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48화 (248/350)

248. 폭발

분홍 털을 가진 도뮤의 얼굴이 허옇게 질려있었다.

뮤! 뮤! 뮤!

^친구! 이게 무슨···.^

"공격을 당했어. 버섯 치유수를 발랐는데도 통증이 심하대. 뭔가 비법 없어?"

뮤! 뮤! 뮤!

^땅속에 사는 몬스터라고 했지?^

"그래. 빨리 급해."

뮤! 뮤! 뮤!

^우선 이거 하나씩 걸어줄게. 회복을 촉진하니까.^

도뮤가 황금구슬이 걸린 목걸이를 상처 입은 뿌리와 줄기에 걸어주었다.

자신이 가진 것으로 부족하자 던전에 있는 던전도깨비를 불러내서 황금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대변혁 이후 황금은 예상치 못한 일을 했다.

활력을 돋게 하고 치유와 회복을 촉진했다.

이것이 수치로 상태창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특히 체력 회복에 월등한 효과를 보였다.

그래서 황금은 마나처럼 거래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상처 입은 뿌리와 줄기에는 황금구슬이 달린 목걸이가 하나씩 걸렸다.

마치 노란 불을 밝힌 트리를 보는 것 같았다.

아름답게도 보이는 소환식물들이지만 아직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뮤! 뮤! 뮤!

^우리 도깨비들이 사용하는 약과는 다르겠지만 우리는 이럴 때 독을 사용하기도 한다. 신경독이나 마비독을 약화시켜서 사용하면 통증이 줄어들기도 하더라.^

도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꼬마야! 어때?"

꼬물!

^괜찮은 생각이래요. 우리가 가진 독이 마침 몬오구리 독낭에서 얻은 신경독과 붉은오리사냥꾼에게서 얻은 독이 있으니까 살펴보겠대요.^

"그래."

소환 식물에 관한 것은 아는 것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이런 대비도 필요할 것 같았다.

그때 밖에 나갔던 나호가 돌아왔다.

<10미터 앞까지 갔다 왔어.>

"뭐가 우리를 끌고 가는 거야? 시스템이 잡으라고 했던 몬스터야?"

<아니야!>

"아니라고? 그럼 뭐야?"

<진드기 같이 생긴 몬스터야. 진드기를 확대하면 딱 이 몬스터 같겠더라고.>

"그래. 그럼 쉽게 처리할 수 있겠네."

<문제는 이 진드기를 시스템이 말한 지네가 부리고 있다는 거야.>

"뭐?"

<정말이야. 확인하고 왔어. 그런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지네의 크기가 훨씬 커! 길이가 20미터? 아니 25미터 이상일 것 같고, 몸통의 둘레만도 3미터는 넘겠더라고. 등껍질 하나의 크기가 집사보다 큰 것 같았어.>

나호가 설명하는 몬스터는 최소 C급이상이라는 말이었다.

이런 몬스터를 벌써 잡으라고 한 시스템이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진드기는 몇 마리나 부리고 있었어?"

<지금 우리를 옮기고 있는 진드기는 30마리 정도 돼.>

진드기의 크기도 1미터를 넘는다고 했다.

꼬물!

^미리 알렸어야 했는데···. 너무 조용하게 접근해서···.^

"괜찮아. 복수해줄게."

진드기들은 텐트를 끌고 30분 이상 이동을 했다.

간간이 나호가 밖으로 나가 동정을 살폈는데 지네를 닮은 몬스터와 진드기를 닮은 몬스터는 나호를 눈치 채지 못하고 바쁘게 이동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땅속에 사니 시스템이 몇 마리 사는지 모른다고 했나?"

<에이. 말도 안 돼! 그런다고 시스템이 모르겠어?>

땅속으로 이동을 한지 한 시간 정도 되었을 때 텐트가 멈추었다.

바로 나호가 밖으로 나가서 상황을 살폈다.

<뭐야? 이거 공생 관계 같은데?>

밖으로 나간 나호가 하는 말이었다.

살짝 텐트를 열어 밖을 볼까 하다참고 있었다.

나호의 설명만으로도 충분했고, 나호 이외에도 이곳을 살필 수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꾸루에게 정찰을 부탁했다.

정찰조들의 덩치가 커서 좁은 곳은 살필 수 없지만 도착한 곳은 정찰조들이 충분히 살필 수 있을 것 같았다.

꾸루가 가장 덩치가 작은 정찰조를 밖으로 내보냈고 잠시 후 우리가 있는 곳의 정보가 내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일종의 산란장이었다.

진드기와 지네를 닮은 몬스터 새끼가 함께 자라고 있었는데 지네는 커다란 덩치를 이용해서 굴을 파고 사냥을 돕고, 그 대가로 죽은 진드기나 진드기의 허물을 지네 새끼들이 먹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두 몬스터의 협력은 무척 원활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웃기는 놈들이네."

진드기를 닮은 몬스터가 텐트를 끌고 새끼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져다 두었다.

<어미들도 뚫을 수 없으면서 이걸 새끼들에게 먹으라고 가져다주는 거야? 이해가 되지 않네.>

이런 의문은 얼마가지 않아서 풀렸다.

새끼들은 먹이를 녹여먹었는데 아주 강한 산성의 액체를 이용해서 먹이를 녹이고 있었다.

<집사! 어미들 갔어. 나와도 될 것 같아.>

조용히 텐트에서 나왔다.

눈이 좋지 않은 것인지 새끼들은 나를 보지 못했다.

"불을 붙이는 것이 가장 좋겠다. 수류탄을 이용하면 지네는 죽지 않겠지?"

<죽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리고 여기 무너지기 시작하면 우리도 위험할 수 있어.>

"알고 있어. 하지만 일망타진하려면 굴을 부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기는 해."

<빠져나가는 것은?>

"소환 식물들 있잖아. 저 텐트도 있고. 아직 한 시간 정도 여유 있어."

텐트는 하루에 딱 네 시간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남은 시간은 한 시간이었다.

안전 텐트는 어떤 충격이나 공격에도 망가지지 않는다.

그렇다는 말은 굴이 무너져도 안전하다는 말이었다.

<위험할 것 같은데···.>

"시도해보자. 뭐라도 해봐야지. 우선 이것부터 넉넉하게 모아두고. 산성액을 모을 수 있는 용기 백 개만 구입할게."

[띠링! 특별히 저렴하게 모시겠습니다. 10마나만 주시면 됩니다.]

<저렴하지도 않구만. 전생에는 더 쌌던 것 같은데?>

[가격이라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됐어. 백 개 줘."

[사은품으로 산성액을 만질 때 안전한 작업을 도와주는 장갑을 드렸습니다.]

인벤토리에 장갑 두 켤레와 산성액을 담는 용기 백 개가 들어와 있었다.

<집사! 시스템 바보인 것 같아. 이 장갑이 전생에 더 비쌌는데 말이야.>

나호가 나만 들을 수 있도록 귓속말로 말했다.

하지만 시스템의 귀를 속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장갑을 끼고 새끼들이 토해내는 산성액을 모았다.

이런 것은 모아두면 어디든 쓸 곳이 많았다.

뱀독을 모으는 것처럼 입에 병을 가져다 대면 금세 산성액이 모아졌다.

<집사! 병 더 사야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강한 산성액 구하기 쉽지 않잖아.>

"그럴까? 잠깐? 이것도 전리품에 들어가나?"

<정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럼 자칫 이거 다 뺏기는 거야?>

"최소 10%는 우리 것이 되겠지. 그리고 시스템이 가져가겠다고 하면 병 값은 돌려받아야지."

<그래야지. 계산은 확실해야 하니까.>

우리는 시스템에게 백 개의 병을 더 구입해서 산성액을 담았다.

그런데 갑자기 시스템의 음성이 들렸다.

[띠링! 몬스터들이 접근할 것 같지 않은데 산성액을 더 모으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뭐? 노가다 시키겠다는 거야?"

[이 중의 일부는 강대한 님의 것이기도 하니 많이 모을수록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말은 잘해요. 직접 일은 하지 않으면서. 어디든 저런 사람들 꼭 있어. 집사! 그치?>

"장례식장만 다녀봐서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

<저런 사람들 꼭 있어. 저런 사람이 상사여도 미치지만 동료면 더 미쳐. 일은 안하면서 어찌나 말은 잘하는지···. 일은 마치 자신이 다 한 것처럼 말한다니까.>

나호는 마치 경험자처럼 말했다.

뮤! 뮤! 뮤!

^나도 그런 거 정말 잘 안다. 아주 쥐어 빼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참는다. 사는 거 쉬운 거 하나도 없다.^

꼬물이가 삐뚤빼뚤한 글씨로 통역을 하고 있었다.

도뮤가 뭔가 더 말을 하고 싶지만 꼬물이의 컨디션을 생각해서 참고 있는 것 같았다.

"좀 어때?"

시스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 소환식물들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꼬물!

^꼬마가 약 만들고 있어요. 지금 잘린 뿌리에 실험하고 있어요. 부작용 없으면 바로 사용할 거예요.^

"그래.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꼬물!

^전리품으로 모아둔 독 사용하잖아요.^

꼬물이가 하트를 만들어 흔들었다.

여린 뿌리들은 하나도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지금은 글씨를 많이 쓸 힘도 정신도 없는 것 같았다.

[띠링! 산성액을···.]

"알았어. 할게. 하지만 그냥 할 수는 없어. 이건 정확하게 말하면 협조계약에 포함됐다고 말할 수 없잖아. 난 이백 개 정도만 모으려고 했는데 네가 청해서 더 모으려고 하는 거니까."

[억지스럽습니다만 좋습니다. 이곳에서 모은 것의 절반은 바로 드리겠습니다.]

"절반은 보름 만에 일이 끝나가나 한 달을 초과하면 받을 수 있는데?"

시스템이 화가 났는지 반응이 없었다.

살짝 꼬리를 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알았어. 그럼 모으는 것의 60%만 내가 할게. 추가로 일을 하는 것이니까. 대신 네가 병과 장갑, 고글 등을 제공해줘."

[60%라면 좋습니다. 병과 고글입니다.]

각성자라서 지금까지 어찌어찌 참고 있었지만 눈을 보호해야 했다.

그래서 인벤토리에 들어온 고글을 바로 찾아서 썼다.

그리고 다시 노가다 시작이었다.

꼬물이가 돕겠다고 했지만 허락하지 않았다.

혼자서 하니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어차피 이곳의 정보가 계속 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전령조들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정찰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스템은 욕심도 많아. 40%만 가져갈 수 있다고 하니까 병 준 것 봐. 천 개도 넘겠어.>

"그래도 공짜로 얻는 거잖아. 병도 공짜고."

<그렇기는 하지. 이렇게 강한 산성액은 지금은 구할 수 없으니까.>

"산성액 다 모으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허비하네. 안전텐트 사용시간 좀 늘려줘. 너희도 이런 거 구하기 어렵잖아. 대신 내가 최선을 다해서 이거 모아줄 테니까."

[시간을 늘려드릴 수는 없고 산성액을 모으는 동안은 안전 텐트의 사용시간을 멈춰드리겠습니다.]

"방금 쓴 시간은?"

[말한 시점부터 효력이 발휘됩니다.]

시스템이 차갑게 말하더니 내 상태창을 앞에 띄웠다.

조금 전까지 텐트 사용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는데 지금은 멈춰있었다.

남은 시간은 겨우 36분이었다.

<이제 조금 안심하고 작업할 수 있겠네. 조마조마했거든.>

꾸!

한참 산성액을 모으고 있는데 꾸루가 정보를 전달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파악이 되는 정보였다.

"수류탄을 설치해야겠어."

<너무 위험하지 않아?>

"괜찮아. 휘발유도 함께 사용할 거야. 안전하게 폭발시킬 수 있어."

<좋아. 해보자.>

불안해하면서도 나호가 허락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있는 지하의 규모 때문이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규모여서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처리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거기다 지네를 닮은 몬스터는 이 던전에서 구한 것으로만 타격을 받는다고 했다.

흙도 이 던전의 것이니 흙에 짓눌려 죽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죽지 않으면 그때 가서 고민하기로 했다.

약간 무모하지만 지금으로는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안전 텐트를 인벤토리에 보관하고는 전령조와 사냥조를 시켜서 폭약을 설치했다.

수류탄도 폭약으로 사용되었다.

새들이 하는 일이지만 잘못 설치될 리는 없었다.

꾸루를 통해 영상으로 계속 확인을 하고 있어서 그때그때 잘못된 것은 수정을 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 더 필요해. 우리 작업도 끝났고."

[좋습니다. 그럼 40% 가지고 가겠습니다. 고글과 장갑은 그냥 드리겠습니다.]

<이미 사용한 장갑과 고글 가지고 인심 쓰는 척 하기는 .>

총 천오백 개를 모아서 내가 구백 개, 시스템이 육백 개를 가지고 갔다.

"이제 나가자."

이제 나가야 했다.

그래서 꾸루를 불러들이고는 왔던 길을 따라 나가려다 새끼 한 마리를 밟아죽이고 말았다.

말캉!

가장 작은 새끼 진드기였는데 너무 쉽게 터져버렸다.

새끼 진드기 한 마리가 터지자 새끼들이 독특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건 분명 어미를 부르는 소리였다.

"이런···. 달리자."

재빨리 은신을 걸고 달리기 시작했다.

새끼가 한두 마리였다면 죽여서 소리를 잠재웠겠지만 너무 많은 수였다.

꾸!

구불구불한 길이었지만 꾸루를 따라가니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이럴 때는 지도보다 꾸루가 훨씬 나았다.

그런데 지도에 붉은 점이 무수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몰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달렸다.

얼마 달리지 않아 몬스터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꼬물이의 도움을 받아서 천장에 달라붙었다.

몬스터들은 나를 보지 못하고 우르르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 몰려갔다.

'이거 새끼 한 마리를 죽인 것이 행운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는데···.'

몬스터가 지나간 후 다시 그곳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산성액 작업이 끝난 후부터 안전 텐트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어차피 이곳을 완전히 빠져나가고 난 후 폭발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텐트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줄어드는 시간과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폭발 타이밍을 잡았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새끼가 있는 곳으로 가장 많이 모여들었을 때!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앙!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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