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97화 (297/350)

297. 도깨비 간식

뮤! 뮤! 뮤!

^집사! 집사! 우리가 본체에서 핵을 제거했다. 하지만 아직 절반 밖에 하지 못했다. 나머지 처리하겠다. 그런데···.^

거기까지 말한 도뮤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꼬물이를 쳐다보자 꼬물이도 이유를 알지 못한다는 몸짓을 했다.

뮤!

^집사! 기분이 좋지 않나?^

아마 소환수인 도뮤가 내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쁘지 않아. 좋아."

뮤! 뮤! 뮤!

^그렇지? 바람처럼 끝내고 돌아가겠다. 하하하.^

도뮤와의 연락이 끊어졌다.

<왜 도뮤에게 이곳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았어?>

"이곳 상황을 알게 되면 서두르게 될 거야. 그러나 자칫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도깨비들이 주도적으로 전투를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이 손바닥만 한 몬스터의 몸에서 핵을 꺼내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일지만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었다.

<도축은 안 되는 거지?>

"도축이 됐다면 지금 이러고 있지 않지. 여러 마리가 아닌 것 같아. 한 마리야. 모든 핵이 제거 되어야 죽는 것 같아."

핵이 제거되어야만 죽는 몬스터들이 있었다.

이런 경우 보통 한 개의 핵만을 보유하고 있지만 다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 개의 핵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핵은 단순히 속이기 위한 수단인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 몬스터는 엄청난 수의 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대신 매우 작은 핵을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퍼어억! 퍼어억! 철퍼더억!

안전 텐트 밖에서 엄청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몬스터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안전 텐트의 좋은 점은 밖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물론 밖에서는 안전 텐트의 안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밖이 보인다는 것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젤리 같이 생긴 것이 텐트는 물론이고 주변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우리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안전 텐트가 사라질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먼저 텐트의 바닥을 걷어내고 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방패도 세우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액체 괴물의 하중을 버틸 수 없었다.

그래서 가장 간단히 생각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땅을 파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에게는 소환식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환식물의 뿌리가 한 번 지나가기만 해도 바닥이 파이고 있었다.

<이 정도 팠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소환식물들이 있으니 언제든 더 파고 들어갈 수도 있을 거고.>

3미터를 파고 들어갔을 때 나호가 한 말이었다.

하지만 3미터는 너무 얕았다.

"조금만 더 파자."

<얼마나 더 팔 건데?>

"10미터를 파면 안전할 것 같기도 해."

<10미터? 의미가 있는 거야?>

"본체가 10미터 깊이에 있다고 했잖아. 왠지 그 언저리면 안전할 것 같아."

<그렇듯 하네. 그런데 서둘러야겠다. 이제 몇 분 남지 않았잖아.>

"정확하게 1분 21초 남았어."

<이런!>

땅을 파는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땅을 파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파는 것 못지않게 중요했다.

그래서 기둥을 박아 넣으며 땅을 파고 들어갔다.

속도가 나기 시작하면서는 3, 4초면 1미터를 파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소환식물들 덕분이었다.

10미터 정도 파고 들어가자 나호와 도뮤가 말하던 굴이 나타났다.

정말 작은 쥐가 한 마리 겨우 지나갈 굴이었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아도 벽면 처리는 잘 되어있었다.

그 굴을 지나서 10미터 아래로 내려가려고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꼬물!

^더 이상은 파고 들어갈 수 없어요.^

"설정으로 막혀있나 봐. 옆으로 파고 들어가자."

꼬물!

^ㄴ자 굴을 만들자는 거죠? 이 몬스터처럼.^

"그렇지."

꼬물!

^어렵지 않아요. 여기 계세요. 다 파면 말씀드릴게요.^

유난히 공손하게 말한 꼬물이의 뿌리가 ㄴ자로 굴을 파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초 남짓!

머리 위로 방패를 고정했다.

굴을 뚫고 내려오면서 방패를 고정해두었기 때문에 이것까지 하면 총 일곱 개의 방패가 설치되었다.

<5초 남았어.>

<3초!>

<이제 가야해.>

나호의 신호와 함께 안전 텐트에서 나와서 방금 꼬물이가 뚫은 굴로 들어갔다.

굴로 들어가서 뒤를 돌아보자 텐트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우직끈 하는 소리와 방패가 쏟아져 내렸다.

<살벌하네. 뒤로!>

살벌하네 하는 소리를 하던 나호가 뒤로 물러났다.

부서진 방패 조각의 일부가 옆으로 뚫린 굴 쪽으로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이제 완전히 갇혔네."

소환수가 없었으면 반드시 죽었을 것이다.

대변혁 3개월 만에 이런 던전이 나타난다는 것이 믿을 수 없었다.

<집사! 전생에도 이런 던전이 있었을까?>

"들은 적 없어. 싱크홀도 들은 적 없었고."

일본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고, 인정도 하지 않았다.

일상생활에서 '고맙다', '미안하다', '잘 몰랐습니다.'라는 말들을 자주 들을 수 있으니 착각하기 쉬운데 일본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친절하지 않았다.

이들은 거짓도 우기면 진실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거짓을 쌓아서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들이 쌓아올린 거짓을 진실의 증거라고 들이밀었다.

그런 일본인들이니 혹여 이런 것이 있었다고 해도 차후에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나라를 깎아내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면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하면서 던전 지도를 클릭했다.

<여전히 온통 붉네. 이 부근의 핵은 제거됐다고 했는데 왜 아직 이러지?>

"다 제거가 되어야 사라지는지도 모르지. 그것이 아니면 다시 생겨날 수도 있고."

<다시 생겨날 수도 있다고? 핵이? 그러니까 본체가 다시 살아나거나 생성 될 수도 있다는 말이야?>

"확실하게는 알 수 없지. 나도 처음 보는 몬스터니까. 그런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니면 다행이지만."

던전지도의 붉은 점이 옅어지기라도 했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던전지도는 처음 봤을 때 모습 그대로였다.

이 상태에서는 도울 수 있는 일도 없고 참으로 답답했다.

아바타인 액체괴물의 크기가 너무 커서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나갔다가는 깔려죽든지 질식사하기 딱 좋았다.

<도뮤 녀석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이야기라고 해주지.>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 답답했는지 나호가 투덜거렸다.

"최선을 다하고 있을 거야."

<내가 나갔다가 와 볼게.>

그 말을 한 나호가 굴의 천장으로 머리를 넣더니 그대로 위로 올라가버렸다.

영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호는 현재 내게서 20미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 있는 굴이 10미터 아래이니 어쩌면 액체 괴물 위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희망은 이내 사그라졌다.

<집사! 이 몬스터 정말 이상해! 액체 괴물의 두께가 장난이 아니야. 내가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갔는데도 여전히 액체괴물이었어.>

"그럼 액체 괴물의 두께가 10미터 이상이라는 말인데 그런 몬스터가 어떻게 하늘에 떠 있었지? 그것도 한 덩어리인데?"

세상에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았다.

<만약 도뮤가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우리는 꼼짝없이 죽게 되는 거야?>

"여기 바로 던전 입구야. 굴을 파서 나가면 그만이야."

<아참! 그랬지. 당당하게 걸어서 퇴장할 수 없어서 문제지 퇴장에는 문제가 없겠구나.>

나호의 얼굴에 안도가 어렸다.

그때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도뮤가 몬스터의 모든 핵을 제거하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그 순간 대기실로 도깨비 두 마리가 들어왔다.

대기실로 들어온 도깨비는 어색한 듯 두리번거렸다.

<어? 도깨비 두 마리 들어왔다. 이것으로 도깨비가 202마리가 되는 건가?>

"그것보다 누가 안내를 좀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쫑!

^제가 할게요.^

덩치가 큰 꾸루가 하는 것보다는 쪼롱이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는 했다.

쪼롱이가 가볍게 날아가더니 새로 대기실로 들어온 도깨비 두 마리에게 다가갔다.

도깨비 마을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새로 온 도깨비는 쪼롱이를 보더니 무척 반가워했다.

낯선 곳에서 아는 얼굴을 보니 더 반가운 모양이었다.

<새로 오는 애들은 모두 한결 같아.>

"갑자기 불려오니까 그렇지. 아무리 오고 싶었던 곳이라도 갑자기 오면 당황스럽지 않겠어?"

사냥조, 전령조, 던전도깨비는 내가 강하지고 이들의 수장인 쪼롱이, 꾸루, 도뮤가 강해지면 대기실로 넘어올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자동으로 내 소환수가 늘어나는 것이었다.

대표 계약이 맺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반반이도 대표계약이 되어 있지만 몬야크는 자동으로 늘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쪼롱이는 비세계, 꾸루는 전령조의 숲, 도뮤는 도깨비 마을에서 새로운 소환수들이 넘어왔다.

<그나저나 도깨비의 수가 전령조를 넘어섰네. 지금 전령조는 200마리라고 알고 있는데.>

꾸!

^200마리 맞아요. 사냥조는 350마리이고요. 몬야크는 반반이 가족을 제외하고 열 마리에요.^

여기에 똑이가 거느리는 새끼 문어가 여덟 마리, 보비가 거느리는 경비거위가 천 마리였다..

물론 새끼 문어나 경비 거위들은 직접적인 내 소환수는 아니었다.

보비와 똑이는 대변혁 이후에 만난 아이들이어서 대표 계약을 맺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식구가 많이 늘었네."

<우리 집사 열심히 벌어야겠다. 그래야 애들 먹여 살리지.>

"아이들이 알아서 먹는데 뭘!"

나호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새로 온 도깨비들이 쪼롱이의 안내를 받아 대기실을 돌아보다 지쳤는지 나무에 앉았다.

그런데 그 나무가 종종 도깨비들이 앉아서 쉬는 나무였다.

유독 햇살이 잘 드는 곳에 있는 나무로 도깨비 마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크기를 자랑하는 것이었다.

<쪼롱이가 말을 해준 걸까? 아니면 저 나무가 도깨비들 취향인 걸까?>

꼬물!

^도깨비 냄새가 나는지도 몰라. 그리고 저 나무에 도깨비 간식도 많아.^

"도깨비 간식은 또 뭐야?"

꼬물!

^도깨비들이 가져다 뒀어요. 햇살 좋을 때 저기에 앉아서 먹으면 기분 좋아진다고요.^

<저기 주르르 앉아서 오물거리는 것이 도깨비 간식이었나 보다. 집사는 도깨비 간식이 어떤 것일 것 같아?>

"글쎄? 광물 찌꺼기를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간식이 따로 있었어? 황금 옆에 붙은 찌꺼기를 주식으로 하니 다른 광물찌꺼기인가?"

<집사는 광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의외의 물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간식이라고 했잖아. 주식과 같지는 않겠지.>

"그건 그렇고. 도깨비들은 간식까지 챙겨먹는데···. 너는 요즘 통 먹지 않았잖아. 괜찮아?"

<실체를 가지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괜찮아.>

꼬물!

^안 괜찮아. 안 괜찮아! 괜찮다고 말한다고 해서 괜찮아지는 것이 아닌데···. 병은 숨겨서 좋을 것이 없다고 했는데···. 꼬마가······.^

꼬물이의 글씨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은근 잔소리쟁이야.>

"널 걱정해서 그러는 거잖아."

<아는데···. 실체를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인데 시간이 도통 늘어나지 않잖아.>

"네가 날마다 10분은 사용해야 늘지. 입으로만 고민한다고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니까."

꼬물!

^맞아. 나호 ㅂㅂ!^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것은 아는데 그래도 날마다 10분씩은 실체를 갖도록 해. 자정 10분 전으로 알람 맞춰줄까?"

나호가 날마다 10분씩 실체를 갖지 않는 것은 몸이 불편해서이기도 하지만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는 것이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지키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굳이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는 없지. 내가 알아서 할게.>

"번거롭지 않아. 자정 10분 전으로 알람 맞춰놓을게. 이거 어렵지도 않아. 상태창에 입력해두면 되니까."

몇 번이나 날마다 실체를 갖겠다고 했는데 번번이 그대로 지나가는 나호였다.

잔소리를 할 바에는 날마다 챙겨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바로 알람을 설정했다.

이제 최소한 자정 10분 전에는 실체를 갖게 만들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엄청 난 소리가 들려왔다.

퍼어어어어억! 철퍼어어더어억!

<집사! 이거 전부 바닥으로 떨어진 모양인데? 그렇다는 말은?>

"도축을 해보면 가장 잘 알 수 있겠지. 도축!"

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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