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53화 (253/350)

253. 뭔가 찜찜해.

이게 좀 이상했다.

도움을 주었으니 이곳에서 이대로 월평으로 옮겨줄 수 있었다.

인간이야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지 않으면 공간을 이동할 수 없지만 시스템은 아니었다.

시스템은 마음만 먹으면 우리를 한 순간에 이동시킬 수 있었다.

더구나 방금 서로 화해 모드가 되었는데 바로 이동시켜 주지 않고 워프게이트까지 직접 이동해라?

뭔가 찜찜하고 자연스럽지 못했다.

<집사! 왜 그래?>

"이상해서."

<뭐가?>

눈치 빠른 나호도 워프게이트로 이동하라는 말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려고 하면 당연히 그곳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심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예민하나?"

<왜 그러는데? 말을 해. 그래야 알지.>

"아니. 우리가 클리어 하려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잖아. 던전 공략을 위해 외국에 왔다면 당연히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서 돌아가. 하지만 우린 시스템을 도와주기 위해 왔어."

<어? 정말! 맞아! 집사 말이 맞아. 전생에 워프 게이트 이용에 익숙해서 이걸 당연하게 생각했네. 그리 먼 곳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넓은 던전의 경우 클리어 후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가는 데 며칠씩 걸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던전에 비하면 이곳은 천국이었다.

더 이상한 것은 우리가 이런 말을 하는데도 시스템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이었다.

<집사! 이상하다. 이건 뭔가 이상해.>

"그렇지? 아무래도 조금 이상하지? 물어봐야겠네."

시스템에게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이것이었다.

[띠링! 대변혁 전에는 워프 게이트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저희가 이동을 도와드렸습니다만 이제 워프 게이트가 활성화되었으니 되도록 직접 이동하시도록 하는 것이 저희 정책입니다.]

조금은 딱딱하게 말하는 시스템!

명쾌한 대답인 것 같지만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라면 가야지."

이미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았으니 이곳에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어쩐지 찜찜해서 워프게이트가 있는 곳까지 속도를 높였다.

<집사! 왜 이리 서둘러? 조금 속도를 늦춰도 될 것 같은데?>

전력질주로 한참을 달리자 나호가 걱정을 했다.

아무리 각성자라도 한계는 명확했다.

특히 지금 나는 근력 능력치를 개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근육에 무리가 올 수도 있었던 것이다.

물론 체력 능력치가 어느 정도 보완은 해주고 있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꺼림칙해. 뭔가 있는 것 같아."

<이런 느낌은 집사가 확실히 좋지. 미리 치유수 좀 마셔. 근육에 무리 오면 안 되니까.>

달리면서 치유수를 한 모금 마셨다.

그것만으로도 근육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꼬물이의 던전에서 나오는 버섯 치유수는 정말 최고였다.

이 버섯 치유수를 '치료수 물통(유일)'에 넣을 수 있으면 더 좋을 텐데 넣을 수 없었다.

아직은 넣을 수 없다고 제한이 걸려 있었던 것이었다.

아마 밸런스를 맞추려는 의도 같았다.

넣을 수 없다고 해도 지금만으로도 버섯 치유수는 최고였다.

앞으로 이런 제약사항이 사라지면 언제든 등급을 상승시킬 수도 있고 말이다.

31의 민첩 능력치를 가진 내가 전력질주를 해서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것은 출발한 지 세 시간이 지난 후였다.

전력 질주를 하지 않았다면 네 시간 이상이 걸렸을 것이다.

"헉! 헉!"

꼬물!

^꼬물! 괜찮아요?^

꼬물이가 귀여운 포즈를 취하며 물었다.

여기저기 붕대로 감은 곳이 많았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괜찮아."

꼬물!

^만약고 빨리 깨어나라고 '소환 식물 전용 치료수' 조금 부어줬어요. 괜찮죠?^

작은 돌화로에 치료수가 가득 담겨 있었다.

돌화로인 만약고에 치료수가 담겨있자 꼬물이가 마치 소꿉장난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간간이 치료수를 찍어서 돌화로 표면에도 발라주는 것이 꼬물이가 제법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괜찮을 거야. 하고 싶은 대로 해."

꼬물이에게 대답을 해주고는 워프 게이트로 다가갔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문을 열어줘야 탑승을 하는데···."

[······.]

"우리 도착했어. 이제 이동시켜줘."

[······.]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세 시간이나 달려왔는데 문도 열지 않고? 이거 집사 말대로 뭔가 찝찝하다.>

분명 우리가 왔을 때 워프 게이트가 작동을 했는데 지금은 작동이 멈춰있었다.

멈춰 있는 것뿐만 아니라 다가가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시스템은 불러도 대답도 없고···.

왠지 시간을 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이동하겠다고!"

[아! 대단히 죄송합니다. 바로 작동을 시켜드리고 싶지만 이곳의 지반 침하로 워프 게이트에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뭐라고? 뭐에 문제가 생겨?"

[워프 게이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반 침하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현실에서 아무리 큰 지질 활동이 있어도 던전의 위치가 바꾸지 않는 것처럼 던전에서 워프 게이트도 마찬가지였다.

워프 게이트는 원래 있던 장소에서 단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고 진리였다.

던전에 큰 변화가 생길 때도 이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우리가 일으킨 폭발로 인해 이렇게나 떨어져 있던 워프 게이트에 문제가 생겼단다.

이것은 소도 웃을 일이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워프 게이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데!"

[하지만 이곳은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던전을 소유하고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이 뭔지 알아? 던전문을 여닫는 것이 아니야. 워프 게이트를 내가 원하는 장소로 옮길 수 있는 것이었어. 워프 게이트는 절대 옮길 수 없는 것이라고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뭐? 워프 게이트에 문제가 생겼다고?"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워프 게이트가 작동하지 않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너희가 멈추면 작동하지 않겠지. 지금 내 이동을 막으려는 거지? 그렇게 밖에는 생각할 수 없어."

<대기실에 장프 던전을 하나 심었어야 했는데···. 그럼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은데.>

대기실에 심을 수 있는 던전의 수는 총 세 개.

이 중에서 워프 게이트를 품은 것은 아수라 던전이 유일했다.

이것도 단프만 있을 뿐이었다.

국내에 있는 모든 워프게이트로 이동할 수 있어서 좋지만 국외로는 나갈 수가 없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워프 게이트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전생을 통틀어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 지금 생긴다고? 그렇다 치고 그럼 언제 수리되는데?"

[저희도 이런 일이 처음이어서 서두르고 있습니다만 언제까지 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장황하게 말을 하는데 하나도 공감되지 않은 이야기였다.

던전의 생성부터 소멸까지···.

거기다 더해 비세계로의 소환과 상태창 지급까지 하는 존재가 워프 게이트 하나 수리하는데 쩔쩔맨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다.

"그냥 지금은 보내주기 싫다는 말이네. 그렇지?"

[오해입니다.]

<오해는 개뿔! 너희 우리 집사가 치고 나가니까 그거 싫어서 이러는 거지? 그렇지?>

나호가 목소리를 높였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

"지체된 시간만큼 보상해야 할 거야."

화가 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분명히 워프 게이트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이 시스템의 노림수 같기는 한데 백 프로 확신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정말 워프게이트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파악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감정!"

E등급 밖에 되지 않지만 내게는 감정 스킬이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워프 게이트를 감정해보았다.

[워프게이트입니다. 현재 지반침하로 인한 문제로 운행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감정을 하자 이런 문구가 나왔다.

<어? 정말 문제가 생겼나? 감정은 거짓말 하지 않지?>

"그렇지. 거짓말 하지 않지. 그런데 왜 이 순간 개미지옥이 떠오르는 걸까?"

<개미지옥? 내가 아는 그 개미지옥?>

"응! 괜스레 그런 생각이 드네. 내가 예민한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야."

워프 게이트를 한 바퀴 빙돌았다.

그리고 다시 시스템에게 질문했다.

"누가 고치고 있기는 한 거야?"

[당연히 고치고 있습니다. 강대한 님께는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 알았어. 감정도 워프 게이트가 고장 났다고 하니 고장 난 것은 인정할게. 그런데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씀하십시오.]

"혹시 말이야. 너희 이제 사람을 이동시키지 못하는 거야?"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문제없이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지? 그렇다면 우리 화순으로 이동시켜줘. 이러는 거 아니야. 도와줬는데 이런 식으로 대접하면 안 되지. 고쳐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맞아! 경우가 있어야지. 경우가! 우리 집사 옮겨줘. 빨리! 소환수들 두고 오기는 했지만 이런 시국에 가정을 떠나 있으니 얼마나 걱정이 되겠어?>

시스템은 잠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잠시 후 매우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이동을 시켜드리겠습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지금 바로 이동시켜줘.>

나호가 조금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잠시 기다리셔야 합니다.]

"뭐? 뭐가 이리 터덕거려? 매끄럽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비세계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신입사원 같았던 시스템!

혹시 지금도 그런 경우인가?

목소리에서는 평상시의 시스템과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지만 도움을 청할 때부터 뭔가 이상했었다.

덕분에 이것저것 털어먹기는 했지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동은 가능한데 지금 당장은 안 된다!

이것은 마치 자신은 이 일을 처리할 수 없다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이상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몬스터를 잡았을 때 바로바로 마나가 들어오지 않았던 것도 이상하고···.

체계적으로 보상을 주는 것 같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약간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보상이었다.

<집사 무슨 생각해?>

나호가 나만 들을 수 있도록 살짝 말했다.

'시스템이 뭔가 이상해. 평상시 우리가 알고 있는 시스템 흉내를 내는 것 같아. 아무래도 우리가 알던 시스템이 아닌 것 같아.'

심상으로 대답했다.

다른 때라면 심상 대화도 시스템이 모두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은 듣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내 착각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얼마나 기다려야 해?"

[확답을 드릴 수가···.]

이 말을 듣는 순간 화가 나는 것이 아니고 그저 맥이 딱 풀려버렸다.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화도 나지 않는다고 하더니 딱 그 상황이었다.

"여기가 어디인지는 말해줄 수 있어?"

[말씀드릴 수 없는 사항입니다.]

<자기들 불리하면 말할 수 없다고 하지! 차라리 모른다는 말이 더 설득력 있겠네.>

나호가 쏘아붙이듯 말을 하자 시스템이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말했다.

[사실 저희도 이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저 주어진 좌표로 이동시킨 것뿐입니다.]

<녜! 녜! 알아 모셔야지요. 어련하시겠어요?>

나호가 잔뜩 비꼬았지만 시스템은 이에 대해서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반응을 보이면 자신만 손해라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최대한 빨리 이동시켜줘.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든 그렇지 않든지 간에."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은 정말 말만 잘하는 시스템이었다.

이제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나호야. 혹시 모르니까 아수라 던전에 들어가 보자. 혹시 모르잖아. 이곳이 한국일지도."

<그렇기는 하지. 가능성은 있으니까.>

땅속 깊은 곳에 던전이 있는 경우도 있고, 바다 속에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한국의 어느 곳일 수도 있었다.

우리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아수라 던전으로 입장해서 워프게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화순 던전으로 이동한다고 생각했다.

이곳이 한국이라면 잠시 후 빛이 나면서 이동이 되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워프 게이트가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흘러나왔다.

[현재의 위치에서 '화순 던전'으로는 이동이 불가능하답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소리는 워프 게이트에서 나는 소리였다.

현재 있는 곳이 국내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한국이 아니라면 이곳이 어디일까?>

"알 수 없지. 퇴장해보지 않는다면 말이야. 시간은 있고 할 일은 없으니 퇴장이나 한 번 해볼까? 다시 들어오면 그만이니까."

바로 던전 지도를 확인했다.

현재 있는 곳에서 던전의 입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화순 던전에서 이곳으로 왔을 때 당연히 워프 게이트로 나왔다.

그러니 이곳의 입구는 확인하지 않은 상태였다.

던전 지도에 이곳이 나오는 것을 보면 던전은 확실한 것 같은데 말이다.

<집사 너무 멀어.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하겠어. 그냥 여기서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러게. 너무 머네. 그럼 어쩔 수 없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

그때부터 우리의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저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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