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67화 (267/350)

267. 왜 그래?

으드득!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가 갈리는 놈들이 있다.

그간 이놈을 잊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인물!

하지만 이번 생에는 절대 반대편에 서지 않을 사람!

오윤석!

동지였을 때는 '욘석!'이라고 친근하게 부르기도 했지만 배신을 한 이후로는 '오석(烏石, 誤石)' 또는 '영안실'이라고 불린 남자!

오윤석이 이렇게 별명이 많았던 이유는 놈이 워낙 능력 있고 머리가 좋으며 늘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었다.

동지였을 때든 배신자였을 때든···.

오석(烏石)!

놈 때문에 알게 된 돌이다.

까만색이나 어두운 색이 대부분이라고 하는데 작은 충격에도 잘 부서진다고 한다.

직접 만지거나 다루어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오석이 부서지듯 놈의 배신이 너무 극적이었고 확실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오석이라고 부르며 그를 비난했다.

그런 비난에 가만있을 놈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오석(誤石)은 '잘못 놓인 돌'이라는 의미로 놈을 키운 우리를 돌아보자는 의미이자 놈이 그 자리에 어떻게 앉게 되었는지 돌아보기를 원하며 지은 별명이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배신을 할 리는 없지만 말이다.

'영안실'은 그의 이름의 초성 'ㅇㅇㅅ'에서 나온 별명이다.

배신을 한 이후 자신을 키운 우리를 향해 칼날을 들이밀고 한 번 찍히면 죽기 전에는 놓지 않아서 영안실이라고 했다.

어이가 없고 속이 상한 것은 놈은 이 영안실이라는 별명을 자신의 프라이드처럼 여겼다는 것이다.

친일 매국노의 딸랑이가 되고도 홀로 고고한 척은 다 하던 쓰레기!

어찌나 언론 플레이를 잘 하던지···.

친일 매국노들은 영웅으로 만들고, 어떻게든 나라를 지키고 진상을 밝혀보겠다는 사람들은 죽음으로 몰아갔다.

이놈이 다른 놈에 비해 악질적인 것은 법을 이용했다는 것이었다.

암살하거나 대놓고 핍박을 하지 않고 온갖 프레임을 씌워서 나쁜 사람을 만들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었다.

신념을 가지고 살아온 삶 전부를 부정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애국전선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던 조직을 와해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눈을 흐리게 했다.

이런 활동을 잠깐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해서 잠재적인 공포까지 심어주었다.

일본과 척을 지는 일을 하면 저렇게 털리겠구나 하는 마음을 심어줘서 반감 자체를 갖지 못하게 했다.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말살하는 것과 진배없었다.

어찌나 언론과 공조를 잘 하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저놈 입에서 나온 것이 진실이 되고 사실인양 떠받들어졌다.

철저하다고 할 정도로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기 때문에 나중에는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집사! 왜 그래?>

'영안실이 생각나서.'

<영안실? 누가 죽었어? 갑자기 던전에서 왜 영안실은 찾는 거야? 불안하게?>

'그 영안실 말고. 오석이 말이야.'

<오석이? 정으로 쪼아서 덜어내야 허는 놈?>

'그래. 그 오석이! 영안실!'

<그놈 세상이 바뀌면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회귀 초반에 젖혀두었잖아. 그런데 갑자기 왜?>

'아니. 주은 씨 하는 행동을 보니까 갑자기 떠오르네.'

<아! 알겠다. 소신껏 발언하는데 뭔가 과한 듯한 모습! 비슷하기는 하네.>

'던전 개방 다 하면 한 번 찾아봐야겠어.'

<뭐 하러 찾아? 그런 놈과는 가까이 하지도 마! 기분 나쁜 놈이야.>

'능력은 있었잖아.'

<있었지. 그것도 아주 많이! 과할 정도로! 하지만 능력만으로 사람 쓰면 안 돼. 전생에 경험했잖아.>

'내 말은 그놈의 동태 정도는 파악하겠다는 거야. 능력 있는 놈이니 어디서든 제 몫은 하고 살 놈이잖아. 혹시라도 허튼 짓 하지 못하도록 간간이 살피기는 해야지.'

우리가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도 던전 공략은 계속 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팀원들은 황금의 위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방어막을 잘 뚫는 것 같습니다. 하하!"

하이큐가 시원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이큐와 함께 타고 있는 명성이도 열심히 망치를 내리찍으며 마나를 모으고 있었다.

<명성이 마법에 관한 스킬 사라고 할 거지?>

"그래야지."

<기대되네.>

명성이는 좀비보다 뼈다귀를 상대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했다.

확실히 적극적으로 뼈다귀를 처리하고 있었다.

투두두둑! 두둑!

"아!"

구완이 깜짝 놀라며 뒤로 크게 몸을 젖혔다.

구완이 쓰고 있는 방독면에 뼈다귀가 날린 이빨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충격이 상당합니다."

이 방독면은 대변혁 전 구비해둔 물건 중의 하나였다.

목까지 가려지는 것인데 가스를 대비한 것뿐만 아니라 충격까지 막아주는 전투용 방독면이다.

머리의 헬멧 까지 한 세트인 제품으로 대변혁 초기 머리와 얼굴을 방어하기에 최적의 물건인 것 같아 준비해뒀다가 이 던전에 오기 전 챙겨온 것으로 좀비의 냄새와 뼈다귀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가까이 접근하면 불리한 것을 눈치 챈 뼈다귀들이 거리를 벌리고는 이빨을 날리거나 뼈다귀를 던졌다.

하지만 이들의 공격은 번번이 막혔다.

소환수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환수들과 팀원들의 합공이 이어지자 얼마 가지 않아서 던전이 클리어 되었다.

던전에 클리어를 알리는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띠링! 축하합니다. 던전이 클리어 됐습니다.]

이 던전은 클리어 보상이 없는 것 같았다.

보상에 대한 것은 어떤 언급도 없었다.

"이번에는 클리어 보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있을 수도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아마 없을 때가 더 많겠지만요."

클리어보상은 그야말로 복불복이었다.

그래서 간혹은 억울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던전에서 지금까지 충분히 얻은 상태였다.

충분히 얻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마을에서 경험했기 때문인지 팀원들은 보상이 없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 던전에서 얻은 것을 나누려고 해."

[띠링! 공헌도로 나누시겠습니까? 아니면 특별한 비율로 나누시겠습니까?]

시스템의 이 메시지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흘러나왔다.

이렇게 나눈 것이 처음인 팀원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공헌도에 따라 나누겠어."

[그럼···.]

공헌도에 따라 나누겠다고 하자 시스템은 던전에서 얻은 물건을 내 인벤토리에 있는 채로 분배를 하려고 했다.

전생이라면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고, 그렇게 해도 모두가 납득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들은 시스템을 통한 분배가 처음이었다.

그동안 마을의 던전에서 사냥을 하면 도축을 한 후 적당히 나눠가졌다.

아직까지는 몬스터를 많이 잡지 않았기 때문에 분배로 문제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욕심이 날 정도로 많은 몬스터를 잡은 상태였다.

물론 전리품은 황금과 잡동사니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잠깐만. 이 던전에서 얻은 것 좀 꺼내고."

[띠링! 꺼내지 않아도 분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처음인 팀원들이 있어서 그래."

말을 하면서 전리품을 꺼냈다.

얻을 때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더니 모아 두니 제법 많았다.

팀원들의 시선이 황금으로 모여들었다.

던전에서 황금을 얻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전생의 나도 처음으로 황금을 받았을 때 이들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제 분배해줘."

[띠링! 공헌도에 따른 분배입니다.]

번쩍하더니 분배가 완료되었다.

물건은 각자의 인벤토리로 들어가서 바닥에 놓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상점을 사고 난 후 가장 먼저 구매할 물건으로 인벤토리를 추천했더니 모두 인벤토리는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신기합니다. 하하!"

하이큐가 목소리를 높였다.

"처음이어서 전리품을 모두 꺼내둔 겁니다. 다음에 분배할 때는 인벤토리에 든 채로 분배하겠습니다."

"팀장 인벤토리에 든 것만 분배가 되는 겁니까?"

"아닙니다. 실수로 각자의 호주머니에 집어넣은 전리품까지 시스템이 모두 포함해서 분배합니다. 그래서 시스템에게 분배를 맡기는 것이 가장 믿을 수 있습니다."

"인벤토리가 없거나 넘치면 어떻게 되는데요?"

"각자 앞으로 나누어지죠. 그런 것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우리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전리품이 많아지면 짐꾼이 필요하기도 하죠."

인벤토리는 아무리 사도 늘 부족했다.

그래서 짐꾼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런 구조를 탓할 수도 없었다.

각성하지 못한 사람들은 짐꾼이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이었다.

"다들 만족하십니까?"

"저는 만족합니다. 그것도 많이요. 이 금으로 뭘 하면 좋을까요?"

정수백의 얼굴이 환해졌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주은은 입술을 물어뜯고 있었다.

누구를 원망하는 것은 아니고 더 열심히 하지 못한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것 같았다.

꼬물! 꼬물!

^까탈 주은! 이제 자기 자신을 싫어한다. 너무 까탈을 부린다. 뭐든 사랑이 좋아지려고 한다. 까탈 주은은 발 냄새! 뭐든 사랑은 담배 냄새! 나 냄새에 민감한데···.^

꼬물이의 뿌리가 바닥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김주은 씨! 분배에 문제 있습니까?"

"아니에요."

"혹시 분배에 관해서 문의 사항이 있으면 시스템에게 물어보세요. 겉으로 말하지 않아도 물어볼 수 있어요. 그럼 자세하게 말해줄 거예요."

"아! 고맙습니다."

말을 하자 김주은은 냉큼 시스템에게 문의를 하는 것 같았다.

대체적으로 친절과는 거리가 먼 시스템이지만 분배에 있어서는 대답을 잘 해주는 편이었다.

문제는 너무 대답을 잘해준다는 것이었다.

직설적으로 사실을 말해버리기 때문에 대답을 들으면서 우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집사! 울 것 같아? 울지 않을 것 같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첫 문의의 대가는 혹독하다고 하잖아. 너무 있는 그대로 말해줘서 다들 당황스럽다고 하지만 주은은 덤덤할 것 같아. 자신의 성격과 비슷하잖아. 그래서 나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래? 내 생각은 조금 달라. 울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많이 당황할 거야. 시스템을 조금 꺼려하게 될지도 모르지. 시스템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면 좋은데.'

주은의 화법은 시스템과 닮은 구석이 있었다.

꼬물!

^주은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은 자아가 너무 강하다.^

꼬물이의 평가였다.

꼬물이의 말대로인지 주은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가만 보니 시스템에게 따박따박 따지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주은이 분배에 대해 불만이 많은 거야?'

시스템에게 심상으로 물었다.

[개인적인 문의에 관해서는 답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알겠어.'

주은과 시스템의 대화는 상당시간 이어졌다.

그래도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시스템은 말도 안 되는 것은 대꾸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해되지 않는 것을 아마 세세하게 묻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시스템의 음성이 들렸다.

그런데 유난히 피곤한 것처럼 느껴졌다.

[띠링! 월평 팀은 지금부터 두 시간 이내로 던전을 퇴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곳에서 던전의 입구까지는 아무리 빨리 걸어도 두 시간에는 이동할 수 없는 거리였다.

우리 팀에 몬야크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두 시간 이내에 퇴장을 하라고 한 것 같은데 몬야크를 타도 두 시간은 빠듯한 시간이었다.

항의를 할까 하다 하지 않았다.

대신 팀원들을 재촉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몬야크에 타십시오. 바로 퇴장하겠습니다."

팀원들이 몬야크에 타는 것을 확인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꼬물!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고 하더니 시스템이 딱 그 짝이야. 아니 왜 우리에게 화풀이를 하는 거야?^

꼬물이가 커다란 뿌리를 붕붕 휘두르고 있었다.

누구 하나 잘못 맞으면 허리는 가볍게 나갈 것 같았다.

"이 던전도 관리계약 맺어줘."

[띠링! 관리계약 말입니까?]

"그래. 관리계약. 이곳도 2킬로미터 되는 거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누가 오기는 하겠습니까?]

치악산 정상 부근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마나를 벌기 위해서만 관리계약을 하는 것은 아니야. 마나를 벌면 너도 좋잖아?"

[한국은 1킬로미터에 월 백 마나밖에 되지 않잖습니까. 초반에 설정부터 너무 낮게 했습니다. 후회가 됩니다.]

시스템이 이런 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왜 그래?"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팀원들과의 거리가 있어서 이렇게 계속 말을 해도 문제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김주은 씨와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저희가 상대하는 것이 월평 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는 동시에 수십만 아니 수백만도 상대합니다.]

언 듯 상상이 가지 않지만 인터넷 서비스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또 쉽게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왜 그래? 마나를 버는 일인데?"

[띠링···.]

도뮤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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