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91화 (291/350)

291. 검수!

"아니에요. 누구 좀 찾아보려고요."

"누구? 대학 친구들?"

아버지께서 대학을 말씀하셨을 때 떠오르는 몇몇이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찾고 싶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국대의 몰락!

한국대의 배신! 등으로 점철된 사건들 때문이었다.

서울의 유명 대학들이 있는 집 자식들의 점유물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대중의 생각과 궤(軌)를 달리했다.

서민과 거리가 먼 그들이 서민들과 생각이 같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이 변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시류를 잘 읽은 것이라고 떠들었지만 결론적으로는 빠른 배신이었다.

배운 놈들, 머리 좋은 놈들이 앞잡이가 되어 나팔수를 자처했다.

온갖 현학적인 논리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위해 혈안이 되었다.

그래서 특별히 찾고 싶은 대학 동문은 없었다.

학연, 지연 등이 중요한 시대도 아니고 말이다.

"대학 친구는 아니고요. 전생에 뛰어난 사람이 있어서 찾아보려고요."

"이런 시국에 사람 찾는 것이 쉬울지 모르겠구나."

"찾기 기능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거예요."

"그럼 다행이고. 조심해서 다녀오고."

이야기가 끝나고 나자 꾸루가 날개를 접었다.

날개를 접은 순간 주위의 소리가 들려왔다.

마을이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뮤! 뮤!

^집사! 집사! 이리 좀 와 봐!^

언제 나갔는지 도뮤가 급하게 나를 이끌었다.

"왜? 무슨 일이야?"

뮤! 뮤! 뮤!

^아니 내가 웬만해서는 마을 일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이야. 저기는 집사가 봐야겠어.^

도뮤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대장간이었다.

대변혁이 되기 전 모신 분으로 제법 손재주가 좋은 분이 계신 곳이었다.

"여기는 왜?"

뮤!

^저기 좀 봐라!^

도뮤가 보라고 하는 것은 쇠를 다루는 모습이었다.

대장장이인 '나 선생님'은 달군 쇠를 누르는 방식으로 쇠를 다듬고 계셨다.

최대한 소리를 적게 내기 위래 애를 쓰고 계셨던 것이다.

뮤! 뮤! 뮤!

^쇠를 다뤄봐서 아는데···. 저거 짜증나는 일이다. 대장간부터 던전으로 옮겼으면 좋겠다.^

"그래야겠네.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자리를 비우기 전에 이것부터 말씀을 드려야할 것 같아서 다시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다.

"황금이 나는 던전 중 나 선생님께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시는 곳으로 옮기면 좋을 것 같아요."

"알겠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어서 다녀와."

"예. 다녀올게요. 아버지."

<돌아올 때쯤이면 대장간이 옮겨져 있으려나?>

"모르지."

우리는 화순 던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찾기 기능을 발동시켰다.

[띠링! 이번 달은 찾기를 세 번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찾고자 하는 것을 말씀하셔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

[현존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중하게 찾을 것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현존하지 않는다고 해도 횟수에 포함됩니다.]

"가장 먼저 찾고 싶은 것은 '천기재' 현재 나이 21세야."

[띠링! 전생에 던전 보관 장치를 만들었던 사람을 말씀하시는 거 맞습니까?]

"맞아. 그 사람 찾아줘."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말한 시스템이 잠시 말이 없더니 천기재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띠링! 강대한 님께서 찾고 계시는 천기재 씨는 지금 일본의 도쿄에 있습니다.]

"뭐? 어디에 있다고?"

[천기재 씨는 일본의 도쿄에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천기재는 대변혁 전에 군인이었어. 그런데 어떻게 일본에 있다는 거야?"

[그것은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안다고 해도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집사!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나도 잘 모르겠어. 잠시만. 상세 위치를 알 수 있는 거지?"

[한 번 찾은 사람은 언제든 상세위치를 아실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상태창에 '찾기창'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상태창에 찾기를 여니 가장 상단에 천기재가 나와 있었다.

천기재의 이름을 누른다고 생각하자 도쿄의 지도가 나타나면서 녹색 점이 하나 깜빡였다.

그곳에 천기재가 있는 것 같았다.

<집사! 한 번 찾은 사람은 언제든 위치를 확인할 수 있대. 들었지?>

"들었어. 이거 잘 이용하면 좋겠다."

<맞아. 당장은 찾아야할 것이 많지만 나중에는 아니잖아. 그때 세 분을 찾기에 등록해놔도 좋을 것 같아.>

"아버지는 마나통으로 더 상세하게 알 수 있으니 어머니와 큰아버지만 하면 돼."

<아참! 그렇지. 어쨌든 좋잖아. 그런데 군인인 천기재가 이 시기에 왜 일본에 있는 거지?>

"대변혁 이후에 일본에 가지는 않았을 거야. 대변혁 이전에 일본에 있었다는 말인데···?"

솔직히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내 상식으로 복무 중인 군인이 외국에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가서 만나보면 알겠지. 가자."

워프 게이트에 올라섰다.

전령조의 쉼터로 이동할 것을 눈치 챈 꾸루가 대기실 안에서 기쁨의 날갯짓을 했다.

[전령조의 쉼터로 이동합니다. 강대한 님과 새끼 문어 한 마리의 워프 게이트 비용은 총 400마나입니다.]

"알겠어. 이동시켜줘."

[띠링! 400마나를 차감합니다.]

그 소리와 함께 번쩍하더니 전령조의 쉼터로 이동했다.

전령조의 쉼터에 도착하자 똑이가 내 목에 딱 달라붙었다.

이전에도 붙어 있었지만 유난히 밀착을 한 것이었다.

"왜 이러지? 똑아! 왜 그래?"

브으으!

^오한이 들었어요.^

<프하하하! 으하하! 오한이래. 오한! 그런 단어는 어디서 들었어? 우리 똑이 정말 똑똑하네.>

나호가 똑이가 예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두려워하는 똑이의 몸짓이 귀여운 모양이었다.

"똑아! 그냥 꼬물이랑 도깨비 버섯밭에 가 있을래?"

브르!

"싫어?"

브으!

작어도 자신의 의사표현은 확실히 하는 똑이였다.

그런 똑이를 내 왼쪽 가슴에 붙은 새끼문어들이 자랑스럽다는 듯 올려다보고 있었다.

자신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똑이인데도 대장으로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워프 게이트를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뜻하지 않는 것을 보게 되었다.

<뭐야? 왜 이리 사람이 많아?>

전령조의 쉼터 안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당연히 모두 일본인이었다.

지진으로 엉망이 된 도시를 버리고 던전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었다.

뮤! 뮤! 뮤!

^집사! 월세! 아니 일세는 잘 들어오고 있어? 일세가 들어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나도 잘 모르겠어. 여러 명목으로 들어오는데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았거든."

뮤! 뮤! 뮤!

^뭐라고? 마나 관리를 하지 않았단 말이야? 이런 세상에서? 마나는 곧 돈이다. 그리고 이런 세상에서 돈은 때때로 생명과 맞먹는다. 그러니 마나 관리 잘해야 한다.^

"바빠서 챙길 시간이 없었어.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쓸 시간도 없고."

<집사가 바쁘기는 하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해.>

뮤! 뮤!

^그래? 그럼 내가 마나 관리를 해줄 도깨비 추천해줄까?^

도뮤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 사이 우리는 전령조 쉼터의 관리구역을 걷고 있었다.

이곳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어디나 사람 사는 것은 비슷하네. 준법정신과 청결의식이 세계최고라고 떠들더니···."

사람은 위기에 직면해봐야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일본인의 모습은 도저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이건 상황의 열악함과는 다른 문제였다.

월평 장벽 너머에 사는 사람들을 욕했었는데 그들은 양반이었다.

<냄새! 왜 이러지? 서로 힘을 합쳐서 화장실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러다 시스템이 관리비용 올리자고 하겠는데?>

일세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관리 구역 안에서 생활하면서 이곳을 잘 가꾸면 그에 따른 마나가 또 나에게 들어온다.

한 마디로 일석이조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은 일석이조는커녕 시스템이 추가비용을 달라고 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집이 없는 사람도 서럽지만 집을 세 내놓는 사람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고 하더니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나 봐."

<그러게. 서로서로 잘 만나야 한다니까.>

"다 몰아내고 싶어."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정말 마음 같아서는 다 몰아내고 대청소를 하고 싶었다.

꼬물!

^앞에 똥! 이거 완전 똥 밭이 됐어. 농사는 잘 되려나? 거름이 돼서?^

꼬물이가 그런 말을 하는 순간 말이 없는 황이와 금이의 줄기가 좌우로 흔들렸다.

저런 거름은 사양하고 싶다는 말 같았다.

뮤! 뮤! 뮤!

^집사! 마나 관리 전담할 도깨비 소개해준다니까.^

이야기를 하다 다른 것을 신경 쓰자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대기실에서 나오더니 오른쪽 어깨에 앉았다.

이제는 거의 도뮤의 지정석이 된 곳이었다.

"간간이 네가 해줘도 되잖아?"

뮤! 뮤!

^나도 집사 못지않게 바쁘다. 마을도 신경 써야지. 황금도 제련해야지. 그러니 추천 도깨비로 만족해라. 추천할 도깨비 아주 똑똑하다. 숫자에 관해서는 우리 도깨비 중 최고다!^

"네가 최고 아니었어?"

뮤! 뮤! 뮤!

^늘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은 법이다.^

"좋아. 그렇게 해."

뮤! 뮤! 뮤!

^잠시만 기다려라. 바람보다 빨리 불러오겠다.^

그렇게 말하더니 순간 사라져버리는 도뮤였다.

공간이동을 이용해서 황금 던전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도뮤는 현재 한 번에 50센티미터를 이동할 수 있었다.

폴짝 뛰어서도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이기는 하지만 도뮤는 그 거리를 공간이동을 할 수 있었다.

방금도 공간이동을 이용했기 때문에 마치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렇게 사라졌던 도뮤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에 나타났다.

제 작은 앞발로 더 작은 발을 잡은 채였다.

뮤! 뮤! 뮤!

^얘야! 예쁘게 생겼지? 숫자에 능해. 그것도 많이. 아마 인간 중에서도 이 도깨비보다 숫자에 능한 사람은 드물 거야.^

도뮤의 표정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런데 숫자에 능하다고 말하기에는 도뮤가 데리고 온 도깨비는 너무 작았다.

탁구공보다 작은 도깨비라 과연 숫자를 이해하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뮤! 뮤! 뮤!

^집사가 무슨 생각하는지 안다. 하지만 집사! 그거 아나? 수(數)는 나이 들수록 잘하는 것이 아니다. 직관적인 것이 수다! 이 아이, 인간으로 치면 천재다! 그것도 숫자에. 그리고 상황판단도 잘하고 논리적이다.^

도뮤가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빨리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뮤! 뮤! 뮤!

^도깨비로 살아오면서 이 아이처럼 수를 잘 이해하는 도깨비는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논리적인 탐구를 좋아한다. 단순히 수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것을 넘어섰다는 말이다. 이 아이 숫자로 일 낼 도깨비다!^

"대변혁 전이라면 수학의 난제들을 가져다 줬으면 좋아했겠네."

뮤! 뮤! 뮤!

^그런 건 나도 좋아한다. 나중에 발견하면 나도 가져다 줘!^

"너 한글 몰라서 문제 이해하기 어렵잖아."

뮤!

^궁하면 통하는 법이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한글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꼬물이의 역할을 뺏고 싶지 않고 꼬물이와의 연결고리를 하나라도 더 가지고 있기 위해 한글을 안다고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쨌든 좋아. 잘 부탁해. 내 상태창 중에서 마나에 관한 것을 자유롭게 봐도 좋아."

이렇게 허락을 해두면 마나에 관한 것을 도깨비가 관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름이 뭐야?"

뮤! 뮤! 뮤!

^이 도깨비의 이름은 '검수'다! 털의 빛깔에서 '검'을 가지고 왔고, 숫자를 좋아하니 '수'를 붙여서 지은 이름이다.^

검수라는 이름을 가진 도깨비는 온몸이 새까맸다.

몸에 비해 큰 눈을 가지고 있어서 어릴 때 봤던 만화영화가 생각났다.

먼지를 형상화한 캐릭터 중에 까만 몸에 댕그란 큰 눈을 가진 캐릭터가 있었던 것 같았다.

<새끼 도깨비인가?>

나호의 말에 검수가 앞발을 흔들었다.

<내 말을 알아듣는 거야?>

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머리가 흔들리는 것이라 귀엽기 짝이 없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이번에도 검수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데 그런 검수를 가만히 보고 있던 똑이가 검수를 향해 다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내가 먼저 찍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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