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54화 (254/350)

254. 저희는

워프 게이트 앞에서 기다린 시간이 자그마치 사흘!

꼬박 사흘이 지나가고 난 후 시스템의 음성이 들렸다.

그런데 조금은 조급한 목소리였다.

마치 바삐 달려온 사람의 목소리 같기도 하였다.

물론 목소리는 이전과 똑같았지만 말이다.

[띠링! 강대한 님! 죄송합니다. 당장 화순 던전으로 이동시켜드리겠습니다.]

"잠시만. 이왕 늦은 거 궁금한 것이 있어."

[아! 보상이라면 화순으로 이동시켜드리고 난 후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이동이 시급한 것 같아서···.]

시원시원했다.

"아니 보상보다 더 궁금한 것이 있어."

[아! 그렇습니까? 뭐든지 질문하십시오. 뭐든 대답하여 드리겠습니다.]

"대변혁이 왜 일어났는지도 알려줄 수도 있는 거야?"

솔직히 이 질문을 하면서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다.

당연히 대답을 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답은 아니었지만 다음과 같은 말이 돌아왔다.

[띠링! 대변혁은 지구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위해서 일어난 것입니다. 그것은 확실합니다.]

<뭐야? 조금 전 시스템과 다른 것 같은데? 집사! 그치?>

"내가 생각해도 시스템이 바뀐 것 같아. 마침 물으려고 했던 것도 그거야. 너희 회사 같은 거야? 목소리는 똑같지만 일을 처리하는 존재는 다르냐는 말이야."

[참고로 저희는 기계는 아닙니다. 목소리가 똑같은 것은 동일한 송출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이상은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시스템에 관한 것은 죄송하게도 보안이 걸려 있습니다.]

이 정도 대답이면 충분했다.

아니었으면 분명 아니라고 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동일한 송출 시스템 때문에 목소리만 동일하다는 것은 나를 상대하는 시스템이 종종 다른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혹시 요 며칠 자리를 비운 거야?"

[죄송합니다. 이 부분도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왜 말할 수 없는데?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으음! 시스템은 한 존재라고 인식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도 좋지 않겠습니까?]

"충분히 이해했어. 고마워."

[저는 아무것도 대답해 드린 것이 없습니다.]

분명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부터 조금 전 헐레벌떡 돌아오기 이전까지 평상시의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 분명했다.

<이거 머리가 살짝 아프네. 집사 시스템 중 집사를 견제하는 존재가 있다는 거지? 그런 거지?>

나호가 나에게만 들리도록 특별히 신경을 써서 이야기했지만 이전의 시스템이 돌아왔다면 다 듣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도 심상으로 이야기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존재가 현재의 시스템보다는 어설프다는 거야. 뭔가 감정적이기도 하고···. 일관성도 떨어지는 것 같고.'

<어설프다고 해도 곱지 않게 보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신경이 쓰이네. 구분이 잘 가지도 않고. 앞으로는 더 구분하기 어려울 거잖아.>

'그렇지. 그게 문제이기는 해. 너무 큰 권한을 쥐고 있는 존재이니까. 현재는 어설프다고 해도 금세 능구렁이가 될 지도 모르는 거고.'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시스템과 같은 자리에 있다면 보는 것부터가 우리와는 다를 것이 분명했다.

한 가지를 보는 것과 수백, 수천가지를 보는 것이 같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경계를 한다고 해도 시스템 같은 존재를 상대로 이기기는 어려웠다.

"잠시 어디 다녀온 거야?"

[띠링! 조금 전 말씀드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씀드릴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규정에 어긋납니다.]

"그래?"

[그렇습니다. 단 이 말씀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일주일 정도의 일을 재검토할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후우우! 혹시가 역시였네. 그럼 혹시 소환 식물의 약도 있었던 것을 팔지 않았던 것은 아니겠지? 아니 그것보다 이전에 다시 고쳤던 계약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꼬물!

^화가 난다아아! 화가 나아아!^

꼬물이의 뿌리가 붕붕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살벌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띠링! 기존의 계약을 무조건 없는 것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강대한 님께 유리한 경우에는 더더욱요. 그것보다 화순으로 복귀가 시급한 것 같습니다.]

시스템이 매우 서두르고 있었다.

헐레벌떡 달려올 때부터 이상했다.

화순으로 복귀가 시급하다고 말하는 시스템의 음성에는 걱정이 서려있었다.

이 던전으로 이동되고 소환 식물들이 다쳐도 신경도 쓰지 않던 존재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왜 이리 서두르는 건데? 화순에 무슨 문제 있는 거야?"

[띠링! 탑승을 하시고 화순으로 이동 후에 설명을 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이 던전에서는 최대한 빨리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빨리!]

시스템이 이렇게 뭔가를 서두른 적이 없었다.

전에 없이 다급한 목소리에 가슴이 철렁했다.

다급하게 워프 게이트에 올라섰다.

고장이 나 있다고 하던 게이트는 내가 다가서자 정상 반응을 보였다.

시스템이 돌아오면서 워프 게이트도 정상 작동을 하는 것 같았다.

[띠링! 이동합니다.]

앞뒤 말 모두 자르고 본론만 말하는 순간 시야가 암전하며 화순 던전으로 이동이 되었다.

시스템이 워낙 서둘렀기 때문에 화순 던전에서 바로 나왔다.

그리고는 쪼롱이를 불렀다.

쫑! 쫑! 쪼로로옹!

^왔어요? 왜 이리 늦었어요? 걱정 돼서 죽는 줄 알았어요.^

마을을 둘러보았다.

현실의 시간은 늦은 밤!

그런데 공기부터 시작해서 뭔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포근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추위는 한풀 꺾인 것 같은···.

"에이! 설마!"

쪼롱이의 반응이 이상했다.

우리는 생각보다 일을 빨리 끝냈다.

최장 두 달까지 생각했던 일을 이틀이 되기 전에 끝냈다.

이동이 되지 않아서 꼬박 사흘을 기다렸지만 던전에서 보낸 시간은 오 일 남짓이었다.

그러니 매우 빨리 돌아왔는데 늦게 왔다고 말하는 쪼롱이었다.

재빨리 시간을 확인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상태창에 나타난 시간은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2030년 3월! 15일!

<3월 15일? 이거 잘못 된 거 아니야? 어떻게 3월 15일이 될 수 있지?>

"세 분은?"

쫑! 쫑! 쫑!

^건강하세요. 걱정이 한 가득이지만요. 어디 물어볼 곳도 없고···. 어머니께서 눈물을 살짝 보이시는 것 같았어요. 얼른 감추시기는 했는데···. 눈이 붉어진 것이··· 우셨던 것이 분명해요.^

"다른 문제는?"

쫑!

^없기는 한데···. 세세한 것은 세 분께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적어도 장벽은 잘 지키고 있어요.^

크고 작은 문제는 좀 있었던 것 같았다.

"사람이 늘지는 않았지?"

쫑!

^세 분의 지인들이 찾아온 것이 몇 번 있었어요.^

"그래서?"

쫑!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으신 것 같았어요. 여기저기서 사람이 많이 왔어요. 별스러운 곳에서 다아아!^

쪼롱이의 표현이 저 정도면 정말 많은 사람이 왔었던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아버지께서 마음이 가장 약하기 때문에 묻는 것이었다.

쫑!

^아버지께서는 정문 쪽에 아예 오시지 않았어요. 지인을 한 번 돌려보내고 나서는 요.^

<잘하셨네. 보지 않는 것이 편하지.>

쫑!

^여기 사는 사람들이 누구만 받아주면 안 되냐고 사정을 하는 통에 많이 힘들어 하셨어요. 세 분 모두!^

선별을 해서 사람을 들였는데도 이런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느 한 편에서는 아주 이해가 되지 않는 일도 아니었다.

쪼롱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걷자 금세 집에 도착했다.

주무시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들어서는데 거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아직 안 주무셨어요?"

"아이고! 대한아! 여보! 여보!"

아버지께서 서류를 보시다가 어머니를 부르시고는 내 몸을 더듬으셨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찾는 것이었다.

"저 다친 곳 없어요. 절 다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이번에 보니 그거 확신할 수 없겠더라. 시스템이 장난질을 하면 죽일 수도 있겠어. 늘 신경 써야 해.>

나호가 말했다.

부모님께서 듣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하는 말이었다.

"대한아아! 몸은? 다친 데는 없고? 왜 이리 늦은 거야? 두 달 정도 걸린다고 해서 애가 타도 참았는데 두 달이 넘어가니까 하루하루가 어찌나 길든지···."

어머니의 목소리가 젖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내 건강한 모습에 차츰 원상태로 돌아왔다.

"왔구나. 별일 없었고?"

소란스러웠는지 사랑채를 쓰시는 큰아버지께서 들어오셨다.

"제가 잠을 깨운 것 같아서···."

"괜찮다. 어차피 깨어 있었어. 그런데 왜 이리 늦은 거니? 던전이 그렇게 컸던 거야?"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지···."

큰아버지의 질문에 대답을 하려고 하는 순간 어머니께서 손을 쓰다듬으시며 안타까워하셨다.

"고생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던전에서 저는 5일 밖에 있지 않았어요. 일은 이틀 만에 끝났고요."

"그래? 그런데 왜 두 달 넘게 돌아오지 않은 거니?"

"그러게요. 그걸 지금 시스템과 이야기해야 할 것 같네요."

"비켜주랴?"

"아니에요. 당장 중요한 일은 아니니까 조금 뒤에 해도 돼요. 어차피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요."

말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두 달이 지났단다!

자그마치 두 달!

정확하게 닷새 하고 몇 시간 더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밖의 시간은 두 달 이상의 시간이 흘러버렸다.

던전과의 시간 차이가 열 배 이상 났다는 말이었다.

아마 시스템과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5일 남짓 있었는데 두 달이 넘었다고 하면 시간을 도둑맞은 것 같겠구나. 마을에 있는 던전은 모두 시간 비율이 두 배여서 좋던데. 반대라고 생각하면···."

큰아버지께서 인상을 찌푸리셨다.

"그건 나도 좋더라고. 던전에서 많은 일을 할 수도 있으니까. 남은 던전들도 시간 비율이 같니?"

"예. 아직 열지 않은 던전들도 모두 두 배에요."

"일정해서 좋구나. 헷갈리지도 않고. 아! 대한아! 독도를 팔라고 찾아온 사람이 있었어."

"벌써요?"

"입 냄새와 가슴 통증이 다시 시작 됐으니까. 그리고 가슴 통증의 정도가 대변혁 전보다 강하다고 하더구나."

"어디에서 왔어요? 혹시 정부에서 온 거예요?"

"어떻게 안 거니? 오다 들었어?"

어깨에 앉은 쪼롱이를 보시는 큰아버지셨다.

쪼롱이를 비롯한 소환수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잘 아시는 세 분이었다.

"아직은 이동이 자유롭지 못할 테니까요. 대기업이나 정부가 아니면 여기까지 오기 쉽지 않죠. 아직 워프 게이트를 어떻게 이용할지도 모를 거고요."

"아! 워프 게이트 이용은 언제 쯤 알릴 생각이냐?"

"사람들이 마나를 어느 정도 벌었을 때 여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한데···. 미리 열면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사람도 많아서···.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솔직한 심정이었다.

워프 게이트를 빨리 여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이동을 하면서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도 중요했다.

누구나 몬스터를 상대해본 경험이 있어야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 지낼 수 있었다.

워프 게이트는 전생에도 대변혁 3년 후에 알려졌으니 조금 더 지켜볼 생각이다.

"그래도 마을이 조용하네요."

"에휴우!"

"하아!"

마을을 묻자 세 분이 모두 한숨을 쉬셨다.

그간 한결 근육이 붙은 것 같은데 눈가의 주름은 는 것 같았다.

"문제 있어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한둘도 아니고 육백 명이 갑자기 모여 사는데 왜 문제가 없겠니? 참 별의 별 일이 다 있더구나."

"아이고 말도 마라. 네가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았으면 여럿 쫓아냈을 거야."

"징글징글하다. 좋은 사람만 고른 것이 저 정돈데 아무나 들였다고 생각하면···."

세 분이 거의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시며 말씀을 쏟아내시다 눈이 마주치자 멋쩍은 웃음을 지으셨다.

그동안 힘드셨다는 것이 여실이 보였다.

"회사 조직을 차용하고 확대해서 운용하고 있는데 이것으로는 한계가 있어. 회사도 아니고.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구나. 권한도 좀 넘겨야할 것 같고."

큰아버지께서 대표로 말씀하셨다.

"그래야죠."

"네 소환수 덕을 톡톡히 봤다. 다들에게 고맙다고 전해줘. 아! 사냥조들 밥부터 먹이는 것이 좋겠다. 전령조들은 인근 하천에서 생선을 잡아먹는 것 같은데 사냥조들은 배불리 먹질 못했어."

큰아버지 말씀에 쪼롱이를 돌아보자 쪼롱이가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얼굴이 핼쑥해진 것 같기도 했다.

"사냥을 못했어?"

질문을 하자 쪼롱이가 잠시 먼 산을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우선순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