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51화 (251/350)

251. 다 내놔!

'띠링!'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부탁한 일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전리품에 관해···.]

"전리품보다!"

말을 꺼내는 순간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띠링!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갑자기 생기는 바람에 적절한 조치를···.]

"아니! 됐어!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로 해! 앞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도 하지 말자고."

시스템을 건들어서 좋을 것 없지만 사실 무서울 것도 없었다.

시스템의 입장에서도 우리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좋을 것이 없었다.

우리도 이만큼 성장했으니 특별 서비스가 사라진다고 해도 무서울 것이 없었다.

전생의 기억도 가지고 있고, 가지고 있는 던전도 많았다.

그리고 시스템은 특정인만 차별적으로 대할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신경 쓸 것이 없었다.

[소환식물에 대한 조치를···.]

"됐다고! 우리가 다 알아서 했어. 뭐 믿을 수가 있어야지. 마나 버는 데만 혈안이 돼서. 우리 애들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 거야?"

[죄송하게···,]

<죄송은 얼어죽을···. 죄송하다는 말은 잘 해요! 죄송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거 있어? 없잖아!>

나호가 소리를 질렀다.

[저희 나름···.]

"됐다고! 얘기하고 싶지 않아. 나눌 거나 나누고 끝내자고! 이제 개인적으로 볼일은 없을 거야."

[전리품의 분배에 관해서···.]

"그것도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아. 너희와 길게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아! 모르겠어? 그냥 니 꼴리는 대로 가지고 가고 꺼져!"

어지간해서는 좋게좋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소환식물들의 뿌리를 보니 도저히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뭐해? 빨리빨리 끝내고 가자고! 너는 어쩐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시간은 소중해! 요즘 같은 때 1분은 다른 때 한 시간과 맞먹는다고! 빨리 끝내고 화순으로 보내줘. 그리고 이런 부탁 다시는 하지 마! 기분 나쁘니까."

[······.]

"이게 부탁이야? 사지로 몰아넣는 거지. 이런 곳이면 미리 준비물이라도 말을 해줘야지. 부탁하는 입장이잖아. 우리가 클리어를 위해서 들어온 것이 아니고! 그리고 여기 몬스터들 잡아도 마나도 들어오지 않았던 거 알지?"

<맞네! 여기 몬스터 잡아도 마나도 안 들어왔네.>

나호가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도움을 주는 것이지만 어차피 몬스터 사냥이니까 마나를 줘야 하잖아. F급, E급 몬스터도 아닌데···. 내가 왜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에 온지 뻔히 알면서."

빚이 아니었다면 이런 시기에 화순을 비울 일은 없었다.

화순에 남아있으면서 던전을 열고 클리어를 해서 던전을 안정시켜야 했다.

빠르게 한국의 던전을 안정시켜야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마나는···.]

"핑계 대려고 하지 마! 듣기 싫어! 빨리 끝내자고!"

<집사 화가 많이 났네. 원래 화 잘 내지 않은 사람이 화나면 무서운 법이야. 그러게 적당히 했어야지. 적! 당! 히!>

꼬물!

^다 내놔!^

꼬물이가 고민에 빠져 있더니 하는 소리였다.

[무엇을···?]

꼬물!

^이 던전에서 얻은 거 전부! 그리고 우리 약도 내놔! 하루 이상의 시간 지났으니 만들었지? 치유 물통을 전부 채워달라고 하고 싶은데 다른 치료수가 담겨있어서 그것은 안 되고······.^

꼬물이가 시스템과 협상을 진행했다.

소환식물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으니 소환식물들의 의사가 가장 많이 반영된 보상이 지급되어야 했다.

<집사! 꼬물이 똑똑해! 그리고 은근 냉정해!>

나호가 나만 들을 수 있도록 살짝 말했다.

'꼬물이도 화가 많이 났을 거야.'

나호만 들을 수 있도록 심상으로 말했다.

<꼬물이가 협상 잘 마무리하면 화해할 거야?>

'꼬물이 의향대로 해야지. 소환식물들이 가장 피해를 많이 봤으니까 의견대로 해줘야지.'

<역시 우리 집사는 멋있네. 보통은 소환수들에게 이해하라고 넘어갈 텐데.>

'너흰 내게 특별해. 알잖아.'

<특별하지 않은 소환수는 없어. 그런데 주인들이 그렇게 대해주지 않아서 탈이지.>

나호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시스템과 꼬물이간의 협상이 거의 마무리되었다.

꼬물!

^협상 했어요.^

"괜찮아? 우리 생각해서 화가 나는 것을 참을 필요는 없어. 너희가 기분이 나쁘다면 정말 특별 서비스 같은 거 포기해도 괜찮아. 그런 거 아무 의미 없거든."

꼬물!

^우리는 괜찮아요. 지금은 통증도 많이 가셨고. 그리고 이번 기회에 뜯어낼 것은 몽땅 뜯어내야죠.^

꼬물이의 뿌리가 조금은 사악한 미소를 그렸다.

뿌리가 만드는 표정이었지만 꼬물이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꼬물! 꼬물! 꼬물!

^먼저 이번 던전에서 얻은 것을 다 빼앗으려고 했는데 불쌍해서 10%는 주기로 했어요. 괜찮죠? 아! 우리가 줬던 산성 용액까지 포함된 거예요.^

지반이 폭발로 인해 꺼지고 난 후 산성 용액이 전리품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백여 개 밖에는 되지 않았다.

거기다 이전에 수거한 산성 용액은 모두 사용하고 여덟 병만 남은 상태였다.

"좋지. 그럼 줬던 것 다시 받아야겠네?"

꼬물! 꼬물!

^아! 산성 용액은 오백 병 받기로 했어요. 그걸로 잡았으니 돌려받아야죠. 다 주라고 하려다 참았어요.^

<참지 않아도 되는데···.>

나호가 아쉬움을 드러냈다.

꼬물!

^나호 ㅂㅂ! 적당히 포기해야 큰 것을 얻을 수 있어. 당기기만 하면 줄이 끊어진다고.^

꼬물이가 낚싯대를 당기는 모습을 뿌리를 가지고 만들어냈다.

<알았어. 계속해봐. 또 뭘 얻어냈어?>

꼬물! 꼬물!

^치유물통에 이번에 시스템 측에서 개발한 '소환 식물 전용 치료수'를 받기로 했어요. 그런데 얼마나 받으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많이 받을수록 좋지. 많이 받아. 뭐든 많은 것이 좋은 거야."

꼬물!

^다른 치유수도 보관해야 하잖아요.^

"그건 걱정 없어. 받을 수 있을 만큼 많이 받아. 치료수를 담아야 할 일이 생기면 그때가서 식물용 치료수 일부를 간이 물통에 옮겨 담으면 되니까."

<맞아. 받을 수 있을 때 받아. 이런 기회 흔하지 않아. 그리고 치료수는 등급이 높아지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나호까지 같은 말을 하자 갑자기 대기실이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대기실에 보관되어 있는 물통들이 총동원된 것이었다.

저 물통은 비세계에서 치료수를 가지고 올 때 사용하던 것으로 지금은 거의 사용할 일이 없지만 혹시 모를 일을 위해서 보관하고 있던 것이었다.

물통으로 치유 몰통에 보관 중인 치료수를 옮겨 담는 것은 소환식물들이 알아서 했다.

수십 개의 줄기가 일사불란하게 작업을 진행했는데 사람이 하는 것보다 일을 더 잘하는 것 같았다.

치유물통에는 치료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치유물통은 겉으로 보이기에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미터인 물통이지만 실제로는 각각 10미터로 모든 액상을 담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치료수를 담으면 한 단계 상승까지 하는 것이었다.

저 물통은 겉으로 보면 하나이지만 1㎥짜리 물통이 천 개 있는 것과 같았다.

각기 다른 종류를 담는다면 천 가지 액상을 보관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안에 나누어진 칸은 언제든 제거가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사용이 편했다.

현재도 다양한 죽이 보관되이 있었다.

던전에 들어왔을 때 비상식량으로도 사용하지만 현재는 외부에서 사람을 구조했을 때 더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어쨌든 음식까지는 플라스틱 물통으로 옮겨 담을 수 없었다.

꼬물!

^그럼 남은 칸에 다 받을 게요.^

"그래. 다 받아. 그리고 더 달라고 해! 다른 약도 있으면 달라고 하고."

꼬물!

^네!^

꼬물이가 대답을 하고 다시 시스템과 이야기를 하더니 물통을 톡톡 두드렸다.

물통 가득 식물용 치료수를 받아낸 모양이었다.

꼬물!

^약도 받았어요.^

"무슨 약?"

꼬물!

^소환 식물을 강하게 해주는 영양제 하고 강화제요.^

<영양제는 '식물 영양제'하고 비슷할 것 같은데 강화제는 뭐야?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강화제인가?>

꼬물!

^단기 강화제가 있고 장기 강화제가 있는데 장기 강화제는 여섯 알밖에 받지 못했어요. 짠돌이 시스템! 강화제는 저희를 강하게 해주는 거래요. 장기 강화제는 뿌리 옆에 심어주면 점점 녹으면서 흡수가 된대요.^

"좋네. 얼마나 강해질지는 모르고?"

^기본적으로 지금보다는 두 배는 강해질 것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단기 강화제는 10분짜리하고 30분짜리 받았어요.^

"단기 강화제도 강도가 강해지는 거야?"

^그렇대요.^

<잘됐네. 지금도 무시무시한데 강도가 강해지면 엄청나겠다. 생각만 해도 아프다.>

장기 강화제로 강해진 상태에서 단기 강화제까지 사용한다면 철로 만든 채찍보다 무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족할 만큼 뜯어냈어?"

^단기 강화제는 이제 막 만들었다고 해서 다 달라고 했어요. 물론 공짜로요. 우리가 부작용 실험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이건 돈 받아야 해요. 그쵸?^

<으하하하! 그렇지. 부작용 검사는 필수지. 그 명목으로 또 뜯어낸 거야?>

^당연하죠. 뜯어낼 때는 골수까지! 그쵸?^

꼬물이의 여린 뿌리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마치 나에게 배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당연하지. 그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으니까."

아무리 뜯어내도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

운이 좋아서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정말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모를 일이었다.

꼬물!

^그리고 보상으로 일백만 마나를 받기로 했어요.^

<얼마라고?>

^일백만 마나! 이건 보상으로 받는 것이고 사냥할 때 받았어야 할 마나도 달라고 했어요. 제대로 쳐서.^

"야무지게 잘 했네. 이 정도로 속이 시원해? 너희 마음이 가장 중요하니까."

꼬물!

^우선은 이 정도면 괜찮아요. 그리고 두 개의 획득권도 챙겼어요. 하나는 집사꺼. 하나는 우리꺼.^

둘 다 아이템 획득권으로 신제품에 한 해서 원하는 거 하나씩은 공짜로 획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

<와우! 괜찮네. 아주 좋아! 집사! 이대로 화해할 거야?>

"지금까지는 소환 식물과 시스템과의 일이었고, 이제 나와 이야기를 해야지."

<으흐흐! 나는 이대로 끝나면 어쩌나 했어. 그럼 혼내는 것이 아니잖아. 흐흐흐!>

"소환 식물들에게 충분히 사과는 한 거야?"

[띠링!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피해를 끼치지는 않습니다. 다만 준비가 되지 않았고 저희도 당황스러웠던 것뿐입니다.]

시스템은 정말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과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없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소환 식물과의 이야기가 됐다고 하니 이제 우리 이야기를 시작해보자고."

[말씀하십시오.]

이 이후로 시스템과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워낙 황당한 일을 경험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참이었다.

서로 충분한 이야기를 나눈 후 우리는 기존의 협조 계약을 다시 맺었다.

먼저 기존에 최고 만 개의 마나통을 받는 것부터 손을 봤다.

일의 난이도에 따라 마나통을 받기로 한 것이었다.

받을 수 있는 마나통의 상한선도 없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일로 만 개의 마나통을 받기로 했지만 이보다 열 배 많은 십만 개의 마나통을 받기로 했다.

사실 이 정도의 일이면 더 많은 마나통을 받아야 하지만 기존의 계약으로 들어왔으니 십만 개로 만족하기로 했다.

대신 안전 텐트를 공짜로 세 번 빌려 쓰기로 했다.

한 번에 5분의 시간만 사용할 수 있지만 이 정도 시간이면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다.

거기다 은신 등급도 한 단계 상승시켜주었다.

이만하면 충분한 보상이었지만 시스템은 정말 미안했는지 나에게도 백만 마나를 보상금으로 주었다.

이전에 준 백만 마나는 소환식물에게 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마나를 퍼주니 마음이 이상하네. 진심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이렇게 받아도 되는 거야?>

"그러게 어째 불안해지려고 해. 안하던 짓을 하니까."

[사과의 의미로 드리는 겁니다. 사냥으로 얻으셔야 했던 마나의 지급도 완료하였습니다.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태창을 확인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마나가 거의 천만 마나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세내역을 확인하니 이번 사냥으로 얻은 마나만 750만 마나였다.

거기에 소환식물과 내가 받은 이백만 마나가 합쳐지고 이전에 얻은 마나가 더해지니 거의 일천만 마나가 있었던 것이다.

<와우! 이런 던전만 있으면 이천만 마나도 금방 벌겠다. 그치?>

"이렇게 마나를 많이 주는 던전 만나기는 하늘에 별 따기라고 봐야지."

현재 F급 던전에서는 아무리 큰 몬스터를 잡아도 마리당 5마나를 넘을 수 없었다.

대개는 마리당 1마나라고 보는 것이 적당했다.

그런데 이 던전에 사는 몬스터는 마리당 거의 삼만 마나를 준 것 같았다.

<집사! 빚 갚을 거야?>

"아직은. 당장은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대로 둬도 되고 잠시 시스템에게 맡겨도 좋지."

[당장 갚으실 생각이 없으시면 마나를 저희에게 투자하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예금이 아니고 투자를 하라고?"

대변혁 이후에 세상에서 마나가 돈과 비슷한 것이 이런 면이었다.

물론 시스템이 관장을 하는 것이지만 투자를 하면 투자한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기 때문에 나름 합리적이었다.

위험도에 따라 십 단계로 나누어있어서 그에 맞추어서 투자할 수도 있었다.

[현재 마나 예치의 금리는 매우 낮습니다. 대출로 벌어들이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시스템이 열심히 자신들 사정을 설명했다.

"지금은 투자는 할 수 없어. 그러기에는 우리 사이의 신뢰에 문제가 조금 있잖아. 안 그래? 너희의 진심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해. 신뢰가 회복되면 투자도 고려해볼게."

전생에는 마나로 절대로 투자를 하지 않았다.

간혹 고위험 투자로 대박을 맞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 일은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었다.

[정말 좋은 투자처가 있는데···.]

"정말 좋으면 너희끼리 먹어. 나는 적제 먹고 가는 똥 쌀래."

<집사! 왜 하필 똥이야? 비유할 것도 많은데···.>

"아! 미안.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참! 내가 강해졌는데 나호의 소환시간은 늘어나지 않는 거야?"

[강대한 님께서 강해지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호 자신의 경험치도 중요합니다. 실체화한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거야 부작용이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 이런 부작용은 해결해주지 않는 거야?"

[······.]

시스템 털어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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