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 유통은 시스템에게
타아앙!
총이 발사됐다.
물론 우리를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허공을 향해 발사한 뿐이었지만 분명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벌! 정말 짜증나서 못해먹겠네. 동네 구멍가게도 되지 못하는 월평이···. 모가지가 뻣뻣하기도 하네."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으로 보아 오더 집안 자제 같았다.
어떻게든 변한 세상과 독도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보낸 것 같은데 초를 치고 있었다.
남자가 총을 쏘는 순간 주변 공기가 얼어붙었다.
설마 총을 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총을 쏘고는 큰소리를 쳤지만 공기가 얼어붙자 그제야 자신이 과했다는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기세를 꺾지 않았다.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이었던 것이다.
'총 다 뺏어!'
쫑!
꾸!
이백여 명의 사람이 무장을 하고 있다고 해도 무서울 것은 없었다.
이들은 쪼롱이와 몬야크를 의식하고 있었지만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령조는 사람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본능적으로 전투를 꺼려하는 전령조는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하지는 않지만 내가 지시하는 일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특히 무기를 빼앗는 일은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었다.
뮤! 뮤! 뮤!
^나도 돕겠다.^
꼬물!
^나도!^
총을 발사한 데에 격분한 꼬물이와 도뮤가 자신들도 돕겠다고 나섰다.
'좋아. 뺏어. 사람은 아직 상하게 하지 말고!'
쫑!
꼬물!
쪼롱이와 꼬물이가 대표로 대답하고 즉시 행동에 들어갔다.
소환수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더니 일시에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
쪼롱이와 사냥조가 급격하게 하강을 하자 사람들이 움찔하며 경계태세를 취했다.
사냥조들은 당장 눈을 파먹을 기세로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
"엄마야아아!"
"아악! 뭐! 뭐야아아! 어?"
"어? 뭐야! 별거 아니잖···."
백 마리도 넘는 사냥조가 일시에 달려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놀라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움츠리고 머리를 감싸기도 했다.
하지만 거의 얼굴까지 다가왔던 사냥조들이 급격하게 방향을 틀며 옆으로 빠졌다.
그것을 보며 어떤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어떤 사람은 별것 아니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그 순간 사람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손에 들렸던 무기가 허공에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냥조가 방향을 튼 직후 사람들이 안도를 하며 손에 힘을 약간 푼 순간 전령조와 던전도깨비 그리고 소환 식물들이 동시에 무기를 빼앗아버린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무기를 지키지 못했다.
어깨에 고정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들도 무기를 지켜내지는 못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꼬물이를 비롯한 소환식물들이 다가갔기 때문이었다.
고정된 무기를 빼앗는 것은 던전도깨비들도 놀라울 정도로 잘했다.
앞발을 손 이상으로 자유롭게 쓰기 때문이었다.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빼앗아 버리니 속수무책이었다.
<집사! 소환식물은 감쪽같이 풀어내고, 던전 도깨비들은 고정 장치를 끊어버렸어. 둘 다 무섭다. 생기기는 귀엽게 생긴 녀석들이···.>
나호의 목소리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빼앗은 무기는 이내 사라져버렸다.
저 사람들이 보기에는 사라진 것으로 보일 것이었다.
대기실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내 총! 초오옹!"
"누구야아! 누구냐고오오!"
"월평이지! 너희가 한 거지! 내놔! 내놓으라고오오!"
"이이이···,"
"어···마···."
"괴물을 부린다더니···."
처음에는 소리부터 지르던 사람들이 점점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러더니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래서 법보다 주먹이라고 하는 거야. 무기 믿고 까불던 놈들이 하는 거 봐. 애들아! 잘했어.>
나호의 칭찬에 소환수들이 대기실에서 무기를 흔들어보였다.
방금 빼앗은 무기들이었다.
'조심해!'
혹여 오발 사고가 날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물론 심상으로 지른 것이어서 소환수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듣지 못했다.
꼬물!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도 다 알아요. 이렇게 하면 안전장치를 걸게 되잖아요.^
꼬물이가 장난감 다루듯이 총을 다루었다.
꼬물이 뿐만 아니었다.
던전 도깨비들도 총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둥글게 말고 있을 때는 테니스공보다 약간 클 뿐인 도깨비들이지만 힘이 장사인 애들이었다.
총을 들고 노는 것이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집사! 우리 애들 총까지 쏜다고 설치는 거 아니야?>
'총도 있으니 이왕이면 우리 애들이 쏘면 좋기는 하지.'
<설마 애들에게 총 쥐어줄 것은 아니지?>
나호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소환수들에게 총을 맡기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제대로 쏘기만 한다면 소환수들 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존재도 없었다.
"조금 전에 총을 쏜 분이 '성미'그룹이죠?"
큰아버지께서 차분하게 말씀을 하셨다.
화를 내시는 것보다 이것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저어···. 죄, 죄송합니다."
꼬물!
^속으로 욕하고 있어요. 그룹으로 돌아가면 우릴 가만 두지 않겠대요.^
항상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간혹 꼬물이는 아주 구체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을 때가 있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죄송합니다. 일부러 쏜 것이 아닙니다. 오발이었습니다."
"오발이라···. 그럼 조금 전 제가 들은 것은 환청이었습니까?"
남자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죄송하다고 말은 했지만 성미 그룹에서 온 남자는 잘못했다고 느끼지 않고 있었다.
큰아버지의 반응에서 모욕감을 느꼈는지 얼굴에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젊은 혈기를 감당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들 그룹의 명운이 달리다보니 예민해서···. 죄송합니다."
이들의 대표를 자처하는 남자가 앞으로 나오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40대 중반의 남자로 심심치 않게 뉴스에 나오던 사람이었다.
"다들 그만 돌아가시오. 우리는 거래할 생각이 없습니다."
"어차피 월평이 유통을 직접 할 수는 없을 것 아닙니까.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돌아가시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찾아오지 마시고."
큰아버지께서는 끝까지 예의를 갖추어서 말했다.
이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저들도 느꼈을 것이 분명했다.
"저기! 대표님! 잠시만 시간을 내주십시오. 잠시만···."
한 남자가 조금은 절박하게 말했다.
"돌아가시오. 대한아 가자."
큰아버지를 태운 반야가 돌아섰다.
그리고 나를 태운 반크가 돌아서려고 할 때였다.
턱!
돌을 던진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돌은 내가 나서기도 전에 꼬물이가 돌을 잡아챘다.
이번에 돌을 던진 사람도 성미에서 나온 남자였다.
"총 내놔! 그래야 갈 거 아니야! 가다가 우리가 죽으면 책임질 거야? 질 거냐고!"
"죄송하지만 총은 돌려주십시오."
성미에서 나온 사람과 달리 대표인 중년 남자는 공손하게 총을 돌려줄 것을 청했다.
"월평에 그럴 것 없습니다. 정 사장님 그냥 가시죠."
성미에서 나온 사람이 그들의 대표에게는 제법 깍듯하게 말했다.
"자네는 좀 가만히 있게. 왜 그리 천방지축인가?"
"뭣 같지도 않은 월평이 몇 번이고 찾아오게 하니 기분이 나빠서···."
"몇 번이 아니라 백 번 천 번이라도 와야지. 안 그런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너무 안하무인···. 저 괴물을 타고 내려오지도 않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그런데 어떻게 참습니까?"
억울하다는 듯 볼멘소리를 하는 남자였다.
"우리는 수백이지만 저쪽은 혼자이니 그렇지.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일을 그르치나? 이 일이 틀어지면 아무리 성미라도 가만두지 않겠네."
"정 사장님! 우리끼리 이럴 필요가 있습니까?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어허! 그래도! 자네는 저리 가있게."
정 사장의 호통에 제대로 된 반박도 하지 못하고 남자가 뒤로 빠졌다.
<정말 어이가 없네. 지금 뭐 하는 거야?>
"우리 사정 좀 살펴주십시오.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총 열 자루만이라도 돌려주십시오."
"······."
큰아버지께서는 이미 장벽을 향해 출발을 하셨으니 저 말은 내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 사장은 무척 공손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사람에게 말이다.
"총이 아니면 서울까지 무사히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제발 사정 좀 보아주십시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남자가 워낙 공손하게 말을 해서 총 열 자루 정도는 돌려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하지만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있었다.
"그냥 가요. 경호원이 이렇게 많은데 무슨 일이 있겠어요? 정말 기분 나빠서 더 이상은 도저히 안 되겠어요."
옆에서 보던 한 여자가 말했다.
이 여자도 제법 유력 가문 출신인 모양이었다.
여자가 말을 하자 거기에 동조하듯 여기저기서 불퉁한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주로 기분 나쁘니 더 이상 상대하지 말고 그냥 가자는 말이었다.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
"이제 월평은 끝났네. 쌤통이다."
꼬물!
^까불면···. 까불면···.^
꼬물이가 총을 흔들며 말했다.
이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즉각 달아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강하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았다.
백오십 명이상의 경호원을 데리고 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들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렇답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아니···. 제발···."
정 사장을 비롯한 몇몇 사람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대다수가 그냥 돌아가자고 했다.
대다수가 이렇게 나오자 정 사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 사장은 그래도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는 것 같은데 안 됐어.>
나호가 혀를 끌끌 찼다.
반크가 내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반야 옆으로 이동했다.
<저 사람들 표정 좀 봐. 세상을 다 잃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어.>
나호가 뒤쪽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었다.
우리는 그대로 방벽을 넘어왔다.
중간에 시스템의 제안이 아니었으면 이들과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시스템의 제안이 있는 이상 문제 많은 저들과 계약을 맺을 필요는 없었다.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그럴 거예요. 하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었어요.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자기들만 힘들 뿐이죠."
"유통을 시스템에게 맡긴다고?"
"저도 상상도 못했는데 그렇게 해주겠다네요."
"믿을 수 있는 거지?"
"믿을 수 있죠. 계약 내용만 꼼꼼하게 작성하면 그 누구보다 믿을 수 있어요."
"유통을 시스템에게 맡기면 사람들은 상점을 통해서 구매하는 거니?"
"맞아요. 나가서 사지 않아도 되니 안전할 수도 있어요."
"다 좋은데···. 저놈들에게는 비싸게 팔고 싶었는데···."
큰아버지께서 5대 그룹에서 나온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시스템에게 부탁하면 알아서 처리해줄 거예요."
"그런 것까지?"
"더한 것도 처리해줄 거예요. 중간 마진으로 마나가 톡톡히 떨어질 거니까요."
<고마운 일이지만 마나 때문에 해주는 일이라는 것이 씁쓸할 따름이지.>
[띠링! 마나 때문이 아니고 인류의 안녕(安寧)과 건강을 위해서입니다. 저희가 유통을 책임지면 언제 어디서든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유통업자들의 폭리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의 설명에 큰아버지께서 깜짝 놀라하셨다.
시스템이 무언가를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을 처음 들으셨기 때문일 것이다.
<말은 잘해요. 그렇게 인류의 안녕을 위하면 대변혁을 막아줄 것이지···.>
[세상에는 막을 수 없는 일도 있습니다. 막을 수 없다면 그 파도를 타는 것이 현명합니다.]
<녜! 녜!>
"나호야. 너무 그러지마. 독도를 시스템을 통해 판매하는 것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 사람들의 불만도 잠재울 수 있고 말이야. 다양한 차등가격으로 판다고 해도 누가 뭐라고 할 거야? 안 그래?"
"차등가격으로 판다니?"
큰아버지께서 깜짝 놀라시며 물었다.
같은 제품을 다양한 가격으로 판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셨던 모양이었다.
"한국보다는 외국에 비싸게 팔아야죠. 시스템을 통하지 않으면 물류비를 핑계로 비싸게 팔 생각이었는데 시스템을 통하니 그런 고민이 전혀 없죠."
독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기는 하지만 가슴 통증까지 없애는 약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혹여 아는 사람이 있더라도 시스템이 파는 것을 뭐라고 할 것인가.
<그런 점은 정말 좋기는 하다. 일본에 가장 비싸게 팔자. 그럼 우리도 좋고 시스템도 좋잖아.>
[저희는 언제든 원하는 가격에 팔아드리겠습니다. 적정한 이윤을 남기고요.]
"우리나라의 서민에게는 최저 이윤만 남겨. 본전에 팔면 더 좋고."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판매자인 강대한 님의 의사에 반하여 팔 생각은 없습니다.]
"좋아. 이러면 국제교류가 활발하지 않아도 독도를 팔 수 있겠네."
[그렇습니다. 원하시면 지금 당장이라도 상점에 독도를 올려드릴 수 있습니다.]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