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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06화 (306/350)

306. 재미있을 거야

"어디긴 어디야? 던전 덩굴이 있는 곳이지."

소환식물들은 안타깝게도 인벤토리를 건드리지 못했다.

꼬물이는 내 인벤토리 안의 물건을 자유롭게 만지거나 꺼낼 수 있지만 그것은 오직 나에게 한정되어 있었다.

내 소환식물이 되었기 때문인지 다른 사람의 인벤토리는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들의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나로 한정이 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우라는 강탈권을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강탈권을 패밀리에게 건네는 것으로 보아 강탈권만 가지면 아무나 원하는 것을 빼앗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놈이 가진 강탈권을 빼앗을 필요가 있었다.

흐흐!

꼬물!

^흐엉이 제 쇠사슬로 놈을 묶으래요. 그럼 놈이 마음대로 할 수 없대요. 인벤토리도 제 마음대로 열 수 없게 된대요.^

"그래? 그럼 묶어야지."

도뮤가 잘 묶어두었지만 흐엉으로 묶는다고 생각하자 쇠사슬이 나가더니 놈의 상체를 묶었다.

그러자 놈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헉! 으허헉!"

미우라 놈이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며 눈이 풀리는 것 같았다.

축 늘어지지 않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맥이 풀려버리는 놈이었다.

<이놈 왜 이래?>

나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그 순간 흐엉이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 흐흐!

꼬물!

^맛이 있대요. 묘하게 끌리는 놈이래요.^

"으하하하! 하하하!"

참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내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놈의 힘이 되었을 흐엉이었다.

나와는 조금 다르게 사용했을지 모르지만 분명 놈을 위해 준비된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나에게 와서 놈을 묶고 있었다.

정말 절묘해도 이렇게 절묘할 수가 없었다.

뮤! 뮤! 뮤!

^집사가 왜 그리 웃는지 알 것 같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지. 우리 도깨비들도 파벌이 있거든······.^

도뮤가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나호도 이야기를 잘 하지만 도뮤는 이야기를 더 잘했다.

직접 경험한 일들이어서 그런지 도뮤가 하는 이야기들은 늘 살아 숨쉬는 것 같았다.

"그렇게 혼을 내고 나니 다시는 덤비지 않았어?"

뮤! 뮤! 뮤!

^집사도 세상 살아봐서 알잖아! 도깨비도 사람도 잘 변하지 않는다. 도깨비들은 사람들보다 더 바뀌지 않는다. 고집이 세거든. 고집이 센 만큼 잘 발현되면 최고인데 이상한 대로 발현하면 상종 못 할 도깨비가 된다.^

제대로 데인 적이 있는지 도뮤가 질색인 표정을 지었다.

도뮤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 우리는 전령조의 쉼터에 도착했다.

총 53명을 굴비 엮듯 묶어서 가는 것이라 제법 많은 구경꾼이 모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는 왜?"

미우라를 유난히 챙기던 여자가 물었다.

퍽!

꼬물!

^까만 여자! 넌 내가 지켜보고 있다.^

미우라에 대한 애정이 강한 만큼 미운 털이 박혀버린 여자였다.

하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으아악! 저기요! 이거 너무 한 거 아닌가요? 인권이···. 으아악!"

인권을 들먹이다 다시 맞는 여자였다.

한 대를 더 맞고 나자 등을 똑바로 펴지도 못했다.

꼬물이가 힘을 조절해서 그렇지 제대로 맞았다면 이렇게 서 있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여자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끼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당연히 다시 응징을 받았지만 말이다.

꼬물!

^어디서 그런 사악한 눈을 들이대는 거야?^

퍽!

뮤! 뮤!

^우리 집사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도뮤도 여자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그런데 이 둘보다 더 반응이 빠른 존재가 있었다.

흐엉이 손바닥에서 나와서 여자의 눈을 향해 나아간 것이었다.

재빨리 주먹을 쥐면서 흐엉을 들여보냈다.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

히극?

꼬물!

^왜 참아야 하냐고 묻는데요? 그대로 눈을 찔러버리고 싶대요.^

<흐엉 이 녀석 미우라와 제법 죽이 잘 맞았겠다. 흐엉의 자아를 미우라가 알아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나호가 나만 들을 수 있게 말했다.

전생에 흐엉의 자아를 미우라가 알아채고 발전을 시켰다면 그렇게 뒤로 몸을 빼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놈은 강했지만 직접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말은 뭔가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는 말이 된다.

강탈한 것들도 모두 자신이 사용하지 못했던 것 같고 말이다.

"눈이 있어야 부려먹지. 이런 건강한 노예 좋잖아."

<노예라면? 아귀세상으로 보내버리려고?>

"거기도 한 번 가보기는 해야지. 열 배의 시간이어서 거기는 제법 시간이 흘렀을 거야."

워프 게이트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올 연말까지 미리 이용권을 구매해뒀으니 문제될 것은 없었다.

브으으!

아귀세상이라고 했더니 목에 붙어있는 똑이가 반응을 보였다.

고향이라고 그새 가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놈들 데리고 조금 후에 가자."

브으으!

꼬물!

^좋대요. 이번에 가면 두 마리 더 데리고 오자고 하네요. 지금 열 마리 부릴 수 있다고.^

"좋지."

브으으!

수수만한 녀석이 제법 존재감을 뽐냈다.

'꼬물아! 여기 던전 덩굴들 시켜서 얘들 인벤토리 완전히 털라고 해. 할 수 있지?'

꼬물!

^빼앗을 것은 다 우리가 갖는 거죠?^

'다른 것은 필요 없고 강탈권만 있으면 돼.'

꼬물!

^그럼 할 수 있어요. 다 빼앗으면 시스템도 제재를 할 수 있지만 그 정도야 애교로 넘어갈 수 있죠.^

자신 있게 말한 꼬물이가 뿌리를 하나 드리우더니 던전 덩굴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던전 덩굴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지난번에 덤비다가 맞아서 잎이 떨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꼬물이가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지 던전 덩굴이 덩굴손을 부지런히 좌우로 흔들었다.

완벽하게 싫다는 의사표현이었다.

그러자 대기실에서 제법 굵은 뿌리가 나오더니 던전 덩굴 앞에서 붕붕거렸다.

언제든 때릴 수 있다는 위협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던전 덩굴도 제법 세게 나왔다.

이번에는 덩굴손뿐만 아니라 줄기까지 좌우로 흔들며 거부의사를 확실히 했다.

그러자 대기실에서 뿌리 하나가 더 나왔다.

그 순간 덩굴손들이 53명의 인벤토리를 털기 시작했다.

<어떻게 위협을 해야 상대가 겁을 먹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 꼬물이에게 잘못 덤비면 큰일나겠어.>

그런데 조금 전 던전 덩굴에게 공포심을 심어주었던 뿌리를 감싸는 것이 있었다.

손바닥에서 나온 흐엉이었다.

흐엉의 취향은 확실히 센 쪽이었다.

조금 전 던전 덩굴을 공포로 몰아넣은 뿌리에는 갑옷이 입혀져 있었다.

뿌리를 황금으로 덮고 그 표면에 황금으로 만든 쇠침을 부착한 것으로 뿌리가 아니라 흉기로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흐엉은 거기에 완전히 매료된 것 같았다.

흐흐흐흐!

꼬물!

^저보고 선배로 모시고 싶대요. 그러라고 했어요.^

<프하하하! 이런 순간에 웃게 해주고 대단한 녀석들이야.>

꼬물이는 흐엉과 이런 얘기를 나누면서도 동시에 미우라의 얼굴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놈이 상태창을 보려고 하면 언제든지 공격을 하려는 것이었다.

또한 인벤토리가 털리는 순간을 주시하고 있었다.

놈의 표정들을 통해서 혹시 다른 곳에 강탈권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려는 것이었다.

"으허허허! 으윽!"

미우라 놈은 흐엉의 쇠사슬에 묶였을 때부터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나사가 하나 빠진 놈처럼 보였는데 이대로 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쳤다는 말을 들을 것 같았다.

미우라의 인벤토리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강탈권이 있었다.

아무리 많아도 열 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백 장에 가까운 강탈권을 미우라가 가지고 있었고 패밀리들이 가지고 있는 것도 오십 장에 가까웠다.

이런 것을 가지고도 바로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뭔가 조건이 필요한 것 같았다.

<집사! 조건이 뭐야?>

"잠깐만!"

앞면에는 꾸루가 보여줬을 때와 같았다.

강탈권 중 가장 많은 것은 '마나 강탈권'이었는데 1마나에서 최고 1,000마나까지 강탈할 수 있었다.

모두 기한한정 아이템이었고 뒷면에 조건이 적혀있었다.

그런데 강탈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모두 조금씩 달랐다.

"주로 던전에 함께 들어가는 것이 조건이야. 스킬이나 권한은 함께 던전을 공략해야 빼앗을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야. 그런데 마나는 던전에 함께 들어가기만 해도 가능해."

<집사! 강탈이라고 하는 것이 말이야.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미우라의 패밀리들을 봐. 하나같이 얼굴이 까매. 이상할 정도로 많이. 혹시 강탈의 부작용 같은 거 아닐까?>

"물어봐야지."

<누구에게? 미우라에게?>

"지금 상태라면 대답을 할지도 모르지. 다 끝났나?"

평상시의 미우라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강탈권에 대해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었다.

꼬물!

^조금 더 남았어요. 이놈들 몸도 다 수색해라고 했어요. 양말이나 속옷 속에 귀한 거 숨긴 놈들 있잖아요. 이놈들도 왠지 그럴 것 같아서.^

뮤! 뮤! 뮤!

^우리 도깨비들 중에서 황금 한 조각을 은밀한 곳에 넣고 다니는 녀석들 있다! 부적처럼! 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내가 말한 곳은···.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나호가 이상한 표정을 짓자 토라진 얼굴을 하고는 도뮤가 대기실로 들어가 버렸다.

꼬물!

^강탈권 세 장 더 나왔어요. 저 여자 속옷 속에서도 나왔어요. 한 장!^

꼬물이가 여자의 속옷 속에서 꺼냈다고 하는 강탈권은 스킬 강탈권이었다.

이미 스킬 강탈권 한 장을 가지고도 또 소환 스킬을 욕심냈던 것이다.

"우, 우리를 어떻게 할 생각···. 으억!"

인벤토리가 탈탈 털린 것이 기분이 나쁜지 제법 큰소리로 따지려던 남자가 비틀거렸다.

하지만 남자는 넘어지지 않고 이내 균형을 유지했다.

몸의 균형 감각이 놀라울 정도로 잘 발달해 있었다.

능력치 덕분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들어가자."

말을 하고는 던전에 입장했다.

전령조의 쉼터는 여전히 냄새가 심했다.

여전히 아무것에나 싸고 있는 것이었다.

바닥을 유심히 보며 걸었다.

그런데 던전에 들어가자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관심을 보였다.

53명의 사람이 잡혀서 끌려오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왜 잡힌 겁니까?"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예요?"

"어떤 죄를 졌어요?"

"그것보다 이들이 가진 소집품을 우리에게 주면 어떻겠소? 우리가 마나를 주고 사겠···."

묶인 놈들이 입고 있는 것들이 제법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아챘는지 끈덕지게 따라 붙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따라오면서 계속 이것 저것을 팔라고 종용했다.

"안팝니다."

"제게 파십시오. 고가로 매입해드리겠습니다."

"정 사고 싶으면 던전 덩굴에게 가보십시오. 방금 이놈들 인벤토리가 다 털린 것 같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뭔가 정보가 새어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몰려들던 사람들이 다급하게 물었다.

"이놈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거요. 그런 사람의 물건은 덩굴에게 살 수도 있다고 들어서···."

"정말입니까? 고맙습니다."

허리를 꾸벅 숙여 보인 사람이 바짝 다가오더니 호주머니에 뭔가를 밀어 넣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 말씀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정말 어이가 없네. 그래도 양심은 있다는 건가?>

남자가 호주머니에 넣은 것은 과일이었다.

아무데서나 나는 과일은 아니고 특정 던전에서만 나는 것으로 제법 귀하다고 알려진 것이었다.

남자는 가치를 모르고 줬을 것이 분명해 보였지만 말이다.

말을 마친 남자가 던전의 입구를 향해 달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좋은 것을 차지하려는 것이었다.

나와 무언가 말을 하더니 던전 입구를 향해 다급하게 달리자 사람들이 남자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남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순순히 대답해줄 남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좀 조용하네."

<너무 좋은 정보를 줬어. 상당히 고급 정본데.>

"괜찮아. 조용한 것이 더 좋잖아. 그리고 워프게이트를 노출시키는 것보다는 나아."

<그렇긴 하지. 저놈들 아귀 세상에 데리고 가서 빼앗을 거야?>

"그래야지. 아마 재미있을 거야. 미우라의 반응이 가장 기대되네. 시스템이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고."

강탈된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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