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 명단
시스템은 부탁을 하지 않았는데도 접수가 되었다는 말을 했다.
2.5배의 마나를 내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내가 소유한 던전에서 살려고 해야겠지만 말이다.
<프하하하! 프하하! 내 이럴 줄 알았어. 마나를 버는 일인데 시스템이 망설일 리 없지. 냉큼 좋다고 할지 알았다고. 하하하!>
나호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왕이면 혐한 기업이나 작가, 기자 등도 세를 비싸게 받으면 좋겠어. 명단 필요해?"
[띠링! 주시면 좋겠지만 굳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기사나 출판물 등을 참조해서 명단을 뽑으면 됩니다.]
<일이 많아 질 텐데? 그렇지 않아도 일이 적지 않은 것 같던데···.>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 업무는 일도 아닙니다.]
시스템이 평상시에 처리하는 일을 생각하면 정말 별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나도 회귀한 이후 꾸준히 업데이트 해둔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그 자료를 넘겼다.
권능 기억에 보관해둔 것이기 때문에 일 처리는 간단했다.
"그 명단에 보면 나라별로 표기가 되어 있어."
[보고 있습니다. 아주 잘 정리가 된 자료입니다.]
"등급이 나누어진 거 보이지? 그거 등급이 높을수록 악행을 많이 저지른 놈들이야. 그런 놈들은 무조건 세 배 이상의 일세를 받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런 놈들은 수수료도 더 많이 줄게."
일을 시킬 때는 보상이 확실해야 한다.
이것은 일본인 직원이 야마구치를 겪으면서도 확실히 느낀 것이었다.
마나를 모으는 것에 눈이 벌건 시스템이라면 더더욱 보상이 확실해야 했다.
홍보부터 관리까지 시스템이 알아서 한다고 하니 적절한 수수료는 확실히 챙겨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대한아. 다른 던전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거냐? 던전에 사람이 살게 하면 시스템에게 훨씬 유리할 것 같은데?"
"이해되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 같아요. 전생에도 사람이 상주하는 것은 어려웠거든요. 농사를 짓더라도 던전을 오갔죠. 시스템은 직접 무언가를 할 수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인간을 통해서 일하는 거죠."
"그래? 신이 직접 일하지 않고 인간을 통해서 일한다고 하더니 그런 건가?"
"그런 원리와 비슷할지도 모르죠."
시스템이 인간이 던전에서 살 수 있게 해준다면 대변혁은 재앙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고 대변혁 이후 인간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세상을 살아야 했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장이 열렸다.
안전한 잠자리를 확보되었으니 전생과 확연히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누군가가 던전을 소유해야 한다는 건데···. 지금은 던전을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이미 개방된 던전은 소유할 수 없죠. 하지만 미개방 던전을 발견하고 들어가서 클리어를 하면 개인이 소유할 수 있어요. 제가 그렇게 했거든요."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야?"
"아니에요. 각성자에게만 보여요. 그런데 쉽지 않을 거예요. 던전 덩굴이 자리를 잡은 후에는 순식간에 던전이 생성되어 버리거든요."
이건 전생의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는 것이었다.
던전은 대변혁 이후에도 심심치 않게 생성이 됐다.
그런데 이런 던전이 점점 생성되는 모습은 누구에게도 목격되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정확한 시기와 위치를 알지 못한다면 미개방 던전을 발견하는 것은 꿈에 떡 얻어먹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는 거잖아."
"그렇죠. 하지만 그렇게 소유를 하게 되더라도 관리를 시스템에게 맡기지 않으면 던전에서 살 수 없어요."
"시스템이 관리를 맡기라는 말을 먼저 하지는 않는다는 거지?"
"예. 먼저 뭔가를 제안하는 것은 극히 드물죠. 사실 홍보를 해주겠다는 것도 의외였어요."
<맞아. 정말 별일이야.>
"우리나라에는 50개 가까이 소유하고 있다고 했지?"
"예. 이제 집에 돌아가면 소유하고 있는 던전 열고 클리어를 해야겠어요.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최소한의 팀은 꾸려서 가면 좋을 것 같아요. 팀원들 성장도 시켜야 하니까요."
"우리도 함께 가고 싶은데···."
"당연히 두 분은 함께 가셔야죠."
아버지는 각성을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두 분은 아니었다.
얼마든 성장할 수 있으니 최대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몇 명 정도로 함께 갈 생각이니?"
"두 분까지 해서 최대 열 명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황 관장님과 김 코치님도 포함했으면 좋겠고요."
"네가 팀을 꾸려서 명단을 주면 연락하마."
일본에서 세 개의 던전을 클리어 한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미우라는 찾아보지 않는 거야?>
"마나통이 내게 있어서 찾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잖아. 지금은 보고 싶지도 않고···. 마나통을 더 쥐고 흔들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지."
생사도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 마나통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대로 전령조의 쉼터를 통해 화순으로 돌아왔다.
화순으로 돌아오고 두 분은 잠자리에 들었지만 나는 쉬지 않았다.
데리고 갈 명단을 식탁에 올려두고는 다시 집을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장벽을 넘었다.
그런데 장벽 너머에서 보비를 만났다.
"이 시간에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괙!
^순찰이다. 저기서 경비를 서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이렇게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자잘한 몬스터가 이 경계 안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대변혁의 날 던전에서 나온 몬스터들 중 덩치가 큰 녀석들은 사람 눈에 잘 띄기 때문에 깊은 산이나 빈집으로 숨어들지 않으면 쉽게 사냥이 되었다.
그런데 작은 녀석들이 문제였다.
이 녀석들은 하수구 같은 곳에 숨어서 개체수를 늘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하수구 등을 통해 인간에게 접근하고 피해를 주었다.
그런데 우리는 보비 덕분에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괙!
^어디 가는 거야? 이리 늦은 시간에?^
"던전 열러."
괙!
^던전 개방은 좋지. 함께 가고 싶지만 아무에게도 말을 해두지 않아서 따라가지는 못하겠다.^
"그래. 날이 밝으면 왔다가 다시 출발할 거야. 그때 같이 가고 싶으면 따라와도 좋아."
괙! 괙! 괙!
^정말이야? 정말? 드디어 동행을 할 수 있는 거야? 그렇다면 꼭 따라가겠다. 꼭!^
"알겠어. 그럼 날 밝으면 출발할 테니까 다른 거위들에게 말 잘 해놔."
괙! 괙!
^알겠다. 조심히 다녀와.^
보비의 배웅을 받으며 마을을 출발했다.
물론 반크를 탄 채였다.
반크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광주였다.
광주에 있는 던전을 개방하고 바로 들어가서 클리어를 했다.
광주에 내가 소유하고 있는 던전의 개수는 총 셋!
이 모든 던전을 개방하고 클리어 하는 데 걸린 시간은 현실 시간으로 총 네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광주를 개방한 후에는 화순에 있는 두 개의 던전도 개방하고 클리어를 했다.
여기까지 하고 나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 마을로 돌아왔다.
그런데 마을로 돌아오니 마을 분위기가 나가기 전과 달라져 있었다.
"뭐지? 무슨 일 있나?"
<분위기가 많이 다르기는 하다.>
꼬물!
^거위들 때문인 것 같아요. 저기!^
이른 시간에 유독 많은 사람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꼬물이가 가리킨 곳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이 경비 거위들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뭐하는 거지?"
반크의 등에서 내리자 무슨 일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경비 거위 한 마리가 다가오더니 나를 몰기 시작했던 것이다.
"새끼 때는 베약거리더니 이제는 다 컸다고 괙괙 거리네."
경비 거위가 나를 이끈 곳은 세면장이었다.
공용 세면장이었는데 나를 세면장으로 데리고 간 거위가 어서 세수를 하라는 듯 재촉했다.
시끄럽게 괙괙거리면서 재촉을 하니 세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수를 하고 나자 수건이 걸린 쪽을 가리켰다.
<이거 집사를 준비시키는 것 같은데?>
"이 녀석들이 자의로 이러지는 않을 거고 보비가 시켰다는 건데···. 외출을 한다고 뭐라고 했나?"
꼬물!
^새끼에게 물어볼까요?^
"아니야. 이제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보면 알겠지."
이제는 성체가 된 경비 거위는 세면이 끝난 나를 식당으로 안내했다.
식당으로 내가 들어서는 것을 확인하고는 부리나케 숙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가는 거위였다.
"하하하! 식당에 들어서는 사람들 표정이 하나같습니다."
희준 형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배식을 받아서 희준 형 맞은편에 앉았다.
"형도 거위 때문에 나오신 거예요?"
"나는 진료소에 있다가 거의 끌려오다시피 했지. 그래도 나는 양호해. 저쪽은 자다가 거의 끌려나오다시피 했다고 하더라고."
건너편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덕분에 오늘 아침 식사는 빨리 끝날 것 같습니다. 기특한 녀석들이에요."
우리 이야기를 들었는지 황 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집사! 참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더니 오늘 던전에 함께 갈 사람들을 위해 보비가 시킨 거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
식사를 하고 나와 큰아버지께 말씀을 드려놓은 후 과수 던전으로 이동했다.
생각했던 대로 만약고 어르신께서 나무를 돌보고 계셨다.
"오늘은 혼자 나오셨네요?"
"내가 말혔잖어. 아직 사람이 덜 되었다고. 어제 피곤했다고 오늘은 죽어도 못 일어나것다고 버티더만. 그래서 혼자 나왔어. 썩을!"
만약고 어르신께서는 아들과 손자를 데리고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었다.
"저는 조용히 어르신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네요."
"젊은 사장이 좋다니께 다행이구만. 젊은 사장은 이리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디 우리 새끼들은 언제 사람이 될랑가 모르것어."
만약고 어르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쉽게 바뀌지 않는 자식들 때문에 걱정이 되시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일을 하면 어떤 식으로 마나가 들어오나요?"
"마나? 그거 들어오는 방식이 아주 독특혀. 내가 일을 그만혀야것다고 생각헐 때 들어와. 그런디 이것이 신통방통헌 것이 장난으로 그렇게 허먼 들어오지 않더라고. 진짜로 그날 일을 마무리허먼 들어오더라고."
<일당을 지급하는 식인가?>
"매일 같은 마나가 들어오나요?"
"아니여. 허는 일마다 조금씩 다르더라고. 그려도 일이 힘들다 싶으면 더 들어와서 좋더만. 고상허는 것을 알아주는 것 같더라고. 이것이 와 이러는지는 알아온겨?"
"알아 왔어요."
"표정이 알아온 것 같더라고. 왜 이렇게 들어오는 것이여?"
"던전은······."
만약고 어르신에게 던전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
조금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어르신은 진지하게 들으셨다.
"그라니게 이 던전이 젊은 사장 소유라는 것이제?"
"예. 그래서······."
시스템과 관리 계약을 맺었고, 이곳의 농사를 어르신께 전담을 시켰기 때문에 어르신께 마나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씀을 드렸다.
"역시! 내가 젊은 사장이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봤제. 이런 것을 소유허고 있다니 놀랍구만 놀라워!"
만약고 어르신은 마치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만큼이나 기뻐하셨다.
"그람 내게 들어오는 마나는 모두 젊은 사장 것이라는 말이잖어. 다시 돌려줘야 것구만."
만약고 어르신께서는 당장이라도 마나를 돌려줄 것처럼 말씀하셨다.
<만약고 어르신은 저런 점이 참 마음에 들어. 저런 매력을 자식들도 알아주면 좋을 텐데.>
"아니에요. 그 마나는 모두 어르신 하세요."
"여그에서 앞으로는 사람도 살게 헌다고 혔잖어? 그라믄 일허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 들어오는 마나도 쏠쏠헐 것인디 그것을 다 허라고?"
"예. 다 하세요."
만약고를 생각하면 더 드려도 좋았다.
하지만 만약고 어르신의 생각은 다르신 것 같았다.
"아니여. 시방 들어오는 정도라믄 모르것지만 더 많아지먼 그것은 싫구만. 내가 젊은 사람도 아니고. 보탬이 많이 되는 것도 아닌디 많이 차지혀서 뭐 헐 것이여. 안 그랴?"
"그렇지 않아요. 어르신 앞으로 이십 년? 아니 삼사십 년도 더 사실 거예요. 그러니 어르신께 투자해도 전혀 아깝지 않아요. 그리고 제게는 다른 아홉 개의 던전이 있잖아요."
"아! 거기도 농사를 지으면 이렇게 마나가 들어온다는 말이제?"
"예. 거기서 들어오는 마나는 모두 제게 들어올 거예요."
어르신과 이야기를 하면서 과수 던전과 다른 던전의 관리구역 이용에 대한 것까지 말씀을 드렸다.
물론 마을 밖의 던전을 소유한 것까지는 말씀드리지는 않았다.
마을의 열 개의 던전 모두가 내 소유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들어오는 마나는 어르신께서 재량껏 사용해 보세요."
"던전에 농사를 지으면서 마나가 들어오는 것은 비밀로 헌다면서? 나헌테 그리 많은 마나가 있는 것을 다들 이상허게 생각헐 것인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무슨 방법이 있는 것이여?"
얼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