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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09화 (309/350)

309. 미운 놈

미우라의 동료들이 모두 잠자리에 눕자 흐엉이 슬금슬금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미우라의 발목을 한 바퀴 돌고는 그대로 옆으로 이동했다.

미우라의 발목을 묶을 때까지는 서두르지 않았지만 미우라를 묶고 난 후에는 무척이나 빠르게 움직였다.

소리 없이 옆으로 이동하면서 미우라 동료들의 발목을 묶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두 발을 모두 묶는 것은 아니었다.

한 발만 묶고는 또 다시 옆의 놈의 발목을 묶었다.

그렇게 53놈의 발목을 묶는데 걸린 시간은 채 5분이 되지 않았다.

꼬물!

^똑똑해! 달아나지 못하게 묶어둔 거야. 여기는 달아날 수 없는데···. 쟤들 마나도 없어서 어디도 가지도 못하는데···.^

흐흐! 흐흐!

발목을 모두 묶고는 칭찬을 바라는 것처럼 흐엉이 쇠사슬의 양쪽 끝을 흔들었다.

뮤! 뮤! 뮤!

^어? 저거 꼬물이가 하던 행동과 비슷하다. 꼬물이를 흉내 내는 것 같기도 하다.^

정말 꼬물이를 흉내 내는 것 같기도 했다.

쇠사슬의 끝으로 어설픈 하트를 만들어 흔들었다.

<저 녀석 특이해. 그것도 많이. 그런데 길이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 같아. 이물감은 없어?>

"없어. 저 녀석 저렇게 나가 있지만 내 손바닥에서도 또 이렇게 나와."

<아우! 그건 생각하지 못했네. 500미터 안에서는 몇 개로든 나올 수 있는 건가?>

"그런 것 같아."

흐흐흐!

꼬물

^또 무얼 묶을까?^

흐엉의 웃음소리는 묘하게 전생의 미우라의 웃음소리와 흡사했다.

"저 녀석 전생에 미우라와 소통은 되지 않았어도 그리 불행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 미우라를 그리 싫어하지 않았을 거야. 분명히."

<내가 생각해도 그래. 흐엉은 묘하게 미우라와 잘 통했을 것 같아.>

"으으윽! 으윽!"

미우라가 신음을 흘리며 상체를 풀었다.

흐엉이 상체에서 발목으로 내려가자 살겠는 모양이었다.

간간이 신음을 흘리기는 했지만 미우라는 잠이 들었다.

하지만 나와 나호는 잠이 들 수 없었다.

만감이 교차하면 잠이 달아나 버린 것이었다.

조금은 길게 느껴진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밝았다.

아침이 되자 잠에서 깬 놈들이 배가 고픈지 눈치를 보며 먹을 것을 요구했다.

"너무 배가 고픕니다. 이대로는 한 발짝도 걷지 못하겠습니다."

"걸을 필요는 없어. 몬야크를 타고 이동할 테니까."

"너무 힘이 없어서 타지도 못하겠는데···."

"그럼 여기서 죽든지. 이곳에 몬스터가 없다고 생각하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동정심을 유도하는 놈들이 몬스터라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더니 배고프다는 소리가 쏙 들어갔다.

<아무것도 먹이지 않으려고?>

'관리구역에 도착하기 전에는 먹일 생각 없어.'

<그것도 나쁘지 않지.>

'몬야크에 태워서 이동하는 것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흐엉이 줄줄이 발목을 묶어 두어서 정말 굴비처럼 보이는 녀석들을 몬야크에 나누어서 태웠다.

흐엉이의 쇠사슬은 필요에 따라 나누어져서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처음 몬야크를 타본 놈들은 무서워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반반아! 달리자."

"으악!"

"엄마야아!"

놈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반반이가 속도를 높였더니 그날 늦은 밤이 되어서야 던전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워낙 넓은 던전이었기 때문이었다.

"어! 대표님! 오셨습니까?"

관리구역에 들어서자 이곳에 책임자로 세워둔 남자가 달려와서 인사를 했다.

"잘 있었고?"

"잘 있었습니다."

책임자로 세워둔 남자는 그간 고생을 많이 했는지 살이 많이 빠져있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니 힘든 점이 한둘이 아닐 것이었다.

"그런데 저놈들은 뭡니까?"

"아! 여기서 살 놈들! 너희 밑으로 둬."

이들 밑으로 두라는 말에 기존에 이곳에 있었던 놈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각성자 같은데···?"

"각성자이기는 하지. 하지만 현재는 스킬이나 특성, 직업 등이 하나도 없어. 인벤토리도 텅텅 비었고."

"인벤토리도 있는 놈들 입니까?"

"모두 인벤토리는 가지고 있어. 하지만 상점도 없어."

"상점이 없는데 어떻게 인벤토리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까?"

"자세한 것은 나중에 저놈들에게 들어. 저놈들은 일본 놈들이야."

"네? 일본인이라고요?"

꼬물!

^아귀장! 놀랐네. 일본인이라고 하니 믿기지 않나보네.^

<꼬물아! 아귀장은 또 뭐야?>

꼬물!

^저놈! 저 책임자! 아귀 세상을 책임지니 아귀장! 딱 좋잖아.^

나쁘지 않은 직책 같았다.

"그렇게 됐어. 총 53명이야. 특히 가장 앞에 있는 놈 조심해. 특별 관리하고. 저놈 타고난 감각이 좋아. 언제든 네 자리를 탐낼 수 있어."

"일본 놈에게 자리를 빼앗길 수는 없습니다. 제가 일본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꼬물이가 아귀장이라고 이름을 붙인 남자가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내가 일본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 챈 것 같았다.

"나도 좋아하지 않아. 일본인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꼴은 볼 수 없으니까 알아서 관리해."

아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몬야크에 타고 있던 놈들의 눈이 커졌다.

당연히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서 한국어가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한국인이었어요? 저 한국 연예인 정말 좋아하고 노래도 좋아하는데···."

미우라에 딱 달라붙어 애교를 부리던 여자가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말했다.

꼬물!

^까만 여자! 되지도 않는 애교 부리지 마라. 네가 그런다고 넘어가지 않는다.^

"한국인이었어? 저 사람들도 한국인이고? 그럼 여기는 한국인가?"

"그것보다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정말 노예가 되는 거 아니야?"

"여기서 살아야 하는 건가?"

미우라의 동료였던 놈들은 미련한 놈들이 아니었다.

내가 한국어를 쓰는 것을 본 순간 자신들의 처지를 예상했다.

<그런데 미우라는 왜 저리 정신을 못 차리지?>

"정신을 차리면 그것이 이상하지."

놈은 여전히 마나가 0인 상태였다.

그러니 마나통을 굴리지 않고 있어도 힘들 수밖에는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저어···. 대표님! 뭐라도 드셔야 하는데 드릴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귀장이 굽실거리며 말했다.

뭐라도 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었다.

<생존력은 미우라 못지않은 놈인 것 같아.>

대기실에 있는 것 중 줄만한 것을 찾았다.

꼬물!

^고구마가 좋을 것 같아요. 생고구마! 먹고 남으면 심을 수도 있고!^

뮤! 뮤!

^나는 옥수수가 좋을 것 같다. 생 옥수수!^

"몸이 많이 날렵해졌군."

"알아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열심히 운동했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열심히 해. 그에 대한 보상은 해줄 테니."

"그럼···."

아귀장이 눈치를 보며 슬며시 배를 만졌다.

배가 고프다는 의미였다.

"그럼 이번에는 먹는 것으로 줄까?"

먹는 것이라는 말에 아귀장의 눈이 빛났다.

"제발···."

자신도 모르게 제발이라는 말을 하고는 눈치를 보는 아귀장이었다.

"옥수수와 고구마를 주지. 알아서 나눠먹어."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만 생각하고 다 먹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래. 아귀장만 믿지."

"아귀장요? 혹시 그거 저를 지칭하는···."

"그래. 오늘부터 아귀장이라고 부르지."

그런데 그 순간 아귀장이라 불린 남자의 눈에 감동이 들어찼다.

"아! 제 별명이 아귀였습니다."

<욕심이 많아서 아귀라고 불린 거 아니야?>

"아귀장! 아주 마음에 듭니다. 영광으로 여기고 소중히 하겠습니다."

"그럴 것까지는 없고. 저놈 관리 잘해! 조금만 틈을 보이면 머리꼭지에 올라앉으려고 할 거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제 밑의 놈이 까부는 거 가만두고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일본어를 하지 못해서···. 혹시 저놈들이 작당모의를 해도 제가 알아듣지 못할까 그것이 걱정입니다."

<언어 스킬 사달라는 말이네. 영악하네.>

나호가 흥미로운 시선으로 아귀장을 바라보았다.

"그럼 안 되지."

"······."

아귀장의 눈이 반짝거렸다.

뭔가 사줄 것 같자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앞으로 이곳에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놈들이 오게 될 거야."

"그럼···!"

놈의 기대감이 한층 더해졌다.

"그래. 너에게 언어의 자유를 선물해주지."

"언어의 자유!"

브으으!

놈의 반응을 보던 똑이가 물을 튀겼다.

S급 치료수만 먹어서 생명수와 같은 것이었다.

"어?"

아귀장이 똑이가 튀긴 물을 맞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처 입었던 손이 바로 치료되는 것을 확인한 아귀장이 손을 핥았다

"감사합니다. 이런 은혜를 베풀어주시다니···.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이놈은 치료수와 인연이 있나봐.>

"호들갑 떨 것 없고 상태창 확인해 봐."

"아! 아아!"

상태창을 확인한 아귀장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정말 감동한 모양이었다.

"대표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언어 스킬이 생겼습니다. 스킬이···."

"스킬은 모두 F급부터 시작해.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에 볼 때는 스킬 등급이 올라있었으면 좋겠군."

"그러겠습니다. 이 아귀 죽을 각오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표님! 저놈들 지껄이는 말이 아니···. 저놈들 하는 말이 들립니다."

"그래. 네가 언어 스킬을 가진 것은 나밖에 몰라."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래. 잘해."

아귀장은 나쁜 쪽으로는 머리가 비상한 놈이었다.

아마 이렇게만 말해도 잘 할 것이었다.

"그런데 대표님! 저놈 이름은 뭡니까?"

"미우라!"

"밉다고요?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미우라 에이지. 저놈 이름이야."

"이름이 미우라라고요? 외우기 쉽게 미운 놈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그러든지."

<미운 놈! 미우라가 미운 놈이기는 하지. 딱 제 자리 찾은 거네.>

"그런데 바로 가시려는 겁니까?"

"가야지. 내가 여기서 뭐하겠어."

"하루만 쉬었다 가시지."

"됐어."

"지금 가시면 언제 오십니까?"

"여기 시간으로는 서너 달 후가 될지도 모르겠어."

"그동안 저것으로···."

아귀장의 눈이 고구마와 옥수수로 향했다.

고구마와 옥수수 몇 가마니로 서너 달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한 모양이었다.

"네겐 날마다 마나 1이 들어갈 거야."

"1이요?"

1마나는 대변혁 이후 최소 마나였다.

시스템이 1이하의 수는 표기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 1마나! 왜 적어?"

"적다니요? 그런 생각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이곳에 온 후 마나를 버는 길은 영영 막혔다고 생각했는데 감격해서 그렇습니다. 정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여기 농기구도 잘 관리하고. 농기구는 무기도 될 수 있는 거 알고 있지?"

"알다마다요."

"일본 놈들에게는 당분간 농기구 맡기지 말고."

"알겠습니다. 일본 놈들이 저희와 절대로 동등하게 서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계속 인구가 늘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한국인들 잘 키워두겠습니다."

"그래. 저놈들은 누가 오든 가장 밑이야."

"아! 알겠습니다."

아귀장의 눈이 비릿하게 웃었다.

"그럼 나는 가볼 테니 잘 하고 있어."

"제가 배웅하겠습니다."

됐다고 하려다 내버려두었다.

일본 놈들이 유심히 보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귀장에게 권한을 주었으니 그만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었다.

아귀장은 관리 구역의 끝까지 와서 인사를 하더니 새끼 문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 무서운 몬스터입니다."

"벗어나려고 하니 무섭지. 그렇지 않으면 세상 착한 아이들이야."

브으으!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하면 물어뜯습니다. 그리고는 자기들 기분대로 치료를 해줍니다."

"그래?"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아귀장도 물어뜯긴 적이 있어?"

"저는 딱 한 번 밖에 없습니다."

"······."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너무 배가 고파서 대표님 욕을 했더니 귀를 물어뜯어서···."

그렇게 말하더니 머리에 가려진 귀를 보였다.

남자의 귀는 찢어졌다 붙은 자국이 선명했다.

"네가 잘 하면 네 부탁도 종종 들어줄 수 있어. 그렇게 말해둘 테니 들어가. 관리구역 넘어서려고 하지 말고.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 사는 문어가 얼마나 무서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들어가. 나도 바쁘니까."

아귀장이 시간을 끄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귀장은 지금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었다.

뮤! 뮤! 뮤!

^권력자와 친하다는 것을 드러낼 줄도 알고···. 재미있는 놈이야.^

도뮤가 아귀장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더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이제 정말 천기재를 찾으러 갈 시간이었다.

저것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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