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94화 (294/350)

294. 삼열 던전

이 던전에는 따로 보스룸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보스룸이 존재하지 않은 던전도 많기 때문에 그것이 특별할 것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던전 안의 모든 몬스터를 처리했는데도 불구하고 던전이 클리어 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천기재도 보이지 않고 말이다.

"너희도 이상한 거 발견한 거 없지?"

꾸!

^없어요. 전령조들이 이상한 것은 다 건드려보기까지 했대요. 그런데도 없어요.^

<집사! 여기 혹시 이중 던전일까?>

"이중 던전이라면 이어진 던전의 입구가 보여야해. 그런데 보이지 않잖아."

<그럼 말이 안 되잖아. 천기재도 여전히 살아있는 것으로 나온다며? 이중 던전이 아니라면 이미 보였어야해. 천기재는 분명 우연히 이중 던전으로 떨어졌을 거야. 우리는 그 입구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고.>

나호의 말이 일견 타당했다.

그런데 이렇게 뒤져도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입구에서부터 다시 찾아볼까?"

<또?>

"다시 찾아봐야지. 이 상태에서 나갈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일본은 역시 짜증스러운 나라야. 던전까지 이 모양이네. 지긋지긋해!>

나호가 툴툴거리면서 앞장섰다.

좀비가 사라진 던전은 제법 분위기가 괜찮았다.

그래서 그런지 새끼 문어들도 주변을 자유롭게 날고 있었다.

탁구공보다 작은 녀석들이라 손에 쥐고 가지고 놀면 감촉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만져서는 안 되지만 말이다.

꼬물!

^새끼 문어들 너무 귀여워요.^

"네가 더 귀여워."

꼬물이는 작고 귀여운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다른 소환 식물은 단 하나만 가지고 있는 작고 여린 뿌리를 일곱 개나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꼬물!

^이제 꼬물이는 선배에요. 선배다워야 해요.^

그렇게 말하며 제법 의젓한 포즈를 취하는 꼬물이었다.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소환수가 많으니 좋네. 이런 순간에도 웃을 수 있고 말이야.>

"좋은 일이지."

거대 몬날 문어를 소환수로 두게 될지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은 작은 녀석들이지만 이 녀석들이 크면 한 마리 한 마리가 최소 A급 몬스터였다.

똑이는 S급이고 말이다.

이런 녀석들을 소환수로 두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 사이 던전의 입구에 도착했다.

혹시 내가 보지 못한 것이 있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집사! 왜 그래? 아무것도 없는데?>

"여기 바닥을 봐. 이거 미닫이문을 열 때 남는 자국 아니야?"

<미닫이문 자국일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하게는 보이네.>

"이거 미닫이문 자국이 확실해. 그것도 문 밑에 바퀴가 부착되지 않은 거."

지금은 문을 다 바꾸었지만 어릴 적 할아버지 댁 문에는 바퀴가 달리지 않았었다.

자주 여는 문인데도 미닫이문은 날씨에 따라 뻑뻑할 때가 있었다.

그런 날 문을 열면 바닥에 꼭 이런 자국이 남곤 했었다.

<미닫이문은 나도 잘 알지. 이것과 비슷한 자국을 남긴다는 것도.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던전에서?>

"이 던전이 이중 던전이라면 말이야···. 이중 던전이 우리가 이미 경험한 방식의 이중 던전만 있으라는 법은 없잖아."

<그렇기는 하지. 이중 던전이 드물기는 하지만 단 하나도 똑같은 것은 없었지.>

"그래서 하는 말이야. 던전에 입구에 이런 자국이 있을 필요가 있을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닫았던 것 같은 자국이?"

<그러니까 집사 말은 문을 여는 방식에 따라 다른 던전에 입장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야?>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잘 생각해봐. 우리가 이 던전에 들어올 때를···."

<지화 좀비가 나와서 정신이 없었어. 쉽게 처리하기는 했지만 지화 좀비를 설명하느라···. 잠깐! 유난히 왼쪽으로 들어온 것 같아. 보통은 중앙으로 들어오는데···.>

"그래. 이 던전은 입장할 때 왠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는 것 같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해? 나가야 하는 거야? 이 던전을 정리하는 것은 사라지는 건가? 애써 정리했는데?>

던전을 클리어 했다고 해서 특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그런데도 클리어에 집착하는 것은 경험치 때문이었다.

이런 경험치가 쌓이면 스킬 등급이나 능력치를 별 무리 없이 올릴 수 있었다.

그것이 아니라도 보상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던전은 충분히 살폈어. 그러니 아쉬울 거 없어. 나가자."

<집사가 나가자고 하면 나가기는 해야 하는데 아쉽네. 아쉬워.>

혹시 잘못 생각한 것이라면 지금까지 고생한 것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던전은 살필 만큼 살핀 상태였다.

여기서 더 시간을 수색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였다.

우리는 던전을 퇴장하기 위해 던전 입구로 나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평상시처럼 중앙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중앙에는 뭔가가 막혀 있는 것처럼 다가갈 수 없었다.

<어? 왼쪽으로 입장했다고 왼쪽으로 퇴장하라는 건가? 집사 오른쪽에 한 번 가봐.>

"이쪽도 마찬가지야."

<이거 집사의 추리가 맞아떨어질 수도 있겠는데?>

"그럼 좋지."

왼쪽으로 퇴장을 하려고 하자 퇴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던전을 나왔을 때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던전 '까꿍!'이었습니다.]

"방금 뭐라고? 까꿍?"

<집사! 이거 우리 놀리는 것 같지 않아? 지화 좀비를 그렇게 많이 처리했는데 클리어 보상도 없더니 뜬금없이 저 메시지는 뭐야?>

던전을 퇴장할 때 이런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단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던전 까꿍이었다니···.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지···.

도대체 저런 던전 이름은 누가 지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꼬물!

^까꿍!^

그런데 그 순간 꼬물이가 양손으로 눈을 가렸다 펼치면서 까꿍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

꼬물!

^까꿍!^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고 반복해서 하는 것이 아무래도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이 던전이 이중 던전인 거지?"

꼬물!

^던전 식물 족쳐볼까요?^

<저런 험한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꼬물!

^족치다! 표준언데···?^

"꼬물이 혼내는 거 아니야. '족치다'는 말의 어감이 세서 나호가 놀라서 하는 말이야."

꼬물!

^저도 알고 있어요. 다녀올게요.^

꼬물이가 밝게 웃으며 던전 덩굴에게 다가갔다.

차악!

하지만 잠시 후 나호는 살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꼬물이의 뿌리 하나가 던전 덩굴을 사정없이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꼬물이가 던전 덩굴을 공격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강하게 후려친 적은 없었다.

한꺼번에 잎사귀 대여섯 장이 후두둑 떨어지고 덩굴손도 두 개가 부러졌다.

뭐 그 정도를 가지고 그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건 작은 일이 아니었다.

던전 덩굴은 아무리 강한 헌터가 공격을 해도 손상을 입지 않았다.

공격을 하려고 하면 오히려 던전 덩굴에게 호되게 당했다.

그래서 제정신으로는 누구도 던전 덩굴을 공격하지 않았다.

저렇게 잎사귀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덩굴손까지 부러지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혹시나 후환이 있으면 어쩌나 싶었다.

대기실을 슬쩍 보니 다른 소환식물들이 긴장한 채 꼬물이를 주시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꼬물이와 우리를 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꼬물이는 야무지게 던전 덩굴을 몰아치고 있었다.

꼬물이에게 몇 대를 더 맞은 던전 덩굴이 일제히 뒤쪽으로 기울어졌다.

던전 덩굴은 입구를 향해 뻗어있는 것이 정상인데 팔을 벌린 것처럼 슬금슬금 물러난 것이었다.

차아악!

도망은 매를 부를 뿐이었다.

꼬물!

^어딜! 갈 데가 어디 있다고! 이렇게 어리석어서야!^

<집사! 꼬물이 무섭다! 이제 꼬물이가 아무리 귀여운 행동을 해도 귀엽게 보이지 않을 것 같아.>

말을 이렇게 하지만 꼬물이가 조금만 귀여운 행동을 하면 가장 먼저 까무러칠 것이었다.

꼬물!

^똑바로 말해! 말하기 싫으면 내가 살펴보는 것을 허락하든지. 거짓을 고하면 알지?^

꼬물이의 뿌리 하나가 대기실을 나와서 바닥에 닿았다.

이 던전의 덩굴만 허락하면 뿌리로 직접 들어가 확인한다는 말인 것 같았다.

"저런 것도 가능하나? 던전 덩굴들의 능력은 무궁무진하구나."

<던전덩굴들이 아니고 꼬물이라서 가능한 거 아니야?>

"꼬물이 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른 덩굴들도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은데···? 문제는 성격이겠지."

<하긴! 황이나 금이는 멍석을 깔아준다고 해도 저렇게는 못하지.>

황이와 금이가 뿌리를 배배 꼬며 부끄러워했다.

황이와 금이는 수줍음이 많고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꼬물이처럼 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대신 황이, 금이는 누구보다도 농사를 잘 지었다.

그것만으로도 둘은 제 역할을 잘 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꼬물!

^알아왔어요. 직접 보려고 했는데 몇 대 맞더니 술술 불어서 직접 보지는 않았어요.^

당당하게 그렇게 말을 하더니 갑자기 아주 작은 글씨를 썼다.

눈을 크게 떠야 보일 정도의 글씨였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꼬물!

^남의 던전을 들여다보는 것은 사실 무례한 거예요. 꼭 지켜야할 '덩굴 윤리' 같은 것이기도 하고요.^

이런 글을 쓰고는 웃는 모습을 뿌리로 나타내는 꼬물이었다.

덩굴 윤리에 어긋나는 것을 알면서도 협박을 한 것을 시인한 셈이었다.

사실 폭력도 허용될 리가 없었고 말이다.

꼬물!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줄타기는 잘해요. 헤에.^

그렇게 말을 웃어보이고는 바닥에 빠른 속도로 글을 썼다.

한꺼번에 일곱 개의 뿌리를 총동원한 채 글을 썼기 때문에 금세 꼬물이가 전하고자 하는 말이 볼 수 있었다.

이 던전은 미닫이문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형태의 던전이라고 했다.

던전이 하나가 아니어서 이중 던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던전은 이중 던전도 아니라고 했다.

이 던전은 자그마치 세 개의 던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삼중 던전도 아니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중 던전이라고 하면 던전 안에 던전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이 던전은 그런 식으로 있지 않다고 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삼열 던전'이란다.

꼬물!

^세 개의 던전이 나란히 있으니 던전 덩굴도 세 개가 있어야 하지만 단 하나만 있잖아요.^

<듣고 보니 그러네. 세 개의 던전이 아무리 가깝게 있다고 해도 기둥도 각각 있어야하고 덩굴도 각각 있는 것이 맞지.>

꼬물!

^그런데 저 덩굴이 다 잡아먹었대요.^

"뭐라고? 잡아먹었다고?"

꼬물!

^정확하게 말하면 잡아먹었다는 말은 사실 맞지 않기는 해요. 흡수했다가 더 맞을 것 같아요. 다른 던전 덩굴 둘을 흡수하고는 관리가 쉽도록 던전의 입구를 하나로 압축했대요.^

"그런 것이 가능해?"

꼬물!

^원래는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 일이에요. 그래서 지금 저 녀석 미움 받고 있어요.^

이 말도 누가 볼세라 아주 작게 적는 꼬물이었다.

꼬물이가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아마 작게 소곤거렸을 것이 분명했다.

'시스템에게?'

꼬물이가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나도 심상으로 물었다.

꼬물

^이거 비밀이에요. 미움 받고 있어요. 그러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하는데···. 하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왜 세 개씩이나···. 쯧쯧!^

꼬물이가 혀를 차고는 설명을 이었다.

삼열 던전이다 보니 사람이 입장하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던전에 입장하게 된단다.

자칫 한 팀이 각기 다른 던전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한 던전 덩굴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세 개를 모두 정리해야 던전을 클리어 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했다.

<참 개떡 같네. 그렇다고 보상을 세 배로 줄 것도 아니잖아?>

꼬물!

^보상은 던전 덩굴도 알 수 없으니까. 저 던전이 까꿍인 이유를 이제 알겠지?^

꼬물이가 나호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던전 이름이 까꿍이 됐다고 하니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꼬물!

^까꿍! 분명 있는데 없는 척 하니까! 까꿍!^

꼬물이는 이해를 하는 것 같은데 꼬물이를 제외한 누구도 던전 이름을 납득할 수는 없었다.

이름을 짓는다는 장인을 보고 싶은 순간이었다.

"그럼 이제 입장해도 되겠네?"

꼬물!

^중간에 있는 던전은 양쪽에 밀려서 아주 작은 던전이래요.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어요. 오른쪽 던전은 왼쪽 던전과 닮은 듯 다르다고 했고요. 어느 던전부터 입장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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