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 얼마나
"그런 것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사람들이 세세하게 관심을 갖지도 않겠지만 갖는다고 해도 마을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하면 되니까요. 박물관장님이시고 우리 마을 농사 자문관이시니까요."
"박물관장이라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농사 자문관은 뭐시여? 나보다 농사에 능헌 사람이 얼매나 많은디 안그랴?"
"과수 마을의 이장도 하시게 될 거예요."
"내가?"
"이장까지는 무리여. 사람 부리는 것이 얼매나 힘드는디···."
어르신이 손사래를 치셨지만 어르신은 사람을 나보다 더 잘 다루셨다.
자식들을 성품이 저런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어르신은 인간관계도 원만했다.
"젊은 사장이 뭘 말허는지는 대강 알것어. 허지만 너무 많은 마나는 싫구만. 늙은 내가 쓸 일이 어디 있것어? 안 그랴?"
"열심히 일하면 아들과 손자에게도 조금씩 나눠주시고······."
"아니여. 젊은 사장이 잘못 생각허는 것이 있어. 내가 자식 새끼들헌테 나눠주먼 자식들이 내게 잘 헐 것이라고 생각혀서 이리 신경을 써주는 것이제? 그런 점은 참으로 고맙게 생각혀. 그란디 말이여."
어르신의 말씀은 자신이 나눠주면 고마워하지 않을 거란다.
한두 번은 그럴지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더 많이 주지 않는 것을 오히려 불만으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자식헌테는 콩깍지가 낀다고 허지만 내 새끼들인디 와 모르것어. 안 그랴? 내 새끼들은 젊은 사장 같지가 않다니께. 앞으로 한 십 년 굴리고 나먼 사람이 될랑가는 모르제."
"······."
"허지만 지금은 아니여. 그라니께 내게 그리 많이는 필요 없어. 남들 받는 만큼만 줘. 여그 마나도 젊은 사장헌테 들어가도록 허고."
"······."
"그러는 것이 좋다니께. 농사 짓고 던전을 관리허먼 돈이 들어온다는 것은 입을 꼭 다물 것이니께 걱정허지 말고. 정 마음에 걸리먼 비밀유지 명목으로 날마다 1마나씩만 주든지···. 하하하!"
만약고 어르신은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이곳의 마나를 본인이 모두 받는 것은 싫다고 하셨다.
남의 것을 먹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으실 거란다.
<에궁! 남들은 혈안이 될 텐데···.>
"지금까지는 하는 일에 따라 마나가 들어와서 재미가 지셨을 텐데. 제게 들어오게 만들면 그런 재미가 사라질 텐데요?"
"그거 하나는 젊은 사장 말대로여. 보상을 바로바로 받는 것 같아서 일허는 재미는 있더라고."
"그럼 어르신께서 일하신 것은 어르신께 들어가게 할 수 있는지 알아볼게요."
"그랴. 남들보다 많을 필요는 없어."
[띠링! 궁극적으로 강대한 님께 지급하는 마나이기 때문에 강대한 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설정이 가능합니다.]
이번에도 시스템은 내가 묻기도 전에 대답을 했다.
지난번에 그 일이 있고 난 후 시스템이 한결 빠릿빠릿해진 것 같았다.
"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랴? 그거 고맙구만. 내 몫만 떼 줘. 그것으로 충분허니께. 여그서 살게 해주는 것도 어딘디 더 욕심을 부리것어. 항상 고맙게 생각허고 있어."
"제가 더 감사해요."
"내 몫만 들어오게 했제?"
"예. 대신 박물관장과 농사자문관의 월급은 들어갈 거예요."
"그랴. 과허게 주지는 말고."
"예. 저 며칠 마을을······."
어르신과 한참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수 던전에서 벌어들이는 마나는 결국 내게 들어오게 되었다.
<생각해보니까 이게 더 나을 수도 있어. 그래야 마을 사람들 일하는 것에 따라 마나를 지급하기도 좋잖아.>
월평 마을에 있는 던전에서 들어오는 마나는 되도록 마을 주민에게 돌아가게 할 생각이다.
직, 간접적으로 말이다.
아직은 마나가 들어가는 일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마을을 유지하는데도 적지 않은 마나가 들어갈 것이었다.
이제 그런 걱정이 없어졌지만 말이다.
마을에 돌아오자 함께 길을 떠날 팀원의 준비가 끝나 있었다.
이번 공략에 동행할 사람은 먼저 전생의 길드장이었던 황여훈 관장님.
현재는 마을에서 주방장이자 검술 교관으로 계신다.
두 번째는 마찬가지로 전생의 길드원이었던 김정우 코치님.
현재 마을에서 운동코치를 하고 있는 분이었다.
세 번째는 권명성으로 현재 15세 소년!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전생에 마법사로 이름을 날린 아이이니 잘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 번째는 대변혁 전 인천에서 건설사를 운영했던 하휘규!
비세계에서 세 분과 같은 그룹의 리더였던 사람이다.
물론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다섯 번째는 정수백!
서울에서 화순으로 내려올 때 만난 사람으로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다.
여섯 번째는 김사랑!
꼬물이에게 '뭐든 사랑'이라는 별명을 얻은 사람이다.
일곱 번째는 김주은!
'까탈 주은'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로 발 냄새가 심하고, 강단 있는 성격을 가졌고, 그만큼 향상심이 강한 20대 여자다.
마지막은 구완!
가장 늦게 마을에 합류했지만 전생을 미루어 봤을 때 가장 기대가 되는 인물이었다.
이렇게 여덟 명이 회관 앞에 나름 준비를 하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꼬물!
^저 사람들 긴장했다. 왜 긴장하지?^
꼬물이가 그렇게 말을 하면서 하얀 뿌리로 내 볼을 만졌다.
내가 있는데 왜 걱정을 하느냐는 말이었다.
<저들은 아직 집사의 실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하긴 아직 어디서도 완전히 보인 적은 없네. 그럴만한 던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꼬물!
^집사가 실력을 다 보일 정도의 던전이 있으면 어쩌라고! 벌써부터 그런 던전이 있으면 다 죽으라는 거야. 나호 ㅂㅂ!^
쫑!
^이번에도 저는 여기에 있어야 해요?^
"미안해도 그래주면 고맙겠어. 아무래도 너희들이 있어야 안심할 수 있으니까."
이번에도 반크와 쪼롱이는 두고 갈 생각이다.
마을을 공격할 만한 집단은 드물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정부에서라도 똥 볼을 찰 수도 있는 문제이니 말이다.
물론 그런 일은 없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소환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큰아버지께서 다가오셨다.
"준비 다 됐다."
"그럼 팀으로 묶을 게요. 그리고 다섯 분은 제가 심상으로 연결을 할 거예요."
말과 함께 큰아버지, 어머니, 황 관장님, 명성이, 구완을 심상으로 연결했다
권명성과 구완은 작전보다는 지키기 위해 심상으로 연결을 해둔 것이었다.
"심상으로 연결되신 분들은 제 목소리 들리시죠. 각자 한 사람씩 연결 되지 않은 분과 짝을 맺어주세요. 이번일이 끝날 때까지 짝의 변동은 없을 겁니다. 짝이 된 사람은 서로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짝까지 짓고는 아버지께 마을을 부탁하고 화순던전으로 이동했다.
"지금 저희가 이동할 던전은 강원도 횡성의 치악산 던전입니다. 장프가 있는 던전이고 몬스터로는 좀비 등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좀비요?"
김사랑이 눈을 빛나며 되물었다.
"네. 좀비는 물론이고 뼈다귀들도 마음껏 볼 수 있을 겁니다."
꼬물!
^까탈주은 좀비도 싫어하는 것 같다.^
<좀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어.>
꼬물!
^뭐든 사랑은 그렇지 않잖아. 저기 봐. 뭐든 사랑은 기대감으로 입 꼬리가 올라가고 있어.^
<게임마니아였다고 하잖아. 사냥에 미친 여자!>
꼬물!
^괜찮아. 예쁘게 미쳤으니까.^
<너도 참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어. 김사랑이 뭐가 예뻐? 술에 담배에···. 나는 별로야.>
꼬물!
^그거 편견이다. 술과 담배를 하는 여자라고 다 이상한 여자는 아니다.^
<그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지. 예전이라고 여자가 술, 담배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뭐든 사랑은 그 경계가 너무 흐린 것 같아. 강단이 약해.>
꼬물!
^까탈 주은은 그게 너무 강하지. 둘이 합한 다음에 나누면 최고인데.^
김사랑과 김주은은 성격부터 차이가 많이 났다.
둘이 닮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향상심이었다.
향삼심이 남다르지 않았다면 두 사람 모두 이곳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난이도도 제법 높은 던전이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횡성의 치악산 던전은 난이도가 무척 높은 던전인데 전생에 이 던전으로 인해서 횡성 일대가 쑥대밭이 될 정도였다.
사실 이 던전에 누군가를 데리고 가는 것 자체가 아직은 무리이기는 했다.
<집사! 여기 난이도 조절 해두었지?>
'했지. 가능한 최하로! 하지만 가능한 최하이기 때문에 긴장은 해야 해.'
"얼마나 난이도가 높습니까?"
"이 중에는 월평 황이 던전을 경험하신 분들이 계신데 치악산 던전에 비하면 황이 던전은 애들 장난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팀원들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특히 명성이가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다.
저렇게 긴장을 하고 있지만 막상 좀비를 만나면 가장 잘 움직일 아이였다.
"치악산 던전에서는 제 앞으로 나가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무섭다고 아무 곳이나 뛰어가셔도 안 되고요. 혹시 벽이 있으면 벽에 기대는 것도 안 됩니다. 어떤 것도 함부로 만지지 마시고요."
두 달이 넘도록 질릴 정도로 들은 소리였지만 지겹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이동하겠습니다."
모두 워프 게이트로 올라섰다.
그러자 시스템이 1100마나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 제대로 된 가격이 책정되지 않아 1인당 100마나를 받고 있는 것이었다.
상태창에서 마나가 빠져나간 후 바로 치악산 던전의 워프게이트로 이동이 되었다.
"어어···. 여기가 치악산 입니까? 저는 치악산은 처음입니다."
정수백이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주은도 말을 보탰다.
"저도 처음입니다. 산은 싫어해서."
꼬물!
^지난번에는 물이 싫다고 하지 않았나? 까탈 주은이 좋아하는 것이 있기는 하나?^
<경석 형을 데리고 오지 못한 것이 아쉽네.>
전생에 길드원이었던 경석 형도 데리고 온다고 했으면 아주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을을 며칠을 비워야 할지 몰라서 데리고 오지 않았다.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경석 형은 전생에도 오래 집을 비우게 되는 일은 꺼려했었다.
요즘 세상에 찾아보기 힘든 효자인 경석 형은 되도록 마을 안의 던전 공략에 집중하게 할 생각이다.
"그럼 나가겠습니다. 무엇을 보든 소리를 지르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다른 던전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소리를 지르는 것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것을 주지시키고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놀라면 무의식적으로 비명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었다.
워프 게이트를 나왔다.
그 순간 꼬물이를 비롯한 소환 식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전령조와 사냥조도 던전으로 퍼져나갔다.
"다행히 워프 게이트 반경 10미터 정도는 안전 구역이 설정된 것 같습니다. 그럼 빨리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기 보이는 것은 좀비입니다. 그리고······."
안전구역에서 빠르게 몬스터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안전구역이라고 하셨는데 왜 그렇게 설명을 서두르시는 건지?"
"워프 게이트 주변으로 설정이 되는 안전구역은 대개 오래 가지 않습니다. 출발과 도착 때 잠깐 보호를 해주는 것뿐입니다. 모든 워프 게이트에 안전구역이 설정되는 것은 아니니 이것도 기억하시고요."
안전 구역이 설정되면 도착하자마자 적을 상대하지 않은 점도 좋지만 이렇게 직접 보면서 몬스터에 대해 설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설명과 함께 다시 한 번 주의 사항을 강조하고 안전구역을 벗어났다.
그 순간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좀비가 달려들었다.
화순 던전에서 출발 전부터 방독면을 쓰고 있었는데도 아주 지독한 냄새가 났다.
스걱! 스걱!
좀비를 베는 것과 동시에 마나가 들어왔다.
한 마리에 자그마치 10마나가 들어오는 것이 상당히 강한 개체였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내게는 너무 쉬운 녀석이었다.
꾸!
꾸루가 사냥조의 전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왔다.
쪼롱이가 동행하지 않았을 때는 꾸루가 사냥조까지 관리하기 때문에 묻는 것이었다.
"좋아. 출구 쪽의 몬스터를 특히 부탁할게."
"출구는 왜?"
팀원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서 이 던전에 들어온 순간 던전이 개방되었습니다. 이 정도 수준의 몬스터가 밖으로 나갔다는 말이죠."
던전이 처음 개방될 때는 반드시 몬스터가 밖으로 빠져나갔다.
다른 던전이라면 클리어를 하고 나간 몬스터를 처리하겠지만 이곳은 그럴 수 없었다.
몬스터들의 수준이 지금 현재 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빠져나갔을까요?"
김주은이 던전을 가득 채우다 시피한 몬스터를 보며 물었다.
황금의 진가(眞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