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07화 (307/350)

307. 강탈된 스킬

53명이나 되는 놈들을 데리고 아귀 세상에 가는 것은 적지 않은 마나가 들 수도 있는 일이었다.

편도 이용비용이 350마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비용을 내가 부담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이놈들은 열댓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350마나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나가 부족한 놈들은 시스템에게 대출을 받게 했다.

내가 이들에게 마나를 대줄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

평상시 나를 상대하던 시스템은 아니었지만 대출을 통해 부족한 마나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고 대출로 부족한 마나를 지불하고 아귀세상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아귀 세상에 이동한 후 던전의 입구를 향해 열 시간째 걷고 있었다.

이곳은 열 배의 시간 비율이 적용되는 곳이기 때문에 서두를 것은 없었지만 조금 걸음을 재촉했다.

"이곳은 어디에요? 그것보다 미우라 오빠는 왜 저러는 거예요? 우리가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용서해주면 새 삶을 살겠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놈들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거듭된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는데도 미우라 패밀리는 포기를 몰랐다.

묶이긴 했지만 능력치들이 탁월했기 때문이었다.

'강탈한 능력치는 무조건 적용이 되는 건가?'

그렇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성장의 동력이 되었다면 미우라는 정말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미션까지 받는 것 같으니 이놈을 살려두는 것이 화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자고 간다."

"선생님. 배가 너무 고픕니다. 뭐라도···."

가장 처음 나에게 불덩이를 쏘아 보내던 놈이 하는 말이었다.

"배가 고프다고?"

"예! 목도 너무 마릅니다. 죽을 것 같습니다."

<죽을 것 같으면 죽어! 집사를 죽이려 했었던 것을 까마득하게 잊은 걸까? 어떻게 저럴 수 있는 거지?>

나호가 앞발을 휘둘렀다.

영체 상태였기 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었다.

"미우라 오빠에게라도 뭐라도 주세요. 우리 오빠!"

다른 모든 사람은 미우라에게 빅파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여자만 오빠라는 말을 듣기 싫을 정도로 하고 있었다.

"뭔가를 먹고 싶고 주고 싶으면 직접 해. 너희가 나에게 뭔가를 요구할 입장은 아니잖아."

여자를 뻔히 쳐다보고 말하자 여자가 슬며시 눈을 피했다.

"묶여있어서···."

"다른 일들은 잘만 하잖아."

굴비 엮듯 묶어두었더니 저들은 서로서로 도와가며 꼭 필요한 일들은 잘도 해냈다.

그런데도 먹는 것은 요구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것을 먹는 것에 대해 조심하는 것이었는데 내가 그런 것까지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이놈들 그래도 던전을 좀 다녀본 거야. 그러니 먹는 것을 저리 조심하지.>

확실히 그런 것 같았지만 이놈들은 이제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었다.

브으으!

목에 붙은 똑이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움직이고 싶어 했다.

허락하지 않았더니 사춘기 아이마냥 토라진 체를 하고 있었다.

가슴에 붙은 여덟 마리의 새끼 문어들도 던전을 누비고 싶어 했지만 아직은 허락하지 않았다.

미우라 놈들이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기 전에는 최대한 조심하는 것이었다.

툭! 툭!

"야! 일어나!"

"어어어!"

미우라는 지금 바보 같았다.

흐엉의 쇠사슬에 묶인 후부터 이런 상태였다.

"오! 빠! 오빠! 미우라 오빠아아! 흑!"

미우라에 대한 애정이 참 눈물겨웠지만 전혀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저런 애정은 좋은 도구가 될 수도 있었다.

"강탈권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지? 뭐야!"

"말해줄 수 없어! 말해주면 미우라 오빠 죽일 거잖아!"

여자가 제법 대차게 말했다.

"죽일 생각 없어. 여기서 나올 수는 없겠지만 죽이지는 않을 거야. 그건 확실해."

"믿을 수 없어."

"믿지 말든지. 그럼 미우라가 어떤 고초를 당해도 좋다는 뜻으로 알게."

"아, 안 돼! 안 된다고! 오빠! 오빠아아!"

누가 보면 가족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하지만 미우라는 형제자매가 없었다.

"그러니 불어. 이걸 사용하는 방법!"

미우라와 미우라 패밀리에게서 빼앗은 강탈권은 총 155장!

적지 않은 양이었다.

강탈권을 이용해서 미우라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을 생각이었는데 사용법을 알 수 없었다.

대부분의 강탈권에는 시간제한이 걸려 있어서 더 지체를 하면 강탈권 중 일부는 사라질 것 같았다.

"말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지?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말한 순간 흐엉이 쇠사슬을 조였다.

그러자 미우라가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빅파! 빅파! 우리 빅파를 그렇게 대하지 마시오."

<여전히 뻣뻣하네. 자신들이 여전히 강탈권을 휘두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으아아아아! 어어어!"

미우라가 고통을 호소했다.

표정을 보면 미우라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우리 오빠···."

미우라가 목숨을 살려줘서 그럴까?

이렇게 상황이 바뀌었는데 누구도 배신을 하지 않았다.

이 점은 전생과 똑같았다.

지금이라도 상황이 바뀌면 다시 미우라가 자신들에게 강탈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마, 말할게요."

유독 미우라를 챙기던 여자가 드디어 입을 연다는 말을 했다.

장장 열 시간만의 성과였다.

"······."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여자를 지긋이 응시했다.

"이거 말하면 안 되는데···. 미우라 오빠가 절대로 말하면 안 되는 거라고 했는데···. 흐흑! 오빠아! 나 어떻게 하면 좋아아···."

여자가 울먹이며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동료들을 쳐다보았다.

동료들이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살고 봐야지. 그러니 그냥 알려줘."

남자의 말을 들은 여자가 결심한 듯 강탈권을 사용하는 방법을 말하기 시작했다.

"어렵지 않아요. 먼저 미우라 오빠가 줘야 해요. 자의로. 빼앗지 않고."

"미우라가 주기만 하면 된다고? 아닌 것 같던데? 너희에게 줬던 것도 사용할 수 없었어."

여자가 곤욕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오빠가 당신에게 준 것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사용이 될 리가 없죠. 오빠가 당신에게 직접 줘야 해요. 오빠 손으로."

여자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꼬물!

^거짓이 섞여 있어요. 미우라가 직접 줘야 한다는 말이 거짓 같아요.^

"으아아악! 으어억!"

자신의 힘이 될 수도 있었던 흐엉에 의해 미우라는 지금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꼬물이가 미우라의 마나통을 간간이 돌리고 있었다.

미우라는 지금 두 가지 고통을 함께 겪고 있었는데 그걸 감안하면 놀라운 인내력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미우라가 직접 줘야 한다고? 강탈권이 미우라의 손에 넘어가기를 바라는 거지? 그걸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바보로 보이나?"

"어, 어떻게···."

"미우라가 죽기를 바란다면 그대로 해주는 수밖에···."

"말, 말하겠어요. 오빠의 손에 들릴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미우라 오빠의 마나가 깃들어야 해요."

"그럼 이건."

미우라가 동료에게 줬던 강탈권 한 장을 들어보였다.

"그건 정말로 당신에게 준 것이 아니어서 그래요."

"한 사람이 여러 장 사용도 가능하나?"

"제가 알기로는 제한은 없어요."

"너희 얼굴이 유독 검은 이유는 뭔데? 부작용 같은 건가?"

"에?"

여자는 생각지도 않은 말을 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거 없어요. 미우라 오빠의 강탈권은 그리 약하지 않아요. 저희 얼굴이 이렇게 검어진 것은 미우라 오빠의 충고를 듣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정말이에요. 그러니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십시오. 우리 빅파는 좋은 사람입니다."

"빅파를 살려주십시오.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어이가 없네. 전생에도 미우라라면 끔뻑 죽더니 이번 생에도 똑같네.>

제 패밀리로 들어온 사람에게는 그만큼 잘해줬다는 건데···.

혹시 뭔가 다른 것이 걸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이놈이 준 강탈권으로 남의 능력을 빼앗으면 미우라에 대한 충성심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아니 정말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까지 충성스러울 수 있을까? 내가 죽일 수도 있는 상황인데···.'

<전생에 한 번 미우라의 패밀리에 들어간 사람은 다시는 나오지 않기는 했는데···.>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만약 놈의 강탈 스킬을 빼앗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그것을 빼앗아버린다면 문제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찰싹! 찰싹!

"야! 이 강탈권에 네 마나 부여해봐."

미우라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

미우라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거부하려고 했다.

하지만 흐엉의 쇠사슬이 더 조여지자 흐리멍텅한 눈에 힘을 주더니 강탈권에 마나를 부여했다.

마나를 부여하라고 건넨 것은 특성과 직업, 스킬, 능력치 강탈권이었다.

"오, 오빠···."

미우라가 강탈권에 마나를 부여하자 여자가 불안해했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강탈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사용하실 강탈권을 선택하여주시기 바랍니다.]

"특성 강탈권을 사용하겠어."

놈의 특성은 마나, 습득, ??으로 나타나 있었다.

마나와 습득은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고 물음표로 나타나는 것은 분명 강탈일 것이었다.

[띠링! 강탈할 대상을 선택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미우라 에이지!"

[띠링! 삐이이! 강탈권을 사용할 수 없는 대상입니다. 위 대상은 강탈 특성을 보유한 각성자로 강탈권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왠지 이럴 것 같았어. 시스템이 보호해주는 거지 뭐. 그럼 이 많은 강탈권이 무용지물이 되는 건가?>

'미우라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사용하면 될 것 같기는 한데···.'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띠링! 마나홀의 크기가 강탈 특성 보유자보다 큽니다. 예외적으로 강탈스킬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안 된다고 했다가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전혀 달갑지 않았다.

"사용하겠어. 어떻게 사용이 되는 거지?"

[원칙적으로는 강대한 님께서 스스로 깨달으셔야 하지만 특별 서비스를 받고 계시는 각성자이시니 특별히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때부터 시스템은 차근하게 강탈권을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평상시의 시스템은 아니지만 자신이 할 일은 제대로 처리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집사가 미우라가 준 강탈권을 이용해서 뭔가를 얻으면 미우라에게 종속 비슷하게 된다는 거지?>

"종속까지는 아니지만 거부할 수 없게 된다는 거야."

<무섭네. 그런데 전생에 왜 미우라는 이걸 계속 사용하지 않았을까?>

"계속 사용하고 싶었겠지. 하지만 사용할 수 없게 되지 않았나 싶어. 나에게 빼앗기듯이 누군가에게 빼앗겼을 수도 있고."

미우라에게 종속되지 않으면서 강탈을 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강탈한 것을 내 것으로 만들지 않고 사라지게 해버리면 나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했다.

"강탈권을 사용하겠어. 하지만 습득하지 않겠어."

[띠링! 버리시겠다는 겁니까?]

"그래. 버리겠어. 미우라의 것을 가지고 싶은 마음도 없고."

[강탈은 엄청난 특성입니다. 이런 특성을 포기하시면 후회하실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미우라에게 종속되다시피 한다며···. 그러니 싫어."

[강탈은···. 알겠습니다. 강탈권이 사용됩니다.]

시스템은 강탈이 사라지는 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었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미우라에게 매일 수는 없었다.

강탈권이 사용된다는 음성과 함께 명함 크기의 강탈권이 사라졌다.

특성 강탈권이었다.

특수 조건인 같은 던전 입장이 있었는데 이것은 미우라를 구하면서 이미 달성이 되었다.

화순 던전과 아귀 세상도 있고 말이다.

강탈권이 사라지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멀쩡하게 서있던 놈의 동료들이 비틀거리거나 주저앉은 것이었다.

마치 엄청난 탈력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띠링! 미우라 에이지의 강탈 권능이 사라집니다. 이로 인해 파생되었던 강탈 스킬도 사라집니다.]

[띠링! 또한 강탈 권능 획득으로 주어졌던 특수 능력치 '재생' 500%가 재생 100%로 강등 됩니다.]

[띠링! 미우라 에이지로 인해 강탈된 모든 스킬과 능력치가 무효화되었습니다.]

<놀랍네. 집사! 그치?>

"생각지도 않았는데 놀랍기는 하다. 재생력! 500%! 생각지도 못한 거네. 100%만 해도 엄청난데 말이야."

<이제 뭘 가졌는지 알았으니 다 강탈해버리면 되잖아. 그런데 저놈들 눈빛이 변하는 것 같지 않아?>

"미우라로 인해 강탈했던 것들이 사라졌으니 종속과 같은 것이 사라졌겠지."

<그렇다는 말은?>

동정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