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01화 (301/350)

301. 미우라의 패밀리

사람은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까?

아니 변할 수는 있을까?

사람은 변하는 것이 아니고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라고도 말한다.

살아가면서 감정을 감추는 것에 익숙해지고, 표현하는 방식이 세련되어져서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 조금 더 마음이 가는 편이다.

전생과 현생을 살면서 사람은 정말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미우라가 전생과 결이 다를지 모르겠지만 그놈의 천성은 변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놈을 봤을 때만 해도 놈은 철저하게 약강강약이었다.

어떤 이유로 놈이 그런 모습을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행동 한두 개로 놈을 달리 생각할 리는 없었다.

뮤! 뮤! 뮤!

^희생정신이 탁월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상하다고도 생각했다. 보통 팔을 잃는다고 생각하면 두려울 것 같은데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았지만···.^

도뮤가 고개를 갸웃했다.

"전생에 놈은 두 팔이 멀쩡했는데···. 이런 일이 전생에는 없었나?"

이 시기에 일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선택된 민족이라고 떠들면서도 대변혁 초기에 대해서는 말하는 것을 꺼려했다.

대변혁 초기는 어디나 힘들었고 누구도 입에 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면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을 만한 일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사! 미우라 놈의 마나통을 통해서 놈을 얼마나 살필 수 있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지."

[일본 4,590,444번 미우라 에이지(일본, 남, 28세)]

마나홀 : 10

마나통 : 8(발현율 72%)

마 나 : 5,234

특 성 : 마나, 습득, ??

직 업 : 사업가

현재 위치 : '까궁2'던전, 허상 동굴 앞.

현재 상태 : 불안, 초조, 안도.

가족 관계 : 부, 모

성 향 : 이익추구, 다혈질, 냉혈한. 치밀.

현재 재산 : 100억(한국 돈으로 계산한 것임.)

"이런 상태야. 마나홀과 마나통이 많이 자랐어. 마나도 생각보다 많이 가지고 있고···."

<돈은 많이 줄었네. 그런데 능력치 같은 것은 알 수 없는 거야?>

"그것도 알 수 있지. 1마나만 투자하면."

<그걸 보는 데도 마나를 지불해야 해?>

"한 번 투자하면 그 이후로는 더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까 비싼 것은 아니지."

<그냥 보여주면 더 좋은데.>

나호는 아쉬워했지만 나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1마나를 투자해서 미우라의 상세 정보를 띄웠다.

[스킬 : 검술(E), 생존(D), ??, ??

능력치 : 체력 10, 민첩 9, 감각 11

특수능력치 : ??, ??]

<생존이 D라고? 아니 그런데 무슨 물음표가 저리 많아? 물음표는 집사도 볼 수 없는 거지?>

"미우라 자신도 볼 수 없는지도 모르지. 그나저나 똑똑하게 능력치를 개방했네. 능력치를 개방했다는 것은 상점도 샀다는 말이고···. 그런데 특수 능력치가 두 개나 있네."

다른 무엇보다 특수 능력치가 걸렸다.

특수 능력치는 결코 쉽게 열리는 것이 아니었다.

마나만 가지고 개방할 수 있는 능력치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것이 더 많았다.

특수 능력치는 가지고 있어도 남에게 절대로 밝히지 않는 것이어서 더 궁금했다.

그런데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미우라는 볼 수 있는데 나는 볼 수 없는 것인지, 미우라도 볼 수 없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특성도 하나 늘었어. 물음표로 나타나 있잖아. 저게 뭘까?>

"모르지. 묻는다고 해도 바보가 아닌 이상 말해주지 않을 거고 말이야. 어? 저건?"

동굴을 거의 나왔을 때였다.

히든 검색에 무언가가 하나 더 걸렸다.

무척이나 작게 빛나는 푸른빛이었다.

<또 뭐가 있는 거야?>

"잠깐만."

푸르게 빛난다는 것은 마나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굴벽에 다가가 손을 대었다.

그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축하합니다. 시간제한 아이템을 발견하셨습니다. 아이템을 획득하시겠습니까?]

"획득하겠어."

시간제한이 걸려있는 아이템은 우선 획득부터 해야 했다.

자칫 사라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던전에서 아이템이 발견되기도 쉽지 않은데 시간제한이 걸린 아이템이란다.

당연히 시선이 꼬물이에게로 향했다.

꼬물!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었어요.^

꼬물이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뮤! 뮤! 뮤!

^신기하다. 도깨비가 느낄 수 없는 것도 있다. 오늘만 벌써 두 개째다.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이거 시스템의 농간 같다!^

도뮤가 목소리를 높였다.

어쩌면 도뮤 말대로 이 아이템은 시스템이 미우라를 위해서 준비한 것인지도 모른다.

<집사! 뭐야?>

[띠링! 이 '육체회복'이라는 아이템을 사용하면 모든 육체를 원상회복할 수 있습니다. 단 이 아이템은 중복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보통 아이템을 얻으면 그 아이템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검정 스킬이 없다면 감정사에게 아이템의 감정을 받든지 그것도 아니면 시스템에게 마나를 지불하고 정보를 사야했다.

그런데 이 아이템은 아이템의 정보까지 알려주고 있었다.

마치 바로 사용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집사만 그러는 거 아니야. 나도 기분이 싸해!>

아이템의 정보가 흘러나오는 순간 미우라가 있는 동굴 밖으로 시선이 갔다.

미우라는 지금 불안, 초조하면서도 안도가 된다고 했다.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이놈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목에 두르고 있던 워머를 당겨 올렸다.

<왜?>

"저놈 어떻게 하는지 좀 보려고."

놈에게 아직 나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달리 생각하면 놈 하나 때문에 마나통을 더 이상 얻지 못할 수는 없었다.

당장은 아니지만 각성자들은 언젠가는 마나통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었다.

전생에 그랬듯이···.

그런데 더 이상 마나통을 구매할 수 없다?

절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상상도 해보지 못한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동굴을 벗어났다.

몬야크 위에 태워둔 사람 중 세 사람이 깨어 있었다.

"고맙습니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그런데 이것은···."

몬야크를 가리키며 묻는 여자의 얼굴이 유난히 까맸다.

<못 먹어서 그러나? 아니···. 간이 좋지 않나?>

천기재도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전생에 봤던 것보다 얼굴이 검은 것을 빼면 다른 점은 전혀 없었다.

"감사할 것 없습니다. 정 감사하고 싶다면 시스템에게 하면 될 겁니다. 미션을 받았거든요. 가시죠."

"미션 요?"

미션이라는 말에 반응을 보인 것은 미우라였다.

그런데 놈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미션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눈초리가 가늘어지더니 나를 위아래로 살폈다.

그리고는 몬야크를 보는 미우라였다.

<눈구멍을 확···. 집사! 저놈의 눈을 뽑아버릴까?>

'죽이지 말라고 하는 말 못 들었어? 죽이지 말라고 했는데 눈을 뽑는 것을 가만 두겠어?'

<그러네. 이상해. 뭐지?>

"미션을 받았습니다. 미우라를 포함한 13인을 구출하라는···."

"아! 그렇습니까? 고맙습니다. 그런데 신기하네요. 그런 미션도 주어집니까?"

얼굴이 유난히 검은 여자가 물었다.

그런데 미우라는 미션이라는 말이 나온 후부터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제게 무슨 할 말이라도?"

"아닙니다. 신기해서요. 이, 이런 몬스터를 부리는 것이···."

<애쓴다. 말 돌리느라. 저놈 분명 미션에 꽂혔는데···. 저놈 미션을 받고 있나? 클리어를 하면 보상을 받는 그런 거 있잖아?>

'알 수 없지. 상상도 해본 적 없으니까.'

미션이 주어지는 것은 던전에서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우라의 반응을 보니 저 놈은 분명 미션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자주 어떻게 받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면 저 놈은 전생에 너무 강했어. 3년 만에 한국에 왔잖아. 회귀를 했어도 미개방 던전을 보유하지 못했다면 우리도 불가능했을지 모를 일이야. 그런데 놈은 아무렇지 않게 한국에 왔어.>

전생에 놈은 모르는 것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모든 사람이 좌충우돌하고 실패를 거듭해 하나씩 터득해가는 것을 놈은 길을 아는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그때는 그저 강하면 정보가 더 주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해져도 미우라처럼 모든 일을 능숙하게 처리할 수는 없었다.

<집사! 생각나? 놈이 손대는 일 마다 대박이 났던 거.>

'기억하지. 그것도 잘!'

으드득!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가 갈리는 일이 많았다.

미우라를 이렇게 쳐다보고 있는 지금도 그랬다.

대변혁 전에는 대변혁 전이라고 죽이지 말라고 하더니 대변혁 이후인 지금은 마나통을 가졌으니 해치지 말란다.

가만히 생각하니 미우라의 마나통을 확보했을 때도 평상시 나를 담당했던 시스템이 아니었다.

나중에 나를 담당했던 시스템이 돌아와서도 계약을 유지해서 놈의 마나통을 확보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교묘하게 내가 미우라의 마나통을 소유하게끔 유도하지 않았나 싶다.

"갑시다. 던전 입구까지 가려면 멉니다."

놈과 별다른 말을 섞고 싶지 않아서 반반이를 타고 앞장섰다.

반반이가 출발하자 다른 몬야크들도 반반이의 뒤를 따랐다.

"어떻게 던전을 클리어하신 겁니까? 하늘에 떠 있는 몬스터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던데···."

여자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질문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은 이런 개념이 제대로 서있지 않아서 질문하는 것이겠지만 공략 방법도 일종의 정보였다.

그냥 말해주지 않을뿐더러 이렇게 묻는 것은 몰상식한 행동이었다.

이런 것이 정착되려면 더 시간이 흘러야겠지만 말이다.

대답을 하지 않자 여자는 내가 듣지 못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질문했다.

"저기요! 우리 일본인 맞죠? 우리말 알아듣는 거죠? 이 던전 공략 어떻게 하셨어요? 너무 궁금한데···."

여자는 이렇게 묻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전생을 살았던 나에게는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저렇게 대놓고 묻는 것을 얼마 만에 듣는 것인지···.

<저러다 아구창 날아가는데···. 여자가 겁이 없네. 그런데 저 팀은 왜 저리 얼굴들이 검어?>

미우라를 제외하고는 다들 얼굴이 유난히 검었다.

'최근에 설원이 있는 던전에 다녀왔는지도 모르지.'

<그럼 미우라도 검어야 하잖아. 미우라는 그대로잖아.>

'관심 없어.'

미우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신경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지금보다 더 자주 마나통을 굴려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저놈은 아프지도 않나?>

뮤!

^액체젤리 죽이고 나니 아프지 않은 것 같더라. 신기한 놈이다.^

'고통 내성을 가졌나?'

전생에 놈은 제 몸이 상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몸이 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놈은 그 정도가 심했다.

각성자로, 헌터로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과는 너무도 다른 반응이어서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다치는 것이 싫어서 뭐든 남을 통해서 한다는 말까지 들었던 미우라였다.

그런데 지금은 고통을 아무렇지 않아하고 있었다.

그때 천기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우라 씨! 정말 감사해요. 우리 때문에···."

"그런 감사는 됐습니다. 당연히 해야 했던 일입니다. 함께 들어왔으니 지켜야죠. 우리 팀에 들어오면 더 좋고요."

미우라는 정말 겸손의 아이콘처럼 대답했다.

<어쭈! 저거 봐! 저놈 특유의 모습 나오네. 저런 얼굴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속였는데···. 다행히 아직 천기재는 미우라의 동료는 아닌 모양이네.>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가족이 고향에 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야 해요."

"한국이라고 했죠?"

"예. 군복무 중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절 애타게 찾고 계실 거예요. 일본에 온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당장은 한국에 돌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와 함께 합시다."

"그래요. 우리와 함께 해요. 미우라 오빠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팔을 잃으면서도 우리를 지킨 거 봤잖아요."

여자가 미우라 편을 들었다.

여자는 미우라의 동료인 모양이었다.

"돌아갈 방법을 더 찾아봐야죠."

"지금 바다도 위험합니다. 우리가 이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 확인했습니다."

"그건 저도 아는데···."

"잘 생각해요. 미우라 오빠처럼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팀원을 지키는 팀장은 없으니까."

여자의 목소리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미우라의 패밀리가 저런 식으로 형성됐나보네.>

의미 있는 행동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