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83화 (283/350)

283. 똑쟁이!

A급 치료수는 지표로 퐁퐁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솟아오른 치료수는 바로 옆의 계곡으로 흘러들어서 계곡물과 하나가 되어 흘러갔다.

계곡이 쭉 이어졌다면 이 던전의 환경이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계곡물은 거대 몬날 문어가 둥지를 튼 곳에서 끝이 났다.

치료수를 대기실의 물통을 통해 S급 치료수로 바꾸다 갑자기 거대 몬날 문어의 알이 다 터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 몬날 문어가 몸부림을 하면서 알이 다 터졌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확인하기 위해 거대 몬날 문어가 둥지를 틀었던 계곡의 웅덩이로 이동했다.

밤이 깊어 웅덩이 속이 잘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웅덩이도 엉망이었다.

거대 몬날 문어가 워낙 몸부림을 하는 바람에 웅덩이가 무너지면서 웅덩이가 마르기 시작한 것도 문제였다.

<집사! 여기는 왜? 전리품은 인벤토리로 다 들어왔잖아.>

"혹시 문어 알이 있는지 궁금해서. 문어 알을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거든."

<나도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어떻게 생겼을까?>

TV에서 문어가 부화하는 것도 보고 새끼들이 바다 속에서 움직이는 것도 몇 번 본 적 있지만 너무 오래된 일이라 가물가물했다.

더구나 거대 몬날 문어는 몬스터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문어 알과 같을 수 없었다.

"안 보이네."

알이 터졌으니 껍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껍질도 보이지 않았다.

<벌써 녹지는 않았을 텐데···.>

꼬물!

^작아요. 탁구공보다 더! 체리보다 더! 완두콩보다 더! 수수보다 더!^

꼬물이가 장단을 맞추어 거대 몬날 문어의 크기를 설명했다.

"그렇게 작으면 멀쩡한 것이 있을 수 있겠는데?"

쫑!

^터지는 거 봤어요. 다 터졌어요.^

쪼롱이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래? 하나라도 살아남았으면 했는데···."

사실 몬스터는 클리어가 되고 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겨났다.

지금 두 번째 입구에 있는 새끼 문어들이 성장하기도 하지만 일정 이상의 몬스터는 리스폰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문어 알을 발견하지 못한다고 해서 아쉬워할 것은 없었다.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이런 기회는 흔하지 않았다.

전생에 20년 이상을 헌터로 살았지만 거대 몬날 문어의 알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곳에 있던 몬스터가 알을 품었다고 해서 다음에 나타나는 몬스터가 이곳에서 알을 품으라는 법은 없는 것이었다.

몬스터는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알을 품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쉽게 알을 낳고 그 알이 자주 발견되는 몬스터도 있었지만 이렇게 거대한 몬스터의 경우에는 사람이 보는 곳에서 알을 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꼭 보고 싶었는데···.

인벤토리에 있는 손전등을 꺼내서 비추어볼까 하는 순간이었다.

무언가에 깜짝 놀란 것처럼 폴짝 뛰어오른 도뮤가 대기실에서 나와서는 웅덩이 가에 내려섰다.

뮤! 뮤! 뮤!

^여기! 여기 밑에서 뭔가가 느껴진다.^

꼬물이는 던전 덩굴을 기가 막히게 잘 찾아냈다.

땅 속에 있는 던전 덩굴까지 알아보는 꼬물이었다.

하지만 도뮤는 보이는 던전 덩굴도 잘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도뮤가 웅덩이 흙 속에 뭔가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소환수들이 괜한 소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도뮤가 말한 곳의 흙을 파헤쳤다.

수수보다 더 작은 알이라면 흙을 파는 도중에 알이 터질 수도 있어서 최대한 조심하면서 흙을 퍼냈다.

최대한 감각을 높이고 있어서 뭔가 있으면 분명 보일 것 같은데 아무것도 없었다.

뮤! 뮤! 뮤!

^분명 있다. 조금만 더 들어가 봐라.^

도뮤의 말을 듣고 조금 더 파헤치자 뭔가가 나오기는 했다.

그런데 그것은 알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쫑!

뮤!

^생명체는 맞잖아!^

쫑!

뮤!

^알겠어. 이번에는 확실하다. 저기 파봐라!^

도뮤가 다시 가리킨 곳을 파보았지만 거기서도 다슬기와 비슷한 것이 나올 뿐이었다.

뮤!

^이상하네. 그럼 저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기 때문에 도뮤가 가리킨 곳을 연거푸 확인했지만 엉뚱한 생명체만 얼굴을 드러냈다.

"이것으로 한 가지는 확실하네. 이 웅덩이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어."

뮤!

^이상하다! 분명 느껴지는데···.^

도뮤가 혼란스러워했다.

웅덩이의 크기가 작다면 전체를 확인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S급 몬스터가 터를 잡고 살던 곳답게 어지간한 저수지 크기였다.

바닥 전체를 이 잡듯 뒤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뮤! 뮤!

^마지막이다. 저기 한 번 확인해봐라. 이번에는 깊게 있지도 않다.^

도뮤가 가리킨 곳은 조금 전 파헤친 곳에서 30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이제는 누구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파헤칠 때마다 생명체가 나온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기라더니···. 딱 그 짝이야.>

나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느낌이 왠지 좋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올라온 것은 작은 다슬기였다.

그런데···.

뮤! 뮤! 뮤!

^찾았다. 으하하! 꼬물! 내가 드디어 해냈어! 으하하!^

도뮤가 허리를 뒤로 잔뜩 젖히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소환수들은 도뮤를 미친 사람 쳐다보듯 했다.

왜냐하면 내 손에 들린 것은 작은 다슬기였기 때문이었다.

소환수들은 이상한 눈으로 도뮤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다슬기를 집어 올렸을 때부터 느낌이 달랐다.

먼저 무게가 달랐다.

이곳에서 몇 개의 다슬기를 이미 잡은 참이었다.

그때 느낀 무게와 확연히 달라서 다슬기 껍질 속에 들어있는 것이 다슬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빨리 다슬기의 껍질 속을 확인했다.

그때였다.

폭! 포옥! 퐁!

다슬기 껍질 속에는 문어 알이 들어있었다.

꼬물이 말대로 수수보다 작은 알이었다.

그 알이 내 시선이 닿는 순간 터지더니 안에서 문어 한 마리가 튀어 나왔다.

"어?"

<와우! 부화했다. 알을 야무지게 찢고 나오네. 아무리 작아도 거대 몬날 문어의 새끼라는 건가?>

마지막에 퐁하고 튀어 나온 새끼 문어가 내 코끝에 앉았다.

어두워서 확인하기 위해 가까이 들여다보다 튀어 나왔기 때문에 거기 자리 잡은 것 같았다.

뮤!

^있다고 했잖아. 아이 귀여워.^

도뮤가 오른쪽 어깨에 앉더니 정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의 소리에 막 알에서 나온 새끼 문어가 놀라기라도 할까 조심스러운 모양이었다.

꼬물!

^우왕! 귀엽다! 작은데 다 있어. 작은데 똑같아!^

정말 놀랍기는 했다.

코끝에 철퍼덕 앉아 있는데 머리부터 눈, 몸통, 다리까지 모든 부위를 갖추고 있었다.

쫑!

^좁쌀보다 작아요. 이게 커서 거대 몬날 문어가 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우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이건 정말 심한 것 같아.>

"캥거루 새끼도 이렇게 작게 태어난다고는 하던데···. 그래도 이건 생각했던 것보다 작다. 다들 이렇게 작았나?"

꼬물!

^다 작았어요.^

"우연히 다슬기 속으로 들어가서 목숨을 구한 건가? 도뮤야 혹시 문어 또 있어?"

뮤! 뮤! 뮤!

^이제야 내 말을 신뢰하는구만. 흐흐흐! 가만 보자. 으음 어디···.^

도뮤는 잔뜩 뜸을 들이더니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한 마리만 살아남은 건가?"

<두 번째 구간 입구에 많이 있잖아. 그러니 한 마리만 살아남은 것은 아니야. 그런데 그 녀석들도 몬스터가 되겠지? 정말 귀여웠는데.>

두 번째 구간 입구에서 놀고 있던 문어들은 도저히 몬스터로 보이지 않았다.

살아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는 것 같았는데 그 애들도 성장을 하면 분명 몬스터가 될 것이었다.

"안타깝기는 하네. 몬스터가 되지 않는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지금부터 친분을 쌓아두면 몬스터가 안 될 수도 있잖아.>

꿈같은 이야기였다.

전생에도 몬스터와의 공존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 몬스터에 한정된 것이었다.

모든 몬스터가 인간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A급 이상의 몬스터가 인간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다?

가능하다면 엄청난 이야기지만 가능할 리 없었다.

구물구물!

코끝에서 새끼문어가 움직였다.

그 작은 머리를 빳빳하게 세우더니 까만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꼬물!

^저 작은 눈에는 뭐가 보일까? 우왕 귀여워. 까만 눈에 나도 비치는 것 같아.^

쫑!

^내 머리깃도 보이나봐. 귀엽다!^

왼쪽 어깨에 앉은 쪼롱이도 새끼 문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새끼 문어는 힘겹게 머리는 세웠지만 다리를 가누질 못했다.

그 모습이 또 귀여워서 미소 짓게 만들었다.

세월이 흐르면 거대 몬날 문어가 돼서 인간을 공격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

대기실에서 치료수를 꺼냈다.

이곳의 치료수를 물통에 넣어서 S급으로 만든 것이었다.

손가락 끝에 치료수를 한 방울 찍어서 새끼 문어의 머리에 살짝 대주었다.

손가락에 묻은 치료수가 새끼 문어의 머리에 그대로 흘러내렸다.

새끼 문어의 몸을 지난 치료수가 내 코끝으로 흘러내렸다.

치료수가 온몸을 감싸자 재빨리 눈을 감는 새끼 문어였다.

<집사 눈 몰렸어. 새끼 문어가 계속 코끝에 있으면 집사 사팔뜨기 되겠다.>

"저기 봐,"

새끼 문어는 분명 투명했었다.

그런데 치료수가 닿자 연녹색을 띠었다.

그러더니 이내 연분홍색이 되었다.

하지만 연분홍색으로 머무르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까만색이 됐다가 노란색이 되기도 했다.

"어! 이 녀석! 보이는 색을 흉내 내는 것 같은데?"

<정말 그러네.>

뮤! 뮤! 뮤!

^연분홍색은 나를 흉내 낸 거였어? 고급스러움까지 잘 담아내기는 했네.^

쫑!

^노랑색은 내 머리깃이야. 저기 봐. 머리깃 모양도 흉내를 냈어. 사랑스러워. 이 녀석 흉내쟁이네.^

거대 몬날 문어는 주변과 동화를 잘했다.

정찰을 주로 하는 전령조들의 시선까지 속이는 녀석들이었다.

그런데 그 재주를 이 작은 새끼도 가진 모양이었다.

"뭔가를 먹여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은 치료수만으로 괜찮나?"

새끼 문어는 내가 흘려준 치료수를 빨아먹었다.

입으로도 빨아먹었지만 다리의 빨판으로도 소량의 치료수를 흡수했다.

그것을 흡수하고는 다리가 살짝 통통해진 것 같기도 했다.

그래봐야 실보다 가늘었지만 말이다.

<집사! 이 녀석 어떻게 할 거야?>

"글쎄? 이 녀석이 먼저 떠나지만 않는다면 키워도 좋을 것 같은데?"

<소환수로 삼겠다는 거야?>

"그럼 좋지. 하지만 너무 어려서 뭘 알기나 하겠어? 우선은 그냥 키우는 거지."

<소환수가 되지 않으면 몬스터가 될 수도 있어. 전생에 겁 없이 몬스터 키우다 잡아먹힌 사람들 기억하지? 그럴 수도 있는 거야.>

"알고 있어. 하지만 이 작은 아이를 여기에 두고 갈 수는 없잖아."

구물구물!

새끼 문어의 움직임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이지 않을까 싶었다.

<집사의 뜻도 중요하기는 한데 이 녀석의 의사도 중요해. 두 번째 입구에서 봤잖아. 그곳에 문어들은 호기심을 보이기는 했지만 인간을 따라오지는 않았어.>

"그곳을 벗어날 수 없도록 설정이 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뭘."

<설정이 되어 있다고 해도 친근함을 드러내고 함께 하고 싶다고 느끼면 소환수 계약이 되기도 하잖아.>

나호 말대로였다.

소환 권능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고 지금까지 그렇게 소환수가 되었다.

꼬물!

^똑쟁이다! 저 문어! 저것 봐! 우리 이야기를 다 듣고 있어.^

꼬물이가 새끼 문어를 가리켰다.

새끼 문어의 눈이 이리 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장 진화한 생명체가 어쩌면 문어일 수도 있다고 하더니 정말 인가? 이 녀석 모든 상황을 이해한 것 같은데?"

몸 전체가 수수보다 작은 녀석이 제법 폼을 잡고 앉아서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뮤! 뮤! 뮤!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들리니?^

구물구물!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끼문어의 다리가 움직였다.

매우 느린 움직이었지만 나름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난리가 났다.

뮤! 뮤!

^오오오! 반응을 보였다. 내게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어. 내가 자신을 찾아준 것을 아는 것 같지 않아? 내가 네 선배야! 너 우리랑 같이 갈래? 우리······.^

도뮤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도깨비들이 왜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말이 전설처럼 내려오는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도뮤가 신이 나서 열심히 떠들었다.

새끼 문어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말이다.

도뮤의 수다로 귀가 아프다고 느낄 즈음이었다.

[띠링!

막내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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