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81화 (281/350)

281. 지옥문

프아아아아아! 프아아아! 프아아아아아!

거대 몬날 문어가 고통에 찬 괴성을 내질렀다.

뭔가 토해낼 것이 남았다면 온갖 것이 튀어나왔겠지만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거대 몬날 문어의 생은 거의 끝난 상태였다.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는데 그 마지막 발악이 참 길기도 했다.

<정말 무시무시한 생명력이다.>

꼬물!

^알이 다 터졌어요. 문어 알!^

꼬물이가 힘없는 글씨로 적은 내용이었다.

계곡에서 심하게 몸부림을 하다 보니 알이 다 터져버린 것 같았다.

"알까지는 손상시킬 생각은 없었는데···."

<어차피 몬스터로 자랄 녀석들이야. 마음 두지 마!>

나호가 단호하게 말했지만 두 번째 구간의 입구에서 봤던 새끼들이 생각나면서 괜스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푸우우욱!

프아아!

황금을 덧입힌 창이 다시 거대 몬날 문어의 눈 바로 밑을 찔렀다.

프아아아아!

창이 박혀들자 몸부림을 하는 문어지만 지금 거대 몬날 문어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다리가 모두 고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움직이려고 하면 다리가 잘릴 판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소리만 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움직일 힘도 넉넉하지 않은데 끝까지 반항을 하고 있었다.

의지의 거대 몬날 문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반항을 하던 문어도 마지막 순간은 있는 법이었다.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었다.

다른 공격이 이어지는 사이 소환식물들이 잘라낸 것이었다.

한 칼에 끝내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무기도 힘도 없었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베고 또 베서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

치료수가 계속해서 흘러들어왔다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치료수가 더 이상 흘러들어오지 않았고 끝내 분리를 할 수 있었다.

두 동강으로 분리가 되었는데도 거대 몬날 문어의 다리가 꿈틀거렸다.

"도축!"

도축을 외치자 거대 몬날 문어의 몸이 푸른빛에 휩싸이더니 순식간에 도축이 되었다.

재빨리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혹시라도 재생연고가 들어왔는지 확인한 것이었다.

"안 들어왔어."

<에이!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더니···.>

"그래도 처음에 하나 얻은 게 어디야. 원래 이런 전리품은 쉽지 않잖아."

<그래도 워낙 강한 놈이어서 혹시나 한 거지. 근데 이걸로 끝인가?>

나호가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드러낸 순간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몬스터의 마나홀 S7를 획득하셨습니다.]

[몬스터의 마나통 S7를 획득하셨습니다.]

[몬스터의 마정석 S7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축하합니다. '처음으로 S급 몬스터를 처리한 각성자'가 되셨습니다. 이에 치유력이 5%상승합니다.]

[띠링! 축하합니다. 던전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이 던전은 입구를 통한 퇴장이 불가능한 던전입니다. 이에 클리어 후 퇴장을 면제하였습니다.]

<잘됐다. 혹시라도 퇴장했다 다시 입장하라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잠깐만. 관리계약 좀 맺고."

이제 아귀세상이 아니라 문어세상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지만 어쨌든 던전을 클리어 했으니 관리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래서 관리계약을 맺으려 했는데 이 던전의 관리비는 한 달에 이천 마나를 요구했다.

월평에 있는 던전은 무료이고, 우리나라에 있는 나머지 던전은 1킬로미터에 월 100마나였다.

그리고 일본에 있는 던전은 1킬로미터 500마나인데···.

이 던전은 1킬로미터에 1,000마나를 요구하고 있었다.

[띠링! 이 던전은 한국에서 워낙 먼 곳에 위치해 있고, 워프 게이트로만 이동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깎아줘야 하잖아. 이런 던전을 내가 주기적으로 클리어해줄 테니까."

[띠링! 이 던전에는 A급 치료수가 흐릅니다. 입장할 때마다 무한대로 치료수를 가지고 가실 수 있으니 일천 마나도 저렴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감정을 하지 못했는데 저 치료수가 A급인 거야?"

[그렇습니다. A급입니다. 강대한 님께서는 S급 치료수를 확보한 것과 같지 않습니까? 그러니 관리비는 일천 마나로 하시죠.]

<다른 때 같으면 시스템을 욕했을 것 같은데 이건 못 그러겠다. 그치?>

"치료수와 관리비를 엮어서 생각하면 안 되지. 안 그래?"

[대신 저희가 이곳의 치료수도 대리 판매를 해드리겠습니다.]

<와우! 시스템 신박하다! 어떻게 이걸 이렇게 연결해? 하하하! 정말 웃기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려고 하네.>

나호의 말대로였다.

시스템은 말도 안 되게 연결을 지어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대로 넘어갔을지 모르겠지만 나와 나호는 아니었다.

전생과 현생을 거치면서 계약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하나하나 따져가며 계약을 체결했다.

전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피곤한 상태였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맺은 계약은 다음과 같았다.

아귀세상의 관리비는 시스템이 말한 대로 1킬로미터 당 일천 마나로 했다.

현재 2킬로미터까지 관리구역을 설정할 수 있으니 매월 2천 마나가 지불될 것이었다.

대신 월 1회에 한해서 내가 이곳에 방문할 때 워프 게이트 비용을 받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곳의 치료수를 대기실의 치료수 물통을 이용해 S급으로 만든 후 주기적으로 시스템에게 넘기기로 했다.

물론 모든 치료수를 넘기는 것은 아니었고 우선은 최대 30%를 넘기기로 했다.

<으하하하! 집사! 내가 가장 좋은 것이 뭔지 알아? 가격의 차등을 둘 수 있다는 거야. 치료수가 얼마나 비싸! 안 그래? 그런데 그 금액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어. 이 얼마나······.>

계약이 체결되자 나호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꼬물아! 어떻게 보면 이게 다 네 덕이야. 네 덕분에 치료수 물통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잖아. 집사! 그렇지?>

"그렇지. 2만 마나를 주고 사긴 했지만 저런 물건이 2만 마나면 거저 준 것이나 다름없지."

꼬물!

^미우라는 치료수 한 병 사먹으려면 얼마를 벌어야 하려나?^

꼬물이가 미우라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번에 넘긴 명단에 의해 치료수도 차등 가격을 받을 수 있게 해두었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넘긴 치료수를 이용해 만든 물건에 한정된 것이었다.

시스템은 우리에게 가지고 간 S급 치료수를 그대로 팔기도 하지만 치료수를 이용해서 다른 것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치료수가 주재료로 사용한 것은 우리가 제시한 대로 가격을 매기기로 했고, 부재료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시스템의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지고 간 치료수로 만든 제품은 우리에게는 원가에 30% 미만의 마나만 붙여서 팔기로 했다.

뮤! 뮤! 뮤!

^그래서 마음보를 늘 곱게 쓰고 살아야 하는 거다. 미우라 그놈 왜 이리 인생이 팍팍하냐고 생각할 거다. 쯧쯧.^

미우라 이야기를 하니 그놈이 어떻게 사는지 살짝 궁금했다.

그래서 미우라의 마나통을 확인했다.

여전히 미우라는 자신의 장례식장 부근에 있었다.

열심히 던전을 다니는지 마나홀과 마나통도 많이 성장해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마나를 많이 벌었다는 점이었다.

"이놈 한 번 보러 가야겠다."

<왜?>

"마나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

<얼마나 가지고 있는데?>

"현재 3,543야."

<얼마라고? 3천이 넘었다고?>

"그래."

<열심히 사냥을 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지만 너무 많기는 하다. 현재 상태는 어떤데?>

"흥분, 불안이야. 사냥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

<흥분? 불안? 불안한 흥분? 흥분된 불안? 뭘 것 같아?>

"지금 일본은 지옥문이 열린 것과 다름이 없잖아. 고난은 성장의 발판이기도 하니까. 미우라 놈! 은근히 그런 상황을 즐기는지도 모르지."

미우라는 일반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놈이었다.

아마 지금도 놈은 일본이 저렇게 변한 것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집사가 가진 마나통 중에 미우라를 제외하면 마나를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은 누구야?>

"누구긴··· 당연히 아버지지. 아버지는 마나도 많지만 인벤토리를 많이 가지고 계시잖아."

<에이! 집사! 이거 왜 이래? 당연히 아버지는 제외하고 묻는 거지.>

"아버지를 제외하면 백 마나를 가진 사람도 드물어. 각성 예외자가 사냥을 하는 것이 쉽겠어? 그리고 아직은 마나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

사냥을 하면 마나가 들어오지만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이런 변화에 놀라울 정도로 잘 적응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이었다.

사실이 알려지고 난 이후에도 끝까지 변한 세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았고 아마 이것은 이번 생에도 마찬가지 일 것이 분명했다.

<한 번 가보기는 해야겠다. 일본이 어쩌고 있는지도 궁금하고.>

"가봐야지. 전령조의 쉼터에 자리를 잡은 사람이 있는지도 궁금하고."

전령조의 쉼터에 자리를 잡은 사람이 있는지는 시스템을 통해 확인해도 되지만 한 번도 물은 적이 없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던전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스템에게 맡겼으니 믿고 맡기는 것이다.

"저어! 전투가 끝난 것입니까? 저희는···."

쫑!

감각이 좋았던 남자가 바위 밑에서 나와서 질문을 했다.

은근히 겁도 없는 남자였다.

다른 사람들은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는데 조용해지자 나와서 다가오기까지 했다.

물론 쪼롱이의 저지로 더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동할 겁니다. 모두 일어나서 나오라고 하세요."

"아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방금 그 몬스터의 등급은 어떻게 됩니까?"

쫑!

남자가 질문을 했지만 쪼롱이가 남자를 몰아내버렸다.

<몬스터의 등급을 묻는 것을 보니 몬홀이나 몬나통을 얻은 적이 있나봐.>

"그런 것 같네. 그걸 어디에 쓰는지 까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겠지만 말이야."

전생에 대변혁 초기에는 몬홀이나 몬나통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모르고 함부로 했었다.

전리품으로 종종 나오는 것이니 소중하게 모아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았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인벤토리라도 있으면 크지 않은 것이니 보관하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인벤토리가 없는 사람은 잊어먹기 일수였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크기가 이럴 때는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질문을 한 남자가 남다르기는 했다.

왜 저 남자가 대장이 되지 않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은근히 나서는 것을 좋아하기까지 하는데 말이다.

쪼롱이에게 쫓겨난 남자는 쭈뼛거리며 물러나더니 제 동료들에게 출발을 알렸다.

<집사! 바로 가려고? 여기 치료수 가지고 가야지.>

"당장 할 필요는 없잖아. 저 놈들 입구로 데려다 주고 와야지. 저놈들 보는데서 치료수 담는 것도 싫고."

<설마 여기까지 오겠어? 관리 구역 밖으로도 나오지 못할 거야.>

"관리 구역을 벗어나기는 할 거야. 저놈들! 특히 저놈! 이미 이곳에 사는 몬스터를 파악했을 테니까."

<아! 거대 몬날 문어는 일정 구역을 잘 벗어나지 않으니까.>

"그렇지."

<그럼 여기가 감옥으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잖아.>

"다 방법이 있어."

<무슨 방법? 어떻게 할 건데?>

"우선 입구로 이동부터 하자. 거기 2킬로미터를 확인하고 이야기해줄게."

<알았어. 가자고.>

나호가 앞장을 섰다.

쪼롱이가 볼에 제 머리를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그래. 잘 했어."

쫑!

"저 고기도 다 먹어도 돼."

쫑! 쫑!

당장 먹고 싶을 텐데 그래도 대기실로 들어가지 않고 어깨에 여전히 앉아있었다.

"들어가서 먹어도 돼."

쫑!

^저것은 월평에 있는 애들과 나눠먹을 거예요.^

쪼롱이가 머리깃을 정리하며 말했다.

뮤! 뮤!

^쪼롱이는 좋은 대장이다. 쪼롱이 같은 지도자만 있다면 세상 살기 어렵지 않을 텐데.^

<너도 좋은 대장이야. 충분히.>

뮤! 뮤! 뮤!

^나 많이 부족하다. 잘못된 판단으로 도깨비들 고생 많이 시켰었다. 지금은 집사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친구 잘못 사귀면 도깨비들 많이 고생한다.^

소환수들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 치료수가 흐르는 계곡에서 5킬로미터 정도 걸어왔다.

어차피 던전의 입구까지 가려며 며칠은 걸어야 했다.

더구나 이미 해는 져서 어두웠기 때문에 더 이동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 자고 가기로 했다.

"저어 클리어가 된 거죠? 저희 바위 밑에서 더 이상 자지 않아도 되는 거죠?"

이번에도 대답을 해주지 말까 하다가 그냥 대답을 해주었다.

"클리어가 됐으니 입구까지 갈 때까지는 안전할 겁니다. 그러니 다들 편하게 쉬세요."

"이제 몬스터는 없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저희···."

쫑!

뭔가 더 말을 하려는 사람들을 쪼롱이가 쫓아버렸다.

자고 간다고 했더니 사람들은 어두운데도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움직임에 한결 여유가 보였다.

안전하다고 하니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S7 몬스터를 잡은 마나는 왜 들어오지 않지?"

<들어오지 않았어?>

미우라의 마나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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