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90화 (290/350)

290. 걱정할 거 없다.

새끼 문어는 여덟 마리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더 데리고 가면 싶지만 새끼 문어들은 대기실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 서로 좋을 일이 없었다.

여덟 마리는 필요할 때는 한 마리처럼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니 이 정도가 적당했다.

똑이도 여덟 마리를 받아들였다.

약간 실망하는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똑이 녀석 고민하는 것이 너무 귀여워. 나중에 저 녀석 크고 나면 도깨비 버섯 들고 다니는 것 아니야?>

똑이는 지금 목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그런데 도깨비 꽃 버섯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도깨비 꽃 버섯에 완전히 매료된 것 같았다.

아주 작은 버섯이 있으면 하나 주고 싶었지만 똑이가 들만큼 작은 버섯은 없었다.

도깨비 꽃 버섯의 성장이 빠른 것도 이유가 되었고 꽃대위로 처음 맺히는 버섯의 크기가 작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되었다.

대신 월평으로 돌아간 후 꼬물이가 도깨비 버섯밭을 보여주기로 했다.

[띠링! 강대한 님께서는 왕복 비용을 지불하셨기 때문에 지급할 마나가 없으시고 새끼문어의 비용은 지급하셔야 합니다.]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줄 거야. 너무 받아내려고 하면 주기 싫어지는 거야.>

나호의 목소리가 불퉁했다.

내 왼쪽 가슴에 붙은 새끼 문어들 때문이었다.

지금은 탁구공보다 조금 작은 것처럼 보이는 문어들이었다.

하지만 금세 자랄 것이 분명했다.

세상 구경을 하지 않으면 모르지만 세상 구경을 한 다음 던전에서 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었다.

나호는 지금 그것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시스템이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워프 게이트 이용권을 구매하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이용권이라니? 이런 것도 있었어?"

워프 게이트 이용비용은 그때그때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사실 왕복권을 파는 경우도 흔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용권이라니?

[이 던전은 어차피 강대한 님만 입장을 하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저희 입장에서는 이용권을 파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일정 마나를 확보하겠다는 거구나?>

놀이공원에서 고객을 상대로 이용권을 팔겠다는 것과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용권을 구매하시면 강대한 님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오가실 수 있으시고 저희 입장에서는 수입이 생기니 일석이조죠.]

<일석이조는 무슨? 이용권 가격을 마냥 우리에게 유리하게 책정해주지 않을 거면서.>

[나름 합리적인 가격을 산출했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잠깐! 너희 계산법은 내가 이해하기 너무 어려워. 도뮤 불러올게."

황금 던전에서 금을 채취하던 도뮤를 불렀다.

입 안 가득 금을 물고 나타난 도뮤는 생활 전선에서 불철주야 고생하는 우리네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뮤! 뮤! 뮤!

^급하게 불러서 씻지 못하고 왔다. 이해해라!^

냉큼 금을 입 안의 특정 장소로 넣은 도뮤가 한 말이었다.

입 안 어딘가에서 금을 제련하는 곳이 있는 것 같은데 그곳이 어디인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었다.

뮤!

^바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그럼 잠깐 씻어도 되겠지?^

주위를 둘러보며 말하던 도뮤가 제 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순간 누군가가 팽이를 돌렸다고 착각했다.

분홍 털 도뮤가 빙글 돌자 분홍 팽이처럼 보였던 것이다.

엄청나게 빨리 돌자 털 사이에 끼어있던 먼지가 떨어져 나왔다.

먼지가 날리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후훅하는 소리와 함께 도뮤가 먼지를 빨아들였다.

뮤! 뮤! 뮤!

^다 황금 옆에 붙은 찌꺼기다. 버릴 것이 없다는 말이지.^

우리가 보기에는 먼지를 먹는 것처럼 보여서 불결해 보였지만 도깨비들에게는 아닌 것 같았다.

도뮤는 아주 맛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순간 분홍털이 살짝 빛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뮤!

^다 됐다! 무슨 일이야?^

도뮤에게 사정 이야기를 했다.

이 다음부터는 도뮤와 시스템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균이용율이 어쩌네, 적정가격이 어쩌네. 손실율이 어쩌네···.

머리 아픈 이야기가 한참 오갔다.

이런 이야기는 도뮤가 아니면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머리가 아픈 이야기인데 도뮤는 즐기는 것 같았다.

아주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황금 광맥을 처음 봤을 때처럼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뮤! 뮤! 뮤!

^끝났어. 내가 생각하는 최적안이야. 먼저······.^

도뮤가 자랑스럽게 내놓은 것은 올 12월 말일까지의 계약이었다.

이곳 아귀세상에 한정된 것으로 나와 새끼 문어 한 마리의 이동에 22,500마나를 지불하기로 했단다.

물론 내가 동의했을 때 계약은 체결될 것이었다.

<이거 잘한 거야? 못한 거야?>

뮤! 뮤! 뮤!

^최고의 계약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최선의 계약이기는 하다.^

<이미 한 번은 무료로 다닐 수 있어. 그건 알고 있지?>

뮤! 뮤! 뮤!

^알고 있다. 정확한 계산 방식을 알고 싶으면 설명하겠다. 먼저 한 달에 집사가 무료로 오는 거 이외에 두 번 이상 온다고 가정했다.^

<무료까지 생각하면 세 번 이상이라는 건데 너무 많이 온다고 생각한 거 아니야? 그렇게 자주 올 일이 있을까?>

"내 생각에는 도뮤가 잘 산정한 것 같아. 이곳을 감옥으로 사용한다면 더더욱 자주 오게 될 거야. 적어도 연말까지는 말이야."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럼 나쁘지 않네.>

"잘했어. 도뮤야. 그대로 계약 체결할게."

뮤! 뮤! 뮤!

^집사는 도깨비를 부릴 줄 안다. 아주 일할 맛이 난다. 예전 친구는···. 아니다. 집사 앞에서 예전 친구 이야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내가 만난 친구 중 집사가 최고다.^

도뮤가 아주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별것 아닌 말인데 도뮤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뿌듯해졌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신비의 종족! 던전 도깨비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보상으로 행운 능력치 1이 상승합니다.]

<흐억! 도뮤 이 녀석! 이 이쁜 녀석!>

행운 능력치가 상승했다는 말에 나호가 기분이 좋아서 도뮤를 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도뮤는 날쌔게 대기실을 통해 황금던전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던전에 들어와서 행운 능력치가 2나 올랐네. 정말 올리기 힘든 능력치인데···."

<도깨비들이 신비롭기는 해. 도뮤 저 녀석 부끄러워서 달아났을 거야.>

꼬물!

^아닌데! 나호 털이 따가워서 달아나는 건데···.^

꼬물이가 진실에 가까운 말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호의 귀가 축 쳐졌다.

"이제 월평으로 보내줘."

[띠링! 그 전에 내용을 확인하시고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셔야 합니다.]

이런 면에 있어서는 시스템은 정말 철저했다.

시스템은 조금 전 도뮤와 협의한 사항을 바탕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왔다.

그리고 정말 작은 글씨 하나까지 확인시켜 주었다.

모든 것을 확인한 후 계약을 체결하자 계약 내용이 상태창에 표기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22,500마나도 차감되었다.

[띠링! 이제 강대한 님과 문어 한 마리는 추가 비용 없이 이 던전을 출입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12월 말일까지 이고, 여기서 문어 한 마리는 기존에 말씀드렸던 기준에 따른 것입니다.]

[띠링! 이제 월평으로 이동합니다.]

시스템의 메시지와 함께 월평으로 이동했다.

월평으로 돌아와서 시간을 확인하자 하루하고 세 시간이 조금 넘은 상태였다.

브으!

월평 던전을 나오자 똑이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똑이 뿐만이 아니었다.

한 마리로 보이는 여덟 마리의 새끼 문어들이 움직이고 싶어 했다.

새로운 곳을 마음껏 탐험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확실히 알리기 전에는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했다.

"조금만 참아.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려줄 테니까."

프으!

한 마리로 보이는 새끼 문어가 대답했다.

마을에 돌아오자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전령조들이 따로 연락이 없었으니 별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일은 무슨! 지난번에 정부와 기업들을 그렇게 보냈잖아. 미리 대비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마을은 내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잘 돌아가는 것 같았다.

"아! 대한아! 이쪽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데리고 가셨다.

그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주위에 있을지 모르는 각성자들의 귀를 의식하시는 것이었다.

"잠깐만요. 아버지. 이럴 때는 꾸루에게 부탁하면 돼요."

아버지께서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이런 것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드리는 것이 빨랐다.

꾸루를 불러서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꾸루가 전령조 몇 마리를 불러서 우리 주위를 둘러쌌다.

"이건?"

"맞아요. 아버지. 여기서 이야기하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아요. 대신 밖의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요."

커다란 날개로 우리를 품듯이 감싼 전령조를 잠깐 바라보시더니 입을 여셨다.

"대단하구나. 그런데 밖에 소리까지 들을 수 없다면 위험한 거 아니야?"

"위급상황이 생기면 전령조들이 바로 말을 해주니 괜찮아요. 무슨 일이신데요?"

"별일은 아니고···. 던전에 입주하겠다고 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더구나."

우리 마을 사람들 이야기가 아니었다.

월평 이외의 내 소유의 던전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봤다는 말씀이셨다.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는 아니지만 밖의 사람들에게는 메시지를 통해 안전한 거처에 관한 안내가 있었을 거예요. 어디서 보셨어요? 혹시 멀리 나갔다 오신 것은 아니죠?"

노파심에서 묻는 것이었다.

"나가기는···. 장벽 밖을 순찰하다 들은 거야. 몬야크를 타고 있었으니 걱정할 거 없다."

"그래도 늘 조심하세요."

"걱정하지 말래도···. 아직은 어지간한 각성자보다 나아."

그렇게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얼굴에 자부심이 드러났다.

대변혁 전부터 꾸준히 운동하셨던 것이 꽃을 피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각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했다.

얼마 못가 도저히 각성자를 쫓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시게 될 것이었다.

"아! 과수 던전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말을 듣고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늘었다. 아주 좋은 현상이지?"

"그러네요. 그 사람들 위주로 농사팀을 만들어야겠네요."

"좋지. 과수 던전에서 가지고 오는 과일은 최고야. 뭘 해도 맛있어서 요리사들이 특히 좋아하더구나. 아이들도 좋아하고."

"아이들이 좋아한다니 좋네요."

"그렇지. 사는 맛이 난다는 사람도 있어. 마을이 활기가 넘친다고 말이야. 연령층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서 더 좋아하는 것 같더구나."

큰아버지와 어머니께서도 마을 일을 신경을 많이 쓰시지만 갈수록 마을 일은 아버지께로 넘어오고 있었다.

특히 행정적인 일은 더 그랬다.

큰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공략팀 일에 신경을 많이 쓰고 계셨다.

팀을 관리하는 일은 앞으로 길드를 관리하는 일이 될 것이었다.

"던전으로 간다고 말하는 사람의 표정이 밝았어."

"그랬어요?"

"비용이 들더라도 안전한 곳이 있다는 말에 희망을 찾았다고 하더구나. 더구나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며 우리에게도 함께 가지 않겠냐고 까지 했어. 하하하!"

사람들에게 희망을 찾게 해주는 거처를 마련해준 것이 사실은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이 아버지를 기분 좋게 하는 것 같았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을 거예요. 우리 국민들은 정말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거든요."

"잘했다. 잘했어. 통신이 되면 일본 놈들이 부러워할 텐데. 하하! 일본 놈들 배 아파하는 것을 봐야 하는데."

"통신은 되지 않지만 광고처럼 사실을 알릴 수는 있어요. 그거 한 번 할까요?"

마나가 많이 들기는 하지만 시스템을 통해 일정 사실을 알릴 수 있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어차피 공짜로 해주지는 않을 거 아니냐. 그럼 굳이 할 필요는 없지. 벌써 우리나라를 경계하는 국가가 생기는 것도 좋지 못하고."

"맞아요. 이대로 우리 국민이 성장하는 것도 좋죠."

"아이고 이런. 이제 돌아온 너를 너무 오래 잡고 있었구나."

"아니에요. 아버지. 이장님께서는 잘 계시죠?"

"엊그제 오신 분?"

"예."

"잘 계시지. 우리와는 이미 안면도 있어서 적응을 잘하시더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좀 쉬어야지?"

"아니에요. 잠시 다녀올 데가 있어요."

"어디? 일본?"

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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