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65화 (265/350)

265. 황금의 진가(眞價)

"글쎄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을 겁니다. 조금 빨리 움직일 겁니다."

열 명의 팀원은 다섯 마리의 몬야크 등에 탑승한 상태였다.

물론 나도 반반이의 등에 올라탔다.

이번에는 반반이의 새끼인 반크를 마을에 두고 왔다.

이제 충분히 한 몫 이상을 해내니 걱정 없었다.

반반이가 가장 선두에 달리고, 그 뒤를 다섯 마리의 몬야크가 따랐다.

그리고 가장 뒤에 반반이의 짝인 반야가 달려오고 있었다.

반야의 등에는 아무도 타지 않은 상태였는데 자유롭게 오가며 공격을 돕기 위해서였다.

좀비가 많은 던전이었지만 몬야크를 타고 있는 한 좀비는 위협이 되지 못했다.

어깨 높이만 해도 최소가 3미터인 녀석들이었다.

아무리 강한 좀비라도 몬야크의 발길질 한 방이면 그대로 명을 달리했다.

"우와! 이거 재미있습니다."

전생에 길드장이었던 황 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목소리가 살짝 들떠 있었다.

대변혁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던전에 들어가다시피 한 황 관장님이셨지만 몬야크를 타고 싸워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높이와 힘의 차이에서 오는 위력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함께 몬야크를 타고 있는 김사랑과의 합도 잘 맞았다.

둘 다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움직임마저 그렇게 보였다.

"모두 적응을 잘 하시는 것 같으니 조금 더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말을 하고 난 후 속도를 높였다.

마을에서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져 보이고 믿을만한 사람만 골라 와서 그런지 속도를 높여도 문제없이 잘 따라왔다.

몬야크들이 워낙 잘 해주는 것도 있지만 말이다.

음머어어!

^김주은 씨가 긴장을 많이 하는 것 같답니다. 어머니를 너무 의식하는 것 같다고 하네요.^

꼬물이가 반반이의 말을 통역했다.

김주은을 태운 몬야크가 반반이에게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가 꼬물이를 통해 전달된 것이었다.

강단 있는 김주은은 예의범절을 아버지만큼이나 중요시 하는 성격이었다.

대변혁 이전이라면 칭찬받을 만한 모습일지 모르지만 대변혁 이후인 지금은 적당히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하루아침에 될 리 없었다.

꼬물!

^까탈 주은! 집사를 노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왜 어머니를 의식하냐! 기분이 살짝 나빠지려고 한다!^

꼬물이가 뿌리 하나를 대기실에서 붕붕 돌리더니 그대로 대기실 밖으로 나가며 다가오던 좀비를 쳐버렸다.

꼬물이의 뿌리에 맞은 좀비가 멀리 날아가 떨어지더니 그대로 머리가 터져버렸다.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좀비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몬야크 위에 탄 팀원들도 놀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팀원들은 배구공만한 돌멩이를 던지거나 떨어뜨려서 좀비의 접근을 막거나 죽이기도 했다.

이 던전에 올 생각으로 몬야크의 등에 커다란 망태기를 걸고 그 안에 돌멩이를 잔뜩 넣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몬야크 위에서 놀고 있을 수는 없어서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하이큐 저 사람은 활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머니처럼 도끼를 익히려나?>

나호가 명성이와 같은 몬야크를 탄 하휘규 슬쩍 돌아보더니 말했다.

비세계에서 도끼를 휘두르는 어머니를 보고 부럽다고 하더니 대변혁 이후 정말 도끼를 집어든 하휘규였다.

"도끼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귀속 무기가 생기면 좋은데···."

던지거나 내리찍는 것을 많이 하는 무기인 도끼는 귀속 기능이 있으면 정말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몬야크를 몰았다.

몬야크들의 속도가 있기 때문에 금세 던전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는 바로 던전을 나왔다.

던전의 입구를 벗어나자 마자 전령조들도 던전에서 나오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좀비를 찾는 것이었다.

"여기서 기다려주십시오. 금세 다녀오겠습니다. 더 이상 좀비가 나오지 않게만 막아주시면 됩니다."

팀원들을 던전 입구에 두고 그대로 속도를 높였다.

꾸우우!

가장 먼저 좀비를 발견한 것은 꾸루였다.

꾸루가 좀비를 발견했다는 신호를 보내자 사냥조들이 먼저 좀비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몬야크도 빠르지만 전령조나 사냥조의 속도는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으어어어어! 크어어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좀비는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치악산 던전이 산의 정상 부근에 있었던 것이 전생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장점이 될 때도 있고 단점이 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아무리 빠른 몬스터라도 인가(人家)까지 닿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마련된 시간은 우리에게 좀비를 해치울 시간을 벌어주고 있었다.

사냥조들이 좀비의 머리를 발톱으로 쥐고는 깨부수려고 하고 있었다.

좀비의 등급이 낮았다면 바로 부서졌을 것이다.

하지만 치악산 던전은 전생부터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 던전이었다.

그래서 이 던전을 얻었을 때 특별히 출현하는 몬스터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권한을 넘겨받았다.

물론 이 던전에만 한정된 것이지만 이것은 엄청난 것이었다.

필요에 따라 난이도를 상승시키고 던전을 공략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생각할 때는 미친 짓이지만 성장을 위해서 간간이 해볼 생각이다.

물론 평상시에는 최저로 맞춰놔야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던전에서 설정 가능한 가장 낮은 등급의 몬스터로 규정했는데도 일반적인 던전에 비하면 D등급에 해당하는 좀비가 나타났고 그 좀비의 두개골은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퍼어억!

하지만 몬야크의 발길질에 채인 좀비가 그대로 바위에 부딪치며 머리가 깨졌다.

이내 마나가 들어왔다.

마찬가지로 10마나였다.

D등급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에 비하면 많지 않지만 처리 속도를 생각하면 적지 않은 마나였다.

현재 이 던전에 워낙 좀비가 많은 것도 10마나가 책정된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꾸루우우!

꾸루가 다시 좀비의 위치를 알렸다.

물론 내가 가기 전에 사냥조의 공격만으로 처리가 되는 경우는 나를 부르지 않았다.

던전을 빠져 나온 좀비의 수는 백여 마리!

백 마리가 넘는 좀비를 처리하는 데는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뭉쳐있었다면 몇 분도 걸리지 않았을 텐데 사방으로 퍼져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이 걸린 것이었다.

특히 좀비 몇 마리가 숨어 있어서 애를 먹었다.

좀비형 몬스터가 머리를 쓴다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공격성과 동시에 생존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위협을 느끼면 숨기도 하고 죽은 것처럼 속이기도 한다.

그래서 생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다가 갑자기 공격하는 몬스터에게 죽임을 당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여럿이 전투를 하거나 전투가 난전일 때 특히 이런 실수가 나올 수 있었다.

치악산에 퍼진 좀비를 모두 제거한 후 던전의 입구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구나."

"숨어 있는 놈들이 있어서요."

"여기는 괜찮았어요?"

"여기도 열댓 마리 나왔는데 몬야크가 다 처리했다. 이것도 도축이 되는 거지?"

"몬스터이니 당연히 되죠. 간혹 좀비에게서 좋은 전리품을 얻기도 해요."

"그래? 그럼 내가 도축을 해볼까?"

큰아버지께서 도축을 하셨다.

팀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큰아버지께서 사냥한 것은 물론이고 팀원들이 도축한 것까지 모두 도축이 되어 정리되었다.

"어? 이건? 마치 인간이 사용한 것 같구나."

좀비들을 사냥하면 간혹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현실 세상에서 대변혁 직전까지 사용한 물건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서 대변혁 때 희생된 사람들이 좀비 몬스터가 된 것은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었다.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이번에 나온 것은 다행히 중세 시대에나 사용됐을 법한 물건이었다.

"인간이 사용한 것이 맞을 거예요, 생각보다 튼튼한 것도 있으니 원하시는 것이 있으면 가지고 가셔도 됩니다."

"아무것이든 가지고 가도 됩니까?"

좀비는 질색을 하던 김주은이 전리품으로 나온 단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

"같은 것을 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가지셔도 됩니다."

"저는 저 단검이 마음에 들어요."

꼬물!

^마음에 든다는 말도 할 줄 아는구나. 항상 싫다는 말만 하더니.^

김주은은 뭔가 꼬물이에게 단단히 찍힌 것 같았다.

사실 김주은이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데 이상하게 꼬물이는 김주은을 탐탁치 않아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물으면 그런 것도 없다는데 말이다.

<에궁! 까탈 몇 번 부렸다가 단단히 찍혀서는···. 꼬물이의 말을 김주은 씨가 볼 수 있다면 슬퍼하겠지?>

'꼬물이와 말싸움을 할지도 모르지.'

<으으으! 상상만 해도 싫어.>

"저도 저 단검이 멋있어 보이기는 한데 주은 누나가 원하니까 포기할게요."

명성이가 그렇게 말하자 김주은 씨가 명성이를 향해 떫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포기할 거면 왜 굳이 그런 말을 하냐고 못마땅해 하는 것 같았다.

꼬물!

^까탈주은!^

"다른 거 원하시는 분 없으시죠?"

사실 다른 것은 탐낼 만한 것이 없었다.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가지고 싶어 하지 않을 물건들이었다.

잡동사니에 가깝지만 아수라 아수리에게 맡기면 좋은 재료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단검을 제외한 전부를 아수라 아수리에게 맡겼다.

그리고 김주은에게 단검을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꼭 가지고 싶었어요."

김주은이 단검을 받아들더니 몇 번 휘둘러보고는 허리춤에 꽂았다.

주력 무기로는 창을 쓰는데 보조무기로 사용할 생각인 것 같았다.

꼬물!

^욕심쟁이! 몬늘보의 발톱으로 만든 검도 있으면서! 흥!^

그러고 보니 김주은은 검도 이미 가지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주민들 대부분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물론 던전을 들어가지 않은 사람은 얻지 못했지만 말이다.

"입장하겠습니다."

"대한아! 다른 전리품은 없는 거니?"

"아! 사실 뼈다귀가 나오죠. 하지만 나오지 않게 했어요.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요."

뼈다귀를 소환해서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좋은 재료가 될 수도 있지만 우리 중에는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들어가자."

던전에 입장하면서부터 전투였다.

대변혁 이후로 던전문을 한 번도 열지 않았기 때문에 던전안은 몬스터로 꽉 차 있다고 봐도 좋았다.

이런 곳을 걸어 다니면서 좀비를 처리하려고 했으면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몬야크를 타고 하니 너무도 수월하게 던전이 정리되고 있었다.

쿠웅! 쿵! 쿠웅!

팀원들은 부지런히 돌멩이를 던지거나 긴 망치를 이용해서 좀비의 머리를 깨부수었다.

검이나 창이 주력인 팀원들도 대부분 자루가 긴 망치로 좀비의 머리를 내리찍고 있었다.

위치에너지를 이용한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긴가민가했는데 이 공격이 생각보다 잘 통하네. 의외야."

정수백 씨와 짝을 이루고 계신 큰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망치의 무게가 상당하고 쇠침이 박혀 있기 때문에 크게 휘두르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리찍기만 하면 머리가 뚫리면서 좀비가 죽었다.

"황금을 쇠침에 입혀서 그래요."

"그러니까. 그게 의외라는 거야. 황금은 무른 금속인데 이런 효과를 내다니···."

황금을 몸에 지니는 것으로도 여러 가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예민한 사람이 아니면 그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감각 능력치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느끼지만 낮을 때는 옆에서 아무리 말해줘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무기에 황금을 입히면 바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지금처럼 말이다.

전생에 미국이 헌터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던 것도 모두 이런 특성을 지닌 황금 때문이었다.

"방어력을 약화시키는 거니?"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앞으로 몬야크를 이용한 전투를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서 만든 무기 중 하나였다.

이 무기를 만들기 위해 던전 도깨비들과 아수라 아수리가 수고를 많이 했다.

앞으로는 마을의 대장간에서도 비슷한 무기들이 만들어지겠지만 소환수들이 만드는 것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마나가 너무 들어와서 당황스럽습니다."

큰아버지와 같은 몬야크를 타고 있는 정수백 씨가 말했다.

"당황스러우면 저 주세요."

"예?"

"줄 거 아니잖아요. 그러면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지금 세상에서 마나가 어떤 의미인지 들었잖아요. 그런 말 자주하면 수백 씨 호구로 보이기 딱 좋아요."

꼬물!

^까탈 주은! 경고!^

김주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좋은 분위기에서 굳이 필요한 말이었나 싶었다.

수백 형이 너무 사람이 좋아서 만만해 보여도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사람이 좋은 것이지 바보는 아닌데···.

꼬물!

^까탈 주은! 저러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거다! 저 버릇 뜯어 고쳐야 하는데···.^

다시 대기실에서 꼬물이의 뿌리가 붕붕거리고 있었다.

막연한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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