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79화 (279/350)

279. 인간방패

[띠링! '최초로 A급 몬스터를 사냥한 각성자'가 되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상태이상 저항'이 5% 상승합니다.]

<이거 상시적으로 올려주는 거겠지?>

"특별한 말이 없으니 상시적이라고 봐야지."

<상태이상 저항은 정말 올리기 어려운데 잘 됐다.>

상태이상 저항은 이번에 5%가 올라서 현재 10%가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이었다.

어떤 상태이상인지 특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상태이상에 대해 저항력이 10% 강화되었기 때문이었다.

"잘 됐네. 가자!"

다시 전진할 때였다.

<저것들 조용해졌네.>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는 범죄자들은 현재 바위틈에 숨어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A급 거대 몬날 문어를 보는 순간부터 저 상태였다.

위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보자마자 지린 사람도 적지 않았다.

저 중에는 각성자도 여럿 있는 것 같았지만 각성했다고 해서 A급 몬스터가 주는 압박감을 견디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꼬물!

^새끼들 죽인 벌을 받은 거죠 뭐! 공격도 하지 않은 새끼를 왜 죽여서는···.^

꼬물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음표를 그려보였다.

A급 거대 몬날 문어는 전투 중 범죄자, 그 중에서도 새끼를 죽인 사람들을 몇 번이나 위협했다.

우리가 놈을 공략하고 있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은 절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힘겹게 살아남았다고 해서 인성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거리를 벌리라는 말은 죽으라고 듣지 않았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어서 다시 말하지는 않았지만 참···.

생존본능이 그만큼 강하다고 봐야하는 것인지···.

어쨌든 우리는 다시 던전의 안쪽을 향해 출발했다.

이제 이 던전에 남아 있는 몬스터의 수는 여섯 마리 밖에 되지 않았다.

두 번째 구간에는 새끼들을 빼고는 총 일곱 마리의 거대 몬날 문어만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던전에서 힘든 것 중의 하나는 던전이 워낙 넓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구간에서 총 서른 마리의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도 5일이나 걸렸다.

전투 자체에 걸리는 시간은 많지 않은데 이동하는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던전 지도가 없었으면 몇 배의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몬스터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았다.

그런데 벌써부터 뒤에서 죽는 소리가 났다.

이 던전에 들어오고 나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계속 걸어야했기 때문이었다.

<하나도 불쌍하지가 않아. 어쩜 저렇게 사람이 바뀌지 않을까. 만났을 때부터 참 한결 같다.>

5일이라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나름 정(情)이 들 수도 있는 시간이었지만 저들이 보인 행동 때문에 정이 드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가지고 있던 인간에 대한 존중마저 잊게 만들고 있었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본인들은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거 알잖아. 그나저나 자고 가야 할 것 같은데?"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거대 몬날 문어도 반나절은 족히 걸어야할 것 같았다.

지금 있는 곳이 야영하기 그나마 나은 곳이었다.

반반이가 걸음을 멈추었다.

반반이의 등에서 뛰어내린 후 반반이를 대기실로 들여보냈다.

이슬이라도 피하기 위해서는 바위 밑에서 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적당한 바위를 찾고 있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자는 겁니까?"

그때 감각이 좋은 남자가 다가와서 물었다.

이 던전에 들어온 다음날부터 나와 범죄자들의 소통을 전담하고 있는 남자였다.

자발적으로 나서서 소통을 책임지고 있는데 나와 가까워지는 것이 목숨을 부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쫑!

쪼롱이가 더 이상의 접근을 막았다.

남자는 쪼롱이의 눈치를 보더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이곳에서 자고 간다는 말을 동료들에게 했다.

자고 간다는 말을 들은 범죄자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잘만한 바위틈을 확보하고는 먹을 만한 것이 있는지 살폈다.

밤이 되도 기온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내가 먼저 잡았어! 놔!"

"이거 안 보이냐? 내가 먼저 잡은 거야!"

"이럴 거야?"

"억!"

"다시 한 번만 까불면 죽을 줄 알아!"

이들은 틈만 있으면 싸웠다.

지금은 먹을 것을 가지고 다투다 힘이 센 놈이 차지한 것 같았다.

끊임없이 싸우고 있지만 목소리는 최대한 낮춘 상태였다.

적당히 떨어져 있으니 내가 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전혀 관여를 하지 않으니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솔직히 참견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범죄자 놈들은 던전에서 먹을 만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무엇이든 집어먹었다.

배가 고프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놈들이 배가 고파서 아무것이나 집어먹든 말든 나는 대기실에 보관하고 있던 음식을 꺼내 먹었다.

보관당시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음식은 식욕을 돋우기 충분한 것이었다.

<침을 흘리기는···. 니들이 아무리 침을 흘려도 너희 것은 없어. 이 던전에 그래도 집어 먹을 것이라도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기라고!>

범죄자들이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목소리를 높이는 나호였다.

지금 범죄자들의 눈은 벌건 상태였다.

뭐라도 주워 먹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쪼롱이가 먹고 있는 거대 몬날 문어 고기에까지 눈독을 들이는 놈이 있었다.

저러다 눈이 파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맛있어?"

쫑!

"많이 먹어! 또 잡으면 되니까."

대기실 한 쪽에는 거대 몬날 문어의 고기가 가득했다.

그 중 다리 하나만 범죄자들에게 던져줘도 스물두 명이 먹고도 남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쪼롱이와 사냥조들이 이렇게 좋아하는데 누굴 준단 말인가.

<정말 얄미울 정도로 맛있게 먹네. 흐흐흐!>

쪼롱이는 문어 고기를 뜯고는 꼭 범죄자들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찹찹 소리를 내며 씹어 먹었다.

저건 범죄자들을 놀리는 것이었다.

먹거리가 없어서 산호초까지 뜯어 씹는 범죄자들에게는 고문과 같은 시간이었다.

꼬르륵! 꼬륵!

배가 많이 고픈지 소리가 났지만 동정심이 전혀 들지 않았다.

대변혁이후 대부분의 사람이 체중이 준 반면 저 놈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동안 잘 먹고 살아왔으니 몇 끼 굶는다고 해서 큰일 나는 것도 아니었다.

이 던전에 먹을 것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아무튼 식사를 하고는 바위틈에 몸을 뉘였다.

의외로 포근한 잠자리였다.

놈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깨어있을 때는 입으로 떠들고, 잠이 들면 코와 이로 떠드는 놈들이었다.

당장 떼어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꾹 참았다.

꾸!

놈들의 소리가 수면을 방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날개로 얼굴을 덮어주는 꾸루였다.

"고마워!"

A급 몬스터가 여섯 마리나 있는 던전이었지만 별 걱정 없이 잠이 들었다.

대부분의 몬스터가 그렇지만 거대 몬날 문어는 일정 구역을 잘 벗어나지 않았다.

선호하는 자리가 확실했던 것이다.

어지간해서는 그 자리를 이탈해서 공격을 하지 않으니 안심하고 잘 수 있었다.

더구나 전령조와 사냥조가 놈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었다.

푹 잠을 자고 일어났다.

푹 잤다고 하지만 고작 네 시간이었다.

범죄자들이 없었다면 더 일찍 일어났을 것이다.

네 시간 수면은 내가 놈들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아량이었지만 놈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내 기상과 거의 비슷한 시간에 힘겹게 몸을 일으킨 놈들이 어기적거리며 반반이 뒤로 붙었다.

뒤쳐질까 싶어 바짝 붙는 것이었다.

가볍게 몸을 풀고는 반반이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대로 거대 몬날 문어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던전 지도에 몬스터의 위치가 표시되니 몬스터를 찾아다닐 필요는 없었다.

거대 몬날 문어를 찾아내면 전투는 이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사흘에 걸쳐 다섯 마리의 A급 거대 몬날 문어를 처리했다.

이동시간이 아니었다면 하루면 끝났을 것이었다.

아무튼 마지막 몬스터만 정리하면 이 던전은 클리어 할 수 있었다.

<최소가 A급일 것 같던데.>

"알고 있어."

<저 사람들은 여기 있으라고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왜? 정 들었어?"

<그런 것이 아니고 전투에 방해될까 싶어서 그래. 거대 몬날 문어의 전투 방식 알잖아.>

"전투 방식 때문이라면 이렇게 데리고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괜스레 잡혀서 머리 아프게 할 수 있으니까."

<어째 불안한데···.>

나호가 걱정을 놓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멀리 치료수가 흐르는 계곡이 보였다.

꾸루가 보내준 정보에 의하면 이 계곡물은 계속 흘러가지 않고 거대 몬날 문어가 자리 잡은 곳에서 지하로 흘러든다고 했다.

범죄자들은 멀리 보이는 계곡에 A급 몬스터가 있는지도 모르고 바쁘게 발을 놀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애를 먹더니 열흘 가까이 지나자 제법 잘 따라왔다.

약간 비대했던 몸이 날렵해진 것도 민첩해진 이유 중의 하나였다.

"오늘은 더 이상의 사냥은 없는 겁니까?"

감각이 좋은 놈이 다가와서 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쫑!

쪼롱이가 어깨에서 날아오르더니 남자를 위협했다.

남자는 일정 이상 다가오지 못한 채 대답을 기다렸다.

"저기 바위 보이지? 저 바위틈으로 최대한 들어가서 숨어 있어. 가장 무서운 놈과의 전투가 있을 테니까."

"무섭다면···?"

남자는 어떻게든 더 정보를 얻고 싶어 비굴한 표정을 지었지만 남자와 더 말을 섞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남자가 쭈뼛거리며 자신의 동료들의 대열로 물러났다.

꼬물!

^······.^

<왜 그래? 반성을 좀 한 것 같아?>

꼬물!

^몇몇은 전투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어요. 하지만 반성을 하는 사람은 없어요. 여기에 왔던 경험을 어떻게 써 먹을지만 생각하고 있어요.^

<여기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네?>

꼬물!

^맞아요. 여기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그렇지 않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에 온 것이 행운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집사의 전투를 가까이에서 본 것만으로도 엄청난 공부가 됐을 테니까. 뜻하지 않게 얻은 정보들도 있을 것이고···.>

나호와 꼬물이가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범죄자들에게 말한 바위에 도착했다.

절벽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거대한 바위에는 사람이 들어가 누울 정도의 틈이 여러 개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가로로 구멍을 뚫어 놓은 것처럼 보이는 바위는 거대 몬날 문어의 공격을 피하기 적합해 보였다.

바위에 도착하자 내게 질문을 했던 남자가 빠르게 구멍을 확인하더니 가장 안쪽으로 깊게 파인 구멍을 차지하고는 그제야 동료들에게 내게 들은 말을 전했다.

<생존 본능 갑이다. 갑이야.>

남자는 자신이 고른 구멍 안으로 잽싸게 들어가 버렸다.

그럴 때는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전투 중에는 몸을 잘 숨기는 것만이 목숨을 살리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었다.

"나, 나는 들어갈 곳이 없어!"

"그럼 내 앞으로 누워!"

"그러다 문어가 덮치기라도 하면···?"

"그럼 들어오지 말든지."

"아니야. 들어갈게."

감각이 좋은 놈 옆으로 다른 남자 하나가 누웠다.

뒤늦게 자리를 잡은 놈은 불안해하며 감각 좋은 놈을 안쪽으로 자꾸 밀었다.

거대 몬날 문어의 접근을 두려워하는 까닭이었다.

<저건 뭐라고 해야 해? 인간 방패?>

"글쎄?"

범죄자들은 바위틈으로 숨어든 뒤 숨도 크게 쉬지 않았다.

발견하지 못했지만 멀지 않은 곳에 몬스터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었다.

바위를 지나 계곡과 가까워지자 거대 몬날 문어가 반응을 보였다.

감고 있던 눈을 뜨더니 정확하게 나를 응시했다.

눈의 크기가 내 키보다 큰 것 같았다.

<도뮤 보낼 거야?>

대기실의 입구에는 도깨비들이 산성 용액을 들고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 도깨비들은 산성 용액만 들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늘처럼 가는 침도 들고 있었는데 이 침(針)의 길이는 최소 30센티미터였다.

"잠깐만. 도뮤야! 저 문어가 눈을 감았다가 뜰 거야! 그 때 산성액으로 공격을 해."

거대 몬날 문어의 눈이 가장 약한 순간을 노리는 것이었다.

<눈을 언제 감을 줄 알고···.>

거대 몬날 문어는 한 번 눈을 뜨면 쉽게 감지 않았다.

어떤 때는 몇 시간이고 눈을 깜빡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깜빡이게 만들면 되지."

<어떻게?>

s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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