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 의미 있는 행동
미우라의 패밀리!
미우라의 최측근이라고 알려진 사람들이었다.
대부분이 일본인이었지만 외국인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미우라를 무한 신뢰했다.
그가 가져다주는 부와 명예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더 끈끈한 뭔가가 있었다.
오래 함께 하면서 쌓았을 것이 분명한 감정들!
그런 것이 미우라의 패밀리에는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미우라가 하는 일이라면 그 어떤 일이든 자신의 일처럼 여겼다.
미우라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하는 동료도 많았다.
패밀리의 수는 적지 않았고 그들의 유대는 견고했다.
미우라의 패밀리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없었지만 한 번 들어간 사람은 누구도 그 안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미우라의 패밀리로 불리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했고 미우라의 패밀리인 것을 그 어떤 명예보다 우선시했다.
그들의 관계는 때때로 일본 봉건시대를 떠올리게도 했다.
미우라와 운명을 함께하는 공동체라는 인식이 강했던 이들은 단순히 이득 때문에 미우라를 따르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미우라에게 감동하고 감화된 것 같은 모습을 보였는데 그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감화시키는 묘한 힘이 있었다.
그만큼 미우라를 믿고 따랐던 것이다.
내가 알던 미우라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들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놈 육체회복과 비슷한 아이템을 다수 가지고 있나? 그게 아니면 팔이나 다리만 허상으로 만든다든지···.'
희생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저 언니도 미우라 오빠가 구해줘서 동료가 됐어요. 저기 동생도 그렇고···. 우리 중에 미우라 오빠 덕분에 목숨을 구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에요. 강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렇게 겸손하기까지 하죠."
여자가 미우라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정말 듣기 싫네. 저놈이 그럴 놈이 절대 아닌데···. 집사! 저놈이 남 구할 놈이야? 지켜보고 즐기면 모를까···. 나는 저런 말 믿기지가 않아.>
뮤! 뮤! 뮤!
^많이 이상한 놈이다. 냄새는 악취가 심한데 행동은 그럴싸하게 한다. 세상 살면서 저런 놈 만날 때가 가장 무섭다. 미리 조심할 수 없으니까.^
꼬물!
^맞아요. 선한 얼굴로 뒤통수를 치죠.^
전생에 미우라는 자신의 패밀리에게는 최고의 리더였을 것이다.
부는 물론이고 명예까지 안겨줬으니 말이다.
"오빠! 그런데 팔 어떻게 해? 많이 아프지···?"
"괜찮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겨날 거야."
"엄청난 고생이 따르고 마나도 많이 든다고 했잖아. 오빠! 내 마나 다 가지고 가!"
"마나를 받을 수는 없어!"
"왜 없어? 나를 살려줬는데···. 이깟 마나보다 나는 오빠의 팔이 더 소중해!"
<드라마를 찍어라! 역겨워서···.>
'팔이 생긴다라···. 뭐지?'
<그러게···. 뭘까? 그런 능력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는데···. 그런 능력이 있다면 그렇게 몸을 사리지는 않았을 텐데···.>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은 시중에 S급 치료수도 없을 시기인데···.
'혹시 놈이 어디선가 엄청난 치료수를 발견했나? 놈의 인벤토리를 볼 수 있으면 좋은데···.'
꼬물!
^던전 덩굴 협박해서 저놈 인벤토리 털라고 할까요?^
꼬물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협박이라는 말을 했다.
'자꾸 그러면 시스템이 좋아할 것 같지는 않는데?'
꼬물!
^상관없어요. 일정 선만 지키면 되요.^
<선을 넘은 것 같은데···.>
나호가 걱정을 드러냈다.
내가 생각에도 꼬물이의 행동이 아슬아슬했다.
꼬물!
^걱정 마! 줄타기 잘해! 그리고 고자질을 못할 정도로 손을 보면 시스템에게 알리지도 못해! 히히!^
<집사! 집사보다 꼬물이가 더 무서운 것 같아!>
꼬물이가 뿌리 하나를 붕붕 흔들고 있었다.
물론 대기실 안에서였다.
셋의 대화는 계속 되었다.
그러다 몬야크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니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우라는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처음 나를 언 듯 본 것도 같은데 제대로 보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F급 치료수를 마시고는 잠이 들더니 그 사이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저 사람은 누굴까요? 이 근방에서 이런 거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이런 걸 타고 다니는 사람은 금세 알려지기 마련이지. 여기 사람은 아닐 거야."
"그럼 어디서 왔을까?"
"우리 팀이 되면 좋겠다. 이 몬스터를 부리는 것으로 봐서는 엄청 강할 것 같잖아."
"몬스터를 부리는 대신 몸은 약할 수 있어."
"그런가. 아무튼 부럽다. 나도 이런 거 있으면 좋겠어. 기재 씨도 그렇죠?"
"저도 이런 것은 부럽습니다. 하지만 전 부모님이 더 보고 싶어요."
"그거 한국인 종특이에요! 부모님께 의지하는 거!"
"의지하는 거 아닙니다."
"맞잖아요. 의지하는 거!"
"아닙니다."
"기재 씨가 아니라고 한다고 해서 사실이 바뀌지는 않아요."
<일본인 종특 나왔네. 쟤들은 이상해. 아니라고 해도 자신들이 믿는 것을 끝까지 우겨. 그럼 마치 진실이 되는 것 마냥!>
'거짓말도 한결 같으면 진실이 된다는 것을 신봉하는 민족이라 그래.'
<저런 것이 간혹 좋게 작용할 때도 있기는 하더라.>
'그러지.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것은 좋은 점이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을 계속 파고들다 뜻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나는 저런 거 정말 싫어.'
세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 잠들어 있던 사람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잠에서 깬 사람들은 다들 몬야크를 보고 놀랐지만 미우라와 여자를 보더니 안심했다.
이들에게는 미우라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집사! 미우라 놈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기는···. 우선은 지켜봐야지. 하지만 마나통이 90%이상 확보되면 참지 않을 거야.'
<일본 놈들 마나통만?>
'아니. 우리 국민의 마나통도 확보해둬야지. 그래야 남들이 우리 국민 건들이지 못하지.'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네.>
'여기서 나가면 한동안 치악산에서 살든지 해야지.'
<세계에 열어둔 던전들 클리어는?>
'그것도 하고.'
난이도가 높은 던전들부터 돌 생각이다.
그렇게 모은 마나로 마나통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생각이다.
꼬르륵! 꼬르륵!
배가 고픈지 사람들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치료수를 먹어서 몸이 회복됐기 때문에 더 배가 고플 것이었다.
미우라와 미우라의 패밀리들이라 아무것도 주고 싶지 않지만 천기재까지 굶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기실에 보관 중이던 빵을 하나씩 건넸다.
따뜻한 음식도 있었지만 주지 않았다.
따뜻한 음식을 보이고 싶지도 않았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고마우면 마나라도 주든지. 미우라에게는 마나도 잘도 주더니···.>
나호가 투덜거렸지만 미우라 패밀리가 들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래 굶주려서 그런지 빵을 먹고 난 후 사람들은 더 배가 고파했다.
"구름이 빵처럼 보여요."
"나도 그래. 너는 무슨 빵이 가장 먹고 싶어?"
"나? 소시지 빵!"
사람들은 그때부터 먹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먹는 이야기는 만국공통이라고 하더니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참 끝도 없이 이어졌다.
<듣기 싫어 죽겠네. 이거 보상 확실하게 해주겠지? F급 치료수 산 마나도 다시 돌려주고···.>
'그럴 거야.'
이들을 구하기 위해 동굴로 달릴 때에는 두 시간이 걸렸지만 돌아올 때는 다섯 시간이 걸렸다.
구조한 이들의 몸 상태 때문에 몬야크들이 속도를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어찌됐든 다섯 시간이 걸려 던전의 입구에 도착했다.
이제 퇴장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대로 몬야크를 타고 퇴장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미우라가 다급하게 말을 했다.
"잠깐만요. 제가 할 일이 있습니다."
"할 일이라뇨? 이제 퇴장만 하면 되는데 무슨 일을 한다는 말입니까?"
"아! 제가 의식처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몬야크에서 훌쩍 뛰어내리는 미우라였다.
민첩 수치가 높더니 아주 가볍게 바닥에 착지하고는 던전입구의 벽으로 달려갔다.
그러더니 그것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는 미우라였다.
"뭘 하는 겁니까?"
미우라에게 물으면 대답을 해줄 것 같지 않아서 패밀리인 것이 분명한 여자에게 물었다.
"아! 미우라 오빠는 던전에 입장하거나 퇴장할 때 항상 저렇게 해요. 입장할 때는 우리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퇴장할 때는 감사를 표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단 한 번도 빼놓지 않아요. 귀찮을 만도 한데···."
"정말 좋은 사람이자 리더입니다. 자신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기도한다고 했어요."
미우라의 팀원들은 미우라를 칭찬하기 바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미우라가 자신을 위하는 것이 아닌 행동을 꾸준히 한다고? 집사! 믿어져?>
'믿을 수 없지! 저거 분명 뭔가 의미가 있는 행동일 거야. 미션 같은 것이 주어지는지도 모르지.'
놈의 행동이 아무래도 남달랐다.
지난번에 비해서 몰라 볼 정도로 정서가 안정되어 보이는 것도 심상치 않고···.
눈에 하면 된다는 의지 같은 것도 엿보이고···.
'전생에 놈은 이곳에서 어떻게 나가게 됐을까? 몬스터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마리로 나뉘어져 있었다고 해도 클리어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시스템이 어떻게 해줬겠지. 분명해.>
놈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지켜봐도 특별할 것은 없었다.
그저 던전 입구의 벽에 손을 가져다 댔다 떼는 것이 전부였다.
기도를 한다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손을 대고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하지만 미우라의 동료들은 그것을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왼팔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네. 미션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동료들의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저런 행동을 하는 걸 거야. 저 눈빛들을 봐.>
함께 있을 때도 그의 왼팔이 눈에 들어왔겠지만 저렇게 혼자 달려가서 뭔가를 하고 오니 더 왼팔이 사라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꼬물!
^구해준 사람은 따로 있는데 자신의 희생만을 부각시키고 있어!^
뮤! 뮤! 뮤!
^저놈 영악하다. 퇴장 전에 저렇게 해서 자신이 던전에서 한 행동을 상기시키고 있다. 아주 영리하다. 자신의 공을 입으로 떠드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저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행동이든 놈이 노리는 효과 이상을 내고 있는 것 같았다.
"고맙습니다. 저는 걸어서 퇴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은근히 앞장서는 미우라였다.
자연스럽게 이곳의 대장이 자신이고 이 공략의 마무리를 자신이 짓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위험합니다. 뒤로 가세요."
"공략이 끝난 던전입니다. 위험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클리어 된 던전은 위험하지 않죠. 혹시 아직 모르셨어요?"
여자가 가르치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꼬물!
^까만 여자! 넌! 한 번 찍혔어!^
꼬물이가 유난히 미우라를 챙기는 여자를 꼭 집어서 말했다
"이 던전 클리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뒤로 가는 것이 좋을 겁니다."
클리어가 되지 않았다는 말에 미우라의 발이 우뚝 멈추어 섰다.
그리고는 조금 전 자신이 짚었던 던전 벽을 보았다.
<뭐지? 방금 저놈 표정에 어린 것은?>
벽을 쳐다보고는 상태창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아직 다른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할지 모르겠지만 던전이 클리어 되지 않았다고 했을 때 분명 미우라는 상태창을 보았다.
그리고는 놈의 눈이 천천히 나를 향했다.
그런데 웃고 있었다.
입이 아닌 눈만···.
"클리어가 되지 않았습니까? 저는 되었다고 생각했지요. 클리어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문제없습니다. 던전 입구가 지척인데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저런 썩을 놈이···. 살려줬더니 저 눈깔은 뭐야? 저거 비웃는 거였어? 아니야···. 비웃는 것과는 미묘하게 달랐는데···. 저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나호가 열을 내는 사이 도뮤가 대기실에서 나왔다.
어지간해서는 대기실을 나서지 않는 도뮤인데 이 던전에서는 참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뮤! 뮤! 뮤!
^이 던전은 우리가 확실히 마무리하지 뭐. 저런 놈 정리까지도···.^
그렇게 말한 도뮤가 놈의 앞으로 날아갔다.
당연히 우리를 제외한 누구도 도뮤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으아악!"
미우라 놈이 야무지게 넘어져버렸다.
"오빠! 미우라 오빠! 오빠! 괜찮아? 팔이 없어서···. 우리 오빠 불쌍해서 어떻게 해? 오빠!"
여자가 몬야크의 등에서 뛰어내리더니 날듯이 미우라에게 달려가서 미우라를 일으켜 세웠다.
<아주 신파를 찍어요. 정말!>
"뭔가 내 발목을 잡았어."
"아무것도 없는데?"
"아니! 분명 뭔가 움직였어. 마치 몬스터처럼!"
그렇게 말한 미우라의 머리가 들리더니 정확하게 나를 향했다.
즐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