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 접수됐습니다.
이제 내 소유의 던전에서는 관리계약을 통해 여러 명목으로 마나가 들어오게 되었다.
회귀를 하면서도 이런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런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었다.
<집사! 한국에 있는 던전들도 빨리 개방하고 클리어하자. 그럼 안전한 거처를 제공할 수 있잖아. 처음에는 한국은 최소한의 비용만 받으면 되잖아. 사람들이 성장하고 안정되면 차츰 올려받으면 되고.>
"그렇지 않아도 여기서 나가면 바로 한 바퀴 돌려고. 홍보까지 해준다고 하잖아. 사람들이 안전한 거처가 있다고 하면 던전으로 모이겠지."
물론 내 소유의 던전들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대한아. 이거 이렇게 보이게 둘 생각이냐? 이게 보이면 일본 사람들이 타고 올 수도 있는데?"
"지금 워프 게이트를 이용할 정도로 마나를 번 사람은 없을 거예요. 있다고 해도 이것이 뭔지 알아내야 하는데 그것은 어렵죠. 그리고 이거 보이지 않게 설정할 수 있어요."
말씀을 드리며 보이지 않게 했다.
이곳에 보관 중인 물건도 워프 게이트 옆으로 모조리 옮겼다.
주인 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일본 놈들이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싫었다.
보관 중인 물건들은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만져지지도 않게 해두었다.
이 던전이 내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이런 것들이 불가능했다.
"내게는 뿌옇게 보이는데?"
"제가 허락한 사람이라서 그래요. 남들은 보지 못해요."
"그럼 안심이지."
"이제 나가요. 마음의 준비는 하시고요."
"알겠다."
우리는 던전의 입구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던전의 입구에서 반크의 등에 올라탔다.
혹시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던전을 벗어나자 가장 먼저 들리는 것은 괴성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유황냄새가 났다.
우리는 냄새를 느낀 순간 재빨리 방독면을 착용했다.
조금 답답했지만 최신 제품이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옥에서 온 쌍둥이지?>
"쌍둥이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모양이야."
웃음이 터져나오려고 했다.
내가 의도한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일본은 우리에게 고마워해야해. 인명피해를 많이 내는 던전만 골라서 가져다 둘 수도 있었잖아. 안 그래? 저 정도면 양호하지.>
일본, 그 중에서도 도쿄로 옮겨 심은 던전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 모든 던전이 인적 피해를 양산하지 않은 던전은 아니었다.
그래도 정말 심한 인적 피해를 내는 던전은 옮겨 심지 않았다.
전생에 일본 놈들에게 치를 떨었지만 그런다고 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는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옮겨 심은 던전이 쉬운 던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적 피해가 적은 것도 아닐 것이고 말이다.
"아직도 여진이 있는 것 같은데?"
두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여진이 느껴졌다.
"여진이라도 상당하구나. 그런데 귀를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아! 저 소리는 귀를 막는다고 해서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그런 소리가 다 있어?"
"예. 약간 줄일 수는 있을지 모르겠는데 저것은 뇌를 울리는 것에 가까워서 효과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선택한 던전이잖아. 저 소리를 계속 해서 듣고 있으면 멀쩡한 사람도 미칠 것 같아.>
"그렇지."
우에노 공원의 현재 모습은 공원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이곳은 지금 난민촌 같았다.
어지간한 건물은 모조리 무너져서 집을 잃은 사람들이 이곳에 천막 같은 조잡한 것들을 쳐두고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파야하는데 전혀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놈들이 전생에 우리에게 퍼붓던 말들만 생각났다.
자기들은 자연재해를 겪으며 강한 민족이 된 반면 한국은 나약하기 그지없다고 조롱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공론화했다.
통증에 유난히 약한 한국인!
고난에 무너진 한국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는 자신들의 간섭과 통제를 정당화 시킨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최고의 조건에서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낸 나라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했다.
이제 그것은 일본의 몫이 되겠지만 말이다.
<강한 민족이라는 일본은 어떻게 이겨내는지 봐야지.>
"으아아악! 몬, 몬스터다!"
"괴물이다. 도망가아아!"
"내가, 내가 먼저 달아날 거야아아!"
"저리가! 저리!"
사람들은 서로 먼저 달아나려고 난리였다.
던전에서 나온 반크를 보고 보인 반응이었다.
반크의 등에 탄 사람을 보지 못한 것이었다.
우리 주변으로 던전 식물의 줄기가 내려와서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더 보지 못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든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었다.
"몬스터 위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눈이 상당히 좋은 것 같다. 각성했나? 아니 감각 능력치를 열었나?>
꼬물!
^빙고! 오랜만에 나호 똑똑했다. 저 사람 감각 능력치 연 것 같다.^
어렴풋이 느끼기는 한데 정확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만 아는 것도 엄청난 것이었다.
각성은 말하지 않으면 남이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나중에는 영양상태만으로도 쉽게 구분이 가지만 말이다.
"정말 날카로운 소리구나."
어머니께서 지옥에서 온 쌍둥이 던전에서 나오는 소리 때문에 힘겨워하셨다.
한 던전만 있어도 힘들었을 텐데 멀지 않은 곳에 두 개나 있어서 더 힘들었다.
아직 한 번도 클리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발악하듯이 저러는 것이었다.
"힘드세요? 집으로 돌아갈까요?"
"괜찮아. 참아야지."
지옥에서 온 쌍둥이에서 나오는 소리와 유황 냄새는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징벌적 요소가 가미된 던전답게 갖은 방법을 써도 저 소리와 냄새만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전생에 꼬물이의 쓰레기버섯 던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너무 참으실 필요는 없어요."
"아니다. 눈에 똑똑히 담아야지. 다른 나라의 실정을 알아야 우리의 상황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지."
"여기는 일반적인 상황보다 심해요."
큰아버지와 어머니도 이미 알고 계신 이야기였다.
일본으로 좋지 않은 던전을 옮겨 놓았고, 일본의 좋은 던전은 한국으로 옮긴 것은 이미 말씀을 드린 사항이었다.
직접 눈으로 보신 것은 처음이지만 말이다.
"전생에 지은 죄를 받는 거지. 그러게 어지간히 할 것이지."
<속이 시원하기는 하다. 어찌나 독하게 굴던지···.>
엄청나게 수탈을 해가면서도 이들은 오래도록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거머리들을 앞세워서 철저히 일본은 좋은 친구 자리를 고수했다.
일제 강점기를 교훈으로 삼은 것이었다.
직접적인 지배보다 간접적인 지배로 얻을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배운 것이었고, 이들의 손발이 되어줄 매국노들은 널리고 널렸었다.
자중지란이 끊임없이 일어나게 하고, 원망의 화살이 일본이 아니라 우리 자신으로 향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일본을 욕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어 가고 은혜를 모르는 인간이 되어갔다.
아주 일본이 바라는 대로 된 것이었다.
이제는 그런 일이 절대로 없을 것이지만 말이다.
<집사! 경계는 해야 해!>
"무슨 경계를 말하는 거니?"
"위기는 기회도 되니까요. 이런 환경에서는 헌터들이 성장을 더 잘하죠. 마나를 많이 버니까 당연한 일이죠."
"그럼 어떻게 하니?"
"일본의 각성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에요. 그리고 마나통을 구매해버리면 간단히 끝나는 문제에요."
"각성자 마나통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아직 모른다면서···."
"조만간 알게 될 것 같아요."
"그럼 다행이지."
"이곳에 있는 제 던전이 또 다른 방책이 되기도 하겠네요."
<클리어를 해두고 관리 계약 맺어서 월세를 왕창 받으려고?>
"월세가 아니라 일세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일세? 그거 괜찮네. 월세 받으려고 하면 밀리는 놈들이 한둘이 아닐 거야. 일세라면 더 비싸게 받기도 쉽고.>
우리는 악당 같은 말을 참 쉽게도 하고 있었다.
일본 놈들이 들으면 기함을 할 말들 인데 말이다.
"두 곳 정도만 더 클리어를 해둘까요?"
"네 던전 말이냐?"
"예. 이곳에서 적당히 떨어진 곳에 있는 던전을 클리어 해두면 쏠쏠한 벌이가 될 것 같아요. 이놈들 성장도 저해하고요."
사실 벌써 감각 능력치를 개방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만큼 사냥을 많이 했다는 것이고 그래야만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말이었다.
우리는 우에노 공원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위치한 던전을 두 곳 클리어했다.
이 두 곳은 덩굴을 발견했을 때 이미 던전이 깃들어버린 곳이었다.
이런 곳이 도쿄에만 열 군데가 넘었다.
그 중에서 가장 적합한 곳의 던전만 클리어 했다.
<집사! 갑자기 든 생각인데 말이야. 일본 놈들 거주비 다 똑같이 받을 거야?>
"아참! 그거 말한다는 것이 잊어버렸네. 다 똑같이 받으면 안 되지. 황족이라고 떠들던 놈들과 전생에 악행을 저질렀던 놈들은 더 비싸게 받아야지."
독도를 사람에 따라 다르게 팔 수 있는 것처럼 월세 계약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월세 계약은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가능한 일이니?"
"월세든 일세든 상태창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개별적으로 받아요. 상태창이 없는 아이들은 무료 거주나 다름없고요. 그러니 충분히 가능해요."
세상 모든 사람이 상태창을 가지게 되면서 달라지는 것들이 몇몇 있었는데 개별 비용청구가 쉬워졌다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시스템을 통해 거래를 하면 계약의 이행에 대해서는 시스템이 책임을 져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점은 약자도 손해를 보지 않고 계약이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시스템의 거래창을 통해 거래를 하면 약자라는 이유로 손해를 보지 않은 것이었다.
물론 무지로 인해 말도 안 되는 계약 내용에 동의를 해버리면 빼도 박도 못했지만 말이다.
너무 심한 계약 내용은 시스템이 주의를 주었기 때문에 거래창을 알고부터는 사기는 많이 사라졌다.
"비싸게 거래를 할 대상자를 네가 지정할 수 있다면 말이다."
큰아버지께서 말씀을 꺼내시다가 말았다.
지금 이 순간 큰아버지께서 누구를 생각하는지 잘 알 것 같았다.
분명 미국에 있는 전처와 딸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의외의 이름이 나왔다.
미우라 장례식장과 인연을 맺어준 큰아버지의 친구 분이었다.
"그 친구가 그럴 줄은 몰랐지.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뻔히 알면서···. 그 친구 살아있다면 남들보다 최소 2.5배 정도 비싸게 받으라고 하려무나."
<왜 하필 2.5배지?>
나호가 의문을 표하는 사이 큰아버지께서 말씀을 이으셨다.
"친구의 의리를 배신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해. 먹고 살기 힘들면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0.5는 빼준 거야. 하지만 우리 아버지께 받은 은혜까지 잊으면 안 되지."
그러면서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셨다.
이곳으로 큰아버지께서 나를 의심도 하지 않고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친구 분과의 인연 때문이라고 했다.
"···아버지께서 사정을 아시고 학비를 다 대주다시피 했어. 철철이 보약도 지어 보내시고. 하고 싶은 공부는 해야 한다며. 그렇게 공부를 하고 일본에 자리를 잡은 친구니 믿을 수밖에···. 그런데 그렇게···."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형편이 어려워서 학업을 포기할 위기에 처한 학생들을 많이 지원해주셨다.
오로지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었다.
그렇게 학업을 유지한 사람 중에는 유난히 유학생이 많았다.
그들에게 할아버지께서 강조하신 것은 두 가지였다.
한국인임을 잊지 마라.
그리고 언제고 한국에 돌아와 배운 지식을 후배들에게 돌려줘라.
이 두 가지 이외에는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았고, 인사를 오면 늘 같은 말씀을 하셨다.
자네와 같은 위기에 처한 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은혜를 가장 잘 갚는 것이다!
단순한 말씀이지만 많은 것이 녹아있는 말씀이셨다.
그런데 그런 은혜를 받은 사람이 중개료 욕심에 나를 그런 곳에 소개한 것이다.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정도가 있지···.
"시스템에게 특별히 말해둘게요."
[띠링! 접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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