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80화 (280/350)

280. S급

몬스터에게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성을 잘 알고 있어도 백 프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거대 몬날 문어의 눈을 깜빡이게 하는 것은 백 프로 성공할 수 있었다.

문어를 봤을 때부터 준비해두었던 것을 꺼냈다.

<물 풍선은 왜?>

"기억나지 않는 거야? 거대 몬날 문어의 눈에 물이 닿으면 눈을 감았어.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눈을 깜빡였지."

<맞아. 그랬어. 어떻게 이런 것까지 기억하는 거야? 집사 은근히 기억력이 좋은 것 같아.>

"기억력이 좋은 것이 아니라 전생에 이런 공격을 실제로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그래. 이 정도 크기의 몬스터는 흔하지 않으니까."

뮤! 뮤! 뮤!

^물 풍선도 우리가 던지겠다. 몬스터 우리 보지 못한다.^

도뮤가 자신의 가슴을 팡팡 두드리며 말했다.

"좋아. 터지지 않게 조심해야 해. 신호하면 동시에 던지는 거 잊지 말고!"

뮤!

"눈을 감았다 뜰 때가 눈을 공격하기 가장 좋을 때야."

<방어력이 낮아지거든. 눈에 얇은 막처럼 덮이는 것이 있는데 그때는 없어.>

나호가 부연 설명을 했다.

도뮤가 이해했다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여기!"

던전 도깨비들이 물 풍선을 안고 거대 몬날 문어를 향해 날아갔다.

제 몸보다 커다란 물 풍선을 안고 날아가고 있었지만 전혀 힘겨워 보이지 않았다.

<역시 힘이 장사야!>

뮤!

^겨우 이 정도를 가지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우리 도깨비를 무시하는 것이다.^

<아! 미안! 그런 의도는 아니야.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귀엽게 보여서 그래.>

고급스러운 분홍 털을 가진 도뮤가 하늘색 물 풍선을 안은 채 날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물 풍선의 크기가 도뮤의 네 배 이상이어서 도뮤가 물 풍선을 안고 가는 것이 아니고 물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도깨비들도 마찬가지였다.

도뮤보다 작기는 했지만 모두들 덩치보다 큰 물 풍선을 안고 있어서 물 풍선을 타고 둥실둥실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A급 중에서도 최고 등급일 것이 분명한 몬스터와의 전투를 앞둔 것치고는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꼬물!

^도깨비 신기해. 도깨비가 안으니까 풍선 보이지 않아요.^

<도깨비여서 그래. 너 도깨비 이야기 읽어봤지?>

꼬물!

^읽어 봤는데 도뮤와 달라요.^

<다르지. 그것도 많이.>

꼬물이와 나호는 티격태격할 때도 많지만 사이가 무척 좋았다.

꼬물이에게 나호는 스승이자 선배였다.

모르는 것은 언제 물어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친절한 선배였다.

나호가 꼬물이에게 설명을 하는 사이 도뮤와 도깨비들이 거대 몬날 문어의 눈 바로 위에 도착했다.

"지금이야!"

도뮤에게 신호를 하는 순간 물 풍선이 터졌다.

한두 개의 물 풍선이 아니라 한꺼번에 스물네댓 개의 물 풍선이 각각의 눈 위에서 터진 것이다.

도깨비들은 영리했다.

물 풍선을 문어의 눈을 향해 던지지 않고 물 풍선을 터트리기만 했다.

동시에 했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물이 문어의 눈으로 쏟아졌고, 갑자기 물이 쏟아지자 재빨리 눈을 감는 거대 몬날 문어였다.

거대 몬날 문어가 눈을 감은 순간 산성 용액을 든 도깨비들이 다시 전면으로 나섰다.

문어가 눈을 뜨기만 하면 산성 용액을 쏟아버릴 작정이었다.

그런데 문어가 눈을 쉽게 뜨지 않았다.

어쩌면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대 몬날 문어가 아무리 집중해도 도깨비들이 잡힐 리 없었다.

나와 범죄자들은 느꼈더라도 거리가 있기 때문에 물을 쏟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안심을 했는지 거대 몬날 문어가 실눈을 떴다.

그것도 한쪽 눈만 살짝 떠서 주위를 살폈다.

'기다려!'

뮤!

도뮤가 침착하게 때를 기다렸다.

실눈을 뜨고 주변을 살피던 거대 몬날 문어가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눈을 떴다.

엄청나게 큰 눈이었다.

눈을 뜬 순간이었다.

치이이이익! 찌이이익! 치이이이익! 치이이이익!

프아아아아아! 프아아아! 프아아아아아!

갑자기 눈으로 산성액이 쏟아졌다.

그것도 한두 병만 쏟아져도 엄청난 고통을 유발할 텐데 한꺼번에 삼십여 병의 산성액이 눈에 부어졌다.

치이이익! 치이익! 치이익!

프아아아아아! 프아아아! 프아아아아아!

산성액을 맞은 거대 몬날 문어가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토해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거대 몬날 문어보다도 거대한 녀석이라 뿜어내는 위력도 엄청났다.

<폭탄을 발사하는 것 같네. 집사! 조심해!>

녀석이 토해내는 것 중에는 뼛조각도 있었다.

절반 쯤 소화가 되다 만 것이어서 더 위험했다.

거대 몬날 문어의 입에서 나온 것이 바위와 바닥에 박혔다.

만약 사람이 맞는다면 그대로 치명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꼬물!

^아우! 시끄러워! 고막 터지겠네. 야! 너 그렇게 소리 지르면 태교에 좋지 않아. 알을 돌보면서 소리를 지르다니···.^

"알이 있다고?"

꼬물!

^저 계곡 물 속에 알이 자라고 있어요.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주기 위해 문어가 다리를 계속 움직이고 있어요.^

인간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는 있었지만 알을 돌보고 있다니 몬스터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집사! 어떻게 해? 공격해도 되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당연히 공격해서 잡아야지."

<알을 품고 있다는데도?>

"알을 터트리지는 않을 거야."

몬스터의 알이 전리품인 경우도 있었다.

상당히 맛이 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몬스터 알도 있었다.

하지만 거대 몬날 문어의 경우에는 전생에 알을 봤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전리품으로 주어진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지고 갈 생각은 없었다.

<알만 남으면 다 죽을 텐데···.>

프아아아아아! 프아아아! 프아아아아아!

거대 몬날 문어가 다시 한 번 토해내더니 다리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파아아아악! 퍼어어엉!

화가 제대로 났는지 다리를 휘두르다 바닥을 그대로 내리쳤다.

저것이 바로 거대 몬날 문어가 선호하는 공격이었다.

사람을 잡으면 저런 식으로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잡은 사람을 바닥에 내리칠 것처럼 위협을 하면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인간을 잡아서 인질처럼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인간들이 물러난다고 해서 인질을 살려주는 것도 아니었다.

끝내는 바닥에 내리쳐서 죽이고는 그대로 먹어치웠다.

잠시 인간들의 공격을 막는 용도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후우웅! 후우웅!

다리가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저 다리에 맞으면 꼬물이가 휘두르는 뿌리에 맞는 것보다 아플 것 같았다.

프아아아아아! 프아아아! 프아아아아아!

거대 몬날 문어가 다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토해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오는 것이 거의 없었다.

고통스러우니 토해내는 시늉만 낸 것이었다.

"지금이야!"

이렇게 토해내는 것이 없을 때가 기회였다.

창을 든 채 달려들었다.

나만 거대 몬날 문어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령조들도 공격을 하고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전령조들이었지만 지금은 특별한 경우였다.

사냥조와 도깨비, 소환식물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가장 먼저 공격을 감행한 것은 도깨비와 전령조들이었다.

거대 몬날 문어의 감각에 잡히지 않는 녀석들이 들고 있던 침을 박아 넣고는 대기실로 들어가 버렸다.

"잘했어!"

꾸!

뮤!

전령조의 덩치가 큰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발에 긴 침을 잡고는 날아가서 체중을 이용해서 박아 넣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때라면 침이 피부를 뚫을 수 없지만 토해낼 것이 아무 것도 없어지면 일시적으로 피부의 방어력이 약해졌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공격을 감행했고 적중했다.

1차 공격을 감행했던 도깨비와 전령조가 대기실로 들어간 후 사냥조와 내 공격이 그 뒤를 이었다.

길고 커다란 창이 눈을 뚫었다.

사냥조의 발톱이 머리통을 공격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검이 거대 몬날 문어의 다리와 몸통을 공격했다.

소환 식물들이 휘두르는 몬늘보 발톱으로 만든 검이었다.

공격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의 공격으로 이 몬스터를 잡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치료수 계곡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도 생명력이 닳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인 것 같았다.

이대로는 위험할 것 같아서 우선 뒤로 빠졌다.

후우웅! 후우웅!

거대 몬날 문어가 다리를 휘두르며 위협을 했다.

하지만 거대 몬날 문어도 계곡에서 몸을 빼지는 않았다.

상처를 심하게 입은 눈으로 사방을 살피더니 서너 개의 다리를 이용해서 몸에 치료수를 끼얹고 있었다.

<이거 싸움이 길어지겠는데? A급 이상인 것 같지 않아?>

"그러게."

두 번째 구간에 들어오고 만난 녀석들은 하나같이 A5이상이었다.

가장 강했던 녀석은 A2였는데 지금 이 녀석에 비해 한결 수월하게 잡았었다.

직접 상대해보기 전에는 A1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은 아무리 봐도 S급 이상일 것 같았다.

"더 시간을 주면 잡기 더 어려워질 거야."

<어떻게 하려고? 생명력이 줄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든 해봐야지. 계곡에서 나오게 할 수 있으면 좋은데···. 정 안 되면 알을 빼앗기라도 해야지."

<알을 빼앗는 것이 쉬울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대기실과 도뮤를 이용하면 빼앗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해. 공격해서 정신을 분산시키면 생각보다 쉽게 빼앗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꾸! 꾸룰룰루!

그때 꾸루가 정보를 보내왔다.

거대 몬날 문어가 들어앉은 계곡 상류에 치료수가 나오는 샘이 있단다.

이것도 미개방 때와 비슷했다.

인간이 접근을 하려고 하면 반드시 거대 몬날 문어를 정리해야 하지만 소환수들은 아니었다.

<그런 정보가 있으면 진작 알려줬어야지.>

꾸!

^확신할 수 없었어.^

"이제라도 알았으니 된 거야. 치료수가 계곡으로 흘러들지 않게 할 수 있겠어?"

꾸!

"그럼 그 물길 좀 막아줘."

꾸!

꼬물!

^우리가 도울게요.^

그렇게 말한 꼬물이의 뿌리가 땅으로 파고들었다.

대기실을 나에게서 앞으로 20미터 지점에 배치해두었으니 움직임에 지장도 없었다.

소환 식물의 뿌리는 생각하는 것보다 길었다.

던전 덩굴이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꾸루는 어느 틈에 사라졌고 꼬물이의 뿌리도 빠르게 땅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땅속에 들어가 있어도 소환식물이어서 그런지 어디쯤에 있는지 감이 잡혔다.

뮤! 뮤! 뮤!

^어떻게 해? 기다려?^

도뮤가 산성용액이 든 병을 흔들어 보이며 물었다.

"잠깐만 기다려. 치료수만 흘러들지 못하게 해도 공략하기 한결 수월할 거야."

뮤!

우리는 잠시 기다리며 거대 몬날 문어를 관찰했다.

거대 몬날 문어는 상당히 똑똑한 것 같았다.

내가 있는 곳을 주시하며 치료를 서두르고 있었다.

빨리 치료를 하지 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꼬물!

^저 녀석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보이는 적의 수는 적은데 공격할 때는 왜 많아지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실을 볼 수 없으니 이해할 수 없겠지."

꼬물!

^생각보다 똑똑하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대로 받아들였다. 방심하지 않을 것 같다. 이제 조심해야 해.^

"알겠어. 고마워."

꼬물이는 거대 몬날 문어의 심리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뿌리를 뻗고 있었다.

꼬물이의 뿌리는 계곡의 상류로 향하고 있었다.

그 속도가 무척 빨랐다.

그리고 꼬물이의 뿌리가 치료수가 흘러나오는 지점에 도착했다.

꾸루 먼저 도착해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꼬물!

^막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 같고 잠시 물길을 틀게요.^

"그렇게 해."

여기서 이야기를 하는데 한참 뒤쪽에 있는 뿌리가 바로 일을 시작했다.

치료수는 땅속에서 퐁퐁 솟아 나와서 계곡으로 흘러들어갔는데 계곡으로 흘러가는 길을 막고 옆으로 흐르게 만들었다.

이렇게 하는데 걸린 시간은 채 몇 분도 되지 않았다.

그 사이 거대 몬날 문어는 내 눈치를 살피며 치료수가 섞인 계곡물을 계속해서 끼얹고 있었다.

눈의 상처가 이제 상당히 회복되었다.

치료수의 등급이 상당한 것 같았다.

"B급 이상인 것 같지?"

<아무리 못해도 A급은 될 것 같은데? A급이 아니라면 저렇게 빨리 치료될 수가 없지.>

"그래. 이제 치료수가 흘러들어가지 않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저렇게 끼얹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겠네."

<그러네. 계곡 바닥으로 물은 계속 스며들고 있고 위에서는 물은 흘러오고 있으니까 옅어지겠지. 저 녀석은 치료수에 익숙하고···. 이거 잘 이용하면 생각보다 쉽게 잡을 수도 있겠다.>

지옥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