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85화 (285/350)

285. 똑이의 움직임

몽실몽실!

둥둥 떠서 움직이고 있는 새끼 문어들은 딱 이런 모양이었다.

장난을 하듯 다양한 색깔로 몸을 계속 변화시키고 있어서 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두 번째 구간의 입구 부근에서 일정 부분을 넘어서지 않는 새끼 문어들이 이번에는 다르게 행동했다.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시간이어서 그런지 둥실둥실 떠서 움직이고 있는 새끼 문어들이 신비롭게 보였다.

<어···? 집사! 저 녀석들 저 구간을 벗어났어. 이쪽으로 다가오는데?>

분명 새끼 문어들은 일정 구간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설정이 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새끼 문어들이 그 구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서더니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약간 이상했다.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무언가에 홀린 듯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언제 왔는지 똑이가 내 코끝에 와 있었던 것이다.

"너는 언제···."

말을 하려고 하자 다리 하나가 들리더니 내 눈 쪽으로 향했다.

마치 잠시 말을 멈추라는 것 같았다.

<이 녀석 뭐하는 거야?>

반반이 등에 탄 나!

그리고 내 코끝에 우뚝 선 똑이!

간간이 치료수를 한 방울씩 떨어뜨려주었더니 다리로 제법 몸을 세우고 있는 똑이였다.

태어난 지 아직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코끝에서 도도하게 선 똑이는 다가오는 새끼문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뮤! 뮤! 뮤!

^와우! 포스 죽이네. S급 거대 몬날 문어의 새끼라는 건가?^

자석에 이끌리듯 다가온 새끼문어들이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지금 문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 다가오기 위해 제한 구역을 넘은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문어들이었다.

꼬물!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보다 더 많은 색이에요.^

작은 것은 탁구공만하고 큰 것은 배구공만한 새끼 문어들이 깜빡깜빡하며 색깔을 변화시켰다.

색깔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무늬도 만들어냈는데 그 재주가 범상치 않았다.

덩치가 큰 문어일수록 이런 다양한 변화를 능숙하게 해냈다.

그런데 이런 문어들이 내 앞으로 도열하듯 서더니 색깔의 변화까지 멈추었다.

그리고 까만 눈들이 똑이를 쳐다보았다.

<집사! 뭐야?>

분위기가 묘해서 그런지 나호가 심상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모르지. 똑이가 뭔가 할 것 같기는 한데···.'

똑이는 지금 제 가는 다리와 몸통을 최대한 부풀린 상태였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당당하고 위엄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 같은데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어쨌든 몸에 힘을 바짝 준 똑이가 다리를 하나 들어올렸다.

정말 작은 다리여서 다른 문어들이 볼 수나 있을까 싶은 다리였지만 문어들의 반응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고 즉각적이었다.

둥실!

살짝 몸을 띄웠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문어들이었다.

브으으으! 브으으!

똑이는 몸 전체가 수수보다 작은 녀석이었다.

그러니 입은 얼마나 작겠는가!

그런데 그 작은 입에서 제법 명확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자신의 앞에 모인 문어들에게 뭔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꼬물이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꼬물이가 바닥에 글씨를 썼다.

꼬물!

^기다려라! 돌아오겠다! 라고 했어요!^

'이 녀석도 대장 같은 건가?'

똑이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심상으로 물었다.

꼬물!

^그런 것 같아요.^

브으으! 브으으!

아기들이 말하기 전에 내는 소리와 매우 흡사한 소리였다.

비 오기 전에 내는 소리와도 비슷한 것 같고···.

똑이는 다리를 적당히 움직이며 열심히 뭔가를 이야기했다.

꼬물!

^자신의 주인이라며 우선 뭐든 따르라고 하네요.^

'내 말을 따르라는 거야?'

꼬물!

^네. 자신은 아직 어리고 이곳을 떠나있을 것 같다고요.^

똑이 녀석 아무 것도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상황파악을 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똑이의 연설이 끝나자 새끼 문어들이 다시 둥실 떠오르더니 나를 쳐다보았다.

똑이가 나를 따르라고 해서 그런 모양이었다.

<집사! 뭐야? 이 녀석들이 따른다고 해도 데리고 나갈 수도 없잖아. 소환수가 아니어서 함께 워프 게이트를 탈 수도 없고, 대기실로 들어갈 수 없고.>

'데리고 갈 필요는 없지. 여기에 있으라고 해야지. 저 녀석들 관리하면서 말이야.'

나호가 반반이 뒤를 따라오는 스물두 명의 범죄자들을 보았다.

<그거 괜찮은 생각이네.>

나호와 잠시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새끼 문어들의 까만 눈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내가 뭔가를 지시해주기를 원하는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많지 않아. 먼저 너희들이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어. 그리고······."

새끼 문어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뭔가를 요구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이 던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던전의 등급이 다른 곳보다는 높다는 것은 미개방 던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와서 마나도 벌고 전리품도 챙길 생각이었는데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서 새끼 문어들에게 건강하게 잘 자라라는 것과 범죄자들이 허튼 짓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라는 말을 했다.

둥실!

새끼 문어들이 동시에 둥실 떠올랐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저 몸짓이 알았다고 대답을 하는 것 같았다.

<신기하네.>

새끼 문어들이 대답을 한 것까지 확인한 똑이가 몸을 축 늘어뜨렸다.

그동안 몸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느라 힘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몸의 힘을 빼기는 했지만 여전히 작은 머리는 꼿꼿이 들고 문어들을 보고 있었다.

뮤! 뮤!

^멋있다! 똑이!^

정말 똑이는 멋있었다.

그리고 그런 똑이를 따르는 문어들도 기특했다.

새끼 문어들이 양쪽으로 길을 터주었다.

반반이가 그 사이를 걸어갔다.

그러자 우리의 뒤를 따르는 새끼 문어였다.

새끼 문어들이 따르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똑이였다.

정확하게는 왜 따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꼬물!

^쟤들은 이제 큰일 났어요.^

꼬물이가 범죄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슨 말이야?'

꼬물!

^새끼 문어들이 벼르고 있었거든요. 동료를 죽였다고···. 그런데 저 놈들 관리가 새끼 문어에게 갔잖아요. 아주 뭣 된 거죠. 프하하하.^

꼬물이가 글씨 주변으로 다양한 웃음 표시를 그려 넣었다.

<완전 전세 역전이네. 그런데 우리도 거대 몬날 문어를 죽였는데 우리에게는 왜 적대감을 갖지 않을까?>

"글쎄? 똑이가 내 소환수가 돼서 그럴 수도 있고, 우리는 새끼들은 해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은 몬스터까지 잡을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그렇지. 하지만 그걸 간과하기 쉽지.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으면 사냥하기도 쉬우니까 오히려 선호하기도 하고···."

두 번째 구간의 입구를 벗어나 첫 번째 구간으로 넘어왔다.

새끼 문어들은 계속해서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신기했는지 범죄자들이 수군거렸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집사! 이 녀석들 계속 따라올 생각인 것 같은데?>

"나쁘지 않지. 귀엽기도 하고. 그런데 여기서 자고 가야 할 것 같아. 입구까지 이동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야."

<집사 편할 대로 해.>

반반이가 걸음을 멈추고 내가 내려서자 감각이 좋은 남자가 냉큼 달려왔다.

"저어···.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는 겁니까?"

대답하기 싫어서 고개가 까딱했다.

그랬더니 남자가 허리를 몇 번 굽실거리더니 내 주변의 새끼 문어들을 가리키며 질문을 했다.

"이번에는 문어들이 소환수가 된 겁니까?"

"뭐라고?"

어찌 됐든 함께 다닌 지 열흘이었다.

열흘 동안 거대 몬날 문어를 사냥하는 것을 보았으니 내 주변에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함께 하는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정확하게 소환수라고 하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아니···. 소환수를 부리시는 것 같아서···. 제가 세상이 이렇게 변하기 전에 게임 좀 했습니다. 최상위 티어를 늘 유지했는데···. 그래서 소환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쫑!

쪼롱이가 내 심기가 불편한 것을 느꼈는지 남자를 위협했다.

"물러가서 자도록 해."

남자는 말을 섞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저런 사람에게 곁을 주기 싫었다.

"아예! 알겠습니다. 혹시 다른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뭐든···."

쫑!

남자는 어떻게든 말 한 마디라도 더 섞어보려고 애를 썼다.

나름 끈기가 있는 것 같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짜증스러울 뿐이었다.

곁을 줄 것 같지 않자 남자가 쭈뼛거리며 물러났다.

하지만 자신의 무리가 있는 곳에 가까워질수록 다리도 곧게 펴지고 어깨도 벌어졌다.

그리고 동료들 앞에서는 당당한 목소리로 이곳에서 자고 간다는 말을 했다.

남자는 나와 소통하는 것을 하나의 힘처럼 인식하고 있었다.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는데 다가와서 말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나름 대단한 것이기는 했다.

그래서 그것을 나름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지만 내 눈에는 똑같은 범죄자로 보일 뿐이었다.

우리가 그곳에서 자리를 잡자 새끼 문어들도 우리 주위로 자리를 잡았다.

기분이 좋은지 깜빡깜빡 색을 바꾸었는데 작을수록 연한 빛을 띠는 것이 파스텔로 그린 동그라미 같았다.

꼬물!

^아름답다!^

꼬물이가 새끼 문어들이 노는 것을 보고 말했다.

말랑말랑한 녀석들이 갖가지 색을 빛내며 머리 위를 장식하고 있어서 무척이나 아름답고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간이 들리는 다툼 소리만 아니면 완벽할 것 같았다.

<저놈들이 뭐가 저렇게 싸울 일이 많은 거야? 이제 그만 싸울 때도 됐는데···.>

뮤! 뮤! 뮤!

^소인배들의 특징이다. 쉴 새 없이 싸운다. 남이 잘 하는 꼴도 보기 싫어한다. 그러니 매일 싸움판인 거다.^

도뮤가 한심하다는 듯이 범죄자들을 보면서 한 이야기였다.

한참 시끄럽게 굴던 놈들이 하나 둘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서서히 나도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바스락!

누군가가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움직이고 있었다.

생각보다 발소리가 크다고 생각했는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감각 좋은 놈이네.'

<집사도 느낀 거야?>

'느끼지 그럼. 저렇게 조심성 없이 움직이는데···.'

<제 나름은 엄청 조심하고 있을 거야. 그런데 저놈 뭐하는 거지?>

지금까지 저런 행동을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대개는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는데 오늘은 잠시 자는 척을 하다 모두가 잠이 들자 움직인 것이었다.

바스락!

이곳은 조용히 이동하기는 어려운 곳이었다.

바닥에 마른 산호초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남자는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남자는 내가 있는 곳으로 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목표물은 나인 것 같았다.

꼬물!

^잡을까요?^

보초를 서던 전령조와 사냥조에게서도 이미 연락이 온 상태였다.

'아니. 뭘 할지 보자고.'

뮤! 뮤!

^저놈 흉기를 들었다. 그런데도 지켜보겠다고?^

<집사! 나도 그냥 묶었으면 좋겠다.>

'저런 놈에게 당할 내가 아니잖아. 뭘 노리는 건지 보자고.'

<알겠어.>

남자는 내가 잠이 들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단검을 들고 내 옆으로 접근하고 있다는데 조용히 걸음을 옮긴 남자가 한 일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브아! 브아!

내 주변에 둥실 떠있는 새끼 문어 중 한 마리를 잡더니 조심스럽게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는 것이었다.

호주머니에 담긴 문어가 소리를 냈지만 남자는 풀어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야? 문어를 노리고 온 거야? 집사! 저 남자 좀 이상하다. 지금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짓고 있어.>

남자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잠자리로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호주머니에는 탁구공만한 새끼 문어 한 마리를 넣은 채였다.

브으으! 브으으!

새끼 문어가 잡아 돌아선 남자가 새끼를 호주머니에 넣자 똑이가 소리를 낸 것이었다.

그러자 잠을 자고 있던 모든 새끼 문어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더니 조용히 똑이 앞으로 모여 들었다.

브으으! 브으으!

똑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리고 새끼 문어들의 움직임도 무척이나 조용했다.

지금은 빛을 밝히지 않아서 새끼문어들이 이렇게 모여 있는 것을 눈치 채기 어려웠다.

남자는 새끼 문어 한 마리를 잡은 것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지 그대로 동료들 사이로 돌아가서 몸을 뉘였다.

자신의 호주머니 안에 있는 새끼 문어가 소리를 냈지만 손으로 막고 있어서 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똑이의 작은 다리가 움직이는 순간!

소리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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