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76화 (276/350)

276.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거대 몬날 문어는 눈을 감고 있었다.

물론 감각까지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닐 것이었다.

거대 몬날 문어의 감각은 어지간한 헌터의 그것보다 나았다.

인벤토리에서 꺼낸 창은 아수라와 아수리가 특별히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이었다.

이런 거대 몬스터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인데 창날에 황금을 입힌 것이었다.

<집사! 나도!>

"그래!"

창을 확인하는 것을 본 나호가 말했다.

자신도 무기를 들겠다는 말이었다.

알았다는 말을 하며 꼬물이를 쳐다보았다.

꼬물이가 나호가 들 창을 대기실 입구에 두었다.

창을 확인하고는 다시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바위 밑에서 나왔다.

적당히 떨어진 곳에 있던 놈들이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따라와야 하는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모양이었다.

뒤로 손을 돌려 그 자리에 있으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는 앞으로 조심해서 접근했다.

조심해서 접근을 했지만 속도는 결코 느리지 않았다.

거대 몬날 문어와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정도 크기와 등급의 몬스터는 전생에는 대변혁 이후 10년은 지나고 상대를 했던 것 같다.

그것도 혼자 상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놈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서움이나 공포감에서 비롯한 두근거림이 아니었다.

기대감에서 오는 기분 좋은 흥분감이 전신의 감각을 끌어올렸다.

10미터!

8미터!

5미터!

그리고 거대 몬날 문어와의 거리가 3미터가 되었을 때!

번쩍!

눈을 감고 있던 거대 몬날 문어가 눈을 떴다.

동시에 튀어 나오듯이 앞으로 쏟아져 나오는 거대 몬날 문어였다.

바위와 동일한 색깔이었던 몸이 이내 전혀 다른 색으로 빛났다.

거대 몬날 문어의 몸은 적당한 색을 찾는 것처럼 계속해서 색을 달리했다.

색의 변화가 너무 빨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실제로 이 몬스터는 이런 식으로 먹잇감의 혼을 빼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내가 당할 리가 없었다.

쏟아져 나오는 듯이 나오며 동시에 색을 변하고 있는 놈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접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인벤토리에 넣어둔 창을 잡고 창의 방향을 앞으로 한 후 안정적인 자세를 잡을 뿐이었다.

아무런 무기를 들지 않은 것을 보고 안심하고 쏟아지듯 다가서던 거대 몬날 문어가 무기를 보고 멈추려고 했지만 그때는 이미 몸통에 창끝에 닿은 이후였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나도 있거든! 우리는 하나가 아니라고!>

황금을 입힌 창이 거대 몬날 문어의 몸통에 박힌 순간 허공답보를 하던 나호가 실체를 가졌다.

그리고 대기실 입구에 놓인 창을 잡고는 그대로 뛰어내렸다.

나호가 뛰어내린 곳은 거대 몬날 문어의 머리였다.

자신의 몸무게와 위치 에네지를 이용해서 창을 박아 넣은 것이었다.

나호가 끝이 아니었다.

나호와 내 창이 박히는 것과 거의 동시에 수십 아니 백 개가 넘는 검이 거대 몬날 문어의 몸에 박혔다.

프아아아아아! 프아아아! 프아아아아아!

거대 몬날 문어가 고통에 찬 비명을 토해냈다.

비명과 함께 온갖 물건이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는 사람의 뼈로 보이는 것도 보였다.

거대 몬날 문어는 비명만 토해내지는 않았다.

비명과 함께 몸을 비틀며 다리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미 다리는 멀쩡하지 않았다.

소환식물들의 검에 의해 자잘한 상처가 백여 개나 난 상태였다.

하지만 거대 몬날 문어는 그 정도에 전의(戰意)를 잃지는 않았다.

나와 나호가 찌른 창도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의 공격으로 거대 몬날 문어가 죽는다면 밸런스 파괴라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프아아아아아! 프아아아! 프아아아아아!

거대 몬날 문어가 고통에 찬 비명을 다시 한 번 토해내더니 온몸에 우유빛깔 액체가 솟아났다.

그러더니 이내 온몸에 펴지듯 발라졌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거대 몬날 문어가 치료되고 있었다.

거대 몬날 문어는 재생력이 뛰어났다.

그래서 이 몬스터를 처리하는데 늘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잡기만하면 엄청난 마나와 전리품을 얻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재생이 되고 있는 도중에라도 거대 몬날 문어는 가만있지 않았다.

붕붕거리던 꼬물이의 뿌리는 양반이었다.

후웅! 후우웅!

다리가 지나칠 때마다 살벌한 소리가 났다.

다리에 달린 빨판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도 공포감을 더했다.

처음 접하는 사람은 기겁할 모습이었지만 전생에 여러 번 접해본 나는 가볍게 거대 몬날 문어의 다리를 피해냈다.

<약점은 알면 뭐든 편하지!>

천하무적으로 보이는 거대 몬날 문어에게도 약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약점을 이용하면 거대 몬날 문어의 다리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물론 또 다른 위험이 있지만 말이다.

창을 찌르자마자 거대 몬날 문어의 다리가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하지만 옆이나 뒤로 피하지 않고 거대 몬날 문어의 머리통으로 더 붙어 섰다.

이때 위치를 잘 선정해야 했다.

위치 선정이 잘못되면 거대 몬날 문어가 빨아들이는 힘에 그대로 빨려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파아아아악!

화가 많이 났는지 거대 몬날 문어의 다리가 그대로 제 몸통을 때렸다.

나와 나호를 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거대 몬날 문어는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거대 몬날 문어의 눈 옆에 바짝 붙어서면 거대한 다리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이곳만이 아니었다.

흔히 머리라고 불리는 부위와 몸통의 사이에 숨어도 다리 공격은 피할 수 있었다.

지금 나는 눈 옆으로 붙어 섰다.

붙어선 것만이 아니었다.

푸우우욱!

조금 전 찔러 넣은 창이 아니었다.

창을 뽑아내려고 하면 죽임을 당할 수 있었다.

인벤토리에 있는 다른 창을 꺼내 눈을 찌른 것이었다.

창을 찌르고는 다시 영체 상태로 돌아갔던 나호도 다시 20미터 위에서 떨어져 내리며 머리통에 창을 찔렀다.

그 순간 소환식물들도 공격을 감행했다.

재생이 시작되었지만 계속해서 공격을 하면 그만이었다.

프아아아아아! 프아아아! 프아아아아아!

거대 몬날 문어가 몸부림을 하며 다리로 온갖 것을 잡아서 던지기 시작했다.

몸통과 머리, 다리에 고통 때문인지 제 몸까지 공격을 하는 거대 몬날 문어였다.

<파괴력이 어마어마하네.>

어느새 영체 상태로 돌아간 나호가 거대 몬날 문어의 다리에 부서지는 바위들를 보며 하는 말이었다.

쫑!

그때 쪼롱이가 거대 몬날 문어를 향해 돌진했다.

돌진하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거대 몬날 문어와 가까워질수록 속도를 더 높였다.

그러더니 콰아아악!

쪼롱이의 발톱이 거대 몬날 문어의 눈에 박혔다.

대기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출발했다면 분명 문어의 다리가 쪼롱이를 쳐냈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실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거대 몬날 문어는 대비하지 못했고 뒤늦게 눈을 감아보았지만 쪼롱이의 발톱이 깊이 박힌 다음이었다.

프아아아아아! 프아아아! 프아아아아아!

거대 몬날 문어의 몸부림이 한결 심해졌다.

이제부터 정말 조심해야 했다.

거대 몬날 문어의 생명력은 전생에도 유명했었다.

다 죽였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꿈틀거리며 살아나는 것이 거대 몬날 문어였다.

그러니 죽었다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잠시도 한 눈을 팔지 않아야 했다.

눈에 창이 박히고 그것도 모자라서 쪼롱이의 발톱까지 박히자 다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졌다.

휘이잉 휘이잉 소리를 내며 휘두르던 것이 휭! 휭! 움직였다.

속도가 두세 배는 빨라진 것이었다.

그 바람에 조금 더 정신이 없었지만 이것은 우리에게 기회가 되었다.

거대 몬날 문어의 다리가 자신의 눈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쪼롱이를 쳐내기 위해서였다.

쪼롱이의 발톱이 눈을 쥐어뜯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대 몬날 문어의 다리가 거의 눈에 닿는 순간 쪼롱이는 소환해제가 되면서 대기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쪼롱이가 있던 자리에는 단검이 놓였다.

하지만 이를 알 리 없는 거대 몬날 문어의 다리는 단검을 찍어 누르듯이 쳐냈다.

단순히 쳐내기만 하면 쪼롱이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쪼롱이 대신 단검이 놓인 후였다.

다리가 거의 다가왔을 때 뒤바뀌었기 때문에 문어 다리는 멈출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거대 몬날 문어에게 고통이 되었다.

프아아아아아! 프아아아! 프아아아아아!

거대 몬날 문어가 화가 나는지 머리를 바닥에 들이받았다.

쿠우웅! 철퍼덕!

그렇게 하면 내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지만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한 번 잡은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었다.

거대 몬날 문어가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거의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시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내서 깊게 찔러 넣었다.

방어력이 많이 약화되어서 이번에는 날카롭게 손질한 죽창을 이용했다.

처음 거대 몬날 문어의 몸에 죽창이 닿았을 때는 죽창을 튕겨내는 것 같았지만 강하게 힘을 쓰자 쑤욱 들어갔다.

그동안의 공격으로 그만큼 방어력이 약화되었다는 뜻이었다.

이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그리고 나호도 죽창을 박아 넣기 시작했다.

2미터이상의 죽창을 완전히 박아 넣었지만 죽창이 뒤로 밀려나오지 않았다.

거대 몬날 문어의 덩치가 그만큼 큰 것이었다.

박히는 죽창의 수가 늘어날수록 거대 몬날 문어의 움직임이 둔화되었다.

물론 간간이 마지막 힘을 짜내듯 강하게 몸부림을 했지만 이제 그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힘이 빠진 다리를 소환 식물들이 잡았기 때문이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거대 몬날 문어가 완전히 제압되었다.

<마무리해야지?>

"해야지."

대답과 함께 날카롭게 벼려진 창으로 거대 몬날 문어의 몸통과 머리를 분리했다.

그리고 지체하지 않고 바로 도축을 했다.

<나왔어?>

나호가 묻는 것은 거대 몬날 문어를 잡으면 극악의 확률로 나오는 '재생약'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 재생약은 연고인데 거대 몬날 문어의 재생력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이 약은 외상에 특히 효과가 좋았다.

일설에 의하면 절단된 순간 이 연고를 바르고 붙이면 팔 다리도 붙는다고 하는데 직접 본 적은 없었다.

워낙 확률이 낮아서 재생약을 얻는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초심자의 행운이 작용한 것인지 인벤토리로 재생약 한 통이 들어와 있었다.

<와우! 한 마리에 한 통이면 백 프로네! 집사! 이런 행운이 계속 되지는 않겠지?>

"기대하면 안 되지. 오늘 행운은 이것으로 다 사용했다고 봐야지."

꼬물!

^뭐에요?^

"재생연고야! 자! 한 번 봐!"

재생연고를 꼬물이에게 건넸다.

꼬물이가 재생연고를 보더니 꼬마에게 건넸다.

"너희 발라도 돼."

지난번 다친 곳은 다 나았지만 뿌리와 줄기를 많이 사용하다보니 자잘하게 상처 입을 때가 많았다.

꼬물!

^우리는 괜찮아요. 이제 우리 전용 치료수 있잖아요. 헤헤!^

꼬물이가 치료수 물통을 통통 두드리면서 말했다.

치료수 물통 가득 소환수들의 치료수가 담겨있었다.

쫑!

^고기! 고기! 말랑 고기! 먹고 싶어요.^

거대 몬날 문어의 몸이 유연해서 말랑 고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바로 대기실로 옮겨줄게."

인벤토리로 들어온 고기의 양이 너무 많아서 어차피 대기실로 옮겨야 했다.

거대 몬날 문어의 고기는 소환수들도 좋아할 것이 분명했다.

쫑?

"먹어도 돼. 마음껏 먹어."

덩치가 커서 고기의 양도 상상을 초월했다.

거대 몬날 문어의 고기를 대기실로 옮기자 바로 사냥조들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단 몇 분도 지나지 않아서 거대 몬날 문어의 고기는 단 한 점도 남지 않았다.

<정말 놀라운 먹성이다.>

"겨우 한 마리를 가지고 무슨. 아마 앞으로 열 마리도 더 먹을 걸."

<설마?>

쫑!

쪼롱이가 우아하게 날개를 손질하며 먹을 수 있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저 작은 몸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음식이 들어가는 거지?>

"그만큼 빠르고 많이 움직이잖아."

쫑!

쪼롱이가 마지막으로 머리깃까지 손질을 하더니 대기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내 왼쪽 어깨에 내려앉았다.

"잡은 거야?"

"엄청나다. 그런데 저 뿌리들은 뭐지?"

"하얀 고양이도 본 것 같은데?"

"흰 고양이를 봤다고?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범죄자들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처리할 수 없을 것 같은 거대 몬날 문어를 처리하자 희망이 샘솟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이 던전에 얼마나 많은 거대 몬날 문어가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마지막 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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