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 버릴 것이 하나도 없네.
꼬물이는 냄새를 없앤 후에 치유 버섯을 자신의 던전에 키워냈다.
끈덕지게 달라붙는 쓰레기 버섯을 몰아낸 다음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치유 버섯 하나만으로도 너무 엄청난 것이어서 다른 것은 꿈도 꾸지 않고 있었다.
물론 꼬물이는 꾸준히 다른 버섯을 키워내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드디어 그 노력의 산물이 나온 모양이었다.
꼬물!
^···새로운 버섯이 나왔어요. 예뻐요. 도깨비 세상과 닮았어요.^
꼬물이가 꿈을 꾸는 듯한 글씨체로 새로운 버섯의 탄생을 알렸다.
쫑!
^보고 싶다!^
꾸!
^나도!^
뮤! 뮤! 뮤!
^아가들은 조심해야 한다. 완전히 자리 잡은 이후에 보러 가도 좋을 것 같다.^
소환수들이 각자 한 마디씩 하면서 관심을 드러냈다.
꼬물!
^우왕! 퐁퐁 솟아나고 있어요. 금세 자리를 잡을 것 같아요.^
<꼬물아! 버섯 색깔은 무슨 색이야? 모양은? 치유 버섯보다 커?>
나호가 한꺼번에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꼬물!
^크기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현재는 색깔이 아주 다양해요. 도깨비 마을처럼. 도깨비 마을에 와서 태어나서 그런가?^
"네가 고생 많았어. 언제쯤 볼 수 있을 것 같아?"
꼬물!
^쑥쑥 자라고 있으니까 여기서 나가기 전에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 녀석들은 치유 버섯보다 성장이 빠른 것 같아요. 엄청 예뻐요.^
<화려한 버섯은 독버섯이라고 하는데 혹시 독버섯은 아니겠지? 아야!>
꼬물이의 뿌리가 나호의 영체를 가르고 지나갔다.
영체를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아픔이 느껴지지는 않을 텐데도 나호는 깜짝 놀라며 아픔을 호소했다.
<집사! 봤지? 아무리 영체 상태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안 그래?>
"애써 키웠는데 독버섯이라고 하니 그렇지."
<독버섯이 나쁜가? 아닌데···. 은근 독버섯도 유용해. 안전하게 키워낼 수만 있으면 독버섯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 독버섯을 전문으로 키우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야.>
뮤! 뮤! 뮤!
^나호 말이 맞기는 하다. 간혹은 독버섯이 더 쓸 곳이 많다.^
도뮤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꼬물!
^독버섯도 키워요?^
"꼬물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해. 키운다고 무리할 필요는 없어."
꼬물!
^이번 버섯은 독버섯은 아니에요. 제가 엄선한 거거든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녀석으로 골랐는데 자라봐야 정확한 것은 알 것 같아요.^
<너도 정확하게는 모르는 거야?>
꼬물!
^내 던전에서 자라면서 약효가 상승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니까. 자라는 곳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잖아. 나호는 그런 것도 모르는 거야? 나호 ㅂㅂ^
<녜녜! 어련하시겠어요. 집사! 이곳에서는 얼마를 있든 밖의 시간이 흐리지 않으니까 좀 쉬어. 다음에는 일거리를 잔뜩 가지고 오는 것도 좋겠어. 여기서 다 하고 가면 되잖아.>
뮤! 뮤! 뮤!
^그건 반대다! 여기는 휴식처가 되면 좋겠다. 모두의 휴식처!^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여기는 쉬고 가는 곳으로 할게. 그래야 도깨비 마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고."
뮤! 뮤! 뮤!
^역시 집사! 아주 좋은 생각이다.^
도깨비의 마을은 시간이 비겨간 곳이니 여기서 뭔가를 한다면 정말 이득이기는 했다.
그래서 나호 같은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되도록 일을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이곳이 일반적인 던전이었으면 달리 생각했겠지만 이곳은 도깨비들의 마을이다.
도깨비들에게는 삶의 보금자리인 것이다.
이런 곳에서 일을 한다는 핑계로 무언가를 꺼내놓을 수는 없었다.
<그래. 이런 곳에 와서까지 일을 할 필요는 없지. 여기서 하면 집사 혼자 해야 할 텐데···. 혼자 고생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집사! 이런 저런 생각하지 말고 좀 자! 피곤하겠다.>
치료수 덕분에 많이 피곤한 것은 아니지만 휴식도 분명히 필요했다.
그래서 도뮤가 준비해둔 침대에 누웠다.
돌 위에 이끼를 덮은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런 돌이 있었던 것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이끼로 뒤덮인 침대는 사람이 눕자 감싸 안아주는 것 같았다.
"좀 잘게."
<그래. 자. 여기는 많이 자도 되니까 시간 생각하지 말고 푹 자!>
소환수들이 도뮤가 만들어 준 방과 대기실을 오가며 노는 것을 보다 잠이 들었다.
꿈도 꾸지 않고 푹 잠을 자고 일어나자 머리가 다 개운했다.
꼬물!
^일어났다!^
꼬물이가 여린 뿌리를 열심히 흔들며 말했다.
"기다렸어?"
꼬물!
"왜? 혹시 버섯이 다 자란 거야?"
꼬물!
"지금 보러 가도 돼?"
꼬물!
^같이 가려고 다들 기다리고 있었어!^
소환수들이 대기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잔 거야?"
<이곳에서는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 집사가 잘 쉬는 것이 중요하지.>
일어나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런데 도뮤가 그런 나를 눈을 빛내며 쳐다보았다.
뮤! 뮤!
^어때? 개운하지? 확실히 다르지?^
"확실히 개운해. 자고나서 이렇게 개운했던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아."
뮤! 뮤! 뮤!
^그 정도야? 다행이네. 나름 공을 들였는데 효과가 있다고 하니 좋아!^
도뮤가 붕붕 떠오르며 기쁨을 표현했다.
"가자!"
꼬물이의 던전은 다른 던전과 달리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볍게 산책하듯이 갈 수 있었다.
바로 꼬물이의 던전으로 입장했다.
꼬물이의 던전은 도깨비 마을과 어딘가 닮아있었지만 도깨비 마을에 비해 월등히 넓었다.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꼬물!
^이쪽이에요. 치유 버섯과 구분하기 위해 이쪽에 자리를 잡았어요.^
꼬물이가 뿌리로 안내하는 곳은 치유 버섯이 자라고 있는 곳과 반대되는 곳이었다.
산책을 하는 것처럼 꼬물이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는데 멀리 꽃밭이 보였다.
멀리서 보기에는 확실히 꽃밭이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니 꽃이 아니라 버섯이었다.
"이런 버섯도 있나? 완전히 꽃 같은데···. 양도 엄청나고···."
꼬물!
^버섯 맞아요. 예쁘죠? 맛도 좋대요. 제가 특별히 엄선한 아이에요.^
<맛이 좋다면 그냥 먹을 수도 있다는 말이네?>
꼬물!
^독버섯 아니면 버섯은 다 그냥 먹을 수 있는데···. 나호 ㅂㅂ!^
<독버섯 아니라도 삶아먹는 것이 좋은 버섯도 있거든! 너 요즘 너무 까분다고 생각하지 않니?>
꼬물! 꼬물!
^이 버섯은요. 간식으로 먹어도 되는 거예요. 맛도 조금씩 달라서 먹는 재미도 있을 거예요. 전체적으로는 상큼한 맛이에요. 갈수록 고기만 많이 먹게 되는 것 같아서 준비했어요.^
나호의 말은 무시하고는 제 할 말만 빠르게 하는 꼬물이었다.
여러 개의 뿌리가 글씨를 나누어 쓰니 긴 글도 순식간에 써내고는 하트를 흔들어 보였다.
미워하기 힘든 매력을 지닌 꼬물이었다.
쫑!
^먹어보고 싶어요!^
꾸!
^나도!^
뮤! 뮤! 뮤!
^우리는 과일이나 버섯은 먹지 않지만 친구가 만든 것이라면 한 번쯤 먹어볼 수는 있다.^
소환수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새롭게 나타난 버섯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때 꼬물이가 여린 뿌리로 버섯을 하나 땄다.
꽃을 따듯이 버섯을 따서는 내게 내밀었다.
꼬물!
^맛있을 거예요.^
"내가 가장 먼저 먹어도 되는 거야?"
꼬물!
^당연하죠. 가장 먼저 먹어봐야죠.^
<집사! 어서 먹어. 그래야 애들도 먹을 수 있지. 다들 봐 군침을 삼키고 있잖아.>
나호가 주위를 가리켰다.
쪼롱이는 곧 침을 흘릴 것 같았고, 꾸루도 먹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특별히 음식을 먹지 않는 도뮤까지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더 지체했다가는 돌 맞을 것 같아서 꼬물이가 건넨 버섯을 입에 가져갔다.
모두의 시선이 버섯을 따라왔다.
쪼롱이는 자신이 먹는 것처럼 입까지 벌리고 있었다.
아삭!
상큼했다!
버섯이 상큼하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지만 정말 상큼하다는 것이 이 버섯의 맛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 같았다.
<어때? 맛있어?>
모두 내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맛있어. 어서 먹어봐."
쫑!
꾸!
쪼롱이와 꾸루가 대표로 대답을 하더니 번개처럼 움직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움직임이었다.
도뮤도 은근 슬쩍 그 대열에 합류했는데 도뮤가 버섯밭으로 들어가자 도뮤와 버섯이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하하하! 도뮤찾기 하면 눈 빠지겠다. 도깨비를 닮은 버섯이야! '도깨비 버섯'이라고 할까? 맛이 과일 같다고 하니 도깨비 버섯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잖아. 버섯 같지 않은 버섯이니 도깨비 버섯이잖아.>
새롭게 생겨난 버섯은 테니스공만 한데 만개한 양파 꽃처럼 생겼다.
그래서 멀리에서 보면 버섯 군락지가 꽃밭처럼 보였다.
둥근 양파 꽃이 갖가지 색깔로 피어있는 꽃밭을 생각하면 딱 이 버섯 군락지일 것이다.
둥글고 보송한 것이 던전 도깨비와 무척 닮았는데 무게감까지도 비슷했다.
이 신종 버섯은 무척 가벼울 것처럼 생겼다.
하지만 의외로 무게감이 있었다.
물론 생긴 것에 비해 무게감이 있다는 것이지 무거운 것은 아니었다.
같은 크기의 사과 무게 정도 될 것 같다.
버섯인데 꽃대가 올라와서 둥근 버섯이 달린 것도 신비로워 보였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혹시 정말 양파처럼 땅 속에도 버섯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꼬물아! 혹시 말이야. 이 버섯, 뿌리도 있니?"
똑 따서 줬기 때문에 혹시 모를 일이었다.
<집사! 버섯이 양파 닮아서 뿌리 말한 거지? 그런데 아무리 닮았어도 그것은 아니다. 안 그래?>
나호가 곧 땅속으로 머리를 박을 것 같은 동작을 취하며 하는 말이었다.
"혹시 모를 일이지."
꼬물!
^뿌리 있어요. 어떻게 알았어요? 이거 비밀이었는데···. 나중에 알려주려고 했는데···.^
<정말 뿌리가 있는 거야? 이거 신기하네. 버섯이 아니라 양파라고 해야겠네.>
꼬물!
^버섯이야! 호랑이에게 고양이라고 하면 좋아? 아니지? 버섯에게 양파라고 하면 모독이야!^
꼬물이가 제법 매섭게 나호를 꾸짖었다.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하겠네. 알았어. 한 번 봐도 되지?>
꼬물!
^안 돼! 수줍음이 많은 아이야. 내버려둬. 땅 위로 살짝 얼굴을 내밀 때 채취를 해야 해. 그 전에 건드리면 안 돼!^
쫑?
^수줍음이 많아?^
쪼롱이가 다 고개를 갸웃했다.
버섯이 수줍음이 많다고 하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꼬물!
^활동적인 부분은 위로, 수줍음 많은 부분은 아래로 내려갔어. 활동적인 부분을 꾸준히 먹으면 근력을, 수줍음이 많은 뿌리 부분을 꾸준히 먹으면 정신력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거야.^
"지금은 캐면 안 되겠네?"
꼬물!
^아직 안 돼요. 스트레스 받아서 약효도 없어지고 맛도 없어서 먹을 수 없어요. 스스로 머리를 내밀 때까지 놔둬야 해요.^
뮤! 뮤! 뮤!
^신기하다. 꼬물이와 꼬마 같네.^
지금은 꼬마가 활발하지만 예전에는 수줍음이 정말 많았다.
도뮤는 지금 그때의 꼬마를 말하고 있었다.
"꽃대? 아니 버섯대라고 해야 하나? 꽃처럼 예쁘니 꽃대라고 해도 되겠지? 아무튼 꽃대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꼬물!
^맞아요. 먹을 수 있어요. 그것도 생으로. 먹으면 마늘종처럼 알싸한 맛이 날 거예요. 아직 뿌리가 자라고 있으니까 땅에서 5센티미터 정도는 두고 잘라야 해요.^
꼬물이가 꽃대를 잘라주었다.
이건 정말로 알싸한 맛이 났다.
아주 매운 것은 아니지만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 피곤할 때 먹으면 아주 좋을 것 같았다.
꼬물!
^피로 회복 성분이 많이 들어있고 활력도 돋게 해줄 거예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네."
꼬물!
^엄선한 것이니까요. 조리를 해도 맛있을 거예요. 그냥 먹는 것이 좋지만 약재로 사용해도 좋아요.^
<능력치가 한계에 다다르면 더 이상 올리기 어렵잖아. 그때 참 좋겠다.>
꼬물!
^나호 ㅂㅂ! 그전에 미리미리 챙겨 먹어서 한계가 오지 않게 해야지. 보약은 다 늙어서 먹는 것이 아니야. 늙어서 보약 먹으면 자칫 몸에 무리만 된다고. 젊었을 때, 건강할 때 챙겨 먹어야 하는 거야.^
꼬물이가 일장 연설을 했다.
요즘 열심히 책을 읽더니 모르는 것이 없었다.
뮤! 뮤! 뮤!
^꼬물이 말이 백 번 맞다. 소화 흡수가 좋을 때 먹어야 한다. 밥이든 보약이든. 나이 들면 아무리 좋은 것도 흡수 못한다.^
던전 도깨비들은 모두 어려 보인다.
나이를 먹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혹시 말이야. 바위 골렘 심장과 이 버섯으로 근육제를 만들 수 있을까?"
놀라운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