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77화 (277/350)

277. 마지막 안식

거대 몬날 문어를 혼자 사냥했다고 하면 믿을까?

모두가 거짓이라고 할 것이다.

재생력에 많은 다리!

거기다 끊임없이 토해내는 입!

전생에는 50명 이상의 헌터가 달라붙어도 잡을까 말까 하던 것이었다.

이렇게 잡는다고 해도 문제가 많았다.

워낙 거대해서 던전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것도 큰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거대 몬날 문어의 사냥에는 전문 해체업자를 데리고 다녔다.

다른 몬스터와 달리 거대 몬날 문어의 생명력은 워낙 강해서 도축을 한 후 해체해야 했지만 전문으로 해체를 하는 사람을 데리고 다니면 여러모로 이로웠다.

아무튼 한 마리만 잡아도 4트럭 몇 대분의 고기가 나오는데 그것을 사냥조들은 몇 분도 되지 않아서 다 먹어치웠다.

쫑!

거대 몬날 문어를 먹고 나온 쪼롱이가 입맛을 다셨다.

<저렇게 먹고도 부족한 걸까?>

나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순간 쪼롱이가 사냥조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냥조의 눈빛이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고기 맛을 제대로 본 맹수의 그것이었다.

먹던 고기를 빼앗겼을 때 딱 저런 눈빛이 나올 것 같았다.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눈을 한 채 사냥조들이 대기실을 나오더니 사방으로 흩어졌다.

"우리도 가자!"

반반이를 불러내서 걸음을 옮기려하자 바위 밑에 숨어있던 범죄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반반이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우리에게서 떨어지면 죽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이었다.

꼬물!

^지렸다! 다섯 명···.^

<다섯 명이나 지렸다고?>

꼬물!

^다섯 명 빼고 다 지렸다.^

다섯 명 빼고 다 지렸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따라오는 사람들 바지가 하나같이 유난히 무거워보였다.

어느 한 편으로 안쓰럽기도 했지만 뭔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 던전이 추운 곳도 아니니 저체온증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길 일도 없었다.

꾸!

전령조들이 확인을 끝낸 모양이었다.

던전의 크기는 미개방 던전 때 확인했던 것처럼 엄청나게 넓었다.

또한 같은 크기의 두 개의 원이 맞닿은 형태였다.

두 원이 맞닿은 곳은 매우 좁았는데 우리가 있는 곳은 첫 번째 원의 중간 지점이었다.

지형은 전령조의 정찰이 아니라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령조가 정찰을 하고 오면 지형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파악이 가능했다.

그리고 특별히 정찰을 맡긴 것은 이 던전에 있을 치료수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번에는 두 번째 구역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바꿨을지 모를 일이었다.

<지난번과 비슷한 위치에 있네. 그런데 저기에 있는 문어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꾸루가 전해준 정보에는 치료수가 흐르는 계곡에 터를 잡고 사는 거대 몬날 문어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재생력이 뛰어난 거대 몬날 문어인데 치료수가 흐르는 곳에 산다?

험난한 전투가 예상되었다.

아무튼 꾸루가 전해준 정보를 확인한 순간 쪼롱이가 급하게 날아왔다.

쫑! 쫑!

^먹이! 아니 문어 나왔어요. 숨바꼭질 하고 있지만 찾아냈어요.^

<파하하! 본능보다 강한 것은 드물지. 암!>

쪼롱이가 말한 곳으로 이동하면서 던전지도를 확인했다.

몬스터의 수는 셋!

모두 문어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문어라면 상당히 심각했다.

그래서 바로 꾸루를 쪼롱이가 말한 곳으로 보냈다.

그래서 확인한 곳에는 바위와 산호초로 위장한 거대 몬날 문어 세 마리가 있었다.

<세 마리는 무리일 것 같은데?>

"그래도 해봐야지. 나중이라면 모르지만 지금은 이곳에 누군가를 데리고 올 생각이 없으니 어차피 혼자 처리해야 해."

<혼자 처리해야 하는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산성액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싶은데?"

<산성액? 입에 넣지만 않으면 괜찮지.>

거대 몬날 문어는 입에 삼킨 것은 무엇이든 적에게 뱉어낸다.

실수로라도 산생액을 삼키고 뱉어내면 역으로 당할 수도 있었다.

"조심해야지. 이번 일은 도뮤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꼬물!

^제가 도뮤 불러올게요.^

꼬물이의 뿌리 하나가 황금 던전으로 들어가서 도뮤를 불렀는지 도뮤는 금세 대기실 입구로 나왔다.

뮤! 뮤! 뮤!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왔다. 문어 대가리라고? 어떤 문어든 자신 있다! 말만 해라!^

도뮤가 제 가슴을 팡팡 두드리며 말했다.

황금 던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약간 흥분해 있는 도뮤를 진정시키고 작전을 설명했다.

던전 도깨비들은 나와 던전도깨비들이 허락하는 존재가 아니면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작전을 수행하는데 최적이었다.

현재 남은 산성 용액은 598개!

한 마리당 열 병 정도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

먼저 도뮤와 던전 도깨비들이 산성 용액이 담긴 병을 들고 거대 몬날 문어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거대 몬날 문어는 도깨비들의 접근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거대 몬날 문어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은 던전 도깨비만이 아니었다.

소환식물들도 땅속으로 뿌리를 뻗어가고 있었다.

현재 나와 거대 몬날 문어와의 거리는 10미터!

바위 뒤에서 몸을 숨기고 있지만 언제든 들킬 수 있는 거리였다.

거대 몬날 문어는 예민한 녀석들이었다.

지금도 나의 존재를 이미 인지했을 것이 가능성이 높았다.

잡아먹기 좋게 조금 더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찌이이익! 찌이익! 찌익!

삼십 여 마리가 도뮤의 신호를 받고 한꺼번에 산성 용액이 든 병을 떨어뜨렸다.

찌이이익! 찌익!

프아아아아아! 프아아아! 프아아아아아!

무방비 상태에서 산성 용액의 공격을 받은 거대 몬날 문어가 용수철처럼 튀어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거대 몬날 문어는 그 뜻을 이룰 수 없었다.

도뮤와 신호를 주고받은 소환식물들이 몬날 문어의 다리를 옭아맸기 때문이었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다리를 옭아맨 소환식물들이 그대로 다리를 공격했다.

다리가 고정 되었지만 탄력성 좋은 피부가 상당량 튀어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 앞에는 소환식물들의 검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성 용액을 던진 던전 도깨비들은 바로 대기실로 복귀했다.

그리고 바로 가늘고 긴 침을 가지고 대기실을 나갔다.

<주사 같네. 주사라면 질색을 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어른도 주사는 좋아하지 않아."

<소환 식물과 던전 도깨비만으로 잘하면 끝나겠는데?>

"그럼 좋지."

프아아아아아! 프아아아! 프아아아아아!

세 마리의 몬날 문어가 분출을 시작했다.

그런데 몬날 문어가 토해내는 것이 내 쪽으로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서 분출이 되어버렸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동료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프아아아아아! 프아아아!

"모욕이라고 느끼나? 왜 저래?"

<집사! 이거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겠는데?>

어부지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상대의 입에서 뱉어진 것이 자신에게 닿는 순간 거대 몬날 문어는 자신을 공격한 인간이나 소환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옆의 문어를 공격했다.

서로를 공격하려 하자 소환식물들이 재빨리 다리를 풀어주었다.

그 순간 세 마리의 거대 몬날 문어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엄청나네.>

세 마리의 거대 몬날 문어는 지금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투는 누군가 죽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대로 지켜보다 한 마리가 우세해질 것 같으면 그 놈에게만 산성액을 던져!"

꼬물!

^승자가 나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죠?^

"그렇지. 최대한 세 마리 모두의 힘을 빼야지."

꼬물!

^알겠어요!^

꼬물이가 도뮤에게 산성액을 건네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인벤토리에서 알아서 물건을 가지고 갈 수 있으니 은근히 편했다.

딱 세 병의 산성액이 더 던져지고 난 후 세 마리의 거대 몬날 문어는 바닥에 누웠다.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얼마나 치열한 전투를 했는지 재생력을 사용하지도 못했다.

이런 상태의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너희가 다 했으니까 마무리까지 해 봐!"

꼬물!

^좋아요!^

소환 식물들이 검을 이용해서 거대 몬날 문어의 몸통과 머리를 분리했다.

꼬물!

"도축할게."

머리가 분리된 것을 확인 한 순간 바로 도축했다.

도축한 고기는 미리 대기실로 들어가게 해두었더니 고기는 모두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축하합니다. '몬스터의 마나통' 'B4' 한 개!, 'B5' 한 개!, 'B6' 한 개가 수거 되었습니다.]

<와우! B등급 몬나통이다! 엄청나다! B등급 몬나통을 얻다니···. 이거 꿈이야? 생시야? 이거 얼마에 팔 수 있을까?>

"팔 생각 없어.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어야지. 더 얻게 되면 부모님과 큰아버지께도 드리고."

<좋아하시기는 하겠다. B등급 정도면 부르는 게 값인데···..>

몬스터를 사냥하다보면 종종 '몬스터의 마나홀'이나 '몬스터의 마나통'이 나온다.

몬스터의 마나홀은 인간의 마나홀 성장에 도움이 되고, 몬스터의 마나통은 휴대용 마나 저장장치로 사용된다.

F10부터 EX1까지 총 100단계로 나뉘는데 등급이 올라갈수록 효과가 좋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미개방 던전일 때는 꿈에 떡 얻어먹는 것보다 더 얻기 어려웠고 대변혁 이후에는 종종 얻었지만 모두 F급이나 E급이어서 그러려니 했다.

지난번에 시스템을 도우며 처리한 거대 지네에게서 혹시 몬홀이나 몬나통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그 몬스터에게서는 그런 것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D급 몇 개 있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B급 몬나통을 얻으니 어떨떨 했다.

하지만 전생에 비해서는 무감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것을 전생에 얻었다면 아마 방방 뛰었을 것이다.

휴대용 마나 저장 장치는 돈이 있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몬나통은 각성자에게도 필요하지만 각성하지 못한 사람에게 더 필요한 물건이었다.

각성자야 언제든 사냥을 통해 마나를 얻으면 되지만 각성예외자는 아니었다.

마나통의 크기보다 더 작은 마나를 가지고 있으면 그렇지 않아도 느끼는 통증이 더 심해졌다.

그래서 몬나통을 통해 마나를 보충할 수 있도록 가지고 다니는 것이었다.

물론 각성자에게도 몬나통은 유용했다.

전투 중 급격에게 줄어든 마나를 일시에 보충하기에는 몬나통보다 좋은 것은 없었던 것이다.

<마나는 얼마나 들어왔어? B급이면 1만 이상이잖아.>

"세 마리 합쳐서 15만 들어왔어."

<와우! 이제야 길이 보이네. 이대로 가면 2천만 마나도 금방 갚겠다.>

"그래야지."

이번에는 재생연고는 나오지 않았다.

원래 재생연고는 극악의 확률로 나오기 때문에 나오지 않았어도 실망이 되지는 않았다.

꼬물!

^정확하게 몬스터를 잡으면 마나가 얼마씩 들어오는 거예요? F급은 1에서 10마나 정도 들어오는 것 같던데.^

전생을 살아본 나호나 나는 확실하게 알고 있지만 다른 소환수들은 아니었다.

그래서 한 번 확실히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막 설명을 하려는데 나호가 조금 빨랐다.

<같은 등급이라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은 알지?>

꼬물!

^알고 있어요. 같은 등급의 몬스터를 잡아도 누가, 언제, 어떻게 잡았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맞아. 그렇게 달라져. 그래서 지금 말하는 것은 평균치야.>

꼬물!

^평균! 이해했어요!^

E급은 10마나에서 100마나,

D급은 100마나에서 1000마나,

C급은 1000마나에서 10,000마나,

B급은 10,000마나에서 100,000마나,

A급은 100,000마나에서 1,000,000마나가 들어오지.>

꼬물!

^A급 어서 나오면 좋겠다. 부자 되게.^

꼬물이가 뿌리로 각종 화폐 단위를 만들어서 흔들었다.

은근히 돈을 좋아하는 꼬물이었다.

자신의 냄새를 치료할 수 있었던 것이 마나에 구애받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이었다.

<저 정도가 B급이야. A급은 정말 쉽지 않아.>

꼬물!

^그러면 나타나지 마라!^

꼬물이가 마술을 부리는 듯한 동작을 하며 말을 했지만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면 A급 몬스터를 만날 것 같았다.

<집사! 저 놈들 슬슬 여유를 부리기 시작하는데? 집사가 거대 몬날 문어를 다 처리하니까 안심이 되나봐.>

우리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는 놈들의 표정이 확실히 한결 편안해 보였다.

"북풍전야라는 것을 모르는 거지. 누릴 수 있을 때 누리라고 놔둬. 지금 누리는 평화가 마지막 안식이 될 테니까."

A급 마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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