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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89화 (289/350)

289. 길이 열리면

각성한 사람에게는 고유한 마나 파장이 있다고 한다.

이것이 문양으로 드러나면 '각성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각성문이 드러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호가 각성문을 잊고 있었을 만큼.

<각성문이라···. 집사는 전생에 각성문이 드러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각성문이 드러나는 조건조차 알지 못했어.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 그래서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고···."

<찾아내기만 하면 집사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텐데···.>

"천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야."

<그런데 저 녀석들은 어떻게 저런 문양을 나타나는 걸까?>

"글쎄? 몬스터들도 각성을 하는지도 모르지. 각성하면 고등급 몬스터로 성장한다든지···."

<일리 있는 말이기는 하다. 같은 종류의 몬스터인데도 등급이 제각각인 이유가 그것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저 녀석들은 한계치까지 움직이는 것으로 각성문이 드러난 건가?>

"알 수 없지. 각성문인지도 확신할 수 없고. 단순히 힘들면 저런 문양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잖아."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반반이는 이동 중이었다.

하지만 속도를 조금 줄인 상태였다.

새끼 문어들이 반반이에 등에 앉지 않고 계속 날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똑이는 은근히 냉정한 것 같아. 애들이 힘들어하는 데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

나호가 나만 들을 수 있게 말했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똑이는 지금 목에 붙은 채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완전히 쉬는 것은 아니었다.

작은 녀석이 무슨 고민이 그리 많은지 뭔가를 골똘히 생각 중이었다.

태어난 지 이제 사흘째인 것을 감안하면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더 이동하자 치료수가 나오는 샘에 도착할 수 있었다.

프으으으! 프으으!

우리를 따라왔던 새끼 문어들이 독특한 소리를 내더니 S급 거대 몬날 문어가 있었던 웅덩이로 들어갔다.

치료수가 다시 웅덩이로 흘러 들어가도록 해두었기 때문에 웅덩이의 물은 치료수나 다름

없었다.

<물 만나 고기 저만 가라네.>

물속에 들어간 새끼 문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나호가 말했다.

"너도 들어갈래?"

똑이에게 물은 것이었다.

하지만 똑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뭔가를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으으! 프으으!

그때 웅덩이 속에 들어갔던 새끼 문어들이 물 밖으로 튀어 나오며 물을 뿜었다.

뭐든 삼킨 것을 뱉어내는 특성을 그대로 보인 것이었다.

한 마리가 장난치듯 물을 뿜자 너도 나도 튀어 오르며 물을 뿜었다.

몸을 색깔을 변화하면서 뿌리는 것이라 마치 분수쇼를 보는 것 같았다.

꼬물!

^잘 놀아요. 장난꾸러기들 같아요. 그런데 꼬마가···.^

거기까지 말한 꼬물이가 뒷말을 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꼬마가 왜?"

꼬물이가 대답을 하지 않고 꼬마와 똑이를 번갈아 봤다.

하얗고 여린 뿌리가 둘의 의견을 묻는 것 같기도 했다.

<무슨 일이지?>

"모르겠어. 이제 가야 하는데···."

언제든 올 수 있으니 아쉬울 것이 없는데 이상하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치료수 샘물이 옆에 있어서 그러나? 이상하게 가기 싫네. 갑자기 이곳을 감옥으로 쓰기 아깝기도 하고···."

거대 몬날 문어들과 이런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곳의 거대 몬날 문어는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소환수는 아니지만 소환수와 버금가는 존재가 된 것이었다.

더구나 이곳은 나와 동행하지 않으면 누구도 오갈 수 없었다.

어쩌면 가장 안전한 곳이 이곳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치료수까지 있으니 지상 낙원을 만들고자 한다면 불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나도 그 생각 잠깐 했는데···. 새끼문어들이 저렇게 잘 따르니 자꾸 다른 마음이 드네. 은근히 충직할 것도 같고.>

뮤! 뮤! 뮤!

^지금 사람들을 이주 시키면 고생이다. 이곳이 넓은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정된 공간이라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거다.^

도뮤가 나름의 생각을 말했다.

섬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섬처럼 바다라도 보이면 답답함이 덜 할 수 있는데 이곳은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지. 그놈들이 터 좀 닦아 놓은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아."

<맞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아. 이제 슬슬 가야하지 않아?>

"가야지. 아무리 이곳의 시간 비율이 열 배라고 해도 아껴야지."

꼬물!

브으!

가자는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꼬물이와 똑이가 거의 동시에 반응을 보였다.

"꼬물아. 왜?"

꼬물!

^똑이가 먼저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브으으! 브으!

^몇 마리만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누구를 데리고 간다는 말이야? 설마 새끼 문어들을 데리고 가자는 말이야?"

브으으! 브으!

^딱 열 마리만 데리고 갔으면 좋겠어요.^

"열 마리나? 이곳은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는 곳이라 시스템에게 가능한지부터 물어봐야 해. 비용문제도 있고."

편도로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려고 해도 350마나를 줘야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열 마리를 데리고 간다?

데리고 나가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새끼이지만 거대 몬날 문어라는 것도 문제고···, 먹이와 숙소 등 생각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꼬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따라가고 싶어 하는 작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말 잘 들을 거예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니 그렇지. 무작정 애완동물을 기르자고 하는 아이도 아니고···.>

꼬물!

^꼬마가 똑이와 잠시 이야기했는데···. 꼬마도 새끼 문어 몇 마리 데리고 가면 좋겠대요. 아주 쓸모가 많을 것 같다고···. 아이들이 똑똑하기도 하고요.^

꼬마의 뿌리가 목옆으로 몇 번 오갔지만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의논들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똑이는 현재 치료수만 먹는데 다른 애들은 뭘 먹나?"

정말 단순한 질문이었는데 똑이도 꼬물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둘 다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것이다.

브으으!

똑이가 새끼 문어를 불렀다.

웅덩이에서 몸을 풀고 있던 새끼 문어 세 마리가 똑이의 앞으로 날아왔다.

몰랑몰랑할 것 같은 몸에서 치료수가 똑똑 떨어졌다.

그런데 더 물이 자꾸 흘러내리자 흡수를 해버리는 새끼 문어들이었다.

금세 몸이 마른 새끼 문어들이었지만 아직은 촉촉함이 남아 있어서 만져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런데 똑이가 하는 행동이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자신의 앞으로 온 세 마리의 문어에게 뭔가를 열심히 묻는 것 같았는데 그 몸짓이 제법 진지했던 것이다.

꼬물!

^불쌍한 똑이! 아무것도 모르는데 혼자 살아가야 해요. 선배가 있으면 배울 수 있는데···.^

꼬물이는 새끼 문어들을 데리고 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잠시 새끼 문어들과 이야기를 나눈 똑이가 제법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브으으!

^치료수만 먹고 살아도 된대요. 이곳의 치료수가 가장 좋은 먹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주인이 준 치료수는 더 좋았대요.^

S급 치료수를 말하는 것 같았다.

"먹이는 해결이 됐고. 자는 것은?"

브으으!

^자는 것은 이렇게 해결한다고 했어요.^

똑이가 말을 한 순간 우리 앞에 있던 세 마리의 문어가 서로 딱 달라붙었다.

그렇게 하자 분명 세 마리였는데 한 마리처럼 보였다.

몸을 붙인 문어가 그대로 가슴으로 돌진하더니 왼쪽 어깨 밑에 딱 달라붙었다.

물론 옷 위로 붙은 것이어서 이물감은 없었다.

꼬물!

^브로치 같아요. 하나인데 셋인 브로치!^

<똑이 저 녀석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어. 이렇게 몇 마리를 데리고 가고 싶은가봐.>

"좋아. 숙식에 문제가 없다면 데리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시스템이 문제만 없다고 한다면 말이야."

[띠링! 몬스터를 데리고 나가시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시는 겁니다.]

"무료가 아니라는 거지?"

[그렇습니다. 인간과 같은 비용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그럼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겠는데? 열 마리를 데리고 가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겠어.>

브으으!

^한 마리 될 수 있어요. 뭉치면 한 마리 되는데···. 말도 잘 들어요.^

똑이가 열심히 어필을 했다.

꼬물!

^한 마리로 인정해주면 좋겠다. 저렇게 뭉치니 정말 한 마리로 보이는데···.^

시스템은 이상하게 꼬물이의 말은 잘 들어주었다.

그래서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는데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처럼 완전히 한 마리로 보이면 한 마리에 해당하는 비용만 받겠습니다. 단 크기가 테니스공까지 만입니다.]

<이래서 '단', '하지만', '그런데' 이런 말이 싫어! 아니 데리고 갔다가 커지면 돌려보내라는 거야 뭐야?>

"나호야 잠깐만! 몇 마리든 한 마리로 보이면 한 마리에 해당하는 비용을 받겠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하지만 거대 몬날 문어들이 뭉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시스템이 왠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꼬물!

^피이이! 시스템! 경고! 왠지 비웃는 것 같았어!^

[비웃은 거 아닙니다. 귀여워서 웃었을 뿐입니다. 프···!]

재빨리 음성 송출 장치를 끄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웃음소리가 일부 노출이 되어버린 후였다.

<집사! 이거 항의해야 하는 거 아니야? 고객을 비웃다니···.>

"솔직히 비웃은 것은 아니었잖아. 정말 귀여워하는 웃음이었어."

<······.>

분명 귀여워서 짓는 웃음이었다.

그런데도 나호는 기분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크기를 제한한다고 하는 순간부터 달갑지 않았던 것이다.

크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애완동물들이 생각난 것 같았다.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나호는 내 말을 바로 알아먹었다.

<방법이 있겠지? 인연을 맺은 아이들을 돌려보내는 것은 정말 싫어.>

"있을 거야. 꼬물이도, 너도 해결책을 찾았잖아."

<나는 완벽하게 찾았다고 말할 수 없어.>

"그래도 희망은 열려 있잖아."

<그렇지. 길이 열리면 그 길이 어디로 뻗어나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치?>

"그렇지. 똑아! 들었지? 한 마리로 뭉칠 수 있는 것이 한계야. 크기는 테니스공을 넘어설 수 없어. 아! 테니스공을 모르지? 이 정도 크기를 벗어날 수 없어."

둥근 도깨비 꽃 버섯을 꺼내 보였다.

브으?

도깨비 꽃 버섯을 본 똑이가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목에 붙어 있던 녀석이 다리를 쭉쭉 뻗으며 코끝으로 올라왔다.

그러더니 가늘고 작은 다리를 쭉 뻗어서 도깨비 꽃 버섯을 만져보려고 했다.

도깨비 꽃 버섯은 보기에는 만개한 양파 꽃처럼 생겼지만 그렇게 말랑거리지 않았다.

보는 것보다는 무게감이 있고 기분 좋은 아삭함을 선사하는 버섯이었다.

<똑이 눈에는 같은 문어로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다리 하나를 뻗어서 도깨비 꽃 버섯에 닿지 않자 브으 소리를 내면서 하나를 더 내밀었다.

위태로워 보여서 버섯을 코끝에 대주었다.

꼬물!

^우왕! 루돌프 사슴 코다!^

하필 버섯이 붉은색이었다.

그것을 보고 꼬물이가 뿌리로 마차를 만들어서 달리는 모습을 만들었다.

주변에 작고 여린 뿌리들은 하트를 만들어서 마차의 질주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 사이 똑이는 도깨비 꽃 버섯에 올라갔다.

브으!

도깨비 꽃 버섯을 눈높이로 올렸다.

똑이가 눈을 마주했는데 똑이의 눈이 웃고 있었다.

테니스공만한 붉고 둥근 도깨비 꽃 버섯 위에 수수보다 작은 똑이가 앉았다.

그런데 똑이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지 몸의 색깔을 바꾸었다.

연녹색으로 바꾸자 도깨비 꽃 버섯이 열매처럼 보였다.

노란색으로 바꾸자 붉은 전구처럼 보였다.

아직 똑이는 몸 색깔을 빨리 바꿀 수는 없었다.

하지만 원하는 색을 확실히 입을 수 있었다.

특히 주변의 색을 잘 흉내 냈는데 이상하게 도깨비 꽃 버섯의 색으로는 바꾸지 않았다.

<똑이가 색감이 좋은 거야. 잘 봐! 똑이도, 버섯도 돋보일 수 있는 색깔로만 바꾸고 있잖아.>

나호의 말대로 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았다.

나를 보고 있던 똑이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문어들을 향해 뭔가를 지시했다.

그러자 문어들이 몸을 합쳤다.

우리가 했던 이야기를 정확하게 이해를 했는지 탁구공만한 문어들만 참여를 한 상태였다.

브으!

^지금은 여덟 마리가 한계에요. 열 마리를 데리고 가고 싶은데···.^

똑이가 축 늘어졌다.

<태어난 지 사흘 만에 느끼는 좌절이냐? 그냥 두 마리 더 데리고 갈까?>

"안 돼. 여기서 나가는 것만 생각해서는 안 되잖아. 이제 바쁘게 움직일 텐데 그때 마다 신경을 써야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 똑아! 네가 이해해. 네가 강해지면 열 마리 데리고 갈 수 있을 거야."

<맞아. 다른 아이들도 모두 그랬어. 너도 강해지면 더 합칠 수 있을 거야!>

브으으!

걱정할 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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