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58화 (258/350)

258. 불청객

나호도 눈에 익은 사람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전생에 대변혁 시기를 거의 함께 보낸 나호는 내가 아는 사람을 거의 알고 있었다.

<저거 거머리 아니야?>

'그런 것 같아.'

<저 놈이 저기에 포함되어 있다면 조심해야 하는데.>

'그렇지.'

다가오던 놈들은 정확히 정문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걸음을 멈추고는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다가가자 가장 앞에 선 여자가 말을 걸었다.

"못 보던 얼굴이네요. 정부에서 나왔어요. 식량과 독도 때문에요. 얼마 전에도 한 번 왔었는데···."

여자의 자세는 매우 공손했다.

하지만 거머리가 섞여 있어서 그런지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잠깐 기다리시죠. 담당자가 오실 거예요."

"그래야죠."

큰아버지께서는 마을에서 걸어 나오시지 않았다.

마을을 지키고 있던 몬야크를 타고 오셨다.

<역시 한 수 위시네. 우리도 급해도 몬야크를 타고 왔어야 했는데···.>

'중화기가 있다고 하니까 타고 오지 않은 거야.'

검이나 창은 우리 소환수들도 빠르게 피할 수 있지만 중화기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몬야크를 타고 오지 않았는데 큰아버지께서는 몬야크를 타고 오신 것이었다.

기선제압을 위해서인 것 같았다.

큰아버지의 의도는 통한 것 같았다.

무기를 들고도 몬야크의 덩치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벌써 몇 번 봤다고 하는데도 한두 발짝 뒤로 물러서는 사람도 있었다.

"어서오시오."

큰아버지께서는 몬야크에서 내려오지 않으셨다.

정부에서 왔다는 사람들은 몬야크 위의 큰아버지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식량과 독도를 구매하고 싶습니다."

"독도는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식량은 없습니다. 식량은 정부가 더 구하기 쉬울 것 같은데 왜 이러시는지···."

"당장 급해서 그럽니다. 정부에서 관리하는 곡물이 있지만 도정되지 않은 것이어서 당장 먹을 수 없습니다. 그것도 대부분 약탈당했습니다."

대부분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소행이었다.

인근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그런 시설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건 댁들 사정이고 정말 우리는 가지고 있는 음식이 없소. 그러니 독도를 구매할 것이 아니라면 가시오."

"잠시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여자가 큰아버지께 양해를 구하더니 몇몇의 사람과 뒤쪽으로 빠져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큰아버지께 들리지 않도록 소곤거리고 있었지만 이미 감각 능력치를 개방하신 큰아버지께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물론 내 귀에도 명확하게 들렸다.

"저 사람들 기분 나쁩니다. 꼭 이곳에서 사야하는 겁니까?"

"위의 지시야. 저기로 들어간 곡물과 각종 음식의 양이 어마무시하대. 그리고 무엇보다 독도가 있잖아."

"그래도···. 내려오지도 않는데···. 그냥 발포 명령 한 방이면 깨끗이 해결될 것 같은데."

비릿한 목소리가 내뱉은 말이었다.

저런 놈들이 문제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무력으로 찍어 누르려는 사람들···.

발포를 무슨 애들 장난처럼 여기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들으면 큰일 나!"

"큰일은 저들이 나겠죠. 이 정도 무기를 들고 있는데 질 리가 있습니까? 저리 큰 몬스터여도 무서울 것 하나도 없습니다."

"어허! 자네는 가만히 있게."

자기들끼리도 의견이 일치되지 못한 상태이고 대표로 온 여자가 이들을 휘어잡지 못하고 있었다.

<저 놈 조심해야 하는데···.>

우리 눈에 띈 거머리는 일본 이름만 기억하고 있는 놈이었다.

미우라가 한국에 등장한 후 활동했던 놈으로 한국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찾지 못했는데 제 발로 우리 앞에 찾아와준 것이었다.

고마우면서도 악연이 질기고도 질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들끼리 한참 이야기를 하더니 대표인 여자가 앞으로 나왔다.

"독도를 지난번에 조금 다른 방식으로 팔겠다고 하셨는데 어떤 방식입니다."

"상태창에 나오는 마나를 받고 팔겠다고 지난번에 말했는데···."

큰아버지께서 조금은 답답하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같은 말씀을 여러 번 하셨던 모양이었다.

<정부에서 나온 사람들이 아직 마나 거래에 대해 익숙하지 않구나.>

'아직 익숙해지려면 멀었지.'

전생에 마나거래에 익숙해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번에는 훨씬 빨리 뿌리 내리겠지만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었다.

"저희가 이런 거래는 처음이어서 전혀 알지 못합니다.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것도 정보요. 맨입으로 넘길 수 없으니 거래 방법을 터득해서 오든지. 아니면 우리의 방식대로 따라오든지 하시오."

아직 큰아버지께서 거래창을 여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 충분히 들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씀하실 수 있는 것이었다.

시스템이 파는 물건은 상점을 개방해서 구매하면 되고, 인간과 인간간의 거래는 '거래창'을 개방해서 거래하면 간단했다.

말은 간단하지만 거래창 자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상점과 거래창 모두 마나 50으로 누구나 개방할 수 있지만 아직은 이것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거래창에 의해 거래를 하면 그 어떤 거래보다 안전했다.

대신 거래 내용을 작성할 때 신중해야 했다.

나중에 번복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시스템이 거래 중계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약속을 이행하면 상대방도 반드시 약속을 이행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말을 하면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당해보면 그 철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시스템과 거래할 때 이상으로 신경을 쓰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거래창도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들면 하루에 수십 번도 칠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시스템에게 제재를 받지만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럼 돌아가시오. 그리고 다음에는 확실히 거래를 할 것이 아니라면 오지 마시고. 대한아! 가자."

큰아버지께서 손을 내미셨다.

몬야크의 등에 앉은 채 손을 내미신다고 해서 손이 닿는 것은 아니었다.

저 손짓은 나에게 몬야크의 등에 타라는 신호이면서 내가 평범한 경비원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는 행동이었다.

큰아버지의 손짓에 모든 사람의 이목이 나에게 쏠렸다.

그리고 누군가의 입에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영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외계인과 소통한다는 월평의 아들 아닙니까?"

"그런가? 얼굴을 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

"확실합니다. 대한이라는 이름이 독특해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지들이 기억한다고 해서 어쩔 건데? 참 어이없는 사람들이네. 저놈들 이따 무기 싹 빼앗아버릴까?>

허락하면 정말 실행에 옮길 나호였다.

'괜한 사람들까지 상하게 할 수는 없어. 우리도 가자.'

심상으로 대답하며 몬야크의 등으로 가볍게 뛰어올랐다.

너무도 가볍게 올라탄 것이 인상 깊었는지 잠시 조용해졌다.

"그럼 잘들 가시오."

"저기···."

대표로 온 여자가 조금은 절박하게 큰아버지를 불렀다.

"대표님!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지만 독도 몇 병만이라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꼭 구해가야 합니다."

"지난번에 충분히 드린 것 같은데···. 더 이상은 저희도 공짜로 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호구는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큰아버지께서 가슴 통증까지 줄이는 독도를 일부 건넸던 모양이었다.

그 맛을 본 사람은 더더욱 독도가 아니면 가슴 통증을 이기기 어려웠다.

약만 먹으면 통증이 급격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아는데 통증을 참아야 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제발!"

"자그마치 천 병씩 드렸습니다. 더 달라고 하시려면 뭐라도 들고 왔어야죠. 그렇지 않습니까?"

"드릴 것이 없어서···."

"왜 줄 것이 없습니까? 줄 것이야 차고 넘치는데···. 이번에는 그냥 돌아가십시오."

큰아버지께서 몬야크에게 마을로 돌아가자고 하시자 충직한 몬야크가 마을로 방향을 틀었다.

몬야크들에게 세 분의 명령은 충실히 이행하라고 지시를 내려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뒤에서 큰아버지를 몇 번 더 애타게 불렀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갈겨버려야 하는데···."

"정말 재수 없습니다. 독도가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해서···. 금세 똑같은 것들이 쏟아질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잘 해줄 때 납작 엎드릴 것이지···."

"여기저기에 부탁을 해뒀으니 금세 연락이 올 겁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가시죠."

"똑같은 것으로는 안 됩니다. 월등하게 나은 것을 가지고 오세요. 그 전까지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두어야 합니다. 만약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목 때문이라도 똑같은 것을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이제 세상이 변하지 않았습니까. 똑같은 것을 만들어낸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가 멀어질수록 이들이 하는 말의 수위는 높아졌다.

이것을 통해서 이들이 독도 복제품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들의 말을 듣고 계시던 큰아버지께서 질문하셨다.

"우리 독도를 희석해서 약을 만들면 어떻게 되는 거냐?"

"한 병을 사서 물을 탄다는 거죠?"

"그래.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한둘이겠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조제법을 사버리면 제품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이것은 시스템이 보호해주는 거니까 안심할 수 있어요."

"물을 섞어 양을 늘릴 수 없다는 거지?"

"약효가 사라지거나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생길 거예요."

"그러냐? 신기하구나. 대변혁 전에도 이런 것이 있었다면 내가 만든 음료들을 지킬 수 있었을 텐데. 애써 만들어서 인기를 끌면 꼭 대기업들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니 원···."

몇 달에서 몇 년씩 연구해서 만들어낸 건강 음료를 그런 식으로 잃은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끝내 대기업의 횡포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까지 하게 됐었던 큰아버지셨다.

그런 큰아버지의 입장에서 이런 점은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 분명했다.

월평을 찾아왔던 사람들은 우리가 장벽을 넘고 나서도 30분 이상 1킬로미터 밖에 서있다가 돌아갔다.

"저 사람들 이번에는 빨리 돌아간 거야. 지난번에는 세 식간이나 있다가 가더구나. 절박하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무력시위를 하는 것인지···. 몬야크 울음 한 방이면 오줌을 질질 쌀 사람들이···."

큰아버지께서 혀를 차시며 말씀하셨다.

꼬물!

^무력시위에 조금 더 가까워요. 절박감을 나타내고 싶은 것도 있지만요.^

사람의 감정을 잘 읽는 꼬물이의 말이니 아마 정확할 것이다.

정부에서 온 사람들이 돌아가고 난 후 던전에 들어가려는데 또 월평을 찾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대기업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저 사람들도 벌써 여러 번 왔었어. 돈 냄새를 맡은 거지. 저런 것을 보면 그냥 대기업이 된 것이 아니라는 거지.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잖아."

"한 기업에서 나온 것이 아닌 것 같은데요?"

"지난번에는 5대그룹에서 함께 왔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정확하게 모르겠구나. 지난번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보면 다른 그룹까지 포함됐는지 모르지."

"개별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왜 함께 왔을까요?"

"다들 정보가 없어서 그래. 너도 나도 정보가 없으니 서로 뭉칠 수밖에···. 저들이 보기에는 우리는 뭔가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고 말이야."

"나름 머리를 썼네요."

"우스운 것은 여기에 있는 직원들을 돌려달라고 말하는 기업도 있다는 거야."

"예?"

순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 와 있는 사람 중에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잖니. 그들을 감금했다느니 납치했다느니 말도 되지 않은 말도 하더구나."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니 말도 되지 않은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고, 그렇게라도 정보를 얻고 싶다는 거겠지."

이백 명도 넘은 사람들은 나름 자신들을 지킬 무기를 각자 들고 있었다.

대기업에서 나온 사람들답게 생각지도 못한 무기를 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큰아버지께서 이들에게도 돌아가라고 말했지만 이들도 질기게 굴었다.

그렇게 말이 오가던 어느 순간이었다.

유통은 시스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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