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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75화 (275/350)

275. 사냥하기 좋은 순간!

아귀세상은 대변혁 이후 아직 클리어하지 않은 상태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미개방 던전 때 시스템의 부탁으로 클리어를 한 후 대변혁 때까지 출입을 할 수 없도록 제한이 걸려 있었다.

그래서 지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지난번 시스템의 부탁을 들어주려다 두 달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좀 더 일찍 이곳에 왔을 것이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버려서 이제야 방문을 하게 되었다.

범죄인들을 데리고 말이다.

대변혁 이후 첫 방문이기 때문에 워프 게이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저 놈은 감각이 상당히 좋은 놈이야.>

나호가 가리킨 놈은 워프 게이트를 유심히 살피고 이었다.

뭐라도 정보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나쁜 일을 일삼는 놈이지만 동물적인 감각은 아주 뛰어난 놈이 아닐까 싶었다.

"여기는 클리어 되지 않은 던전이야. 이곳에서 죽고 사는 것은 너희 운명이겠지. 죽기 싫으면 잘 따라다녀. 죽어도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던전? 그럼 지금 저희는 평택도, 월평도 아니라는 말입니까?"

조금 전 던전에 자신들을 버릴 것이냐고 묻던 남자가 물었다.

남자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이것이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감각 능력치까지 개방한 것은 아닐 텐데 말이야.>

'가지고 있던 마나를 생각하면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최소가 300마나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었으니 어쩌면 상점을 개방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남자의 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던전을 나오려고 하는데 꼬물이에 의해 입이 막힌 여자가 알아먹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으읍! 으!!"

입이 막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여자가 원하는 것은 명확했다.

자신이 입을 막고 있는 밧줄을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꼬물이가 워낙 단단하게 묶어서 손이 자유로워졌는데도 풀지 못하고 있었다.

"프르르으···. 으으!"

여자는 나름 열심히 말을 하고 있었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되지도 않는 말을 하려다보니 침이 질질 흘렀지만 여자는 개의치 않고 풀어달라는 몸짓만 반복하고 있었다.

23명이나 되는 동료가 있었지만 누구도 여자를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

꼬물!

^칼로 끊지 않으면 끊어지지 않을 거야! 매듭도 찾을 수 없을 거고!^

꼬물이가 확신에 찬 듯 강하게 꾹꾹 눌러서 글씨를 썼다.

꼬물이는 이렇듯 글씨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당신은 그대로 있는 것이 모두를 도와주는 겁니다."

"으으! 으으으!"

여자가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자신의 몰골과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현실에 화가 났는지 거의 눈이 뒤집힌 상태였다.

이런 여자는 맞상대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여자의 손이 닿기 직전 살짝 옆으로 비켜주었다.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던 여자는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그대로 워프 게이트 밖으로 튕기듯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직후!

"크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어어어어! 사아아······."

프르라아···! 프아아아!

"입이 막아져 있었는데···."

비명소리를 듣고 가장 먼저 나온 말이었다.

손이 풀리고 난 후 여자가 얼마나 입에 물린 밧줄을 풀기 위해 애를 썼는지 알고 있었다.

그랬던 여자가 워프 게이트에서 튕겨나가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멀어져갔다.

워프 게이트 안에 정적이 찾아왔다.

조금 전 입을 열었던 사람마저 데굴데굴 눈동자를 굴리며 눈치만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시스템이 뜻하지 않는 메시지를 토해냈다.

[띠링! 지금 워프 게이트에서 나가시는 것이 가장 안전할 것 같습니다.]

<얼마나 위험하면 이런 말까지 해주는 거지? 이거 불안하다.>

나호가 불안을 드러냈지만 시스템이 이렇게 말한다면 지금 나가는 것이 맞았다.

<잠깐! 집사! 내가 먼저 나가볼게.>

나호는 내가 막을 새도 없이 워프 게이트를 벗어났다.

내게서 20미터를 벗어날 수는 나호는 이제 활동 범위가 제법 넓었다.

"주, 죽은 거겠죠?"

대장이 죽는 것을 보고도 감정의 동요가 크지 않던 놈들이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눈도 심하게 흔들리고 다리까지 떨고 있었다.

죽은 거냐고 묻는 남자를 옆의 여자가 꾹꾹 찔러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

어떻게든 내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집사! 지금은 나와도 되겠어.>

"나가겠습니다. 따라오는 것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있으면 죽게 될 것입니다."

딱 그 말만 하고 워프 게이트를 벗어났다.

워프 게이트를 벗어나자 이전에 봤던 아귀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긴 통로를 지나야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통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엄청나게 넓은 곳이었다.

그리고 주변에 기기묘묘하게 생긴 바위와 각양각색의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바다 속 같네."

산호초가 잘 발달한 바다에서 물만 쏙 빼버리면 딱 이런 모습일 것 같았다.

<잘 봤어. 저 식물들 움직여. 산호초처럼. 조심해야겠어. 이런 곳 은근히 위험하잖아.>

식물형 몬스터가 더 위험한 경우도 많아서 주의가 필요할 것 같았다.

"공략 대상은 아닌 것 같은데?"

<내 생각도 그래. 식물형 몬스터가 여자를 잡아간 것도 아닌 것 같고.>

워프 게이트 부근에 여자의 흔적은 아무 것도 없었다.

잡혀갔다는 소리인데 여자를 잡아갈 만큼 거대한 식물은 주변에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아직 이곳의 식물을 완전히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살려주십시오."

"여기는···."

워프 게이트에서 나온 사람들이 내 뒤에 바짝 붙어서며 말했다.

낯선 환경에서 공포심을 느낀 모양이었다.

꾸!

꾸루가 전령조를 던전에 내보냈다.

쫑!

쪼롱이도 사냥조를 사방으로 보냈다.

놈들은 전령조는 보지 못하고 사냥조만 보고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반반이를 불러내서 반반이의 등에 올라탔다.

"어어어! 저희는 어떻게···."

<웃기는 놈들이네. 집사를 보모로 생각하나?>

나호가 놈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놈들을 슬쩍 돌아보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뭔가를 더 해줄 생각은 없었다.

"반반아! 가자!"

산호초를 닮은 몬스터가 꿈틀거리며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무시했다.

전생의 경험에 의하면 이 정도의 식물형 몬스터는 무시해도 던전의 클리어에는 문제가 없었다.

괜스레 건들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되도록 식물형 몬스터는 건들지 말라고 하며 이동을 했다.

반반이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뒤에서는 난리가 났다.

놈들은 지금 달리고 있었다.

달려도 천천히 걷는 반반이의 걸음을 따라잡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멈춘다?

그것은 목숨을 내놓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새끼들! 그러니 곱게 살 것이지···. 집사! 친일 매국노 새끼들도 다 잡아다 여기에 둘까? 신종 노예! 어때?>

"저놈들은 나쁜 짓을 했으니 데려왔어. 아직 아무 짓도 하지도 않은 사람까지 잡아다 둘 수는 없어. 그럼 그놈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잖아."

<그런가? 그런 거 따지지 않고 다 잡아들이면 좋은데.>

"전생에 지은 죄를 지금 물을 수는 없잖아."

<왜 안 돼?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집사도 피를 토하는 심정이잖아? 안 그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 수는 없어. 전생과 전혀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윤석 같은 놈? 오윤석 그놈은 확실히 이번에는 다른 인생을 살겠지. 쥐새끼보다 못한 놈이지.>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분명 전생의 매국노들이 손을 내밀어 올 것이 분명했다.

선한 낯빛을 한 채···.

생각만 해도 욕지기가 치밀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앞쪽의 바위와 바닥의 움직임이 뭔가 이상했다.

"반반아! 속도 좀 줄여봐!"

<집사! 왜? 아무것도 없는데? 전령조와 사냥조도 아무 말 없었잖아.>

"저기! 단순히 식물형 몬스터가 아닌 것 같아!"

말과 동시에 돌멩이 하나를 힘껏 던졌다.

쉐에엥!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돌멩이가 바위에 거의 닿으려 하는 순간이었다.

타악!

돌멩이가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바위와 바닥 일부가 일어나며 앞으로 튕겨져 나왔던 것이다.

엄청난 크기였다.

쏟아지듯 튀어나온 몬스터가 거대한 입으로 뭔가를 토해냈다.

그 순간 재빨리 반반이를 대기실로 들여보냈다.

반반이가 덩치에 비해 민첩하기는 했지만 이런 지형에서의 전투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지금 나타난 몬스터는 하늘을 날 수도 있었다.

나는 것뿐만 아니라 입으로 온갖 것을 토해내고 많은 다리를 이용해서 잡히는 대로 던지기 때문에 대기실로 피하는 것이 좋았다.

반반이를 타고 있는 상태에서 대기실로 반반이를 보냈기 때문에 졸지에 5미터 높이에서 뛰어내려야했다.

하지만 높은 민첩 덕분에 5미터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프아아아아!

갑자기 목표로 했던 거대한 몬야크가 사라져버리자 당황하며 사방으로 다리를 뻗는 몬스터!

<씨이이! 이 던전은 이상해. 밸런스 파괴도 적당해야지. 지금 시기에 저런 몬스터를 내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마나도 벌고 좋지 뭐!"

<마나도 벌고 좋아? 저 몬스터면 집사도 조심해야 해. 전령조와 사냥조도 발견하지 못했잖아.>

"처음이어서 그래!"

바위 밑으로 날쌔게 피한 후 놈을 살폈다.

"으아아악! 뭐! 뭐야 씨발!"

"이런 씨발 정말로 우리를 죽이려고 데리고 온 것 같은데?"

"야! 조용히 해! 새끼들아! 니들 때문에 나까지 죽겠다."

감각이 좋아 보이던 놈이 다른 놈들을 조용히 시키더니 바위 밑으로 몸을 숨겼다.

나를 보고 따라하는 것이었다.

생존본능이 아주 뛰어난 놈이었다.

<집사! 어떻게 할 거야?>

"뭘?"

<저놈은 혼자 잡기 어렵잖아.>

"잡을 수 있어."

<어떻게?>

나호가 질문을 하다가 소환수들을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할 수도 있겠다. 고생스럽기는 하겠지만···.>

나호의 말을 들으며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낼 때였다.

"아아아악! 으아악!"

바위 밑에 숨어있던 한 놈이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왔다.

놈은 비리발광을 하며 자신의 목 뒤를 훑어 내리며 목에 붙은 것을 떼어내려고 했다.

<산호초가 맛을 봤나보네. 조심해야 하는데···. 쯧쯧!>

훤하게 목이 드러난 옷을 입었던 것이 문제였다.

분명 워프 게이트에서 봤을 때까지만 해도 목도리까지 하고 있던 놈이었다.

그런데 반반이를 쫓아 달려오다 잃어버린 것 같았다.

덥다고 풀어놨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으아악! 살려! 살려줘어!"

<미친!>

목에 붙은 산호초는 본체에서 떨어진 상태였다.

지금 목에 붙어 있는 것은 5센티미터 정도 되는 작은 대롱모양의 산호초였다.

목에 빨판을 이용해서 딱 붙어서 공포감을 자아내지만 침착하게 떼어내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소리를 지르며 '거대 몬날 문어'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야이! 조용히 해!"

보다 못한 동료들이 조용히 시키려고 했지만 남자는 반쯤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낯선 환경과 거대 몬날 문어를 보고 쌓인 공포와 불안이 목에 작은 산호초가 붙은 순간 폭발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처참한 결과로 이어졌다.

프아아아! 프아아!

입으로 온갖 것을 뱉어나며 다가온 거대 몬날 문어가 남자를 낚아챈 것이었다.

"으아아악! 사, 살려줘어어어! 으억!"

처음엔 소리를 지르던 남자가 자신을 붙잡은 거대 몬날 문어의 다리가 높이 들리자 축 늘어져버렸다.

기절을 한 것이었다.

그 순간!

퍼어어어어억!

높이 들린 거대 몬날 문어의 다리가 그대로 바닥을 때렸다.

결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뻔한 것이었다.

이제는 스물두 명으로 준 범죄자들이 입을 막으며 바위 아래로 어떻게든 몸을 더 밀어 넣으려고 몸부림을 하고 있었다.

몇몇은 당장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드득! 아득! 아드득!

듣기 싫은 소리를 낸 거대 몬날 문어가 뒤로 물러났다.

잔뜩 늘어났던 고무줄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처럼 순식간의 일이었다.

제자리로 돌아간 거대 몬날 문어는 이내 주위의 바위와 하나가 되었다.

"헉!"

"우리 다 죽는 거 아니야? 여기에 저 놈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닐 것 같은데···?"

범죄자 놈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바위와 동화된 듯 자리를 잡은 거대 몬날 문어가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감았다.

거대 몬날 문어를 사냥하기 딱 좋은 순간이 되었다.

아무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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