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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74화 (274/350)

274. 던전을 감옥으로

놈들을 데리고 워프 게이트에 올라서니 나호가 질색을 했다.

저런 놈들을 데리고 화순으로 간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은 모양이었다.

'···데리고 가기는 할 거야. 하지만 저런 놈들을 화순에 놔두지는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마.'

심상으로 말을 하고 시스템의 응답을 기다렸다.

[띠링! 강대한 님과 열세 분의 워프 게이트 비용만 내시겠다는 말씀이시죠?]

'맞아. 밧줄로 묶인 놈들의 마나까지 내가 지불할 필요는 없잖아? 범죄자들인데.'

시스템은 개별 거래를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대신 비용을 처리해주는 것을 썩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럴 요구를 싫어하지 않을 시스템이었다.

[띠링! 처리했습니다.]

백 마나를 차감하고 이동을 한다는 메시지가 나왔는지 묶인 놈들 중 몇몇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통할 리 없었다.

번쩍! 한다고 느낀 순간 우리는 화순으로 이동해 있었다.

"이, 이것은···?"

"신기하구만. 강 팀장! 우리 화순으로, 정말로 화순으로 온 건가?"

"예. 이동했습니다."

"놀랍구만.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 말이여. 강 팀장 덕분에 별 일을 다 경험해 보는구만."

이장님께서 워프 게이트를 벗어나면서 살짝 긴장하셨다.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게 되니 긴장이 되시는 모양이었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어려운 일이지도 모른다.

'쪼롱아! 저 놈들 좀 지키고 있어. 마을에 다녀올 테니.'

쫑!

밧줄에 단단히 묶인 놈들이니 걱정할 것이 없지만 그래도 쪼롱이에게 부탁을 하고 평택 마을 분들을 모시고 던전을 퇴장했다.

"월평이 아닌 것 같구만. 완전히 달라졌어."

대변혁 전 마을을 다녀간 적이 있는 분들이라 월평을 보고 매우 놀라워했다.

"더 넓어진 건가?"

"넓이는 똑같습니다."

"그래? 내 눈에는 더 넓어진 것 같아."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이장님."

마을 분들까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보비가 달려왔다.

"아이고매! 이것은 또···."

"괴, 괴물···."

"괴물 아닙니다. 월평을 지켜주는 거위입니다."

보비를 보고 자지러지는 분들을 빠르게 진정을 시켰다.

괙!

^미안하다. 반가운 마음에···. 그런데 이분들은?^

보비가 새로 온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평택에서 오신 분들이야."

괙!

^은실엄마! 아니 성연엄마 지인들이네?^

"맞아."

괙!

^내가 연락해 두겠다.^

그렇게 말을 한 보비가 몇 번 괙괙거렸다.

제법 큰 소리였다.

아마 경비거위들에게 이곳 사정을 알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보비가 어떤 정보를 거위들에게 알린 것인지는 몇 분도 되기 전에 알 수 있었다.

마을을 향해 내려가고 있는데 마을 쪽에서 경비거위에게 이끌려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던 아주머니께서 이장님을 발견하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이장님···. 이장님! 어제도 오시지 않아서···."

감나무 댁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이장님을 보더니 눈물을 글썽였다.

"다들 괜찮으세요? 밖은 난리도 아니라고 하던데···?"

"우리는 괜찮아. 새들이 지켜줘서."

"아! 아이고 고맙습니다."

감나무 댁 아주머니께서 새삼스럽게 감사인사를 했다.

"어? 이장님!"

감나무 댁 아주머니에 이어 성연 엄마도 경비 거위에 이끌려 다가오다 달려왔다.

이렇게 먼저 월평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마을에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마중을 나왔다.

물론 저들 입장에서는 마중이 아니라 거의 끌려나온 것이겠지만 말이다.

"고마워. 잘했어."

괙!

보비도 그렇고 경비 거위들이 사람을 잘 기억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꼬물!

^보비 착해. 아이 잘했어.^

꼬물이가 유치원생을 칭찬하는 것처럼 보비를 칭찬했다.

괙!

그런데 그런 칭찬에 볼까지 발그레해지며 좋아하는 보비였다.

<보비 녀석 칭찬에 목말랐나? 하긴 천 명의 경비거위를 거느리는 것도 쉽지는 않겠다.>

뽀뽀가 보비를 돕고 있기는 했지만 보비가 바쁜 것은 사실이었다.

더구나 8일이나 월평을 비웠다 돌아왔으니 일이 더 많을 것이었다.

"고마워. 너도 좀 쉬어."

괙!

마을에 돌아와 세 분께 이장님과 평택 마을 분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나는 바로 화순 던전으로 돌아왔다.

쫑!

^저놈들 하는 말이 장난 아니에요. 나쁜 짓을 밥 먹듯 한 것 같아요.^

화순던전에 입장하자 쪼롱이가 날아오며 말했다.

자신들만 남겨졌다고 생각하자 아무 말이나 막 했던 모양이었다.

"수고했어. 가자!"

<어디로 가는데?>

나호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다시 질문했다.

"아귀세상!"

<아귀세상?>

"응! 거긴 워프 게이트가 아니면 입장도 퇴장도 되지 않아. 그리고 나는 그 던전의 주인이지. 게이트의 위치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보이게도 보이지 않게도 할 수 있어."

<아! 던전을 감옥으로 이용하겠다는 거야?>

"그러려고. 지금부터."

<흐흐흐! 그거 좋은 생각이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관리구역에 둘 생각이지?>

"그래야지. 그냥 그 던전에 던져두면 죽으라는 것과 같으니까. 그 던전에서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하다 보면 반성이라는 것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

<관리구역에서 뭐라도 할 테니까 집사에게 마나도 들어올 거고. 그치?>

"그렇지. 매월 마나가 좀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놈들이 열심히 일하면 손해는 거의 없을 거야."

<대변혁 판 노예의 탄생이네. 흐흐흐! 미우라 놈도 이런데 잡아넣어도 좋겠다.>

"미우라는 현실에서 굴러야지. 관리구역처럼 안전한 곳에서 살게 할 수는 없지."

"안 가! 아니 못가!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 으악!"

반항을 하던 놈이 꼬물이의 뿌리에 등짝을 맞았다.

꼬물!

^까불고 있어!^

꼬물이가 뿌리 몇 개를 대기실 밖으로 꺼내더니 붕붕 휘둘렀다.

그 모습이 상당히 위협적이어서 그런지 모두들 얌전히 워프 게이트로 올라섰다.

'아귀세상으로 이동할게.'

시스템에게 심상으로 말했다.

[띠링! 아귀세상으로 가는 워프게이트 이용비용은 조금 비쌉니다.]

'아직 가격이 제대로 책정된 것은 아니잖아? 그런데 비싸다는 소리야?'

[아귀 세상까지의 거리를 고려한 것입니다.]

'아귀 세상은 극지의 바다에 있지?'

북극보다는 남극에 있는 것 같은 아귀세상이었다.

물론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던전의 위치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대변혁 이후에 알려준다고 했잖아?'

[기억나지 않습니다.]

시스템은 정말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때 도와달라고 하면서 대변혁 이후에는 아디에 있는지 알려준다고 했어. 알려줘도 정상적인 입장은 어차피 불가능할 것이라고도 했고. 이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너 또 우리가 알던 시스템이 아닌 거야?'

두 번이나 시스템에게 당하고 나니 이제 조금만 시스템이 이상하면 의심을 하게 되었다.

사실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시스템이 이런 것을 기억하지 못할 리는 없었다.

<설마 또?>

나호의 눈초리가 사납게 올라가려고 하는 순간 시스템의 답변이 돌아왔다.

[아! 기억났습니다. 약속을 드리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말씀드린 것처럼 위치를 안다고 해도 실익이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도 위치를 알고 싶으십니까?]

'알고 싶어. 내가 소유한 던전이니 당연히 알고 싶지 않겠어? 그러니 알려줘.'

[띠링!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이 던전은 이곳에 있습니다.]

시스템은 어렵게 말로 설명하지 않았다.

상태창에 지도를 띄우고는 아귀세상 던전이 있는 곳을 나타냈다.

예측했던 대로 아귀세상은 남극과 가까운 바다에 위치하고 있었다.

항상 얼어붙어 있을 것이 분명한 위치였다.

[띠링! 혹시 이곳에 간다고 해도 지하 3미터에 입구가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입장은 불가능합니다.]

'육지가 아니라 바다 속, 그것도 다시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고?'

[그렇습니다.]

'뭐. 좋아. 워프 게이트가 생겼을 테니 이동에는 문제가 없잖아.'

[그렇습니다. 단 이동 비용은 편도가 350마나이고 왕복은 600마나입니다.]

<헉! 600마나래. 엄청나다. 이놈들 마나가 부족한 놈들이 제법 있을 것 같은데?>

사실 화순에 올 때 24명 모두 비용이 지불돼서 살짝 놀랐었다.

모두 그만큼 열심히 마나를 모았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서 벌기만 하고 쓰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좋아! 왕복 비용으로 깎아주니 좋네. 저 놈들은 편도 비용으로 계산해줘. 물론 저놈들 비용은 내가 낼 생각 없어. 각자에게 받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다수가 마나가 부족합니다.]

'얼마나 부족한데?'

그렇게 말한 순간 생각지도 못한 것이 나타났다.

굴비 엮듯 묶인 놈들 머리 위로 부족한 마나가 나타난 것이었다.

<이거 재미있네. 그런데 이놈들 생각보다 마나를 많이 가지고 있었네.>

가장 마나가 많이 부족한 놈이 168마나였다.

만났을 때 최소 300마나 이상씩은 보유하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부족한 마나는 강대한 님께서 대납하시겠습니까?]

'내가 왜?'

[강대한 님께서 저들을 아귀세상으로 데리고 가려고 하시니 대납하셔야죠.]

'그럴 생각 없어. 너희가 외상으로 달고 알아서 받아.'

시스템에게 외상이라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도 없었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마나가 없으면 모른 척 하던 것이 시스템이었다.

외상이나 신용구매가 가능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저희는 외상제도가 없습니다.]

'그럼 대출 계약을 하든지. 참고로 떼일 염려는 없을 거야. 이놈들은 아귀세상에서 살게 될 테니까. 반성을 해야 나오겠지만 이런 놈들이 진정한 반성을 하겠어?'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시스템이 잠시 기다리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대출을 알아보려는 것 같았다.

"저희를 어디로 데리고···."

시스템과의 대화가 길어지자 한 남자가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꼬물이의 뿌리를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이내 시스템의 답변이 돌아왔다.

[띠링! 강대한 님께서 보증을 서주시면 대출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모자라는 금액에 한정한다면 보증을 해줄 수도 있어.'

뮤! 뮤! 뮤!

^집사! 보증 서려고 하는 거냐? 안 된다아아! 보증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언제 왔는지 도뮤가 보증이라는 말에 피를 토하듯 말했다.

'많지 않은 돈이야. 가장 많은 금액이 168마나야. 다 합쳐도 이천 마나도 되지 않아.'

뮤! 뮤! 뮤!

^연체되면 이자가 원금 넘어서는 거 순간이다. 시스템 이자는 공포 그 자체다. 안 갚을 수도 없다. 신중해라.^

'그래서 원금만 보증한다고 했어.'

뮤! 뮤! 뮤!

^그래도 신중해라.^

<도뮤 저 녀석 보증 경험도 있나? 도대체 경험해보지 않은 것이 뭐야?>

뮤! 뮤! 뮤!

^살다보면 별 일이 다 있는 법이다. 원하지 않는 경험도 하게 된다. 그래도 지금은 좋다. 멀쩡한 마을도 있고 새끼들도 잘 자라고. 뽀르르!^

새끼들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은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붕 떠올랐다.

그렇게 떠오르는 도뮤의 앞발에 도깨비 꽃 버섯이 하나 들려있었다.

'도깨비가 도깨비 꽃 버섯 들고 있으니 시선 강탈이네. 너무 귀여워. 저거 인형으로 만들어서 팔아도 잘 팔리겠다.'

<나라면 인형보다는 만화영화로 만들고 싶어. 도깨비 버섯밭을 무대로 하면 그림이 괜찮을 것 같지 않아?>

나호가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때 시스템의 음성이 다시 들렸다.

[띠링! 좋습니다. 모두와 계약이 끝났습니다.]

'순순히 계약을 체결했어? 저놈들이?'

[강대한 님처럼 꼬치꼬치 따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쉽게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무이자는 아니지?'

[저희는 원칙적으로 무이자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는 생애 첫 대출로 만기까지 무이자였잖아?'

[강대한 님은 특별 고객이시니 받으실 수 있는 혜택이었습니다. 아무에게나 그런 혜택이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저놈들 한동안 마나 벌기 어려울 텐데?'

[연체되면 저놈들만 고생하겠죠.]

'그렇긴 하지. 나는 원금만 보증한 거야. 이자는 나에게 청구하면 안 돼.'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특별 고객이신 강대한 님께 손해가 가게 하지는 않습니다.]

<똑바로 해야 해! 나중에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그럼 이동해도 되겠습니까?]

'이동해줘.'

번쩍하는 것과 동시에 아귀세상으로 이동했다.

던전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시스템의 말이 나를 붙잡아 세웠다.

[워프 게이트 주변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시스템이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이 던전은 미개방 던전 때도 엄청난 던전이었다.

아마 지금은 더 위험해졌을 것이 분명했다.

"꼬물아! 얘들 밧줄 풀어줘라. 이대로 나갔다가는 죽을 수도 있으니까."

"이, 이곳은 어디입니까? 공기가 이상한데? 설마 저희를 던전에 버리시려는 겁니까?"

사냥하기 좋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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