 명의 고객, 그것도 사용할지 확실······.]

"됐어!"

꺼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참았다.

속이 상했다.

자신들을 돕기 위해 왔다가 소환식물들이 다쳤는데 이런 반응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평상시에는 소환식물을 엄청 아끼는 것처럼 굴더니···.

도뮤를 소환했다.

뮤! 뮤! 뮤!

^이게 무슨 일이야? 친구! 내 친구! 이런···.^

황금던전에서 나온 도뮤가 꼬물이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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