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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92화 (292/350)

292. 내가 먼저 찍었어!

지금까지 똑이는 새끼 문어들만을 부렸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이 순간 그것이 깨져버렸다.

수수보다 작아서 언 듯 보면 거미로 보이는 녀석이 발을 하나 들어서 까딱거리자 검수가 냉큼 똑이의 옆으로 온 것이었다.

동그랗고 까만 먼지덩어리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의 옆으로 온 검수를 더 가까이 부르더니 냉큼 검수에 머리 위로 옮겨가는 똑이였다.

<저 녀석 뭐하는 거야?>

"글쎄?"

검수의 머리에 앉은 똑이는 검수를 조정했다.

그리고는 검수를 내 머리 위에 내려앉게 했다.

살짝 어이가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대장이 되고 싶은 거야?"

브으으!

꼬물!

^전망이 좋다고 하네요.^

<전망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자유롭게 이동할 수단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똑이 녀석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어.>

머리에 까만 장식을 올린 것처럼 보일 것 같지만 그대로 두기로 했다.

목에 붙어 있느라 보지 못했던 던전을 맘껏 볼 시간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브으으!

^냄새! 더러워!^

그 말과 함께 똑이가 입으로 뭔가를 뱉어났다.

치료수 밖에 먹은 것이 없는 똑이라 치료수가 튀어 나왔을 것이 뻔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무척이나 더러운 행동이었지만 거대 몬날 문어의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성장 과정 중 하나인 것 같았다.

가슴에 붙어 있던 새끼 문어들이 갑자기 날아오르며 반응을 보였다.

마치 첫 옹알이를 기뻐하는 삼촌 이모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이 행동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갑자기 말랑 젤리 같은 아주 작은 문어들이 나타났으니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어? 문어다! 아니··· 쭈꾸민가?"

"갑자기 무슨 쭈꾸미? 어? 정말 쭈구민데? 이게 무슨? 잡아!"

"먹을 거다! 쭈꾸미라고!"

"내가 먼저 봤어! 내 것이라고!"

새끼 문어가 다른 사람의 눈에는 쭈꾸미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서로 새끼 문어를 잡으려고 달려들었다.

배고픔에 반쯤 정신을 놨는지 문어들이 공중에 떠있는 것을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깜짝 놀란 문어들이 색깔을 바꾸었다.

위급 상황이어서 그런지 새끼치고는 빠르게 색을 변화시켰다.

문어들의 색깔이 변하자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내가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어어···."

"이게 뭐야? 먹는 거 아니었어?"

"싹 잡아서 한 입에 털어 넣으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이거 형씨 거요? 아니면 내가···."

제법 인상이 험악한 사람이 손을 뻗어왔다.

하지만 남자의 손은 새끼 문어에게 닿을 수 없었다.

"아악! 이게, 이게 뭐야아아!"

내가 나서기도 전에 꼬물이와 똑이가 나섰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손이 앞으로 뻗어오자 먼저 움직인 것은 꼬물이의 뿌리였다.

언제든 쳐낼 준비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행동을 취한 것은 똑이가 더 빨랐다.

분명 치료수밖에 먹은 것이 없는 똑이가 뭔가를 뱉어낸 것이었다.

똑이의 입에서 나온 것이 그대로 날아가서 남자의 눈에 맞았다.

<저런 놈에게 치료수를 뱉은 거야? 아무리 네 입에서 나온 것이라도 저런 놈에게 치료수는 안 돼!>

나호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했다.

브으으!

^돌! 내가 던진 것은 검수의 입에 있던 돌이다.^

황금 던전에서 나왔으니 검수의 입에도 분명 황금과 황금 옆에 붙어있는 각종 찌꺼기가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황금이라고 하지 않았으니 찌꺼기를 던진 것 같았다.

똑이의 입에서 나온 것에 맞은 남자가 눈을 부여잡는 순간 꼬물이의 뿌리가 남자를 쳐내버렸다.

갑자기 남자가 알 수 없는 것에 공격을 받아 넘어지자 주변의 사람들이 물러났다.

하지만 흩어지지는 않았다.

한두 발짝씩 물러나기는 했지만 남자가 넘어지자 오히려 몰려드는 사람들이었다.

<누구도 도와주려고 하지 않네. 저것을 일본 놈들은 존중이라고 하지. 역겹게.>

친절하다고 알려진 일본사람들은 의외로 불친절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말 친절이 필요한 순간에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지금 남자가 겪고 있는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남자가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누구도 도와주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섣부른 참견일 수 있다는 핑계를 내세우지만 더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면 귀찮아질까봐 피하는 것이고, 피해가 자신에게까지 미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도와주지 않을 거면 물러나기라도 하면 좋은데 구경을 하고 있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아악! 내 꼬리뼈! 일어나지를 못하겠네!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야!"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주변 사람들이 동조해줄 것을 바라는 것 같았지만 나서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자 남자가 엉거주춤 일어서더니 다시 달려들려고 했다.

그러자 재미난 구경이라도 났다는 듯이 흥미를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천지분간을 하지 못하는 남자도 짜증스럽지만 구경꾼이라도 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은 더 보기 싫었다.

그래서 그대로 지나쳐 가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가 돌을 던졌다.

내 등을 향해서였다.

등을 돌렸으니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익명성이라는 것을 즐기는 사람인가 보네.>

'그러게. 그럼 나도 익명성 놀이를 좀 해볼까?'

나호의 말에 심상으로 대답하는 사이 등을 향해 네댓 개의 돌멩이가 날아왔다.

뮤!

^익명성 놀이? 그거라면 우리가 나서야지. 안 그래?^

꼬물이에게 부탁해서 돌멩이를 던진 사람들을 혼내줄 생각이었다.

뿌리로 은밀히 접근하면 내가 공격했다는 것을 알 수 없을 것이 뻔했다.

그런데 언제부터 나와 있었는지 도뮤가 하겠다고 했다.

'좋아. 확실하게 혼내줘.'

뮤! 뮤!

^걱정하지 마라. 조금 심하다 할 정도로 혼 줄을 내줄 테니까. 집사는 어서 가!^

내가 이 사람들과 충분히 멀어진 후에 응징을 해줄 생각인 것 같았다.

그 사이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

"뭐야? 차림새를 보니 뭐라도 있을 줄 알았더니 아니었네?"

"괜히 겁먹었잖아! 에잇! 이것도 먹어라!"

"저놈 일세도 못 내서 쫓겨나는 거 아니야?"

"정말 그러는 것 같은데···."

"장비와 옷에 돈 쓰기 시작하면 이곳에 살기 어렵지."

"그러게 적당히 꾸밀 것이지···. 저런 놈을 두고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하는 거야."

"야! 우리 저놈 칠까? 겉에 걸친 것만으로도 한 몫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내가 먼저 찍었어!"

'하하!'

헛웃음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각성예외자인 것이 뻔한 이들을 직접 상대할 수도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으어억!"

"아아아악!"

"사, 살려줘어어!"

"흐허어억!"

"아아아악!"

사람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토해냈다.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비명소리는 내가 던전을 완전히 빠져나올 때까지 계속 되었다.

<속이 다 시원하네. 다리 한두 개씩 분질러놔야 속이 시원한데···.>

뮤! 뮤! 뮤!

^다리 부러지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선사했으니 걱정하지 마라. 흐흐흐!^

대기실로 복귀한 도뮤가 콧노래를 불렀다.

확실한 응징을 가한 것 같았다.

꼬물!

^도뮤 다시 봤어요. 화나니까 무서워요.^

뮤! 뮤!

^친구! 나 무서운 도깨비 아니다. 나 아무에게나 화내지 않는다.^

도뮤가 꼬물이 옆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여기는 변화가 전혀 없네."

<거의 버려진 것 같은데? 그런데 천기재는 어디에 있어?>

"미우라의 장례식장 부근이야."

<미우라의 장례식장? 왜 그 부근에 있었을까? 지금 그 부근에 있다는 말은 전생에도 그곳에 있었다는 거겠지?>

"전생과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렇지."

<그럼 천기재는 전생에 일본에서 미우라를 만났던 걸까?>

"알 수 없지. 대변혁 직전에 군복무 중이었다는 것만 알려졌으니까."

<세상이 이렇게 바뀔 줄 알았으면 절대로 군대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서 그것만 기억이 나는 거야. 일본에 관한 이야기를 특별히 한 적도 없었고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천기재가 일본에서 미우라를 만났다는 말을 한 것을 본 적은 없었다.

있었다면 지금쯤 권능 기억이 반응을 보여야 하지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전생과 너무 다르다. 물론 우리 때문이겠지만 말이야. 이렇게 던전에서 사람들이 살게 됐으니까 천기재가 더 빨리 연구열을 불태울지도 모르겠어.>

전령조의 쉼터가 있는 공원은 지금 엉망이었다.

대변혁 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뿌리째 뽑힌 나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는데 이곳에 얼마나 큰 나무가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말을 해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니 빨리 만나야지."

이곳이 비록 일본이기는 하지만 아름드리나무들이 사라져버린 것은 아쉬웠다.

이 공원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몫 톡톡히 했던 나무들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우리는 아쉬움을 달래며 공원을 빠져나와 미우라의 장례식장이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그런데 미우라의 장례식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꾸!

꾸루가 급하게 정보를 전달했다.

던전을 나오면서 보내둔 전령조들이 보내온 정보였다.

만화경을 통해 직접 봐도 되지만 여러 마리의 전령조가 한꺼번에 정보를 전달하면 꾸루가 취합해서 정리를 한 다음 보여주는 것이 훨씬 나았다.

전령조들이 보내오는 정보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꾸루의 정보 정리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만화경을 직접 보는 것보다 빠른 것 같았다.

어쨌든 꾸루가 급하게 전해준 정보는 싱크홀에 관한 것이었다.

미우라의 장례식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싱크홀이 있었다.

아마 대변혁 직후에 지반이 침하된 것 같은데 지난번 봤을 때 깊이가 40미터 이상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 꾸루가 전해온 싱크홀은 지난번보다 더 커지고 깊어져 있었다.

문제는 그 안에 던전까지 형성된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천기재의 위치가 딱 그곳인 것 같았다.

다시 상태창을 확인했다.

찾기창에 나타난 도쿄 지도를 확대했다.

그러자 천기재가 있는 곳이 더 명확하게 나타났다.

<던전에 있는 거야? 그것도 저런 놈들이 튀어 나오는 던전에? 이거 죽었을 가망성이 높을 것 같은데?>

"아직은 살아있어. 서둘러야겠어."

반반이를 불러냈다.

반반이의 등에 올라타자마자 반반이가 싱크홀이 있는 곳을 향해 질주했다.

"고생했어."

말하는 것과 동시에 좀비를 쳐냈다.

스걱!

커어억!

머리통을 벴는데도 소리를 지르며 잠시 몸부림을 치더니 축 늘어졌다.

"D급 이상의 좀비형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인 것 같아. 저항이 상당해."

F급 좀비의 경우 창으로 어렵지 않게 머리를 벨 수 있었다.

이때 저항이라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방금 좀비는 상당한 저항이 느껴졌다.

<혼자 괜찮을까?>

"왜 혼자야? 너희들이 있는데···."

꼬물!

^나호! ㅂㅂ!^

꼬물!

^이거 잡고 내려가세요.^

싱크홀로 내려가려고 하자 꼬물이가 굵은 뿌리 하나를 내려주었다.

뿌리를 잡고 내려가려고 하는 순간 뿌리가 바닥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마워!"

스걱! 스걱! 스걱! 스걱!

싱크홀로 내려간 순간 그 안에 있는 좀비를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싱크홀 안에 개미떼처럼 좀비들이 몰려 있었는데 이놈들은 서로를 지지대 삼아 싱크홀 밖으로 나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징그러워보였다.

그런데 그 한 가운데 내려섰다.

미치지 않고는 쉽게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나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많은 좀비를 어떻게 처리해야 좋은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촤아아아아아악!

치이이이이이익!

크아악! 크악!

캬아악! 크아아아!

F급 좀비라면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쓰러지지만 이놈들을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많기도 하다.>

싱크홀 가득 담긴 것 같은 좀비들이 겁을 상실하고 달려들었다.

그리고 몰려드는 좀비들은 그대로 마나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자 더 이상 싱크홀 안에 좀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보석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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